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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에서 주인공은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아감으로써 삶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다. 실제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사고를 통해 해결할 때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일상에서 혁신적이며 생산적인 사고를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방법을 적은 책이다. 단순한 암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곧 한계에 부닥치므로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트 럼펫 거장 토니 플로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복잡한 기교의 곡을 시키자 잘 연주해냈지만 초보자 때 누구나 거치는 연습곡은 유치하게 연주했다. 그러나 토니는 연습곡을 아름답게 들려줬다. 거장과 재능 있는 학생 간 차이는 소박하고 단순한 곡에서 나타났다. 간단하고 기본적인 개념을 좀 더 깊이 연구하면 진정한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저 자는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우선 복잡한 문제와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러자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져야 하고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다가서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만약 실패했다면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도전하라는 게 두 번째 요소다.

셋째는 좋은 질문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다. 옳은 질문은 아이디어를 불러오고, 보이지 않던 연결점을 보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넷째는 어떤 주제에 대해 강의를 들은 뒤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지 추측해 보라고 권한다. 추측이 틀린다면 강의 내용을 더 잘 알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맞아떨어졌는지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보다 능숙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원한다면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어떤 것’을 바꾼다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잘해야지’보다는 ‘다르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어떤 주제를 배울 때 규칙과 사실을 기억하기보다 기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나는 언젠가 인간이 멸망한다면 이유는 상상하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상상’하곤 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상상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쥘 베른이 1867년 《지구에서 달까지》를 쓴 지 한 세기가 지난 1969년에 아폴로 11호가 발사됐다. ‘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 베른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강 원 강릉시 출신으로 영국의 대표적 디자인회사인 탠저린 입사 후 7년 만에 공동 대표가 된 디자이너 이돈태 씨는 《포어사이트 크리에이터》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인사이트(통찰력)’를 넘어 이제는 ‘포어사이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포어사이트는 수치나 데이터 같은 정량적 자료뿐 아니라 경험과 직관에서 나오는 정성적 판단을 통해 미래를 상상하고 멀리 내다보는 능력이다.

기 본적으로 디자인에 관한 책이다. 디자인을 중심에 놓고 이와 관련된 경영과 산업, 문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무릎을 탁 칠 만큼 ‘포어사이트’가 분명한 개념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앞장서 개척한 자신만의 경험, 거기서 우러나온 생각과 조언들을 담담하고 진정성 있는 어조로 풀어놓는 덕분에 책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디자이너 출신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 부사장과 기아자동차의 패밀리룩을 디자인해 브랜드가치를 높인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사장 등의 활약은 ‘디자인 경영’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아직도 디자인을 ‘대충 그림 한 장 그려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디자인 경영을 시작하더라도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고 성과를 수치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디자인 경영은 디자이너를 연구소 한쪽이 아니라 CEO 곁에서 직접 자문에 도움을 주는 위치에 두고 전사(全社)적인 의식 개혁을 함께할 때 가능하다.

그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생각에도 의문을 표한다. ‘어떤 국적’의 회사와 디자이너가 디자인 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시장’에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시장을 노리는 휴대폰에 한국 전통문양이나 이미지를 넣는 건 다른 문화의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는 진정한 ‘K디자인’의 힘은 한국적인 것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세계의 고객을 설득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다른 국가나 민족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포용력이 내재돼 있다는 얘기다.

처음 런던에 집을 마련할 때의 실수를 소개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정원을 유달리 사랑하는 영국인들을 보며 정원이 넓은 집을 덜컥 계약해버린 그는 이후 주말마다 정원에 매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황폐해지는 정원 탓에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자기 스타일로 문제를 해결했다. 정원을 밭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파와 깨 등을 심고 실용적인 채소밭을 만들어 이웃의 부러움을 샀다.

저자는 “영국에서 내가 잘하는 건 ‘버티기’였고 못하는 건 ‘발상’이었다”며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며, 무엇을 발전시킬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상체가 더 큰 인체 특성에 착안해 완전히 누울 수 있는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만들어낸 사례부터 주방용품 업체의 걸레 디자인까지 그가 참여하고 배웠던 프로젝트가 생생하게 소개돼 있다.

저 자는 “비행기든 걸레든 중요한 건 얼마나 근사한 것을 디자인하는가가 아니라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 중심의 사고로 디자인한 영국의 횡단보도와 택시 승강장 사례를 통해 한국 공공디자인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최근 경제학은 끊임없이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 합리적 인간이라는 대전제를 넘어 행동심리학, 사회학 등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 그 새로운 시도의 첨단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과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신경과학(neuroscience) 등을 연결해 현대인들의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계에서 이와 같이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제학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시장경제는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가”에 대해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는 경제학자는 드물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셔머는 풍부한 진화생물학적 지식과 심리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재정립한다. 전통 경제학만으로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저자는 시장경제가 물리학의 세계처럼 질서정연하지 않다고 말한다. 시장경제의 분석도구로 진화론을 택한 것은 경제의 진화가 생물의 진화와 구조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 선택과 현상의 주체인 인간과 지식의 진화에 초점을 맞춘 관점이다. 저자는 시장경제가 생물학의 세계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경제는 정적인 환경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동적인 환경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존 주류 경제학적 설명방식을 완전히 거부하거나 쓸모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아 행복을 추구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취지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는 생물의 진화가 경쟁과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그 궤를 같이한다. 과거 주류 경제학이 현상을 분석하고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면 지금은 다방면의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화경제학에 따르면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런지 사회적, 도덕적인 계산을 할 필요가 없다. 진화과정이 우리를 대신해 이를 행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위는 우리의 감정에 의해 인도되는데 가족 혹은 사회가 기피하는 것은 개인에게도 나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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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08-0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한 추천 페이퍼 잘 봤습니다. 확인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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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화폐 전쟁에서는 금(金)이 은(銀)을 눌렀다. 은은 금보다 매장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지만 수요량은 금이 많다. 금값이 더 나간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은값 상승률은 600%를 넘었고 조짐이 수상하다. 은은 금에 비해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뛰는 금 위에 나는 은' '금도끼 팔고 은도끼 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은에 대한 재평가다.

이 책(원제 'Secret of Silver')은 그 은을 렌즈 삼아 역사를 들여다본다. 제목 그대로 비사(秘史)에 가깝다. 중국 경제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흥미로운 질문으로 이야기 궤짝을 연다. 은의 제국이었던 중국은 왜 산업혁명의 특급열차에 올라타지 못했을까? 세계 최초로 지폐를 사용할 만큼 선진적이었던 중국 금융제도는 왜 쇠퇴했을까? 이른바 '은의 저주'는 실제 존재했을까?

