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미국 대학가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반전 시위가 한창이었다. 1969년 베트남에서의 단계적 철수를 발표했던 미국은 1970년 베트콩을 소탕하고 베트남전을 끝낸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캄보디아를 침공했다. 4월 30일 밤 당시 대통령이던 닉슨이 텔레비전에서 이 사실을 발표하자 반전 시위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5월 1일 금요일. 오하이오에 있는 켄트 주립대학에서도 반전 시위가 벌어졌는데 흥분한 시위대는 켄트 시내에서 돌과 유리병을 던져 경찰차뿐 아니라 시내 상점들과 자동차에도 피해를 줬다.


5월 2일 토요일. 켄트 시장은 학교 내에 극렬 좌파가 총기류를 숨기고 있다, 공산 혁명을 꿈꾸는 게릴라들이 시위대에 숨어 들어가 있다는 등의 사실이 아닌 루머를 보고받고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를 보내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당시 주지사였던 Jim Rhodes는 군사를 동원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강경파였고, 다음 임기 주지사 선거에서 패하여 상원의원 출마를 노리고 있었는데 경선 상대방에게 많이 밀리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그는 주저 없이 주 방위군을 보낸다. 시위대는 전쟁의 상징(?)같은 ROTC 건물에 불을 질렀고 불을 끄러 온 소방관들을 방해한다. 소방관들은 철수하자 경찰이 진입해 최루가스를 쏘기 시작했고 그때 불이 꺼진 듯 보였던 ROTC 건물이 다시 불타기 시작하자(불이 다시 나게 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대가 냈던 불이 덜 꺼진 걸 수도 있지만 주 방위군이 학교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냈다는 말도 있다) 주변에 미리 와 있던 주 방위군은 학교 안으로 진입 최루가스와 총검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킨다.


5월 3일 일요일. 학교 안에 주둔한 주 방위군은 헬기로 최루가스를 뿌리고 최루탄을 쏘고 총검을 휘두르며 시위를 진압한다.


5월 4일 월요일. 시위대와 수업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뒤섞인 가운데 군인들은 시위대의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탄을 쏘았고 시위대는 돌을 던져 대항했다. 그러다가 군인들은 언덕 위로 물러나는 듯 보였지만 갑자기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도 누가, 왜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13초 동안 67발의 총알이 발사되어 4명의 학생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총을 쏜 G 분대 군인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이 시위대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망자나 부상자의 대부분은 뒤에서 총을 맞았고, 사망자 4명 중 2명은 시위대가 아니라 지나가던 학생이었다.



(이 사진은 당시 켄트 대학 학생이었던 John Paul Filo가 찍은 것으로 후에 퓰리처상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미국의 만화나 그래픽 노블은 글자가 모두 대문자로 쓰여 있어서 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많은데 얼굴이 서로 구별되지 않아서 앞 페이지를 계속 들춰보다가 결국 종이에 xx- 검은 단발, aa- 앞머리 이런 식으로 쓰고 c와 d는 애인 사이 이렇게 서로의 관계를 메모하고야 읽을 수 있었다. (안면인식장애와 건망증이 합쳐진 나)


사실 이런 외적인 건 별거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더 힘들었다.

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죽는다는 게 너무 슬펐고 그래픽 노블이라 그림으로 직접 보여주니 더 가슴 아팠다. 원래 시위를 하지 않았던 제프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시위에 나가기 전에 엄마한테 전화하여 오늘 데모하러 가는데 체포될 수도 있지만 걱정말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이 책의 대부분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읽는 내내 최루탄으로 가득 찼던 80년대 나의 대학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시위의 강경 진압과 최루탄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직격탄이었는데 얘네들은 헬기로 막 뿌린다.) 시위대를 빨갱이의 사주를 받았다고 몰아붙이는 것, 프락치를 통해 시위대의 내부 정보를 모으고 그 안에 들어가서 조직을 이간질 해 와해시키는 것, 작전을 짜서 누명을 씌우는 것, 불순분자들이 시위대에 들어가 있다는등의 루머를 퍼뜨리는 것 등등


나를 더 경악하게 했던 것은 이 사건 이후의 일이다.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는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켄트 주립 대학 학생들은 군인 총에 죽고 부상당했는데도 오히려 시민들은 학생들의 탓이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고 (불순분자, 빨갱이 이런 것이 먹혔던 걸까) 죽은 학생의 부모와 부상자에게 증오와 저주의 편지가 쏟아졌다. 


