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아이의 성적을 확인해보지 않는다. 보고나면 잔소리하고 큰소리 내게 되니 차라리 모르는게 낫다 뭐 이런 마인드. 그런데 녀석이 내 전화기로 지 성적을 확인해보고 (막내는 스마트 폰이 없이 2G 폰만 있다) 그 창을 안 닫은 바람에 내가 성적을 보게 되었고 결국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나서 자기도 양심이 있었던지 내 눈치를 슬슬 보며 쇼파에 앉아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책 중에 하나를 꺼내 읽더라. 그 책이 바로 이것이다. <You're Welcome, Universe>
금새 휘리릭 읽어버리고는 다시 컴앞에 앉아 게임하는 녀석. 혼난 지 얼마되었다고 그새 게임질이냐고 화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 책 어때? 하고 물었다. It was OK란다. 오 OK 야? 그래도 책을 꽤 읽던 중학교 시절. 녀석에게 책이 어때? 하고 물었을때 OK 라고 말하면 엄청난 칭찬이었기에 이거 읽어봐야겠군 하며 읽기 시작했다.
한 중반정도 읽었을때 이게 녀석이 맘에 들어할 책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물어봤다.
너 이거 좋았어?
그냥 OK.
그게 뭐야 좋았던거야? 나빴던거야?
워낙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녀석이라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물어봐서 내린 결론은 말그대로 OK였다.
너무 좋은 작품은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닌.
이 책은 딱 그정도다. 별로인건 아니다. 장점도 있다. 일단 요즘 많이 이야기 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이다. 주인공의 부모는 아니 모모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레즈비언 커플인 엄마 둘인데 엄마 중 한명은 백인, 한명은 인도사람이다. 거기에 뚱뚱한 주인공 친구. 주인공이 그래피티를 그리는데 그 그림들이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도 있다. 청각장애인으로, 사춘기 소녀로 느끼는 고민과 괴로움들을 잘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너무 다양함이 들어있다보니 모든 걸 다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할까? 전에 앤드류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청각장애인들의 문화 (Deaf Culture)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부분들도 충분히 보여지지 못한거 같고. 그리고 어렵게 마음의 문을 열어 친구가 된 YP가 내가 찾던 적(?) 이라니? 읽다보면 그런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어쩐지 그부분은 좀 억지스럽기도 하다.
암튼 not bad, not amazing인 just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