명나 라는 1375년 대명통행보초(大明通行寶鈔)라는 지폐를 발행하고 금과 은을 화폐로 쓰지 말도록 하는 금은령(禁銀令)을 내렸다. 지폐 발행은 고도로 발달한 상품 경제와 부족한 귀금속 자원, 두 뿌리에서 나왔다. 화폐 공급량이 왕성한 경제를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성은 상태에 따라 가치가 출렁거리는 지폐를 인정하지 않았고 은을 계속 거래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이탈리아 반도에 모인 금과 은이 배를 타고 동양으로 가 향료, 비단과 교환됐다. "금과 은에 대한 유럽의 갈망이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 발견을 낳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명나라는 은 기근을 해소하려는 국제무역이 잇달아 실패하고 자금성이 불타자 서양 원정을 중단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쇄국을 선택했다.

유 럽은 신대륙을 정복하면서 금과 은을 약탈했다. 특히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달의 눈물'이라 불렀던 은을 300년간 1억㎏이나 캐 실어날랐다. 이로써 유럽의 은 기근은 사라지고 글로벌 무역 시대가 열렸다. 중국은 찻잎, 비단, 도자기를 수출하며 은만 요구했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은의 종착지는 사실상 중국이었다.

그런데 중국에 들어온 은은 나갈 줄을 몰랐다. 비상시를 대비해 은을 땅속에 묻어두는 풍속 때문이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대로 순도가 떨어지는 은화나 동전만 유통됐다. 한편 스페인 경제는 식민지에서 약탈한 은 때문에 물가가 폭등하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스페인과 중국은 막대한 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산업혁명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은의 저주'다.

은을 쌓아놓기만 한 청나라의 행동은 아편전쟁의 빌미가 됐다. 식민 패권주의를 지키려 했던 영국을 필두로 서방에는 금본위제가 시행된다. 19세기 들어 골드러시가 일어나고 낮은 등급의 금광석에서 금을 추출하는 방법이 발명되자 은은 화폐 역사에서 퇴장할 운명을 맞는다.

이 책에는 명나라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은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다. 1900년 프랭크 바움이 발표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두고 "은의 화폐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당시 미국 서민들의 소망을 담았다"고 해석한 대목이 흥미롭다. 도로시는 은 구두를 선물로 받았고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를 암시하며 오즈(Oz)는 금은의 중량 단위인 온스의 약칭이라는 것이다.

미 국의 양적 완화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요가 늘면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싸우게 된다'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 세계를 한 핏줄로 이어줬던 은은 다시 화폐의 역할을 맡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흐름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편집이 아쉽지만 쉽고 명쾌한 책이다. 역사라는 무대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했던 은의 드라마틱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모로코 항구 도시 탕헤르에서 관광객에게 방심은 금물이다. 이슬람 상술의 대명사인 이곳 상인들은 '흥정의 귀재'. 마지드는 이곳에서도 전설로 불린다. 형형색색의 담요와 양탄자, 실크 셔츠와 드레스가 잔뜩 쌓인 그의 가게 방명록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 록스타와 호텔 경영자들도 그에게서 물건을 사갔다. 비결이 뭘까. "장사꾼은 모든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손님이 어떤 물건을 보는지 관찰하지만 절대 귀찮게 하지 않지요." 손님을 읽어내 '동기'를 간파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저 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더니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세일즈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인데도 말이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위대한 장사꾼들을 찾아 세일즈 기법을 들었다. 스토리텔링으로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홈쇼핑, 일본 보험 판매왕의 인맥 관리술,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고객을 안달나게 하는 미술상의 노하우…. 고객을 끌어당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각종 장사 기법이 페이지마다 생생하다.

애 플은 고객의 충성심을 넘어 '신앙심'을 자극하는 종교적 마케팅을 펼친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마치 종교지도자 같은 카리스마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보였다. 달라이 라마도 세일즈에 능하다. 때로는 빙그레 웃으면서 행복 철학을 설파하고, 때로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폭정을 방관하는 세상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청중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청중 맞춤형 판매 방식"이다.

발품 끝에 내린 저자의 결론. "위대한 세일즈맨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공통점은? 손님에게 거절당해도 굴하지 않는 회복 탄력성과 낙관주의, 자신의 세일즈 능력에 발동을 거는 간절한 욕구였다." 무엇을 왜 팔아야 하는지 내용과 목적은 달라도, 모두 스스로 팔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추동력으로 세일즈의 달인이 됐다는 얘기다.

물건이든 믿음이든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사고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행위를, 기자는 데스크에게 새로운 기사의 아이디어를 판다. 세일즈 능력이란 결국 상대를 움직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삶의 기술. 그러니 저자의 결론을 곧바로 각자의 인생에 대입해도 좋겠다.



아무리 잘되는 사업이라도 정체기가 온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이 위기만 넘기면'이라는 소망을 붙들고 하루하루를 버틴다. 미국 컴퓨터 기업 올멕의 경영자 마이크 미칼로위츠도 그랬다. 설립 4년 만에 거의 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용은 많이 들고 현금은 전혀 돌지 않았다. 그때 그의 멘토인 사업가 프랭크가 말했다. 사업을 키우고 싶으면 "고객을 해고하라"고.

미 칼로위츠가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우는 방법을 담은 책 '펌프킨 플랜'을 펴냈다. 현재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불량 고객을 줄이고 우수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비법이라고 말한다. 모든 고객에게 집중하다 보면 우수 고객을 챙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나쁜 고객은 없는 게 낫다는 것이다. 우수 고객, 최고 고객은 사업 원칙을 공유하며 성장할 수 있지만 수만 늘리려는 나쁜 고객은 영양분만 빨아 갈 뿐이라고 주장한다.

책 제목은 거대 호박을 키워낸 농부의 농사 비법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는 한 지역신문에서 본 500㎏짜리 초대형 호박을 키운 농부 이야기를 보고 불량 고객을 제거하는 법을 대형 호박을 키우는 법에 비유한 '펌프킨 플랜(pumpkin plan)'을 구상했다. 농부는 더 튼튼하고 빨리 크는 호박을 파악하고 그보다 덜 유망한 호박은 모두 제거해 대형 호박 단 하나만을 키웠다. 평범한 호박은 언제나 잊히지만 거대한 호박은 지역신문에도 실리는 '전설'이 된다는 점이 그가 펌프킨 플랜을 사업에 도입하게 된 이유다.

