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처음으로 화상조회를 한다. 

교육부에서 웨비나를 개발하여 선생님들에게 시범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zoom을 쓰던 학교가 많았는데 이젠 교육부에서 제공하는 화상시스템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zoom을 해봤던 친구들은 더 쉽게 적응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해봤는데 대다수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확실히 요즘 친구들은 첨단 기계와 시스템에 익숙하다.

오늘은 한 명씩 뭔가 발표하고 싶은 학생이 있으면 하라고 해야겠다. 잘 될지 모르겠다. 떨린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내내 3킬로그램 정도 체중이 늘어난 것 같다. 

집 밖으로 나간 일은 딱 두 번이었는데 '쓰레기 버리러'와 '케이크 사러였다'

운동은 딱 한 번 했다. 축적된 힘이 있어서 싸이클 운동하기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별로 할 일이 없어서 '섹스 앤 더 시티' 시즌 6까지 모두 보았다. 제2차세계대전 넥플릭스도 보았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정말 지금 봐도 잘 만든 드라마인 것 같다. 굿 와이프에서 크리스 노스를 보고 엄청 잘 생겼다...라고 여겼는데 여기서도 잘 생겼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의 이름이 '빅'이 아니라 '존'이었다는 사실을 늘 잊게 된다. 시즌6는 2003년에 종영되었으니 그 이전은 1990년대에 나온 것인데 그 시대를 감안하면 엄청 파격적인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장면이 그랬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미란다가 퀸즈 출신의 바텐더와 결혼하는 장면은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육상부 주장에다가 퀸카였던 샬롯 요크가 대머리 유대인 변호사와 결혼한 뒤 중국 아이를 입양하는 장면 역시 따뜻했다. 뭔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분방하다못해 난잡했던 사만다가 진정한 연하의 연인을 갖게 된 부분에서는 무엇인가 뭉클했다. 그리고 뉴욕 최고의 핫한 그녀가 유방암으로 인해 가발을 쓰고, 욕구를 잃어버리는 등 초라한 모습으로 변할 때 무엇인가를 벌을 받았다기보다는 또다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들어 고소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의로운 감정도 아니다. 그저 이 세상 어딘가에 균형추가 있을 거라는 믿음에 종소리가 울렸다라고나 할까....그 종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드라마틱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원하든 원치않든 그렇게 살 팔자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 평범하게 단조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둘 다 결국 마찬가지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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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꼼짝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죄책감 없이 마구 먹고, 마구 둔눠서, 마구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중1, 초5인 두 딸에게 전혀 모범을 보이고 있지 못해서 그 또한 죄책감이 든다. 

올 초 이사한 덕분에 생활 공간은 이전에 비할 바 못될만큼 훌륭한다. 

각자의 공간도 확보되어 있고(심지어 친정엄마는 엄마 방에 들어가시면 두문분출하시어 출타여부를 확인해야 할 때가 종종 있을 정도) 거실과 부엌도 널찍하다.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내 공간도 물론 있는데...문제는 내가 전혀 그 공간들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온종일 미드를 보고 있다.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코로나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을 때도 있다.

경기 +1, 전북 +2 등등의 팝업이 뜰 때 뭔가 새로운 마음이 되는 나를 지켜보고 있을 때 절망감이 몰려온다. 권태로운 것이다.


다행히 어제는 한비야씨의 책을 완독하였다.

 실제 특강도 들어본 적이 있는 분이다.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전주로 특강을 오셨었는데 아마도 전라북도국제 관련 기관에서 초청하여서 온 것 같았다. 유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유민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는데 비야 선생님께서 유현이의 이름을 불러주셨다. 그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안톤을 만나 결혼한 뒤 앞으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비야씨의 에세이다.

박사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솔직히 나도 박사 학위를 받긴 하였으니 그 과정이야 잘 알고 있다. 비야씨는 평소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이 강했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위는 그냥 학위일 뿐이다. Riss에 들어가서 비야씨 논문을 찾아서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멍하니 있다가 나 자신에게도 실망이고 또 애들 보기도 민망해서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다시 꺼내들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주인공 샐은 아무래도 잭 케루악처럼 여겨지고...

딘 모리아니 역시 실존 인물로 작가의 주변사람이었을 것이다. 

읽는 내내 샐린저가 생각났고, 케루악은 시대를 잘 타고나서 훌륭한 작가 반열에 올랐다...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왜그리 작가를 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는 글 쓴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아마추어들이 쓴 글은 하나같이 힘이 바짝 들어가 읽을 수가 없는 글이 되고 말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길 위에서의 샐은 작가 지망생이다.


뭔가 천명관스러운 부분도 있다.

지금이 새벽 1시 22분이니 오늘은 꼭 길 위에서 1,2권을 다 읽어야겠다.


제발 코로나19가 빨리 괜찮아지기를 기도해본다.


그리고 내년 유현이와 유민이의 담임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시길 기도해본다.

나도 좋은 학년과 업무와 동학년 교사를 만나 무난하고 웃음꽃 자주 피는 그런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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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1000명을 넘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3단계로 올릴 계획이 없나보다. 

정부를 신뢰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의 동력은 '갈등'이다. 균질한 집단으로만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가 사실상 필요없고 불가능하다. 그런 집단이라면 공산주의 등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성향과 필요, 욕구가 있는 집단이 너무나 많고 심지어 동일한 집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향과 필요와 욕구가 변하기도 한다. 들끓는 욕망 속에서 민주주의는 그나마 가장 나은 시스템으로 선택되어졌고 앞으로 특별한 대안이 없는 이상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는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직접선거를 통해 뽑혔고

적어도 지금까지 현 정부는 국민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한계가 있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집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정은경 청장과 같이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대책이었으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3단계로 높여야 4단계 봉쇄를 막아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미덥잖은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기를 기도한다.


