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 노인이 나에게, 나의 그림자의 상태가 나쁜 것 같다라고 알려주었다.



'얼핏 귀에 들은 것이야' 라고 노인은 말했다. '산보하러 문지기 집까지 가봤어.



너의 그림자도 만났지'



'어떤 상태였어요?'



'건강이 좋지않았어, 먹은 것은 다 토해버렸데 지하의 침대에서 3일이나 잠들어



있는듯 했어. 너를 만나고 싶어하고 있어'





나는 저녁까지 기다려 벽밖으로 짐승을 태우는 검은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고 나서 문지기의 작은 집에 갔다.



안내판은 부재중이라고 되어있어서 나는 쉽게 방에 들어갔고 안에서 빗장을 걸고 지하실의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은 차가웠고 주위에는 환자가 있는 방 특유의 냄새를 띠고 있었다. 천정은 금속의 덮개를 단 전구가 하나 달려있을 뿐이였다.



나는 침대의 곁에 작은 의자에 않아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천정을 바라보는듯 천천히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호흡을 쉬는 사이에 열로 건조해진 입술이 조금씩 떨렸다.



'어떻게 된거지?'



'길지는 않을 꺼야. 기껏해봐야 앞으로 10일 정도' 그림자는 말했다.



'무슨 병이지?'



'뭐래도 상관없어. 병명따위 네가 쉽게 붙여도 좋아. 이제 나는 사과나무아래에서 기분좋게 잠들겠지' 나는 한숨을 쉬고 머리를 저었다.' 일주일만 기다릴꺼야'



그림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기침을 했다. '일주일 동안 너는 해야할 일은 빨리 정리해 그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아마 나는 타버릴거야'



'이 곳을 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나는 말했다.



'일반적으로는 방법이 없지.... 그러나 나에게는 생각이있어. 좋은 계획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해낼꺼야. 나와 네가 다시 하나가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할 계획이지'



'지금은 말할 수 없어. 그러나 안심해 나를 도와줘'



나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했다. '결심이 서지않아'



'여자때문인가?'



'그것도 있고' 라고 나는 말했다. '게다가 어느 쪽이 옳을 지 나는 모르겠어'



'나는 밖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아. 이곳은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이 세계보다도...'



그림자는 벼게에 머리를 묻은 채 약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좋아 그것은 네가 결정할 일이야, 죽음의 공포는 없어. 너도 언젠가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결정했을 때는 너무 늦어, 내가 죽어버린 뒤지'



'생각해 볼께'



'이 거리에는 실체란 것이 없어 알겠어? 무엇인가가 캠버스 위를 선으로 갈라놓은 것뿐이야, 해가 저물면 유원지는 문을 닫지 그것뿐이야'



'너의 말은 알겠어 그러나 확증이 없어'



'확증? 너도 특이한 남자야' 라고 말하며 그림자는 힘주어 웃었다.



'어쨌든 생각해 볼께' 라고 나는 다시 말했다.





그림자는 가만히 천정을 향한 채 '좋아, 그러나 일주일뿐이야, 결심이되면 오늘과 같은 시간에 이곳으로 와줘'





작은 방을 나와서 석양이 가까워지는 강변길을 나는 걸었다. 서쪽다리위에 나는 몇마리인가의 짐승의 무리와 스쳐지났다. 그들이 뒤로 사라져 버린 뒤에도 보도에 그들이 두드렸던 발자국소리는 언제까지라도 나의 귀를 떠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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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양의 오랜 꿈을 정리하고 닦아서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 도대체 거리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나는 전혀 예상할수 없었다. 분류카드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면 꿈의 내용을 기록할 이유도 없다. 그 '꿈'의 하나하나가 나의 머리속에 희미하게 축적되어 갈뿐이였다. '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거북이와 아킬래스의 경주처럼 무섭게 우리들의 말은 영원토록 그 꿈의 세계를 따라잡는 일은 할 수 없겠지, 그곳에서는 시간의 관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연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는 역행하고 어떤 이미지는 하나의 장소에 매여 있고 어떤 이미지는 결국 폭발하여 사라진다. 어떤 이미지는 이상하리만큼 선명하였고 어떤 이미지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그것들의 이미지는 만화경속에 코끼리처럼 실체화되고 빛과 함께 날아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인가의 의미나 방향성을 읽어낼 수 없었다.