따라서 책은 '사업을 시작하는 법'이 아니라 '시작한 사업을 키우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업, 항공업, IT기업 등 그가 상담한 다양한 사례를 동원해 케이스에 따라 펌프킨 플랜을 적용한 방법을 소개한다.

저 자는 사업가들이 '그렇게만 된다면' 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 건만 따내면' '큰 고객 한 명만 잡으면' 하는 식으로 사업을 일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 전략을 유지한 채 '그렇게만 된다면'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업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안 되는 일은 종양처럼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 자는 어떻게 고객을 제거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고객을 해고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책에는 고객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적힌 고객평가표가 수록돼 있는데 그는 이 표를 이용해 우수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그 후 불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거하고 우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스타들을 우선시하며, 전체적으로 가격을 올려버리라고 조언한다.

우 수 고객을 편애하는 과정에서 그 고객에게 질문을 던져 그들 희망사항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형 항공사와 경쟁이 되지 않는 작은 항공사로서는 '한시적 할인을 할 때만 당신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불량 고객이고 '급한 회의가 생겼는데 다른 항공사들이 모두 만석일 때만 당신 항공사를 이용하는 막바지 고객'이 우수 고객이라고 그는 조언한다. 그는 우수 고객에게 비행기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와이파이 공유기 등을 설치하는 서비스로 우수 고객을 키워 내라고 말한다. 고객이 '열혈 추종자'가 되면 거대 호박을 키워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기자는 얼굴에 철판 한 장쯤은 깔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경제팀에 배치됐을 때, 딱 이런 생각이었다. 실제론 아무 것도 모르지만, 뭔가를 좀 아는 척 하며 취재원을 만났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얼굴에 깔아놓은 철판이 양심의 가책까지 잠재우지는 못했다. '내가 실제론 경제에 무지하다는 걸 언제까지 숨기고 살 거냐?'

"저, 알고 보면 경제에 대해 백지랍니다"라고 양심 선언할 용기는 없었다. '무식이 들통 나기 전에 빨리 지식을 채워넣자' 싶었다. 결국 틈틈이 경제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얄팍한 계산은 여전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일종의 요점 정리 핸드북을 찾아다녔다. '한권으로 읽는~', '쉽게 쓴~' 유의 제목을 단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는데, 영 요령부득이었다.

처음엔 내가 무식해서, 이해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그래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 자체가 부실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이를 위한 기초 지식을 잘 설명해주는 책은 드물다.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은 모자라는 상황. 그러니 너도 나도 책을 낸다.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경제를 보는 눈이 훤히 뚫려!'

'이 약 한번만 잡숴봐, 만병통치약이야. 무슨 병이든 싹 나아버려'라고 외치는 떠돌이 약장수와 닮았다. 그러나 이런 만병통치약 잘못 먹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찍어낸 책으로 공부하면 명료했던 지식도 흐릿해진다. 특히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이런 책이 대거 쏟아졌다. 조악한 음모론을 얼기설기 엮어서 '경제 문맹의 눈을 뜨게 해준다'며 광고한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이런 음모론 서적 외에도 위험한 경제 입문서는 많다. 저자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냥 '긁어다 붙이는(Copy & Paste)' 식으로 낸 책이 서점엔 흔하다. 사실 관계가 틀렸거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식이 얕은 저자가 시장 경험에만 의존해서 무리한 논지를 펴는 경제 전망서도 넘쳐난다. 또 어려운 경제 이론을 쉽게 풀어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이야기는 그냥 건너 뛴 것에 불과한 책도 많다. 어려운 걸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과 쉬운 이야기만 하는 건 전혀 다르다.

스 스로 경제 문외한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종류의 책은 안 읽는 게 좋다. 머릿속에 엉뚱한 개념이 들어서서 혼란만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자가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경제학과 신입생이 읽는 전공 교재였다. 조금 딱딱하지만, 기초 교재부터 차분히 읽어나가는 게 오히려 빠른 방법이다. 물론 주류 경제학 교재가 지닌 이데올로기적 편향도 있다. 그러나 이걸 경계하느라 기초 지식을 등한시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고대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기하학을 배우는데 왕도(王道)는 없다"고 했다. 다른 모든 지식 역시 마찬가지다. 지름길은 없다. 어려운 내용은 어렵게 공부하는 게 옳다.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려 하면 안 되듯, 어려운 걸 쉽게 배우려고 하면 안 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떠오르는 기억이 많았다. 예컨대 자연과학 분야에도 '어려운 걸 쉽게 알려준다'며 꼬드기는 책이 흔하다. 그런데 이런 책을 잘못 골라서 읽은 사람들 중에는 황당한 오해를 안고 지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철학의 '상대주의'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비슷한 개념이라고 착각하는 식이다. 저명한 학자의 글에서 이런 오해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경제 분야에 대해 같은 방식의 실수를 저질렀을 수 있겠구나'라는 반성을 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어려운 물리이론을 초보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설명하는 능력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건 그가 진정한 천재, 진짜 고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이런 천재, 고수는 흔치 않다. 당신이 읽는 책의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 수준의 천재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말이다. 어려운 내용이라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골똘히 생각하며 익혀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한 뒤로, 출판사에서 급히 기획해서 찍어낸 경제 교양서는 잘 읽지 않게 됐다. 물론 주변에 권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예외가 생겼다. 최근 출간된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마이클 굿윈 지음, 댄 버 그림, 김남수 옮김, 다른 펴냄)이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이야말로 전형적인 떠돌이 약장수의 '만병통치약' 느낌이다.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을 어떻게 한 권짜리 만화로 담아낸다는 말인가. 이쯤 되면 거의 사기라는 의심도 든다. 그래서 처음엔 서평 청탁을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마음이 돌아선 건 내가 만화를 워낙 좋아한 탓이다. 만화라면 일단 덮어놓고 탐내는 버릇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는 또 한 번 생각이 바뀌었다. '어려운 걸 쉽게 설명한다는 책이 꼭 나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다.