주말에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고

정말 할 일이 하나도 없었고

책은 두 권 정도 읽은 느낌이 들고

왓챠와 넷플릭스를 오가며 미드를 조금씩 많이 보았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다. 최근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살라메가 주인공으로 분한 작은 아씨들이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살라메의 팬이라서 아껴두었다 보려고 아직 클릭하지 못했다. 가면뒤에서는 여자의 힘이라는 부제가 있다. 원제가 Behind a Mask: or, a Woman's Power다. 주인공 뮤어 양은 서른살의 한물간 연극배우이자 사기꾼이다. 그녀는 타고난 연기력으로 귀족 출신의 부유한 젊은이를 속여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코번트리가의 에드워드와 제럴드 혹은 나이든 존 경을 목표로 나선다. 피아노도 잘 치고, 프랑스어도 잘하며, 집안일에도 능숙한 뮤어 양은 단번에 코번트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귀가 어두운 존경에게 날마다 책을 읽어드리는 일을 통해 노신사의 사랑을 얻는다. 모두 다 사기다.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드는 생각은(실제 일어난 일이건 소설 속의 일이건) 그 정도 재주와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괜찮은 남자를 만나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왜 저런 사기 행위를 벌이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뮤어 양의 비밀이 들킬 듯 말듯 아슬아슬함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제럴드는 마치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제인 오스틴과 루이자 메이 올컷은 전혀 왕래가 없었을텐데...그 시대 여자들이 생각하는 멋진 남자의 전형이란 것이 있었나보다. 


학교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전혀 새로운 국면이 날마다 나타나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적절한 나날들이다.

어떤 순간에는 욕심이 부풀어 올라 화가 나다가도 어차피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평온해지곤한다.

내가 욕심내었던 일들은 결국 어그러지거나 되지 않았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일도 하지 못했고

내가 원하던 삶과 비슷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나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하려나보다. 

이제 마흔이니 더 열심히 살 생각은 버리련다.

마흔은 열심을 버리기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열심히 살게되면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바라는 것이 결국 이뤄지지 않을 것이므로 화가 마음에 쌓일 것이다.

대다수는 평범하고 다소 지루한 삶을 살아가기 마련인데

특별함을 실제로 바라게 되면 나 자신만 고달프다.

그런 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해결하면 된다.

 요즘 계속 정주행하고 있는 미드 중 하나인데

 나는 결고 캐리처럼 살 수 없고, 살기도 싫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내가 그들과 같이 뉴욕 길거리를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캐리처럼 날씬해지고 싶고 멋진 옷을 입어보고도 싶다. 

 미란다처럼 변호사가 되어 전문직 여성의 삶을 경험해보고도 싶고 샬럿처럼 화랑에서 일해보고도 싶다. 그러나 사만다는 정말 아무리 봐도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리처럼...

당분간 내 모토는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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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정확히는 1062명이다. 내 주변에는 확진된 사람이 없으니 직접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어제는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관리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허영심 등이 생겨서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했다. 생각해보면 특정 모임에서 나는 대화의 80~90%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대화의 중심에 있을 때 나는 불안하다. 잊혀질까봐...다른 사람의 인정을 못받는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될까봐 불안한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그렇게 있는 사람을 있으나마나 한 사람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삶을 더이상은 살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나왔는데

그 생각을 한지 1시간도 안 되어서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내 앞날에 대한 이야기 등'을 가감없이 목이 아프게 정말 이상한 마법에 걸린 것처럼 술술 풀어냈다.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비밀이 없는 것일까? 비밀을 유지하고 사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그리고 배우고 싶다. 나의 이야기나 나에게 들어온 정보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살고 싶다. '나는 비밀정보 은행'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나에게 들어온 정보를 모두 특정한 비밀일기장에 적어두고 그 안에 쓴 이야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만약 실수로라도 발설을 하게 되면...그 말하고 싶다는 유혹을 멈출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 자신에게 벌칙을 주어야 할 것인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슬픈 일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내 마음이 담긴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하루가 모두 지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은 날마다 좋아졌고, 나는 내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내 글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교양있고 적당히 유머러스하며 적당히 세련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엔 글을 쓰지 못하고 또 글 쓰는 일이 나의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시간낭비' 취급까지 하게 되었다.

작가도 아닌데 글을 써서 뭐하나....

내가 승진하는데는 글쓰는 능력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는데 왜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집에서는 항상 미드만 틀어놓는다. 책을 읽고 싶지가 않고, 책 읽기가 너무나 힘들다. 내가 이렇게 변하기까지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또 어떤 시간들이 또 어떤 사람들이 지나간 것일까?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을 일단은 쓴다.

원고지 10장을 채워나가던 심정으로 일단은 쓴다.

일단 쓰고 보는 것이다.

내년에 어떤 업무를 맡든 어떤 학년을 하든 나는 책을 써서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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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할 일이 없어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6시 20분에 일어나서 호르몬 약을 먹는다. 씬지로이드라는 약인데 갑상선 전절제 수술을 한 뒤로 이 약은 나의 목숨줄과 같다. 음...만약 전쟁이 일어나거나 큰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나는 그 자체보다는 씬지로이드 약을 구할 수 없어서 죽음에 이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매일 먹는 약을 볼 때마다 늘 죽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를 인생 막 살자 혹은 잘 살자 이런 생각보다는 오늘은 살아있을 수 있으니 여튼 또 노력해보자! 이런식으로 의식이 흐른다.

 

아침에 일찍 와서 오늘 해야 할 일을 기자 수첩(길다랗고 줄이 있는 수첩)에 쭉 쓴다. 매직 수첩이다. 이 수첩만 잘 작성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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