내가 이것으로 부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한없는 슬픔과 그 어둠뿐이였다. 그러나 무엇이 그만큼 슬프고 무엇이 그만큼 어두운 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모습과 여러색을 한 오랜 꿈을 손바닥으로 데우며 그 꿈의 세계를 계속 쫓아갔다. 그리고 몇달인가의 그런 작업끝에, 나는 간신히 그들의 떨림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들은 확실히 무엇인가의 메세지를 내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날이 갈수록 그들이 내는 소리를 귓가에 느끼게 되었다. 마치 알수없는 어둠의 지옥에서 닫혀버린 영혼의 부름처럼, 그 울음소리는 나의 마음을 계속 흔들어 왔다. 그러나 나에게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그 말의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그림자가 죽어 가고 있어.' 나는 그런 오랜 꿈의 하나를 서고의 책장에 돌려 놓으면서 너에게 그렇게 말해봤다.



'조금 쉬세요.' 라고 너는 말했다.



우리들은 스토브의 앞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너는 카운터의 찬장에서 사과과자를 꺼내어 둘로 나누었다.



'그렇게 상황이 나빠요?'



'열흘을 못넘길것같아.'



우리들은 스토브를 향해 마주 보고 있었다.



스토브의 불꽃이 너의 얼굴을 붉게 비치고 있었다.



'어두운 마음은 늦던 빠르던 언젠가는 죽어요.'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의 기분도 알아요. 20년이상 계속 함께 살아온 친구이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죽일 수는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잘 알아요'



나는 사과과자를 하나 먹고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털었다.



'그러나 체념하는 쪽이 좋아요. 조금 지나보면 반드시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될꺼예요. 왜 지금까지 그런 일로 열심히 고민했을까 라고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될때까지 나도 가능한한 도울께요'



나는 커피잔을 손에 든채 가만히 스토브의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한 나는 언제까지라도 당신의 곁에 있어요'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손을 잡고 서고로 들어가 한손으로 문을 닫고 불을 賨다.



'어두워요'



'곧 밝게 돼'



나는 더듬어 책장 위의 오래된 꿈하나를 손에 쥐고, 먼지를 털어내고 양손으로 안은 채, 마음을 집중하여 그것을 데웠다. 오래된 꿈이 열을 받기시작하자 그 중심부터 희미한 빛을 내기시작했고 나는 그것을 책장위에 돌려놓았다. 너와 둘이 이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의 손안에서 너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밝은 오랜지색의 빛은 간신히 깜빡거리면서 책장으로 부터 넘쳐흐르고 있었고, 누구하나 들을 수 없는 그 오랜 꿈을 계속 말했다. 충분하리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시간의 지남에 따라 빛은 약해졌고 결국에는 불확실한 흔들림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은 암흑이 돌아왔다.



'아주 아름다왔어요'라고 너는 말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나는 암흑속에서 너의 어깨를 단단히 안은 채, 너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아름답다' 라고 나도 생각했다. 마치 옛날 크리스마스트리의 추억처럼...



암흑속에서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너의 입술에는 사과과자의 향기가 났다. 너의 부드러운 앞머리는 이마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너의 따뜻한 숨결이 나의 얼굴에 느껴졌다. 너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말은 마치 손에 쥔 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부터 흐를 뿐인데...



암흑속에서 나는 너를 생각했고, 그림자를 생각했다. 조잡한 스웨터와 조잡한 스커트에 둘러쌓인 너를 생각하고 차가운 지하실의 침대에 누워있을 내 그림자를 생각했다.





눈을 떳을 때, 방은 이상한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믿기어려운 광경이였다. 방속의 수천의 오랜 꿈이 서로 호응하듯이 깊은 잠에서 깨어, 무수한 빛으로 우리를향해 그 영원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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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오랜 꿈은 깨어나고 있었다. '있을 수 없어요 이런 일은...' 너는 방심했었던 듯 이렇게 말했다. 그대로 였다. 오랜 꿈은 모든 것을 빼앗긴 존재였다. 그들은 소리를 빼앗겼던 말이고 빛을 빼앗겼던 눈이고 꿈을 빼았겼던 잠이였다.



'있을 수없어요'



어쩌면 우리들은 서고의 깊은 어둠속에서 같은 환상을 보고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러나 만약 환상이라고 하여도 그것은 방속의 오랜꿈들이 마지막 힘을 모아 우리앞에 보여 준 환상이였다.



그들과 함께 나는 지표에 난 깊은 구멍을 내려갔다. 그곳은 뭔가 빼먹어버린, 잃어버던 장소였다. 강물은 마르고 언덕은 무너지고 빛은 약했다.