거창한 제목과 달리, 불필요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가격이론이나 IS-LM 곡선처럼 경제학 입문서라면 반드시 담아야 할 내용이 이 책에는 없다. 이런 내용을 만화책 한 권으로 공부하긴 무리다. 대신 이 책은 대학의 경제학 교재를 파고들다보면 오히려 놓치기 쉬운, 그러나 꼭 알아야 할 내용에 집중한다. "자본주의 탄생에서 세계 금융 위기까지 경제는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라는 부제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일종의 역사책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약장수 경제학' 책과 달리, 논지가 일관돼 있고 내용도 알차다.

취재를 하면서 경제이론과 실물경제에 두루 정통한 전문가라고 소개받아 만났는데, 의외로 과거 역사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금융 공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또 다른 공황의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높을 때였다. 그런데 과거 공황의 역사에 대해 관심 없는 경제 전문가라니, 기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웠다. 수리모델에 치중하느라 경제의 역사, 경제사상의 역사에 대해선 소홀한 경제학 교육의 폐해다. 지금이 위기가 아니라면, 경제가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때라면, 경제사나 경제 사상에 대한 지식은 그저 장식품일 수 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경제가 기계장치처럼 움직인 적은 없다. 늘 위기였거나, 아니면 위기를 잉태한 상황이었다. 경제학 커리큘럼이 기계공학 커리큘럼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경제학 입문자에게 경제사, 경제 사상 공부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사에 대한 입문서로서 이 책이 지닌 미덕은 '균형 감각'이다. 예컨대 저자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에 대해 소개하는 대목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 국부론>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잊은 교훈이 이것이다. '자본가를 경계하라'. 이 내용은 애덤 스미스의 말 그대로 읽어보는 게 좋겠다. '자본가가 내놓은 새로운 법률이나 상업 규제안을 항상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고 실험한 후에 자본가의 법률이나 상업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공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본가들에게 농락당하고 지배될 것이다.'"

시장만능주의를 옹호하는 경제 전문가가 애덤 스미스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그들은 도덕철학 교수였던 애덤 스미스가 "상인과 제조업자의 비열한 약탈과 독점정신"에 대해 얼마나 분개했는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전문가가 종종 저지르는 이런 왜곡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차분히 일깨워준다.

세 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저자가 이 책의 결론에서 "핵심은 민주주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는 결국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이며, 따라서 소수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두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라는 것. 저자는 "경제는 잘 작동되고 있을 때에도 심각한 결함이 나타났다" 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보는 환경 파괴, 무리한 노동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저자는 "이 결함을 고치려면 경제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어떤 일자리를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가 준비한 답변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것. 경제정책 당국자나 금융 실무자가 아닌 보통 시민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경제학 비전공자인 저자가 경제사 입문서를 쓴 이유 역시 그래서다.

앞서 소개한 애덤 스미스의 경우처럼, 경제 전문가가 자신의 이해관계 또는 편견 때문에 종종 왜곡해서 전하는 경제 상식은 지금처럼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전염병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 이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경제학 입문자라면, 이 책은 효과 좋은 '백신' 주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마케팅 차원에서 주목하는 기법 중 하나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다. 이 기법은 비디오 게임의 특성을 활용해 이용자의 체험을 유도하고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SNS인 포스퀘어는 관광지나 레스토랑 등 특정 장소를 먼저 이용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훈장같은 배지를 부여하고 점수를 쌓을 수 있게 한다. 이용자에게 미션을 부여해 성취를 통한 심리적 즐거움을 주고 단계별로 적절한 보상을 줌으로써 적극적인 구매와 참여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모바일 마케팅 사례다.

《마케팅 키워드 101》은 게이미피케이션과 같은 최신 트렌드부터 일반 경영이론에 이르기까지 마케팅 전반을 101개 키워드로 정리한 경영지침서다. 고려대 경영대 마케팅 전공 교수인 저자는 마케팅 이론과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각 키워드를 최근 이슈화됐거나 관심을 모은 사례를 들어가며 간략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 마케팅 부서 담당자나 소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까지 제시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마케팅에 도입할 경우 전통적인 광고에서 즐겨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게임 형식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노베이터와 얼리어댑터를 구별해 설명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노베이터는 신제품 출시 시점부터 구매하는 시기로 따졌을 때 2.5% 안에 드는 소비자, 얼리어댑터는 2.5% 이후 16% 이내에 드는 소비자다. 이노베이터는 열광적으로 빨리 구매하지만 입소문에는 인색하고 얼리어댑터는 일반 소비자보다 일찍 구매하면서 이용 경험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노베이터보다 얼리어댑터가 더 가치가 높은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3분 라디오 MBA’란 제목으로 진행한 130여편의 방송 콘텐츠를 재구성한 것이다. 힐링, 꽃중년, 체리 피커(혜택만 빼먹는 얌체 고객) 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용어부터 시장 분석과 기업경영 전략, 브랜드 관리, 소비자 심리와 고객 관리, 시장조사와 타깃 설정, 가격 결정, 광고와 프로모션, 유통·서비스업에 이르는 방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총 8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마케팅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룬 이론서는 아니지만 장별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짜임새있게 구성돼 있어 해당 부문이나 산업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6 장에서는 준거가격과 세트메뉴 가격, 가격 할인, 미끼 상품, 무한 리필, 쿠폰, 리베이트 등의 키워드를 엮어 가격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과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유기적으로 설명한다. 유통·서비스업과 관련된 키워드를 묶은 마지막 장에서는 PB(유통업체 자체 상표)와 카테고리 킬러, 회원제 창고형 클럽, 드러그스토어 등을 통해 국내 유통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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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7 09: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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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항구 도시 탕헤르에서 관광객에게 방심은 금물이다. 이슬람 상술의 대명사인 이곳 상인들은 '흥정의 귀재'. 마지드는 이곳에서도 전설로 불린다. 형형색색의 담요와 양탄자, 실크 셔츠와 드레스가 잔뜩 쌓인 그의 가게 방명록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과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서명이 있다. 록스타와 호텔 경영자들도 그에게서 물건을 사갔다. 비결이 뭘까. "장사꾼은 모든 사람을 유심히 봅니다. 손님이 어떤 물건을 보는지 관찰하지만 절대 귀찮게 하지 않지요." 손님을 읽어내 '동기'를 간파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

저 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했더니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어 어리둥절했다". 세일즈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인데도 말이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위대한 장사꾼들을 찾아 세일즈 기법을 들었다. 스토리텔링으로 고객 마음을 움직이는 홈쇼핑, 일본 보험 판매왕의 인맥 관리술,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고객을 안달나게 하는 미술상의 노하우…. 고객을 끌어당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각종 장사 기법이 페이지마다 생생하다.

