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토킹수학 1 - 두 번만 읽으면 통하는 중학수학 가이드
가즈오 다카하시 지음, 이혜숙 옮김 / 사랑과나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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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학교 3학년생이 되는 막내딸이 수학을 잘하지 못해 참고서를 고르다가 우연히 일본 수학 선생이 쓴 이 토킹수학을 보게 되었다. 개념수학이나 기타 대부분의 중학교 수학 참고서들을 읽어보면 설명 부분이 짧막하게 나와 있다. 그 이유는 이 대부분의 참고서라는 게 수학을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게 아니라 학교나 학원에서 수학을 배운다는 걸 가정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대부분의 참고서는 학생 입장에서 쓴 게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쓴 것이라 설명 부분을 학생들이 읽어보면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수학의 갈림길은 중3이다. 그 이유는 중3부터 나오는 수학이 제곱근, 다항식, 인수분해, 이차함수, 이차방정식 같이 대수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용과 기하학에서도 그 전에 접하지 않았던 삼각함수 같은 게 나오기 때문에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던 학생들이 이런 새로운 수학을 접하면서 수학 울렁증을 한 가득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제곱근 계산이나 다항식 계산을 할 때 중학교 1,2학년 때 배웠던 내용들이 알게 모르게 필요하다.  

이건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이기도 한데, 수학이란 학문은 다른 학문과는 달리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단번에 정상에 오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원래 등산이라는 것이 산 밑에서 그 첫걸음을 내딛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야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산 전체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는 고통이 따른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그렇다. 처음을 놓치면 그 다음은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지고 중3쯤 되면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다시 중학교 1학년 과정으로 돌아가자니 시간이 허락하지 않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물론 자존심은 접으면 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그래도 기꺼이 짬을 내서 1학년 수학으로 돌아가도 대부분의 참고서들은 학생들이 친근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쓰질 않았기 때문에 1학년 참고서를 뒤적이다가 다시 포기하고마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 악순환은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의 문제가 이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초등학교 수학에서 뭔가 놓쳤기 때문에 생긴다. 학생 스스로 이 놓친 부분을 찾는 건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학생 혼자서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수학교사가 쓴 이 토킹수학을 읽어보면 저자 자신이 수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과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에 권하고 싶은 책 중 하나다. 이 중학 토킹수학 1은 초등학교 수학 총정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한 말 중에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 있는데, 학생 스스로 이해한 것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이란 자기 자식이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문제를 많이 풀라고 다그친다. 물론 수학에서는 연습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풀어보아야만 하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전에 선행해야 하는 건 수학에서의 원리 또는 약속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잘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문제를 많이 수록해서 학생들이 연습을 많이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책은 아니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학생들이 수학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줄 것이다.  

