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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 할인행사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마티나 게덱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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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대학교 3학년 즈음 만났다. 그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녀의 사적인 삶이 그려진 논픽션 책이었기에 유대인으로서 아돌프 아인리히에 대해 '악의 평범성'이라고 말한 대목이 약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영화는 동독이 언론과 예술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탄압하고 억압할 목적으로 10만의 스파이와 20만의 첩보원을 운영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게오르그는 능력있는 극작가이며 사상적으로도 공산주의에 적합한 인물이다. 서독으로 갈 수 있었음에도 그는 동독에 남아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그의 친구들은 점차 옥죄어 오는 탄압 앞에 하나둘씩 전향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만다. 그의 여자친구인 크리스타는 연기에 대한 야망이 많은 천상 배우다. 그들은 서로 지극히 사랑하지만 크리스타를 탐하는 고위 관직자 브루노 헴프에 의해 위기에 빠진다. 부르노는 크리스타의 남자친구인 게오르그를 없애기 위해 24시간 도청을 시도한다. 그 역할을 맡은 주인공 비즐러는 냉혹한 고문관이었다. 인간미가 전혀 없는....한 번 고문을 시작하면 반드시 자백을 받아내던 그는 이번 역시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도청을 하면 할수록 게오르그는 사상적으로 문제가 없으며 도청당할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되고, 크리스타를 뒤쫓는 브루노 헴프를 발견한 비즐러는 자신이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절친한 친구였던 연출가가 당국의 활동금지 명령을 비관해 자살하자 게오르그는 서독 언론에 이를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위험한 일이었으며 24시간 도청당하고 있던 그는 100% 발각될 사안이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연인을 향한 사랑에 공감하게 된 비즐러는 자신의 위치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 바로 게오그르의 반역 행위를 눈감아주게 된 것이다. 중요한 사안을 모두 보고하지 않았으며, 크리스타의 변절로 발각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문제의 타자기를 직접 감춰준다. 그 결과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고문기술자에서 한낱 우편물 감시원으로 강등된다. 그는 받아들인다. 선택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아래서 살게 된 게오그르는 우연히 헴프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24시간 도청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도청당했다면 자신은 이미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을텐데....그는 의문을 지니고 과거 기록을 살펴보게 되고, 자신에 대한 기록이 많다는 데 놀란다. 지속적인 감시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HGW X77이라는 감시원이 자신에 대한 보고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비즐러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비즐러를 직접 만나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다시 뒤돌아섰다. 대신 2년 동안 소설을 집필해 'HGW X77에게 바친다'는 헌사를 바친다. 여전히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는 비즐러....그는 그 책을 구입하며 자신을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국가안보부라는 곳은 무소불위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동독 정보 기관이었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어떤 것보다 우선될 수 있다는 논리가 통하는 곳...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있었다고 들었다. 내가 1981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어느 정도 그런 억압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억압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학교를 다녔다. 그런 직접적인 간섭과 통제보다 '프레임'과 같이 간접적인 간섭과 통제를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다.
비즐러가 게오르그와 크리스타에서 공감하게 되고, 마음을 주는 과정은 아름답다. 그는 괜찮은 사람을 만났기에 그들과 비슷한 존재가 되고 싶어지고 더 나아가 친구가 되고 싶어지는 것이다. 게오르그가 브레히트의 시를 낭송할 때 비즐러는 마음이 움직인다. 또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할 때 비즐러는 감동받는다. 예술이 가진 위대한 힘을 느끼는 것이다. 영화 초반에 게오르그의 연극을 보며 '그를 감시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던 비즐러는 더이상 없다. 진정한 예술은 인간의 삶을 구원한다.
비록 허구이긴 하지만 게오르그 그리고 비즐러를 만나보고 싶다. 영화를 보며 참 많이 위로받았다고...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