애 플은 고객의 충성심을 넘어 '신앙심'을 자극하는 종교적 마케팅을 펼친다. 고(故) 스티브 잡스는 "마치 종교지도자 같은 카리스마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 앞에서 선보였다. 달라이 라마도 세일즈에 능하다. 때로는 빙그레 웃으면서 행복 철학을 설파하고, 때로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폭정을 방관하는 세상을 향해 불같이 화를 낸다. "청중에 맞게 메시지를 전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일종의 청중 맞춤형 판매 방식"이다.

발품 끝에 내린 저자의 결론. "위대한 세일즈맨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공통점은? 손님에게 거절당해도 굴하지 않는 회복 탄력성과 낙관주의, 자신의 세일즈 능력에 발동을 거는 간절한 욕구였다." 무엇을 왜 팔아야 하는지 내용과 목적은 달라도, 모두 스스로 팔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추동력으로 세일즈의 달인이 됐다는 얘기다.

물건이든 믿음이든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사고판다. 식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요리를 팔고,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행위를, 기자는 데스크에게 새로운 기사의 아이디어를 판다. 세일즈 능력이란 결국 상대를 움직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삶의 기술. 그러니 저자의 결론을 곧바로 각자의 인생에 대입해도 좋겠다.



1995년 미국의 광고회사 치아트데이의 소유주는 회사를 옴니콘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정리해고가 임박했음을 한 치아트데이 런던사무소의 앤디 로는 런던의 직원을 규합해 모두 회사를 떠나버렸다. 요청을 받은 고객사도 그들을 따랐다. 회사는 텅 비었다. 결국 옴니콘은 런던사무소를 단 1달러만 받고 로와 동료에게 넘겼다.

여기서 책은 질문을 던진다. 애당초 회사의 ‘소유주’라고 불렸던 이들은 회사의 무엇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일까. 책상 몇 개 혹은 서류뭉치들? 사람이 떠난 회사가 1달러의 가치밖에 안됐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흔히 주주가 주식회사의 소유주라고 생각하지만, 단지 주식을 사들인 만큼의 돈을 냈다는 이유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주주는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다. 기업은 주주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신화에 가까운 공식이다. 그런데 ‘투자’라는 말은 거짓말에 가깝다. 대부분의 주주가 주식을 살 때 내는 자금은 또 다른 투기성 투자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아주 예외적으로 새로 발행한 주식을 사들였을 경우에는 기업에 직접 자금이 들어간다. 그 비중은 월가의 모든 주식거래 자금 중 1% 미만이다. 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빼면 오히려 적자다. 회사가 돈을 쏟아부어 주식시장을 지탱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주주는 ‘투자자’라기보다 ‘투기꾼’이다. 주식을 사면서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을 과연 몇이나 할까. 물론 초기의 자본 투입은 있었을 터다. 그러나 오늘날 대차대조표에 등장하는 납입자본금은 언제 납입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대차대조표에서 주주 몫의 이익은 ‘자기자본’으로 분명히 표기되는 반면 직원에게 지급되는 이익, 즉 임금은 비용으로 처리된다.

그 러니 비용절감이란 명목하에 노동자의 몫은 계속 줄어든다. 모건 스탠리의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는 1990년대 직원 생산성 향상은 임금 증가의 세 배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노동생산성’은 얘기하지만 ‘주주생산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수십년 된 공장의 문을 닫고 직원을 해고하는 게 일상화됐다. 환경오염 등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것도 비용절감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1987~1997년 사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00%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실질임금은 7% 하락했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해온 저자는 “진보적 기업가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자본주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가정친화적 정책을 발표했다가도 결국 구조조정의 물결에 휩쓸려 수만명을 해고하는 기업”을 목도하면서 좌절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폐해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권력 분배 구조’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세상은 정치적으로 민주화되었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귀족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부를 소유한 자만이 ‘귀족’의 특권을 누린다. 저자는 이를 인종이나 성차별과 같은 ‘빈부 차별’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그들 ‘귀족’이 지배하는 기업 내부로 들어오면 작동을 멈춘다. 종업원는 식민지의 국민이나 다름없으며, 심지어 전화나 e메일을 감시당하기도 한다. 저자는 “주식회사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최상위 부유층이 주식회사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기 때문에 주식회사를 주주 이익에 부합하도록 운영한다는 것은 경제를 부유층에게 유리하도록 운영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경제귀족주의’에 대비해 ‘경제민주주의’를 역설하는 저자는 1776년 미국 독립혁명 시기의 사상가를 인용한다. “초창기 미국인들이 영국 왕실의 집중화된 권력과 싸웠다면, 오늘날 우리는 주식회사와 부유층의 집중화된 권력과 싸운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정부를 변혁하거나 폐지할 권리가 시민에게 있듯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주식회사를 변혁하거나 폐지할 권리 역시 시민에게 있다”고 말한다.

책 은 부자나 주주를 적으로 삼아 공격하자고 말하지 않는다. 누구나 부를 얻고 싶어하고 그럴 권리는 존중해야 하지만 “부를 창출한 이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의미의 시장경제이고, 효율성도 가장 높아진다. 재산권의 창시자라고 일컫는 존 로크는 “모든 자에게 그의 정직한 노고로 낳은 산물에 대한 권리를 주는 것이 정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만은 귀족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체제는 유지된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할수록 창업의 열망은 커진다.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도 벤처기업 지원 등을 통한 ‘제2 창업혁명’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법인은 7만4162개. 처음으로 7만개를 넘어섰다. 창업 지망생이 늘면서 그럴듯한 조언도 쏟아진다.

그런데도 막상 창업한 사람의 성공률은 낮다. 국내에서 창업 후 10년을 버티는 기업은 30% 남짓. 미국에서도 창업 기업의 25%는 1년 내에 사라지고 5년 후에는 45%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HBS)의 노암 와서먼 교수는 《창업자의 딜레마》에서 그 원인을 시장 상황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찾는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전쟁이라면 사상자는 대부분 아군의 포격이나 스스로 자초한 부상에 따른 결과”라는 것. 창업자와 신생 기업을 괴롭히는 것은 창업 전부터 성장하기까지 도처에서 불거지는 바로 ‘사람’의 문제이며 이 딜레마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저 자는 창업자와 신생 기업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조사하기 위해 2000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창업한 3,607개 기업의 창업자 9,900명을 직접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기술과 생명과학 분야의 신생 기업들이다.

