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 때도 그랬지만 이번 한국 대선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기득권층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당이나 사람을 지지하는 건 이기적인 인간으로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왜 없는 사람들이 부자를 위한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지지하지? 왜 동양인이 백인우월주의를 공공연히 내세우는 사람을 지지하지? 

이 책 <바른 마음>의 부제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를 보고 이 책이 나의 질문에 답을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간중간 수긍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맞아. 이런 거 나도 느껴봤어.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지난번에 <기울어진 교육>을 읽을 때도 그랬는데 내가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나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때문일까? 그래도 가장 궁금한 종교와 정치 부분을 읽기 위해 계속 읽었다. 

다 읽고 나서도 난 여전히 모르겠다. 왜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이 다른 걸까?


 종교에 대한 부분도 역시 갸우뚱이다. 종교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공동체를 하나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종교의 핵심이 서로를 한 팀으로 뭉치는 과정을 통해 대업을 추구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게 종교만 할 수 있는 일일까? 종교가 인간을 더 도덕적으로 만든다는 테스트 결과가 정말 맞을까? 멀리 볼 것도 없이 교회 중심으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교민사회를 보면 그게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정치 부분 역시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특히 자유주의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주장은 반대 입장이라 더욱 갸우뚱. 물론 우리가 나랑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배울 점을 배워야 하겠지만 이건 너무 원론적인 거 아닌가? 


내가 보고 싶었던 것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아 맘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마음을 열고 책을 읽었다면 달랐을까? 하지만 맘 편히 이런 책을 읽기에는 상황이 너무 불안하다. 이제 내일이면 선거 결과가 나온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희망과 좌절을 오가고 있다. 제발! 제대로 투표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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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3-09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종교나 의료민영화 부분에서 엇갈리는군요. 저는 나이가들수록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기는 하는데… 가까이 지내려고는 안 해요 복잡한 마음에 사는데 굳이 살면서 나랑 성향이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면서까지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어요. ㅎㅎ 책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이 책 구매해서 읽었으면 실망했을 뻔 했어요!!!

psyche 2022-03-09 16: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나이가 들수록 나랑 생각이 반대인 사람 만나면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미국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적은데 더 적어지네요. ㅜㅜ

그리고 이 책은 중간의 입장에서 설명하는데요. 수긍이 가는 부분도 많긴 했는데 저는 끝까지 그래서 옳음이 다른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더라고요. 제가 부족한 탓일수도 있습니다.

기억의집 2022-03-09 1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참 동양인이 백인우월주의에 … 하는 대목에서 생각난 건데.. 제가 이재명 뽑아 달라고 부탁하는 지인하고 말하다가 자기 주변에는 윤 많이 뽑았다고 해서 좀 그랬어요. 그 지인 주변에는 못 배우고 못 사는 분들이라(학력도 짧고 임대아파트 사셔요 <—- 이런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어요. 이런 생각도요) 유튭에서 윤이 못배우고 못 사는 사람들 사람 취급도 안하는 말이나 장면 볼 수 있는데.. 윤을 뽑았다고 해서. 속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왜 못 사는 사람이 윤을 뽑을까 했는데.. 미국도 동양인이 우월주의 지지하다니요ㅠㅠ

psyche 2022-03-09 16:16   좋아요 1 | URL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이 주로 레드넥 이잖아요. 한국 사람 중에도 특히 교회를 중심으로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 그때 이야기를 하면 속이 답답해져서....ㅜㅜ

mini74 2022-03-09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이었나 동양인을 바나나에 비유하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노랗지만 속으론 자신들이 하얀줄 안다고. ㅠㅠ 바른 마음이 아니라 갸우뚱 마음인가요 ㅎㅎ 저도 마음이 ㅠㅠ 간절합니다 ㅠ

psyche 2022-03-09 16:23   좋아요 1 | URL
동양인을 바나나라고 비하하는 거에요. 인종차별은 미국에서 정말 해결하기 힘든 일인 거 같아요. 더군다나 트럼프 때문에 다시 몇십 년이 뒤로 갔으니... 우리 나라는 그러면 안되는데.. 안 그렇겠죠?
 














