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Grace는 아기를 낳고 바로 입양을 보낸다. 아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고 잘 키울 만한 부모를 고심해서 골랐지만 자신의 선택이 맞았는지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다가 본인의 생모를 찾기로 마음 먹는다. 생모의 소식은 알 수 없지만 자기에게 이부형제가 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오빠와 여동생을 만나게 된다.


 고등학생의 임신, 입양, 알콜 중독, 포스터 케어 시스템 (Foster care system)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적당히 잘 버무려 놓았다.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건드려주고. 읽으면서 내내 안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결말은 행복하게 되어 다행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렇지 않겠지. 아기때부터 입양되어 자란 Grace 와 입양된 후 동생이 태어난 Maya의 양부모님들. 양 쪽 다 완벽한 인간은 아닐지라도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시스템에서 여러 포스터 홈을 전전한 Joaquin도 결국 그를 진정으로 아끼는 양부모를 만나게 되었으니 어쩌면 너무 'happily ever after' 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책에서라도 행복하게 끝나주기를. 그래서 내가 어린이 소설이나 영어덜트 소설을 좋아하나보다. 어둡고 슬픈 이야기도 진짜 바닥까지는 치지 않고 안전망을 쳐주거든.


간만에 서재에 글을 쓰려다보니 전에 쓰다 말고 둔 이 리뷰가 있어 대충 마무리하고 올림. 생각이 잘 안나서 머리 쥐어뜯었네. 매번 책 읽을 때마다 짧게라도 리뷰 남기시는 알라디너님들 진심 리스펙


아 뭐 쓰려다가 말았었는지 생각났다. 그레이스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후 남자친구와 그 부모의 행동은 몇 십 년전 책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 똑같았다. 창창한 내 아들 앞길 막을 일 있냐면서 난리치는 남자의 아빠. 아이낳고 나서 인생이 더 꼬이는 건 여자 아니던가? 거기에 그레이스가 아기를 낳느라 진통하는 동안 아기아빠는 홈커밍 인가 프롬인가 (그새 까먹음)에서 킹이 된다. 이렇게 고등학생이 임신을 하면 여자에게는 수치가 되지만 남자는 자랑거리가 된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아직 여전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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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2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운튼 애비에서도 그렇잖아요. 그 메이드. 임신하고 쫓겨나고. 결국 애만 뺐기고. 그거 보면서 너무 화나더라고요. 하지만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 심각한 게 현실이 아닌가요!ㅠㅠ
어이없다. 그레이스는 출산 하는데 그 남자라는 애는 홈커밍인지 프람을 간다니!! 아 열뻗쳐 ㅠㅠ

psyche 2018-06-21 11:35   좋아요 0 | URL
그 메이드 생각나요. 근데 그건 그래도 배경이 옛날이잖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는 게 화나고 슬펐어요.
저 책에서 그레이스가 아기 낳고 학교로 돌아왔는데 전남친의 친구가 괴롭히거든요. 그런데 전남친은 말리지도 않아요. 진짜 막 때려주고 싶었다는.

북극곰 2018-06-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야기군요. 표지만 열심히 보고 그냥 지나쳤던 책, 님이 리뷰해주시니 너무 좋아요. ㅋ
전남친 한대 패주고 싶긴 하네요!

psyche 2018-06-21 23:02   좋아요 0 | URL
진짜 전남친과 그 친구는 막 때려주고 싶더라구요. 물론 책에서 그 친구를 한대 치기는 하지만서도...전남친은 정말!!!
 









이런 그림책 좋다. 별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사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나눌 이야기거리가 많은 그런 책.


300년전, 200년전, 100년전 그리고 현재. 같은 디저트를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만든다. 조리도구와 냉장기구의 변천사 뿐 아니라 재료를 구하는 방법, 집, 식사하는 모습, 옷차림 등을 비교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거기에 과거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슬쩍 넣어 아이들이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아빠와 아들이 디저트를 만들고 다양한 인종이 함께 모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희망을 보여줘서 좋다. 


근데 도대체 Blackberry Fool 은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한데 우리집도 아들이랑 아빠랑 만들어보라고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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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re 시즌1을 보고 얼마되지 않아 Long Way Down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가 떠올랐었다. 아까 Long Way Down에 대해서 쓰면서 이 것도 덧붙여야지 했는데 까먹어서 이렇게 따로.


The Wire는 미국 드라마 중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으로,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경찰과 마약조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리얼리즘. 연출, 촬영, 각본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까지 준다. 시즌 1은 경찰과 마약조직을 다루었지만 시즌이 더해갈 수록 다루는 주제도 점점 넓어진다고 하며, 많은 명문대학에서 이 시리즈를 가지고 하는 사회학 수업이 있을 정도로 깊이가 깊다.