저자는 자신이 구축한 DB와 40건에 가까운 사례연구를 통해 창업자가 처하는 딜레마를 8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창업 전에는 어느 시기에 창업할지 ‘경력 딜레마’를 겪는다. 창업을 결심한 뒤에도 딜레마는 꼬리를 문다. 혼자 시작할지 공동 창업자를 찾아야 할지의 ‘1인창업 대 공동창업 딜레마’, 공동 창업자로 누구를 끌어들일지의 ‘관계 딜레마’, 창업 팀원의 역할 분담에 관한 ‘역할 딜레마’, 지분을 비롯한 경제적 보상에 대한 ‘보상 딜레마’,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창업팀의 역량이나 자원이 부족해 외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때 나타나는 ‘채용 딜레마’와 ‘투자자 딜레마’, 기업의 발전을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경우 생기는 ‘CEO의 직위승계 딜레마’까지.

저자는 방대한 자료 분석과 사례 연구를 통해 창업자에게 딜레마 대처법을 제시한다. 우선 창업자의 열정은 새 기업 설립에 필수적이지만 자칫 열정이 편향적으로 작용하면 자신을 겨눈 화살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령 창업 전망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낙관을 바탕으로 가족과 친구를 직원이나 투자자로 끌어들이면 인간관계와 기업 모두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창업 시기에 대해 저자는 “성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지위가 올라 고액 연봉을 받는 ‘황금수갑’을 차게 되면 창업 의지가 약해지거나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창업할 사람으로는 과거 직장동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분석한다. 서로 장단점을 잘 알고 적당한 위계질서가 있으며 목표를 향한 열정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는 동업 대상자에서 빼는 게 좋다. 그들과는 좌천시키거나 해고하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기 어려워서다.

창업 초기의 지분 분배도 중요하다. 저자는 각 구성원의 과거 기여도와 예상 기여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불공정해 보이지 않도록 각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창업자의 딜레마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직면하는 투자 유치와 관련된 것이다. 인력이든 정보든 돈이든 외부 자원을 끌어들일 경우 지분이나 자리를 양보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창업자 자신이 세운 회사를 떠나는 경우까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저 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과 창업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런 딜레마를 설명한다. 판도라의 창업자 팀 웨스터그렌, 통신업체 GTE에서 25년 동안 일하며 경력을 쌓은 뒤 메이저지를 창립한 배리 널스, 스마스틱스의 창업자 비베크 쿨러, 트위터의 CEO이자 PR회사 피드너버의 창업자였던 딕 코스톨로 등이 겪은 딜레마와 대처 과정이 책 전반에 걸쳐 상세하게 나와 있다.



가정용 커피 머신으로 유명한 네스프레소는 오히려 주요 대도시에 고급 커피숍을 차리고 ’매장 커피’를 파는 데 공을 들였다.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는 기계를 팔면서 거꾸로 커피숍 운영에 주력한 것.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본 이유는 뭘까.

미국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로저 둘리는 신간 ’그들도 모르는 그들의 생각을 읽어라’에서 이러한 비합리적인 마케팅 전략이 잘 통하는 까닭을 신경과학 이론을 토대로 분석했다. 인간의 사고와 학습, 감정 가운데 95%는 무의식 상태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마케팅도 구매자의 감정과 무의식적 욕구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네스프레소는 자체 연구 결과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감각 경험의 60%가 매장 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을 알아채고 커피 향으로 가득 찬 매장을 차리는 데 주력했다.

저자는 광고 문구에 형용사를 많이 집어넣는 것도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된다고 귀띔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식당 메뉴에 적절한 형용사를 쓴 덕택에 매상이 27% 상승했다는 것. 비즈니스 미팅에서 잡담을 먼저 나누는 게 협상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2010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정 금액의 돈을 나눠갖도록 하는 ’최후통첩’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경우 성공률이 83%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실제 사례를 토대로 기업에 마케팅 전략을 조언해주는 책이지만 소비자에겐 감정에 휩쓸린 ’비합리적 소비’를 가려내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2G, Wibro, 3G, Wifi, LTE…. 알파벳과 숫자의 알 수 없는 조화는 앞으로 또 어떤 생소한 속도의 용어를 만들어낼까. 기술과 사회는 ‘이유나 의미는 알 필요 없으니 더 빨라지라’고 강요한다. 패스트푸드와 스마트폰은 때론 우리 삶과 뇌로부터 진실을 분리시킨다.

이 책은 이러한 맹목적인 현대사회의 속도전에 반기를 든다. 순간적 직관에 몸을 맡기는 대신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최대한 기다리라고 주장한다. 원제는 ‘기다림(Waiting)’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웰빙’이나 ‘힐링’을 위한 추상적 느림이 아니다. 철저히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느림의 가치를 역설한다. 중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의 타이밍을 조언한다.

심 리학, 행동경제학, 신경과학, 법, 금융, 역사에 걸친 방대한 자료 수집과 전문가 인터뷰가 ‘느림’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내세우는 책의 ‘골다공증’을 막는다. 아우구스티누스부터 워런 버핏까지 고금을 막론한 ‘늦춤의 달인’도 소개한다.

책이 전하는 예시는 구체적이다. 야구에서 타자에게는 공의 속도와 궤적을 파악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0.2초가 주어진다. 훌륭한 타자는 이 짧은 시간을 생리학적으로 최대한 늦추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타이밍의 예술’인 코미디에서 코미디언들은 의도적인 멈춤을 통해 관중의 시간을 왜곡하고 긴장감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 뒤 목적을 달성한다. 사과는 빨리 할수록 좋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 사과하는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이 관계회복에 더 좋다. 진화 과정에서 동물처럼 생물학적 반응이 즉시적이었던 인류는 도태됐고 반응을 늦춰 안정성을 유지한 인류는 살아남았다.

샌디에이고대 법학·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전작 ‘대파국’ ‘전염성 탐욕’을 통해 기만적이고 탐욕적인 자본주의의 심장 월스트리트의 안팎을 날카롭게 파헤쳐왔다.