작년에 이어 올해도 뉴베리상에서는 다른 문화의 옛이야기와 '이야기의 힘'에 대한 책이 메달을 받았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출판 관련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의 힘'에 대한 책이라 그런 거 같은데 내가 뭔가 빠뜨리고 읽는지 모르겠지만 작년 책도, 올해 책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작년 수상작인 <When You Trap a Tiger>한국에서도 번역되어 좋은 평을 받았지만 나는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 옛이야기가 잘 어우러지지 않고 현재 상황과 호랑이 이야기가 겉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올해 수상작은 내가 좋아하는 SF장르라 기대가 컸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When You Trap a Tiger>에 비하면 옛이야기가 상황과 잘 어우러지고 주제나 소재도 흥미롭고 좋았는데 뭐랄까 타겟 연령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너무 두껍고 주제가 무거운데 청소년용이라고 하기에는 전반적으로 어설프다. 작가가 SF를 많이 안 읽어봤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년 뉴베리 책 중 아너를 받았던 <Fighting Words>가 더 좋았는데 올해도 그러려나. 다른 아너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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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23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시켓님은 칼데콧과 뉴베리 챙기시네요. 저도 한때는 열심히 챙겼는데… 뉴베리는 확실히 청소년 대상이라 책 두께가 두꺼우면… 그나마 요즘같이 책 안 읽는 세대들 타겟층 하려면 염두는 해야할 것 같아요!!!

psyche 2022-02-24 02:54   좋아요 2 | URL
저는 청소년 책에 관심이 많기는 하지만 상 받은 책을 꼭 챙겨 읽지는 않는데요. 작년에는 한국계 작가가 상 받았다고 해서 읽어보았고 올해는 SF에 멕시코 전례동화를 사용했다고 해서 읽어봤던 거에요. 뉴베리 상 받은 걸 보니 요즘 트렌드가 어떤 건지 대충 감이 잡히기는 하네요.

scott 2022-02-23 1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뉴베리상 수상작들이
예전 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쉬케님이 언급 해주시는 수상작 이외의 작품들
아너상등등
챙겨 읽게 되네요 ^^

psyche 2022-02-24 02:56   좋아요 2 | URL
어떻게 이 책이 뉴베리를? 싶은 책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들도 많았는데 작년 올해 전 별로였네요.
근데 굿리즈 같은 곳에서 평을 보면 칭찬이 자자해서 제가 뭘 놓치고 있나 싶기도 해요.
 















한 커플이 살해당하고 어린 딸만 남겨졌다.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 하자 백인 아버지가 흑인 아버지에게 우리가 직접 범인을 잡자고 한다. 두 아버지 모두 전과자. 흑인 아버지는 범죄에서 완전히 손을 씻고 성실하게 자기 사업을 하고 있기에 거절한다. 아들이 남긴 딸을 잘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아들의 묘지가 훼손된 사건이 벌어지자 분노에 찬 아버지들은 복수를 다짐하며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 이후 일어나는 사건들, 배후에 숨어있는 진짜 범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스릴러의 공식대로 진행된다. 너무 예상대로라 살짝 당황했을 정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혼자서 몇십 명을 가뿐히 처리하는 신체적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이 나오고 폭력과 피가 난무한다. 중간 중간 구멍들이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들도 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나쁘지 않은 스릴러 정도?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스릴러 부분이 아니다.

살해당한 커플은 흑백의 게이 커플이다. 두 아버지는 아들이 결혼하여 아이까지 가졌는데도 아들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내고 아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들이 죽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사실들.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닌데 왜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었는지 면도날 같은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거기에 별 생각없이 농담이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곤 하는 백인 아버지도 점차 그게 왜 잘못되었는지 배우고 고쳐나간다.