이 책에도 단점은 있는데, 그 하나가 학생들이 경험해 볼 수 있게 비슷한 문제나 연습문제가 별로 없다는 점, 저자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과정과 조금(거의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점, 중간중간 유머러스하게 쓴다고 한 부분이 한번씩 눈에 거슬린다는 점(이 점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테니까 순전히 개인적인 부분이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연습문제집으로 쓴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첫 번째 단점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학생입장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관련 연습문제집을 사서 풀어본다면 말이다. 따라서 이 책에 별 네개를 클릭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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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의 밤 제1부 - 갈대바다 저편 (하)
조성기 지음 / 홍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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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의 밤은 소설가이자 목사인 조성기씨가 쓴 4부작 소설이다. 1권은 <갈대바다 저편>이라는 부제로 되어 있다. 70년대를 살면서 고뇌와 번민에 찬 삶을 보냈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 내 생각에는 조성기씨 자신의 이야기다. 자서전적 소설. 한 대학교 선교회(정확히는 UBF다)의 분열 과정을 지켜보며 방황하고 시대적 모순에 힘들어 하던 한 젊은이의 삶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불의"이다. 80년대를 보낸 386들이 신물 나게 들었던 단어, 정의 사회 구현. 이 땅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불의들. 2권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건 공동체가 아니라 "의식있는 개인들의 투쟁"이라는 말이 아마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듯 하다. 이 두 가지 메시지를 엮어보면 이 땅에 존재해 왔던 문제가 무엇이며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작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이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유난히 눈물이 많다. 그만큼 감수성이 예민했던 한 젊은이가 넘기엔 70년대라는 고개가 그만큼 가파르기만 했던 것이다. 20대에 순수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깨어지고 순수한 기독교의 모습에 반하고 또한 그 모순된 모습에 좌절하고....... 그걸 반복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신학교까지 가게 된다.
야훼의 밤 1권의 부제인 <갈대바다 저편>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 또한 의미심장하다. 모세가 유대 민족을 이끌고 건넜다는 그 홍해의 원 의미가 갈대바다였다고 한다. 물론 홍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에 대한 신학적 설명 중 한 갈래일 것이다. 결국 해석의 문제일지 모르지만 그 단어가 지니고 있는 신학적 논의는 논외로 하는 게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홍해가 갈대바다였다고 해도 유대인에게 내려진 야훼 하나님의 은혜가 감소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그 신학적 논쟁을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다. 부산에서 명문 중학교를 나오고 다시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는 사실은 이 땅에서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랬던 저자가 왜 종교적인 고민에 휘말려 부모의 뜻에 철저히 반하는 삶을 살았을까. 그에겐 그게 건너야 했던 갈대바다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이 책의 제목이 <자유의 종>이었다지? 1권에서는 자기가 몸 닮고 있던 선교회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 중에서도 아름다왔던 모습을 많이 담았다. 물론 저자 자신은 대학교 1학년 때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었지만 정작 1권에서는 그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 아픈 장면은 친했던 친구 영철이가 미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광화문 앞에서 분신 자살 하는 장면일 거다. 저자가 묘사하는 이 친구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웨딩드레스의 메타포는 순수다. 순수하면 이 땅에서 살 수 없다. 광화문 앞에서 분신 자살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진 수 많은 위선과 불의 앞에서 순수가 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21세기의 이 땅이 정치적으로는 그 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모순이 사라진 건 아니다. 위선이라는 건 아마 이 땅에서 아니 이 인간 세계에서 여전히 그 맹위를 떨칠 것이다. 그래서 순수한 사람은 이 땅을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웨딩 드레스를 입고 광화문 앞에서 분신자살을 해야만 했던 그 친구의 모습은 순수함이 지니고 있는 비극의 원형이다. 그 죽음을 지켜 봐야만 했던 주인공 또한 그 순수함 때문에 부모의 뜻을 거스려 법학을 포기해야만 했다. 세상은 손가락질 했을 것이다, 미친 놈이라고. 변호사가 되든 판사나 검사가 되든 하면 되지 웬 미친 짓이냐고 말이다. 그 손가락질,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게 순수의 운명인 것이다.
순수함. 비극이지, 뭐,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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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문법책 - 한국인의 강점을 최대로 이용한 일본어 요점공식, New Edition
김사경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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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나 일어를 잘하는 사람이 다른 언어를 배우기는 그 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보다 쉽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를 잘하는 사람이 다른 언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이유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국어는 아마 가장 쉬운 언어로 느껴질 것이다. 매일 불편함 없이 모국어를 쓰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국어를 잘하는 것은 외국어를 잘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영어나 일어를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모국어이다. 왜냐하면 결국 한 사람이 외국어를 배우는 데 필요한 머릿속 buffer는 모국어가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일어는 우리말과 비슷한 점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말의 구조나 문법을 잘 알면 일어를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우리문법에 관한 연구도 옛날보다는 훨씬 발전하였기 때문에 우리문법이 예전보다 오히려 더 쉬워진 점이 있다.   

김사경씨가 쓴 일본어문법책은 한국어문법과 비교하면서 일본어문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시도는 훌륭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자의 우리말 실력이 한국어문법과 일본어문법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책을 공부하다 보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주격조사에 대한 설명이다. 아마 7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대개 우리말의 조사 '이'와 '은'을 주격조사로 배웠을 것이다. 나도 이 두 조사, '이'와 '은'의 문법적 의미가 거의 동일하다고 배웠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는 '가'는 주격조사이지만 '은' 또는 '는'은 문장 속에서 주제어를 명시하는 기능이 있는 조사이다. 그리고 그 명칭 또한 그냥 조사가 아니고 <보조사>이다. 이 두 조사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남영신 선생이 쓴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를 읽으면 잘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책의 26쪽부터 54쪽까지 공부해보면 그 쓰임새와 주격조사 '이'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분명하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 김사경의 일본어문법책은 일어문법을 간결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지만, 우리말문법과 비교하며 일어문법을 설명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설픈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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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에코의 즐거운 상상 2
움베르코에코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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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쓰는 것도 부지런해야 할 듯 싶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이다.  이 이탈리아 교수는 <장미의 이름으로>와 <푸코의 진자>라는 소설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철학의 위안이라는 책은 에코가 쓴 에세이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또한 이 에세이 중 한 편의 제목과 같다.  이 <철학의 위안>이라는 에세이는 철학사를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를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의 철학 내용과 그들의 삶의 모순된 점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파르메니데스의 제자, 제논은 반동적인 철학을 주장하였지만 그 삶은 누구보다도 급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인간을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사상으로 범주를 짓는 게 편하기는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범주 안에 넣기엔 좀 복잡하다.  이 에코의 책은 여러 면에서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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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문세설 -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
고종석 지음 / 열림원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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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읽다가 가끔씩 고종석 기자의 글을 읽으면서, '글 참, 참신하게 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시사IN에서 까칠거칠의 고정에세이스트인 김현진씨가 고종석기자에 대해 찬양(?)하는 글을 읽고는 이 언문세설을 읽었다. 'ㄱ'부터 시작해서 'ㅣ"까지 저자의 우리말 사랑은 끝이 없다. 저자의 전공은 불문학이라지만 이 기자양반은 어찌 그리 우리말을 잘 쓰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좀 과격한 남영신선생, 이오덕 선생과 같은 반열에 둘만한 분이다, 고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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