책은 종종 하나 마나 한 당연한 이야기로 빠지기도 한다. 시간을 두고 읽기 못마땅한 독자라면 책의 정수만 기억해도 좋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순간을 후회한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순간을 CCTV로 찍어 멀리서 바라보듯 숙고하라. 최고의 순간까지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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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6 14: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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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는 지금 지하에서 슬피 울고 있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사람이다."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 창조경영' 등 전작을 통해 르네상스 연구에 집중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1469~1527)를 위한 변명'을 시도한다. '마키아벨리안(Machiavellian)' 즉 '통치술 전반에서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라는 뜻으로 사전에 등재된 '사악한 인간'이란 굴레를 벗기고 '약자를 위한 수호성자'로 복권(復權)시키겠다는 것. 이미 시오노 나나미를 비롯해 많은 학자·저술가가 내린 평가를 뒤집어보겠다는 도전인 셈이다.

분명 마키아벨리는 "대중이란 머리를 쓰다듬거나 없애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군주론)는 '모진 말'을 했다. 그러나 "대중은 군주보다도 훨씬 은의에 돈독하고, 총명함과 부동심에 대해서도 군주보다 훨씬 신중하며, 변덕도 적고 정직하다"(로마사 논고)고 적은 것도 마키아벨리다. 모순된 언설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

책에 따르면 마키아벨리 스스로는 전혀 '권모술수'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 그는 29~44세엔 공화정 피렌체의 고위 관리로 활약했고, 44세부터 죽을 때까지는 실업자 신세였다. 저자가 주목한 점은 그의 조국 피렌체는 늘 외침을 걱정해야 하는 약소국이었고, 마키아벨리 자신도 권력을 휘두를 위치에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외교담당이었던 그는 늘 프랑스국왕과 당시 중부 이탈리아를 제패한 교황의 아들 체사레 보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따라다니며 평화를 구걸해야 했다. 메디치 가문이 복귀한 후엔 관직에서 쫓겨났고, 암살 음모에 연루된 혐의로 '날개 꺾기 고문'을 6차례나 당했다.

마키아벨리의 신산(辛酸)한 삶의 버팀목은 평생을 함께한 고전이었다. 프랑스와 협상할 때는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담판할 때는 투키디데스의 '역사'를 읽은 그였다. 그는 실직한 후에도 하루 4시간씩은 공직시절에 입었던 관복(官服)으로 갈아입고 고전을 읽었다. 그런 인문학적 통찰이 '군주론' 등 저작을 일궈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군주론'은 정치이론서나 처세술이 아닌 처절한 '구직을 위한 포트폴리오'일 뿐이라는 것이다. 수도자 한 명을 위대한 예언자로 떠받들다가 순식간에 등을 돌려 불에 태워죽이는 포퓰리즘과 다양한 외교현장을 체험한 마키아벨리가 당대 영웅들의 부침(浮沈)을 고전에 비추어 분석하면서 약소국 피렌체가 강대국들 틈에서 먹히지 않을 방법을 적은 안내서였다.

 인쇄를 거절당해 필사본으로 보관하던 '군주론'을 드디어 헌정하는 날, 로렌초 데 메디치는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키아벨리 곁에 있던 사람이 바친 사냥개만 어루만졌다고 한다. 심혈을 기울인 저작이 졸지에 '개만도 못한' 처지가 되자 마키아벨리는 '집권한 리더'가 아닌 '집권 가능성 있는 리더 후보'를 찾는다. 피렌체의 젊은 리더들과 공부 모임을 하면서 완성한 저작이 앞서 인용한 '로마사 논고'. 결국 약소국과 약자의 생존법을 설파한 것이 마키아벨리의 삶이었다는 것이다. 그 충고를 외면한 피렌체는 결국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교수의 새 시도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완전 복권'보다는 '부분 복권'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주론'을 집필한 교외주택에서 본 피렌체 모습 등 발로 뛰어 찍은 사진들 그리고 우리 상황과 빗대어 왜 지금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점은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경제 주체 사이에 “경제성장률 제로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비주류에서나 목소리 높여 주장하던 말이 이제는 주류에서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실제 세계 주요국 경제는 성장률 제로에 가깝다. 한국도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0.1%로 사실상 제로였다. 성장률 제로 시대의 도래를 주장해온 비주류의 발언이 점점 더 힘을 얻는 형국이다.

그 러나 아직까지 주류에서는 “성장할 수 있다” “성장만이 살길”이라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주문한다. “경제 부흥”과 같은 지난 시대의 구호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는 이제 “성장 지상주의는 끝났다”며 제로 성장을 전제로 한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한다.

리처드 하인버그(탈탄소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The End of Growth)는 제로 성장 시대가 왜 올 수밖에 없는지 그 근거를 조목조목 보여준다. 그러고는 “지금 당장” 정부, 기업, 개인은 제로 성장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부문 세계적 전문가인 저자는 <미래에서 온 편지>와 <파티는 끝났다>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인버그가 제시하는 제로 성장률 시대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석유 등 천연자원의 고갈이다. 환경파괴가 심화되면서 치솟는 환경 관련비용 문제도 있다. 계속 불거지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통화·금융·투자시스템이 무너지는 금융 붕괴는 제로 성장 시대의 또 하나의 근거다. 빚더미 꼭대기까지 차오른 각국의 정부·민간 부채와 자원 부족·환경오염 사고 증가에 따른 비용 등으로 금융붕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는 “우리는 영원히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지난 150년간 값싸고 풍부한 화석연료 덕에 성장이 가능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 관료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처럼 신기술 개발, 끊임없는 혁신 등 ‘대체’와 ‘효율’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대체와 효율의 한계까지 지적한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성장 시대의 종말을 논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로 성장 시대를 대비하는 방안들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로 성장 시대에는 지금처럼 소비하고 파괴하면서 계속 살기는 불가능하기에 먼저 경제·사회 체제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여러 가지를 언급한다.

‘성 장’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기, 지역 차원의 공동체 활성화와 사회적 결속력 높이기, 나눔과 협력의 도모 등이다. 이런 것들은 “제로 성장 시대라는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된다. 그는 “경제성장이 종말을 맞는다고 해서 세상까지 종말을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다. 오히려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으니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 세상을 꿈꾸자는 제안이다.