어찌 보면 스릴러의 탈을 쓴, 다 큰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아집을 깨기는 정말 어렵다. 이 아버지들처럼 자기의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정도의 사건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까? 그들의 뒤늦은 후회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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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10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인종 문제를 어느 정도는 다룰 것 같은데요. 한 편으로는 아들이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있으면 받아들이기가 힘들지 싶어요. 아들이 이혼하고 애인을 선택한 거잖아요. 여자 입장에서는 화 날 것 같은. 어느 날 남편이 나 다른 사람 생겼어, 이혼 해줘!! 이런 말도 충격인데.. 상대가 남자라면.. 넘 감정이입해서 썼나요!!!

다락방 2022-02-10 11:54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엔 입양이나 대리모를 통한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가급적 입양이길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02-10 12:0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차라리 입양이면 맘이 덜 아프겠어요!!! 남자 너무해!!!

psyche 2022-02-10 14:04   좋아요 1 | URL
앗 제가 헷갈리게 썼나요?
둘은 처음부터 연인이었고 결혼해서 대리모로 딸을 낳았습니다.
부부라고 쓰면 남자 여자 커플을 생각할 거 같아서 부부라는 말을 안 쓴 건데...

아버지들 둘 다 아들이 게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그런 모습이 보일 때는 때리거나 화내고 나중에 아들들이 커서 커밍 아웃 한 것도 무시하고 화내고 그랬죠.

psyche 2022-02-10 14:05   좋아요 1 | URL
다락방 님과 기억의집 님의 바람과는 반대로 대리모였습니다.

mini74 2022-02-10 1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데 번역본이 없네요 ㅠㅠ 검은 황무지 한 권 번역되어 있군요. 스티븐 킹의 극찬이라 ~ 일단 검은 황무지라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프쉬케님 엠군 이제 쌩쌩한가요 ~~

psyche 2022-02-10 14:07   좋아요 2 | URL
음.... 스릴러로 본다면 사실 평이한 정도입니다. 제가 스릴러에는 좀 까탈스러워서 구멍이 있거나 앞이 뻔히 보이는 상황을 무척 거슬러 하기 때문에요. 그런 부분이 좀 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건 좋았어요. 그래서 책에 대한 평가가 좀 올라갔죠, ㅎ

엠군은 격리 해제 후 연락이 없으셔서.... 엄마의 톡에 가끔 busy 라고만 남기시는 걸 보니 쌩쌩한 거 같네요.

기억의집 2022-02-10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킹옹 서평 너무 남발해서 … ㅎㅎ 미스터리 소설보면 킹옹이 다 좋다고 써 있더라구요!!!

psyche 2022-02-10 14:09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스티븐 킹이 칭찬했다는 부분은 거릅니다.
본인은 그렇게 글을 잘 쓰면서 남의 글에는 한없이 관대하신지 막 다 좋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라로 2022-02-10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면도날 눈물이라니,, 제목이 참 거시기,,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저는 요즘 주위에서 동성커플을 너무 많이 보게 되어 그런가 이런 이야기가 생경해요. 하지만, 최근에 읽고 있는 올리버 색스의 <온 더 무브>를 보니까 면도날 눈물,,,이 이해가 가요,, 평생 그에게 남은 엄마의 행동과 말이 남긴 트라우마는 분명 면도날로 찟기는 것보다 더 큰 아픔이었겠다고...

psyche 2022-02-11 03:29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배경이 버지니아 남쪽이라 아직도 보수적인 거 같더라고요. 아들이 죽어 이제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아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고통이 면도날로 베는 아픔보다 더 하지 않을까 싶네요.