어떤 분이 이 드라마와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은 글이 있다. 가서 읽어보면 어떤 드라마인지 알게 되실듯

여기도 드라마에 대한 소개가 잘 되어있다.

이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뽑히는, 거의 4분에 이르는 동안 Fxxx로만 대사를 하는 부분이 있다. 보고싶은 분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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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의 형 션은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울지 말고, 밀고하지 말고, 복수하라는 세가지 규칙에 따라 형 방에서 총을 찾아 들고 나선 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매층마다 엘리베이터는 서고, 윌은 죽은 이들을 만난다. 복수로 인해 이어지는 비극의 악순환. 윌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시로 씌여진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다. 하아... 하면서 가슴아프게 읽어내려가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의 한문장은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엔딩이 될 거 같다. 강추.



I WOKE UP


in the morning

and tried to remember

if I dreamed about

anything


I don't think I did

so I pretended that

I dreamed about

Shawn


It made me feel better

about going to sleep

the night he was 

murdered



AND YOU KNOW

it’s weird to know
a person you don’t know

and at the same time

not know
a person you know,

you know?




* 요즘 눈에 종종 띄는 이 작가 Jason Reynolds. 처음 읽어 본 이 작품에 푹 빠져서 그의 작품을 두 권 더 읽었다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있고 재미있게 잘 쓴다. 계속 읽어봐야지.


* 책을 다 읽고 우와! 하면서 아들녀석에게 읽어보라고 던져주었다. 물론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 회유반 강제반으로 떠밀려 겨우 읽은 녀석 다 읽고나서 한마디 I don't like it 어떤 점이 맘에 안 들었는지 뭐 그런거에 대해서는 물어도 대답없다. 아... 책읽고 나서 책에 대해 수다 떠는거, 좋아서 흥분하고 후졌다고 욕하고 그러는 거 이제는 정말 이룰 수 없는 꿈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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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5-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마지막 문장이 쿵....!! 여운이 무척 길었던 작품이었어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잘 읽히게 잘 쓰죠? 저도 이 작가 조아라합니다! 한국에서도 곧 번역되어 나올 것 같아요. 속이 쓰린 사연이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ㅋ

psyche 2018-05-10 11:13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좋더라구요. 전에 북극곰님이 말씀하신 Ghost랑 그 시리즈 Patina 도 읽었어요. 작가 맘에 들어요.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구요.
이 책 좋은 데 번역은 어떻게 했으려나요. 시로 되어있어서 번역이 쉽지 않았을거 같아요. 속이 쓰리다고 하시는 거보니 혹시 북극곰님이 하려고 하셨었나요?
 


아놔 진짜. 도대체 할아버지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의 죽음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건지, 또 할아버지 방에서 밝혀질 충격적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저녁도 아이들은 대충 시판소스를 이용한 파스타로 어른들은 라면으로 휘리릭 먹고 설거지도 쌓아놓은 채 계속 읽었다. 우쒸 그게 주인공이 충격은 받을 수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할 만한 일인가?? 워낙 떡밥던지고 끄는 이야기 안 좋아하지만 이 책은 리뷰도 워낙 좋고 (물론 리뷰에 속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상 받은 금딱지 까지 붙어있는데!!!!! 지루하지만, 주인공이 맘에 안 들었지만, 읽으면서 계속 의심하면서 그래도 뭔가 꽝 한대 맞는 듯한 충격과 감동이 있는 걸꺼야. 다들 칭찬하잖아 하면서 계속 읽었는데 그렇다 진짜 뒤통수 한대 맞았다. 거기에 그후로 행복했습니다 류의 결말까지 아주 세트로 헐

이 책을 LGBT 책이라고 하기도 하던데 그건 아니지. 중간에 그런 장면만 나오면 다 퀴어인가. They deserve better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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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5-1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퀴어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여성 인물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여성소설, 페미니즘 소설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어요.. ^^;;

psyche 2018-05-10 09:11   좋아요 0 | URL
주인공이랑 베스트 프렌드가 성적인 관계를 갖는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분위기를 암시하는 대목들도 있구요. 그런데 베프는 나중에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는 걸로 봐서 바이인거 같고. 뭐 암튼 주인공이 레즈비언인듯 한데 단지 그것만 가지고 LGBT 책이라고 한다면 말씀하신대로 여성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거랑 마찬가지일듯요

북극곰 2018-05-1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저 황금딱지도 크게 신뢰할만한 건 아니군요. =.=; 저런 금딱지보다는 평소에 읽어둔 이웃님들의 리뷰가 훨씬 더 신뢰할 만하더라는요.

psyche 2018-05-10 11:1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나랑 코드가 맞는 이웃님들의 리뷰가 훨씬 신뢰할만하죠. 그런데 영어책은 리뷰가 별로 없어서요. 이런 낭패가 종종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