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화비평이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4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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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신문에서 읽은 이택광 교수 글이 이따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을 읽는 솜씨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이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를 샀다. 좀 훑어보고 샀어야 했는데 기차 시간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든 게 좀 후회스러웠다.  신문과는 달리 한 가지 현상에 대해 저자 생각을 좀 자세히 펼쳐 줬으면 했는데, 거의 신문에 나오는 글 정도라는 게 답답했다. 사실,

내 전공은 아니더라도 한번씩 담 너머 처녀 구경 하듯 인문학 분야를 훔쳐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이택광 교수 표현을 빌려, "Peeping Tom"처럼 문화비평을 들춰 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는데, 이 책이 파편적이고 단편적인 글 모음이라는 걸 알았을 땐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볼 걸, 왜 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비평 관련 책에서 자주 나오는 철학자들, 벤야민이나 아도르노, 루카치...  문화비평에는 사회주의나 흔히 좌파라고 불리는 학자들 또는 비평가들이 몸 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철학자들을 다루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철학자들에 기대서 자기 생각을 펴다 말아버리는 것은 읽는 사람을 참 답답하게 만든다.

이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라는 책이 그랬다. 사회현상을 좀 더 파고들어 자기 생각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마치 검객이 상대방과 싸우다 칼을 갑자기 거두듯, 자기 생각을 거둬 들이면 읽는 사람은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난 아직 더 배고프거든. 좀 더 말해보라고, 하는 생각".

<낭만주의>에 대한 논의만 해도 그렇다. 난 이 <낭만주의>를 이사야 벌린을 통해 들었다. <합리주의> 반대편 저 끝에 놓여있는 자들의 모임, 하지만 합리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기도 한 낭만주의자들. 이 낭만주의와 칸트와 신칸트주의자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얼까. 글을 읽고난 뒤에 의문만 더 생기는 것은 이 책이 좋은 책이기 때문일까, 아님 학자의 불성실함 때문일까, 난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에 별 셋을 주는 이유는 신문 기사에서처럼 이 작은 글을 모아놓은 책에서도 이택광 교수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또는 생각 비틀기"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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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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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오래 전에 사뒀다가 잠을 청하기 위해 잡았다가 그만 아침 일곱시까지 읽고 말았다.  <상실의 시대> 이후 두 번째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다. 잠자리에서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이 책 내용이 그리 가볍지가 않다. 번역본 기준으로 334페이지, 그리고 제법 큰 폰트, 쉽게 쓴 번역, 거기에 더해 프로이트 심리학에 기댄 문학 평론, 시간만 있다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재미 있는 소설책이다. 더구나 <상실의 시대>에서처럼 중간중간 나오는 자극적인 성애 장면은 한번씩 침을 꼴깍 넘기며 읽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 바로 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라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 내용을 단순히 한 남자의 성장기 때 겪었던 이야기나, 그 과거의 경험이 지금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인과론적인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이 책은 작가의 여러 생각을 겹겹이 담아놓았다. 마치, 패스트리 빵처럼 말이다. 주인공 '나'(하지메)의 삼십대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는 이 책의 배경은 일본이 고도성장을 해가던 70년대, 80년대다. 그러니까 작가가 겪은 시대 배경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장인의 도움으로 재즈바로 사업에 성공하고 4LDK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에서는 최상위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60년대말, 70년대초의 일본 운동권의 영향, 그 때문에 지금의 삶을 이룬 데 대해 약간의 자의식이 있긴 하지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우리시대의 사십대말, 오심대초에 있는 사람들도 주인공 같은 자의식을 한조각 정도는 지니고 살 테니까, 이 자의식도 평균 수준을 넘어서는 그런 것은 아니다. 작가도 주인공이 자본주의를 대하는 팽팽한 긴장 따위를 소설에 다루려고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기본 층위는 시마모토, 이즈미, 유키고로 이어지는 세 여자와 주인공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되겠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열두살 때 첫사랑, 아니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에도 뭐하지만 삼십대 중반이 되도록 한번도 '나'의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는 시마모토가 이야기 중심에 있다. 이 소설이 일종의 환상소설이 되는 이유도 바로 이 시마모토라는 존재 때문이고 이 책이 아주 '쿨'한 로맨스 소설이나 한 남자의 성장통을 다룬 소설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것도 이 시마모토라는 여자 때문이고, 이 책이 평론가 권택형 교수의 평론처럼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분설할만큼 심리적인 소설일 수 있는 이유도 이 시마모토라는 존재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소설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세 여자와의 사랑을 통해 보여 준다고도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시마모토다. 무라마키 하루키가 창조한 이 시마모토라는 여자가 대단한 이유다. 늘 미소 짓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인. 그 속을 알기 위해서는, 그 여자를 얻기 위해서는 그 여자의 전부이거나 또는 그 전부를 포기해야만 한다. 죽음이냐, 삶이냐, 선택하여야만 한다. 이토록 강렬한 여주인공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언뜻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 뒤에 숨겨진 의미는   헤세의 <데미안>에 비추어도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 책 제목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이 책의 모티브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14장에서 주인공 '나'는 아주 오랜만에 로빈네스트를 들른 시마모토와 자신의 별장에 가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 때 나오는 이야기, 국경의 남쪽과 태양의 서쪽. 국경의 남쪽은 냇킹 콜이 부르는 노래,  시마모토 말마따나 뭔가 아주 아름답고 크고 부드러운 것, 하지메가 서른이 넘도록 찾아헤맨 마음 속의 빈 한조각, 시마모토만이 채워줄 수 있는 그 조각. 태양의 서쪽은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로 정리할 수 있는 서쪽으로 끝없이 걸은 후, 탈신해서 죽는 것. 그리고 그 중간은 없다, 국경의 남쪽과 태양의 서쪽 사이 말이다. 그리고 결국 해답은 환상이 아니라 아마도 일상에 있을 것이라는 것. 이책의 결론이다. 해답은 아마도 유키코였나보다, 그게 자본주의와 뒤섞여 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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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 -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안내서
제이미 화이트 지음, 유자화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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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으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기엔 너무 피곤하니까 말이다. 이 책은 내게 매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라고 말한다. 책 제목 위에 써 있는 말마따나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하려면 매사에 그래야 하겠지만 말이다. 정치가들 말 속에 부조리와 비논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많다.