희선 2022-02-12 0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늦지 않게 알면 좋을 텐데, 사람은 어리석어서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희선

psyche 2022-02-12 08:00   좋아요 1 | URL
희선님 말씀이 맞아요. 인간이 어리석어서 항상 늦은 다음에 깨닫고 후회하죠. ㅜㅜ
 












1800년대 후반 많은 흑인이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피해 오클라호마의 털사로 이주했다. 1900년대 초 석유 관련 사업으로 그 일대의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자 성공한 흑인 중산층들이 많이 늘어났다. 털사의 그린우드 지역은  블랙 월 스트리트라고 불렸는데 많은 비즈니스와 고급 상점들이 즐비하고 경기는 활황이었고 의사, 변호사, 성공한 사업가 등 흑인 부자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1921년 5월 30일 엘리베이터 안에서 19세의 흑인 소년 딕 로랜드가 엘리베이터 걸인 17세 백인 소녀 새라 페이지의 발을 밟았거나 넘어지자 새라 페이지가 비명을 지르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딕 로랜드는 다음날 백인 소녀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혔고, 백인 신문은 우리가 그 소년을 '잡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딕 로랜드를 보호하려는 흑인과 보복하려는 백인이 감옥 앞에서 충돌, 2명의 흑인과 10명의 백인이 사망한다. 


셰리프가 로랜드를 내놓는 걸 거부하자 분노한 백인 폭도들은 흑인들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그린우드 지역으로 몰려가 약탈, 방화, 살인은 자행한다. 경찰은 이 학살을 방치했을 뿐 아니라 폭도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일로 300여 명의 흑인이 살해되었고 수백 명이 부상 당했으며 블랙 월 스트리트에 있던 200여 개의 비즈니스 건물과 1,250 채의 집이 모두 잿더미가 돼 8,000 여명이 홈리스가 되었다. 당시 언론은 이 사건을 흑인과 백인의 무장 충돌이라고 보도 했고 오클라호마 대 배심원은 이 충돌의 원인을 로랜드를 보호하려 무장을 하고 간 흑인 탓으로 돌리며 백인에게 아무 죄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폭동이라 불렸기에 집과 비즈니스를 잃은 흑인들은 보험회사로 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었고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이들은 지역을 떠났다.


사건 발생 후 75년이 지나서야 이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인종 폭동이 아니라 인종 학살이라 명명되었다.


이번 칼데콧 아너와 코레타 스콧 상을 받은 <Unspeakable: The Tulsa Race Massacre>는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다. 털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은 작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인종학살 100주년으로 그곳에 방문한다는 뉴스에서 얼핏 들은 것 뿐이었는데 이 그림책을 읽고 그 끔찍한 비극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옆에 있던 딸에게 고등학교 때 AP US History (AP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는 걸 말한다. 굳이 AP 수업인 걸 쓴 이유는 그래도 제대로 된 수업이리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 수업 시간에 이 사건에 대해 배웠냐고 물었다. 짧게 한 줄 정도로 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그것도 나름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에서, 대충 넘어간다니?? 


이 그림책의 그림을 그린 Floyd Cooper의 할아버지는 털사 인종 학살의 생존자로 당시 이야기를 해 주곤 하셨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Floyd Cooper도 작년에 암으로 세상을 떴지만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고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Watercress>의 작가 Andrea Wang의 말을 되새겨본다. 

TELL YOU STORIES.


나가기 전에 쓰려고 급히 쓰고 나갔다 와서 보니 이런 실수가! 다시 씁니다.

TELL YOUR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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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04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역사가 묻히는 거 안타까워요. 저는 오키나와 갔을 때 태평양 전몰 기념관 가서 많은 우리 나라 청년들이 태평양에서 죽었다는 것을 처음 알었습니다. 역사책에는 강제로 청년들이 끌려갔다고 써 있을 뿐 그 이상 서술이 없어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살 가서 보니 저렇게 많은 청년들이꽃도 못 피우고 죽었구나, 눈물 났어요!!!!