군인이 무장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발포하여(그것도 그냥 총이 아니고 전쟁에서 사용하는  총)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믿어지질 않았다. 주지사는 다음번 선거에서 이겨 두 번이나 임기를 더 했으며, 그때 발포되었던 총을 수거하여 조사해야 하지만 총은 사라지거나 바꿔치기 되어 누가 쏜 총이 사망자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G 분대 소속 군인들 역시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너무 충격적이라 아이들에게 이 사건을 아는지 물어봤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은 큰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N양과 M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미국은 역사가 짧아 내용도 별로 없는 주제에 이런 것도 가르치지 않는단 말이야? 켄트 주립대 사건 이후 50년이 났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은 가식일 뿐이고 트럼프 이후 드러난 미국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1-04-13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져요.
저는 모르는 작가이지만 이름과 성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은 상상을 해보게 되네요.
마지막 두줄 쓰신 내용은 저도 요즘 하는 생각이네요 에효...

psyche 2021-04-13 14:53   좋아요 1 | URL
그래픽 노블의 그림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내용은 좋았어요.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생각할 것도 많았고요. 저는 몰랐었는데 작가가 무척 유명한 만화가더라고요. 본명은 John Backderf. 작가의 대표작인 My Friend Dahmer도 한번 읽어보려고요.
미국의 요즘은 정말... ㅠㅠ

han22598 2021-04-18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서 바로 도서관에서 대출했어요 ^^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psyche 2021-04-20 02:28   좋아요 1 | URL
저는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어요. han 님도 맘에 드시면 좋겟네요.
 


제가 번역한 책이 나왔습니다. 아직 서점에 나오지는 않았는데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해요. 관심 있으신 분은 인스타그램에 가서 신청하세요. (@bomgaeulbook)

책 이야기는 서점에 책이 나온 다음에 할게요.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그럼 모두 인스타그램으로 출발!

--------------------------------------

#서평단모집 (인스타그램)

*청소년문학의 봄 02*

<은밀하고 위험한 엄마 구출 작전>

맬컴 더피 글 | 조수연 옮김

출간 기념 서평단 모집합니다.(5명)

#장벽넘어단하나의길 에 이은 두번째 청소년 소설입니다.

1. 봄개울 팔로우 및 게시물 좋아요!

2.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게시물 댓글로 달아주세요!(4월 2일까지)

3. 같이 참여하고 싶은 분께 홍보해주시면 더 감사드립니다.

————————————————————

홀로 나를 키우는 엄마는 예비 남편인 캘럼 아저씨의 폭력에 속수무책이다.

멍 들고, 피 나고, 상처를 입어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받아들인다.

나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친아빠를 찾아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빠.

이름도, 사는 곳도, 직업도 모른다.

하지만 폭력으로부터 엄마를 구하기 위해 은밀하고 위험한 작전을 시작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엄마를 구하고, 가족의 참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셰필드 어린이도서상 수상
★레드브릿지 어린이도서상 수상
글 맬컴 더피

옮김 조수연

출간일 2021년 4월 5일

페이지 292쪽

대상독자 청소년

주제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가족의의미




댓글(3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21-03-31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축하드려요. 번역가셨군요. 몰랐는데... 멋있어라!!!!
알라딘에는 왜 이렇게 멋진 분들이 많은걸까요? ^^

psyche 2021-03-31 14: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번이 두번째인 햇병아리 번역가에요.
알라딘에 멋진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아직 거기에 끼기에는 좀 많이 부족하네요. ㅎㅎ

유부만두 2021-03-31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출발~~!!!!!! 언니 축하 축하!!!!!

psyche 2021-03-31 14:51   좋아요 1 | URL
땡큐 땡큐! ㅎㅎㅎ

얄라알라 2021-03-31 15: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막연히 감지는 하지만, 정말 알라디너에는 언어를 다루시는 데 탁월하는 분들이 많으신 거 같아요. 알라딘이야 말로 별들의 성지. 축하드립니다!!!!^^

psyche 2021-03-31 23:4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정말 대단하신 분들 많죠. 저는 그 분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부족해요. 하지만 좋은 책 어린이, 청소년에게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합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3-31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랜선 역자 미팅 하셔야 합니다. ٩(๑♡ڡ♡ ๑)۶이책 대박 나길 바래요 ^0^

psyche 2021-03-31 23:48   좋아요 1 | URL
랜선 미팅 ㅋㅋㅋㅋ 그런 건 제가 책을 한 백권정도 번역한 후에 하는 걸요. ㅎ
덕담 감사합니다 scott님