 

그래도 한번쯤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거나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서 비논리적인 부분들을 좀 더 예리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나쁜 생각>이라는 책을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특히 6장-어렵고 공허한 말, 8장-이름만 바꾼다고?, 11장-충격적이며 터무니 없다는 읽을만 하다. 경영 컨설턴트에서 자주 쓴다는 그 레버리지라는 말은 평소에도 한번씩 듣는 말인데, 이 책에서는 그 단어에 숨겨진 모호함과 공허함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비판적 사고를 훈련시키는 책이라기보다는 12가지 비논리적인 경우를 짧막하게 케이스 스터디한 책. 이런 책은 읽고나면 채워졌다기보다는 오히려 허기가 느껴진다.

 

이 책 뒷장에 나와 있는 "여기저기 구멍이 난 논리를 깔끔하게 메워준다!"라는 말은 이 책 내용을 좀 과대포장하는 말이다.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별점 세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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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진 찍기 좋은 곳 1 - 서울.인천.경기도
곽병욱 글 사진 / 토파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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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도 갈 만한 곳이 많지만 정작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그 중 하나라는 사실에 놀람. 아무리 살펴봐도 사진 찍을 곳은 아닌 것 같던데...... 

인상적인 부분은 광명역이다. 제법 많이 광명역에 가 봤고 그곳 사진도 찍어봤지만 저자가 찍은 만큼 사진이 안 나왔던 곳은 역시 발품을 좀 더 팔았어야 된다는 것. 역 바깥에 나와 육교 위까지 기어 올라가서 찍어야 광명역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다는 충고, 아주 고맙게 들었다.   

아마추어 사진사들한테 필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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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쟁 잔혹사 - 학벌과 밥줄을 건 한판 승부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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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좌파> 이 후 두 번째로 읽은 강준만 교수의 책이 이 <입시전쟁잔혹사>이다. 강준만 교수의 책의 특징은 신문과 잡지, 기타 논문들을 꼼꼼하게 정리해서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자로서 진지함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때부터 200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사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전쟁의 이유와 문제를 파헤치고 있다. <강남좌파>에서도 그랬지만 대개 저자의 본 생각은 맺음말에서 간략하게 정리한다.    

이 점은 강준만 교수의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신문 사설이나 논설이 아닌 다음에야 좀 더 자신의 주장을 파고 들면 더 좋지 않을까, 늘 아쉽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아이들을 과외시키고 더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더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저자의 생각대로 평등주의로서의 학벌타파가 아니라 일극체계에서 다극체계로 경쟁을 다양화하고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쪽으로 가는, 학벌완화가 사교육과 지나친 경쟁의 해결책이라면 처음부터 자신의 주장을 좀 더 꼼꼼하게 펼쳐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문제의 해답은 분명 더 길게 봐야 찾을 수 있을 테지만 그 답이 반드시 사회진화론자들과 진보적 근본주의자들이 내놓는 답 그 중간 어디 쯤에 있을 것 같진 않다.  

저자 말마따나 이렇게 때가 덕지덕지 않은 오래된 문제는 단순히 방법론적인 해답만으로는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우석훈의 과외 철폐 주장이 이상론에 치우치는 거라면,그 방법의 하나로 SKY대학의 정원 축소를 내놓은 저자의 생각도 단순히 방법론에 머물러 있.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이 또한 저자의 예상 대로 흘러갈지 않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조선시대부터 시작해서 일제 강점기, 해방 공간을 지나 2000년대 말까지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잘 드러냈지만 다양한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있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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