사라 파레츠키의 침묵의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것 읽었는데… 와우 진짜 미국의 백인들 인종차별 엄청 났더라구요. 60년대 묘사하는데… 지금의 시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던데요!!!

psyche 2022-02-04 13:22   좋아요 0 | URL
아직까지도 인종 차별이 심하죠. 백인들의 인종 차별은 물론이지만 미국에 사는 한인들 중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한인들의 싸이트에 올라온 글을 읽다보면 자기가 백인이 아니고 얼굴이 노란 동양인이라는 걸 잊어버렸나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흑인도 아시안도 사실 다 같은 마이너리티로 서로 손을 잡아야 하는데 아이고... 정말 답답합니다.

라로 2022-02-04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간호대에 와서 제대로 배웟어요. 하지만 이 주제로 연구하진 않고 다른 걸 선택했는데 그건 얍삽하게 아는 내용을 해서 시간을 벌자는 목적도 있었지만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못 하겠더라구요. 그런데 그림책으로 나왔다니,, 다양한 방법으로 TELL YOUR STORIES!

psyche 2022-02-05 01:27   좋아요 0 | URL
이 사건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고 화가 났어요.
그래도 이렇게 그림책으로 나와서 상도 받고 그랬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쓱 지나가는 것보다 그림책으로 책으로 읽는게 더 남을 수도 있겠죠?
네, 저도 올해부터는 나의 이야기를 많이 해보려고요. 딱히 대단한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도 나름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 다짐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페크pek0501 2022-02-06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님의 답글에 대해서 : 그 다짐이 잘 지켜지기를 응원합니다!!!

아무리 평범할지라도 개인이 겪는 삶에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 많지요. 그것을 찾아내고 쓰면서 생각하는 일. 이 또한 의미 있어요. 응원합니다!!!

psyche 2022-02-06 15:55   좋아요 1 | URL
패크님이 이렇게 응원하시니... 자꾸 게으름 피지 말고 노력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굿리즈를 훑어보다가 눈에 띄는 그림책 몇 권을 도서관에 예약했다.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며칠 전 뉴베리, 칼데콧 상을 받을 책이 아닌가! (내가 무슨 책을, 왜 예약해두었는지도 다 까먹었음)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뉴베리 상은 그 해의 우수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시, 논픽션에 주는 상이고 칼데콧 상은 그림책에 주는 상이다. 이 책 Watercress의 글을 쓴 Andrea Wang은 뉴베리 아너를, 그림을 그린 Jason Chin은 칼데콧 메달을 받았다. 


이 그림책을 읽고 많이들 영화 <미나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미나리 대신 watercress(물냉이)를 대신 사용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 역시 영화 <미나리>와 비슷하다. 나는 미국에서도 동양인이 많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에 쭉 살고 있어 백인들 동네에 사는 동양인의 삶을 완벽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삶이 어떨지 알 거 같다. 나에게는 너무 감동적이었던 <미나리>가 한국에서는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던 것처럼 이 책도 심심하다는 평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에게 있어 음식보다 추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또 있을까? 

이 가족은 함께 물냉이를 먹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간다.



책도 좋았지만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다.


This story is about the power of memory. Not just the beautiful memories, like the ones my mother and father had about eating watercress in China, but also the difficult ones, the memories that are sometimes too painful to share. It starts with my own distressing memory of being made to pick watercress that was growing wild by the side of the road. As the child of Chinese immigrants, growing up in a small, mostly white town in Ohio, I was very aware of how different my family and I were from everyone else. It's hard to feel like you don't belong, and collecting food from a muddy roadside ditch just made that bad feeling more intense for me-something my very practical parents didn't understand.

When I was young, my parents didn't talk about their memories of China, of growing up poor, losing siblings, and surviving war. I don't blame them—these are difficult topics to discuss with children. But it's important, too, for children to understand their family history. Perhaps if I had known about the hardships they had faced, I would have been more compassionate as a child. Maybe I would have felt more empathy and less anger. More pride in my heritage and less shame. Memories have the power to inform, to inspire, and to heal.

This story is both an apology and a love letter to my parents. It's also an encouragement to all children who feel different and to families with difficult pasts-share your memories. Tell your stories. They are essential.-A. W.