그레이스 2021-03-31 15: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psyche 2021-03-31 23: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mini74 2021-03-31 18: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번역가님 !! 번역한 책들이 사랑을 많이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

psyche 2021-03-31 23:49   좋아요 2 | URL
좋은 책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mini74님 감사해요~

stella.K 2021-03-31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이어 또 나온 건가요?
수고하셨네요.
저는 인스타엔 계정이 없는지라 그냥 축하만 드리고 갑니다.
그래도 재밌고 좋은 책 같습니다. 대박나시기 바랍니다.^^

psyche 2021-03-31 23:50   좋아요 1 | URL
네 이번이 두번째에요. 대박은 아니어도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스텔라님~

서니데이 2021-03-31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 축하드립니다.
번역하신 책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psyche 2021-03-31 23:5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네요

붕붕툐툐 2021-03-31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눈 비비고 다시 봤네요~ 고수님들의 조언을 구하시더니 다 함정이었어~ 자기는 막 책 번역하면서!!ㅎㅎㅎ
넘넘 고생하셨고, 장말 잘되길 기원합니다!! 특히 번역이 너무 잘됐다는 평을 들으시길!!^^

psyche 2021-03-31 23:52   좋아요 1 | URL
책 번역이랑 서재에 글쓰기는 완전 다른 거라서 ㅎㅎㅎ
붕붕툐툐님 덕담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쭉쭉 발전해서 번역 잘됐다는 칭찬 듣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난티나무 2021-03-31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

psyche 2021-04-01 00: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난티나무님~ ㅎㅎ💜💜

han22598 2021-04-01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가라니...멋으시다! 축하드립니다 ^^

psyche 2021-04-01 09:27   좋아요 1 | URL
멋있진 않지만... 감사합니다 han님~

라로 2021-04-01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제목에서부터 대박의 냄새가!!! 화이팅!!!!👏👏👏

psyche 2021-04-01 23:36   좋아요 0 | URL
청소년 책이 대박까지야.... 그래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Angela 2021-04-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축하드려요~!!!

psyche 2021-04-02 06:37   좋아요 0 | URL
쑥스럽지만... 감사합니다~

2021-04-02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02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4-03 0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syche 님 두번째 책이 나오는군요 축하합니다 많은 사람이 저 책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희선

psyche 2021-04-03 04: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말씀대로 많은 사람들이 저 책을 만나면 좋겠어요.
 

어제 질문 후 유용한 조언을 많이 얻었다. 그래 나도 이제 열심히 쓸 거야!


그런데....

습관이란 놈은 정말 무서운 놈이라 페이퍼 쓰러 들어왔다가 (미리 쓰는 거 까먹음) 

내 서재로 먼저 안 들어오고 또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다 아침 시간이 다 가버렸다.

밥 먹고 와서 이웃 서재 둘러보기를 일단 멈춤하고 쓰기 버튼을 눌렀다. 

3월이 다 가기 전에 2월에 읽은 책 정리는 해야지.

조언해주신 고수님들 저 잘했죠?








































<We Are Not from Here>를 읽고 머리 좀 식히려고 읽었던 <얼음에 갇힌 여자>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여자들이 살해당하는 내용이라 우울한 데다가 주인공이 자꾸 거슬렸다. 이런 거 너무 싫다. 능력 있는 형사인데 막 혼자 행동하다가(형사는 꼭 파트너랑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감) 위험에 빠진다니.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자기 집에 누가 침입해서 건드렸는데 그것도 그냥 넘어간다고?? 그리고 또 당한다. 남자 형사 주인공들은 막 자기 감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해도 절대 저 정도의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 위험에 빠져도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 이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넌 전의 실수에서 배운 것도 없냐? 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시원하고 통쾌한 스릴러 원했다가 속만 답답했음.