월급쟁이는 가슴 한쪽에 사표를 품고 산다. "더러워서 때려치운다 내가!" 오너만 되면 '내 세상'이 열릴 것 같다. 천만에. 이 책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장도 외롭고 힘들고 아프다." 어느 사장은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힘든 것이 사장"이라고 고백했다. 섣불리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없고, 조직원을 굶기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시달리며, 어떤 위기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도 갖춰야 하니, 아무나 사장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간 '사장의 일'은 이런 책임과 정면 승부할 각오가 돼있는 사장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구 모음집. 잘나가는 사장이 되기 위해선 뭘 갖추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122개의 '행동 강령'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사장의 바쁜 일과를 고려해 매일 아침 하나씩 1분 안에 읽도록 한 것.

유능한 사장은 한 가지 행동으로 둘 이상의 효과를 낳는 '원 액션 멀티 리턴'(One action multi return)을 한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가지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장은 처음 가는 식당에서도 그 가게의 70%를 파악해내야 한다. 대화하며 즐겁게 식사하면서도, 이 가게 매출은 어느 정도이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이익은 얼마나 나는지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

1 점의 위력을 소중히 여겨라. 학교 시험에서는 '100-1=99'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선 '100-1=0'이다. 이 정도면 됐어 하고 만족하는 순간, 위험해진다. '착한 사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대충 얼버무리거나 애매하게 전달하면 안 된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과 포수가 받는 공은 같다. 하지만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투수가 던진 공과 포수가 받는 공은 색과 형태가 모두 달라져버린다."(85쪽)

"사장님! 이것 좀 해주세요"라는 직원들의 부탁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사장이 있다. 혹시 당신이 없어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없어도 회사는 무조건 돌아간다.

' 사장이 없는 날'을 만들자. 직원들의 자립형 조직을 만들려면 사장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믿고 시킬 사람이 없다"고 투덜대지 마시길. 상사가 부하 직원을 키우지 못하는 것도 사장 책임이다. 이 밖에 '결정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마라' '연애하는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라' '직원의 의욕을 매니지먼트하라' 등 실질적 조언들이 가득하다. 경영자뿐 아니라 크고 작은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리더의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40년 뒤, 우리는 어떤 미래와 직면하게 될까? 과학자·경제인 등 서구의 각 분야 전문가·저명인사 100명으로 구성된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이 1972년에 낸 첫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인류 생존 방식에 대한 기존 관념들을 뒤흔들어 놓았다. 컴퓨터 모델링 기법을 활용한 그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자원 소모, 환경 파괴가 이대로 계속되면 인류는 21세기에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장의 한계>가 발간된 지 40년 만인 2012년, 그 첫 보고서를 작성한 주역 중 한 사람인 요르겐 랜더스가 앞으로 40년의 세계를 전망하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첫 보고서 발간 40돌을 기념하는 공식보고인 이 책의 원제는 <2052>, 바로 40년 뒤를 가리킨다. 지난 40년간의 관찰과 연구를 더 축적한 이 책에서, 앞으로 40년 뒤의 전망은 더 구체적이고 정교해졌다. 결론은, 여전히 비관적이지만 파국을 선언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세계인구는 81억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다. 40년 뒤 세계경제 규모는 지금의 2.2배 정도가 될 것이며, 그만큼 자원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늘고, 섭씨 2도 이하의 평균기온 상승 억제 목표 달성은 실패한다. 자본주의는 수익만 쫓는 기존 방식을 상당부분 버리고 정부의 강력한 개입 아래 비수익·공공 부문을 중시하는 수정자본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우울한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을 조언하는 랜더스의 어투는 냉소적이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넓은 들판 등 사라질 것들에 대한 관심을 접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전자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거기에 투자하라. 풍부한 생물다양성, 멋진 세계 관광지를 즐기려면 다 사라지기 전인 지금 서두르는 게 좋다. 기후 변화가 심하지 않을 곳을 찾아가 살아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거리를 찾아라. 자녀들에겐 중국어를 배우도록 권장해라. 선거에서 이기려면 장기보다는 단기혜택 공약에 집중해라….

요약하면, 그래도 희망을 갖되 임박한 재난과 함께 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재난을 줄이고 희망을 키우려면 지금 당장 필요한 행동을 취하라는 이야기다.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어를 배우라는 건, 중국의 세계 지배를 염두에 둔 실리적 사고 쪽보다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서방의 리더십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냉소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랜더스는 필요할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과감하게 개입하는 중국 리더십 체제가, 지구가 ‘초과 상태’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더 나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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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10: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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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총대 메고 ‘완전 도서정가제’에  반대 뜻을 밝혔다. 업계 1, 2위는 눈치만 보고 있다. 왜일까?

알라딘의 불손한(?) 행동에 메이저급 출판사가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출판계를 살리는 오직 하나의 길인 ‘완전도서정가제’를 대놓고 반기를 든 알라딘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기는 손해는 판매하지 못하는 알라딘과 출판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피해는 구매하는 독자다.


황희처럼 양쪽 모두 옳다고, 양쪽 모두 잘못이라는 양비론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알라딘은 유통채널에 불과하다. 출판사도 지금까지 그 채널을 통해 수많은 독자가 수많은 책을 구매하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독자는 없다. 단지 팔아주는 소비자가 있을 뿐이다.

알라딘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공급하지 않고 책을 사려면 다른 곳을 이용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알라딘에서 계속 구매할 수 있다. 직영으로 공급받지 못하겠지만, 대리점을 통하면 공급받을 수 있다. 물론 약간의 공급률 인상이 있겠지만, 판매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만일 대리점을 통한 공급까지 막는다면 그들의 의지가 결연한지 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제발 그 출판사의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날 밥벌이가 걸린 일에 열중하고 있기에 독자는 무시당해도 좋다. 양쪽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독자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출판계는 완전도서정가제를 목이 터지라 외치면서 막판 기념행사를 하듯이 문학 전집을 미친 듯이 할인해 팔고 있다.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된다.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그동안 부풀려진 가격에 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부풀려졌지만, 완전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그런 일을 절대 없을 것이며 부풀려진 거품가격도 인하하여 판매하겠다는 자백(?) 정도는 나와야 한다. 따라서 만일 시행된다고 해도 적용범위는 시행일 이전의 책은 정가제에서 제외해야 한다. 부풀려진 가격의 혜택이 출판사에 돌아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진정으로 출판사가 완전도서정가제를 원한다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 표명이 박근혜 측의 임명제 포기와 비교되었다. 원하는 것은 얻으려면 아니 (그들의 말을 빌리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완전도서정가제’만이 단군이래 매년 최대불황이라는 출판계를 살리는 유일한 길일까? 잘 모르겠다. 출판계는 '완전도서정가제'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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