내가 대충 번역을 해봤다. 문장을 다듬거나 꼼꼼히 살피지 않아서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기억의 힘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이 중국에서 물냉이를 먹은 것 같은 아름다운 기억뿐 아니라 너무 고통스러워서 나눌 수 없는 기억들까지도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길가에 야생으로 자란 물냉이를 따야 했던 나의 괴로운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백인이 대부분인 오하이오의 작은 마을에서 중국인 이민자의 아이로 자라면서 저는 저와 가족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곳에 속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정말 힘들었어요. 거기에 길가 진흙투성이 도랑에서 먹을 것을 모은다는 건 그 느낌을 더 악화시켰죠. 매우 현실적인 나의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어릴 때 우리 부모님은 중국에서의 기억, 가난하게 자랐던 것, 형제자매를 잃은 일, 전쟁에서 살아남은 기억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요, 나는 부모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런 주제들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만약 부모님들이 직면했던 어려움에 대해 알았다면 어릴 때 나는 좀 더 동정적이었을 거에요. 아마 더 공감하고 화는 덜 냈겠지요. 자신의 혈통에 대해 더 자랑스러워하고 덜 창피해했겠죠. 기억은 알려주고, 영감을 주며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의 부모님께 보내는 사과이며 사랑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또한 내가 다르다고 느끼는 모든 어린이와 힘든 과거를 보낸 모든 가족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라는 격려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건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 동양계 미국인들이 입을 열어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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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02-02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Tell your stories. 이것 정말, 밑줄 세 번 긋고 형광펜도 칠하고 옆에 느낌표도 !! 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모두가 자기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쓰기에 바치는 1년 살기.

길가 진흙 도랑에서 watercress 따기. 부모님은 이해 못한 나의 괴로움. ㅎㅎㅎㅎㅎ 이거 바로 이해되고 바로 제 얘기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새삼, 역시 우리는 자기 얘기를 하면 된다..... 하게 되기도 하고요.

psyche 2022-02-02 15:03   좋아요 3 | URL
Tell your story! 가 바로 저에게도 해당된다는 생각을 못했네요.
몰리님 말씀대로 나의 이야기를 써보는 한 해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꼭 올 한해 뿐 아니라 앞으로 죽 해보는 평생의 프로젝트가 되어도 좋겠다 싶네요.
좋은 아이디어 정말 감사합니다. 몰리님!

scott 2022-02-02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모를 향한 러브 레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진흙 도랑에서만 자라는 물냉이 처럼
고향 땅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음식에 대한 사랑과 추억으로,,,

psyche 2022-02-02 15:13   좋아요 2 | URL
고향하면 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저만이 아니겠죠?
명절 때 명절 음식을 먹으면 한국이 더 그립더라고요.
scott 님 설 잘 보내셨어요? 맛있는 설 음식 많이 드셨나요?

mini74 2022-02-02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가족이 갖는 기억 중엔 함께 자주 먹던 음식의 맛인거 같아요.작가의 말이 뭉클하네요

psyche 2022-02-02 15:14   좋아요 3 | URL
음식과 연결된 기억들이 많고 또 오래 남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자라니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 아쉬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기억의집 2022-02-02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찬일 쉐프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라는 책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가족 이나 친구등 공유할 수 있는 게 음식 아닌가 싶습니다!!!

psyche 2022-02-03 04:52   좋아요 2 | URL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정말 맞는 말이네요.
음식으로 떠오르는 추억이 정말 많아요. 더군다나 외국에 살다보니 음식과 더불어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 한 거 같아요

라로 2022-02-03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는 예전에 읽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미나리 생각했어요. 저도 그 영화 정말 좋았거든요. 이 책 우리 해든이를 위해서 찾아봐야겠어요.

psyche 2022-02-04 03:24   좋아요 0 | URL
저희 가족도 다 너무 좋아했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은 좀 시쿤둥 하더라고요. 해든이는 아직도 책을 읽죠? 아이 예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