<The Popularity Code>는 표지를 보고 갸우뚱했지만 굿리즈 평을 믿어봤는데... 흑. 중학교에 Slambook이라는 웹사이트가 생기고 거기 아이들 각각의 페이지가 생긴다. 처음에는 인기 있는 아이들 페이지만 생기고 좋은 댓글만 달리지만 곧 다른 아이들 페이지도 생기게 되고 우리가 예상하듯 나쁜 댓글이 포스트 되기 시작한다. 다루는 주제는 지금 시대에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주인공과 친구들의 모습 등 모든 게 좀 어설펐다. 너무 뻔하기도 하고. (고수님들이 이야기한 메모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음. 읽으면서 속으로 지적했던 부분이 기억이 안 남)


<Bloom>역시 굿리즈의 평을 보고 선택했는데 또 실패. 비가 온 뒤 갑자기 자라게 된 식물이 제거도 안 되고 마구 자라 사람도 잡아먹는다. (엄청 큰 식충 식물을 떠올리면 됨) 알고보니 이 식물은 외계인이 보낸 것이고 주인공 세 명은 DNA의 절반이 외계인인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책도 잘 보는데 이 책은 영 어덜트 책의 냄새가 너무 풀풀 났다. 영 어덜트 책을 좋아하면서 또 너무 그런 냄새가 나서 싫다니... 앞뒤가 좀 안 맞나? 이 책은 삼부작의 첫번째 책인데 여기까지만 보려고.


좋았던 책은 제대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이러다 또 그냥 넘어갈 거 같으니 일단 여기 계속 써야겠다.


<The Lion of Mars> 화성 정착민 이야기. 화성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집에 있어야만 했던 (하는) 코로나 팬데믹의 모습이랑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건 진리. 마지막 갈등 해소 부분이 너무 쉽게 해결된 게 좀 아쉬웠지만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Quiet Power> 예전에 <콰이어트>를 읽고 좋았었는데 (왜 좋았었는지는 까먹음. 나 책을 왜 읽는 거지?) 청소년용으로 나왔는지 몰랐다.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려 검색하다가 작가의 이름을 넣었더니 이 책이 나왔다. (여기 삽화를 그렸다.) 아! 진작 이 책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52:48 정도의 내성적 성격이지만 엠군은 엄청나게 내성적이라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사서 건네줄까 생각 중. 물론 엄마가 책을 사서 건네 줘도 본 척도 안 하겠지만 말이다.


<Santiago's Road Home>는 따로 리뷰 씁니다. 단호!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03-31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좋았었는지는 까먹음... ㅎㅎ 저도 자주 자주 까먹습니다. 그래도 좋다는 느낌만 남은것도 어디냐 하네요. ^^

psyche 2021-03-31 13:22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네 저도 그게 어디냐 생각해요. 가끔은 좋았는지 별로였는지도 가물거릴 때가 있거든요

얄라알라 2021-03-31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도 번역 좋던데 원서로 읽으심도 번역가이셔서 더욱 가능하신거군요^^

psyche 2021-03-31 23:54   좋아요 0 | URL
제가 내성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콰이어트> 참 좋았어요. 원서로 읽는 건 제가 미국에 살다보니 한글책 구하기가 힘들어서... ㅎㅎ (요즘에는 전자책이 있어 많이 좋아졌지만요)

scott 2021-03-31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콰이어트 작가 테드 강연 도 좋았어요 프쉬케님 북 달력 보면서 내꺼 킨들 책과 겹치는 체크하는 재미도 있네요 ^.^

psyche 2021-03-31 23:56   좋아요 1 | URL
그때 봤던 거 같기도 하고 봐야지 했던 거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네요. 이따 다시 봐야겠다. 저는 주로 영 어덜트, 미들 그레이드 아이들 책을 즐겨보기 때문에 scott 님이랑 겹치는 책이 별로 없을 거 같아요. scott 님은 진짜 다양하게 읽으시는 거 같더라고요. 리스펙트!

mini74 2021-03-31 18: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먹기도 하고 다시 읽기도 하고., 다시 읽다 또 다른 뭔가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

psyche 2021-03-31 23:58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까먹고 다시 읽고 새로운 걸 발견하고.
사실 저는 추리소설도 읽을 때마다 이게 범인이 얘였나 쟤였나 계속 헷갈려요. 덕분에 매번 새로 읽는 느낌 ㅋ

라로 2021-04-01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까먹는 것에 비할까요??흑

psyche 2021-04-01 23:37   좋아요 0 | URL
저는 원래부터도 잘 까먹었었는데 나이가 드니 더 심해지네요. ㅠㅠ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향인 과테말라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 내가 번역했던 <The Only Road/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과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이 초등 고학년용 이상으로 좀 순화(?)된 것이었다면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 훨씬 세다. 사실 <장벽 너머 단 하나의 길>도 마음 졸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읽었는데 그 책보다 더 세다니! 

과테말라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더 끔찍하며 죽음의 기차를 올라타서 이동하는 부분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지옥 같은 여정을 이어가면서 무너져가는 아이를 보는 건 정말 괴로웠다. 사실 이런 죽음의 여행을 하면서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그걸 알면서도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책을 덮었고 이 아이들이 어떤 일을 당하는지 알게 되는 게 두려워 책을 다시 여는 걸 주저했다. 

하지만 내가 눈 감는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고 이런 일을 몸으로 겪고 있는 아이들이 없는 게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하는 것 뿐이라 계속 읽었다. 이것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1-02-17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면하지 않는 게 가장 힘들지도 몰라요. 듣고 보는 게 아픈 뉴스들이 너무 많아요.
캐러밴 기사를 가끔 읽는데 멀리 한국에서 갑갑한 마음이에요. 언니 덕에 그 속에 청소년,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psyche 2021-02-18 08:12   좋아요 1 | URL
정부가 바뀌었으니 최소 미국에서의 상황은 좀 달라지겠지. 그래도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니까 안타깝기만 해. ㅜㅜ

청아 2021-02-17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말 저도 공감합니다! 기억하고 들어줘야 한다고. 외면하면 없던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잖아요. 저도 찾아 읽어볼래요!

psyche 2021-02-18 08:13   좋아요 2 | URL
기억하고 들어주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싶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듣는다면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겠죠?

coolcat329 2021-02-17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책을 번역하신 분이었군요. 장벽 너머.. 제 아이도 읽었답니다. we are not . . .이 책은 아직 국내번역이 안된거죠?
만약 하시면 꼭 읽고 싶네요☺

psyche 2021-02-18 08:16   좋아요 2 | URL
어머나. 그 책을 읽은 독자(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나다니! 뭐랄까 막 감개무량하네요. 자녀분이 재미있게 읽으셨나 궁금해요.
이 책은 번역이 안되어있고 번역이 되지 않을 듯? 장벽 너머..와 비슷한 스토리 라인인데 대상층이 애매하지 않나 싶네요. 제가 읽고 좋아도 이게 또 한국 상황에 맞아야 번역할 수 있더라고요. ㅜㅜ

coolcat329 2021-02-18 11:20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번역이 안되는군요. 앞으로 좋은 책 번역 기대할게요 ~~

psyche 2021-02-20 03:28   좋아요 1 | URL
감동적이었다니 제가 더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2-17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가슴이 따뜻하신분 !
한아이가 성장하려면 마을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우리가 눈을 질끔감고 외면하기에 아이들의 목숨이 넘 위태롭고
단하나의 희망 누군가는 들어줘야 더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것 같네요 ^.^

psyche 2021-02-18 08:18   좋아요 1 | URL
세상에 너무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서 가슴 아픈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서...ㅠㅠ

2021-02-1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0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02-1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아이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나라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한국보다 더 힘든 나라도 있는 것 같더군요 어떤 나라에서는 아이가 돈 벌려고 갔지만, 돈은 거의 못 받고 일했다고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일을 시키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psyche 2021-02-20 03:3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아이들에게 힘들긴 하지만 이 나라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고통이니까요. 아직도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도 있고. ㅜ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네요.

박균호 2021-02-26 0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번역가이시군요 ^^ 선생님이 번역한 책 찾아서 읽어볼께요.

psyche 2021-02-26 11:37   좋아요 1 | URL
아직 병아리?라 번역가라는 호칭이 어색하네요 ^^
저도 선생님 책 두 권 가지고 있는데 아직 못 읽었네요. 빨리 읽어봐야겠다.
 












아마 많은 알라디너들이 그렇겠지만, 다른 사람 집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책장이다. 당장 가서 무슨 책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지만 친한 사이가 아닌 한 다짜고짜 책장 앞으로 달려가는 건 예의가 아닌 법. 하하호호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다 드디어 그 기회가 오면 책을 살펴보며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내 책장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책장을 보고 날 판단할테니까. 



와우! 어쩜 이렇게 내 맘이랑 똑같지!!





이 부분에서도 한참 웃었는데 특히 여기! 나의 경우는 부인 대신 남편 또는 가족이 되겠다. 예전에는 책 읽으면서 옆에서 말하면 건성으로 대충 대충 응,응 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는다. 책 읽을 때 옆에서 뭐라고 하면 대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니 나한테 말했는지 들리지도 않는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집에 있으면서 이런 나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내가 자기들을 무시한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어쩌라고 난 이미 중독자인걸.




이 그림을 보자 이 사진이 생각났다.



샌디에고 중앙 도서관에 있는 이 글귀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

이 글귀를 보자마자 바로 친정아버지가 떠올라서 마음이 찡했다.

항상 책을 손에서 놓치 않으셨던 아버지께 받아서 나의 아이들에게 준 귀한 선물. 책에 대한 열정. 


내가 이 글귀를 봤을 때만 해도 내 아이들 모두 책을 좋아했고 특히 큰 아이는 "제발 책 좀 그만 읽어!"라고 잔소리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어릴 적 그 말을 제일 싫어했던 내가 아이에게 할 정도!) 이제는 세 아이 모두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다. 하지만 언젠가 그 열정이 다시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1-02-16 0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한테 바라는 거 그거 딱 하나인데요(아닌가요?@@) 그게 참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저만이라도 열정을 가지려고요. 옆에서 활활 불타오르면 쳐다보지 않을까 싶어서요. 근데 어쩌나요. 제가 그냥 성냥이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다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7:49   좋아요 2 | URL
옛날에는 책 읽고 서로 권해주고 욕하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막 이거 넘 좋아 꼭 읽어!! 라고 막 난리쳐도 오케이 맘 하고는 끝... 그래도 딸들은 대답은 하죠. 아들놈은 대꾸도 안 해요. ㅜㅜ

단발머리 2021-02-16 07:55   좋아요 3 | URL
저는 읽는 책 이야기를 얼마나 하는지요 ㅋㅋㅋㅋㅋㅋ최근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었거든요. 저희집 아이들이 그 책을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1-02-16 08: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저 엄청 공감합니다. 저희집도 그래요. 어떤 때는 내가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가족들이 갑자기 싹 사라진다는...

붕붕툐툐 2021-02-16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쿡은 중앙도서관에 저리 멋진 말이 써있군요~! 완전 감동이에용!!

psyche 2021-02-16 08:06   좋아요 1 | URL
제가 사는 도시의 중앙 도서관이 한 9년? 전쯤 멋지게 다시 지었거든요. 그때 아이들 데리고 갔서 봤어요. 안에도 잘 해놓아서 가끔 갔었는데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못 가네요. ㅜㅜ

붕붕툐툐 2021-02-16 13:07   좋아요 1 | URL
으힝.. 코로나 나쁘다..ㅠㅠ

scott 2021-02-16 1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미쿡도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츨입이 힘들어 졌군요. 책을 사랑하는 아버지 프쉬케님 그리고 아이들,,,,[ The greatest gift is a passion for reading.]이문구가 프쉬케님 가족 가훈이네요. ^.^

psyche 2021-02-17 02:00   좋아요 1 | URL
네 캘리포니아는 작년 3월 이후 거의 락다운 해서요. 도서관은 오랫동안 닫았다가 이제는 들어가지는 못하고 예약한 책 픽업만 가능해요.
그 생각을 못했는데 scott 님 아이디어 덕에 저희 집에도 가훈이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02-16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리집 아이들 셋도 어쩌다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 된 건지???
청소년기 들어서면서.....ㅜㅜ
책 안 읽는 성인이 되면 어쩌나??걱정이에요...그래놓곤 요즘 저도 책을 잘 안 읽고 있는데 할말 없어 웃음이!!!ㅋㅋㅋㅋㅋ
저런 문구가 새겨진 도서관에는 한 번 가서 책을 읽어 보고 싶네요...가슴 벅찰 것 같아요^^

psyche 2021-02-17 02:03   좋아요 0 | URL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런가봐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책 보기를 돌같이 하는... 제 큰 딸은 정말 걸어다닐 때도 책을 읽는 아이였는데 심지어 전공이 영문학... 그런데도 이제 책을 거의 안 읽더라고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