그곳에는 별도 달도 없고, 지하로 부터 희미한 빛이 주위의 풍경의 윤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속을 수천의 오랜 꿈이 앞서서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 나는 좁은 길을 발을 헛딛지 않도록 천천히 계속 걸었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언덕길을 끝없는 군대의 대열이, 내가 나가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어깨 위에는 머리가 없었다. 그리고 검은 구멍사이 어깨의 한가운대 부터 그들은 호흡을 하는 것처럼 하얀 입김이 단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오랜 꿈은 똑바로 길의 위로 계속나아갔다. 나가는 사이에 계절은 변하고 해가 바뀌었다. 언제까지라도 어둠만이 균등했다. 군인 중 몇몇이 나를 불렀다. 그들은 몸의 구멍에서 콜록콜록 소리를 내며 나를 불렀다.



나는 혼자였다. 나는 너를 잃고 말았다. 나는 걸으면서 큰 소리로 너의 이름을 부를 뿐 대답은 없었다. 군인들의 콜록거리는 소리가 비웃듯이 반복해서 들려올 뿐이였다.오랜 꿈은 계속 나아갔다.



'기다려줘' 나는 불렀다. '그녀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돼'



오랜 꿈들은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않고 한없는 그 깜박거림을 반복할 뿐이였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였다. 이곳은 그들의 나라였다. 나의 발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랜 꿈의 뒤를 계속 쫓았다. 길가에는 여러가지 캐릭터가 늘어서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였다. 죽은 10마리의 고양이들은 그 털빛을 그대로 단단히 굳은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서진 색바랜 완구는 흙속에 묻힌 채 그 팔을 허공에 내놓고 있었다. 오랜 스포츠셔츠는 언젠가 담배의 불에 탄 자국을 한 채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길을 나아감에 따라 시간은 바뀌었다. 갑자기 나의 눈은 움푹 패이고 머리는 빠지고 이빨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몸에는 주름이 나타났고 호흡을 한번 하기위해서 나는 온몸을 흔들지않으면 안되었다.



'그만해줘' 라고 나는 외쳤다.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그래도 오랜 꿈은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길은 갑자기 끝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텅빈 바위 위에 서있었다. 주위에는 이미 물은 없고 부대들의 모습도 없었다. 마치 깊은 우물의 바닥에 떨어진 듯 했다. 천정은 무한히 높고 그 안의 암흑속에 핀으로 뚫은 정도의 하얀 구멍이 열려 있었다. 그것은 태양의 빛이었다.



세상속에서 태양빛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소금의 결정이되어 땅에 떨어지고 바위의 위에 쌓였다. 그 때 오랜 꿈은 하나씩 하나씩 다 타버린 듯 빛을 잃어 갔다. 그들은 빛을 잃자마자 깃털처럼 지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의 빛이 숨쉬기 힘든 듯 허공으로 사라졌을 때 주위는 칠흙같은 어둠에 빠졌다. 천정의 하얀빛도 이미 사라져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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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최후의 빛이 사라져간 서고에 다시 암흑이 돌아왔을 때 우리들은 말없이 서고를 빠져 나왔다. 도서관의 불을 끄고 긴 복도를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밤이 되어 계절풍이 멈추고 우리들의 머리 위에는 기묘하리만큼 깨끗하고 조용한 별이 하늘에 가득히 펼쳐져 있었다. 우리들은 말없이 길을 걷고 언제나 처럼 다리의 한가운데 강물의 흐름을 바라보았다.



'너를, 너의 그림자를 만났던 때는 내가 16세였어'



나는 어두운 수면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 해는 뭔가 이상한 해였어 뭔가 점점 뒤로 지나가는 것같은 기분이였지. 뭔가가 나를 골목길로 빠지게 해버리는 듯했어... 내가 너를 처음으로 만난 것은 어떤 파티석이 였어. 누구의 생일파티였던가 그럴꺼야 내가 너와 말을 나눈 것은 두마디인가 세마디인가 뿐이지만 그때 갑자기 나의 눈 앞에 세계가 쫙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



너는 나로부터 몇걸음 떨어져, 나와 같은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 부터 몇개월이나 나는 너를 생각했던 것같아. 너에게 전화를 할 용기가 날 때까지는 몇달이던가, 매일 아주 괴로웠어. 어떤 때는 바라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했고 어떤 때는 영원히 어딘가에서도 만날수 없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어떤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너와 자고 싶었고 어떤 때는 멀리서 너를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만족했어... 그리고 그것이 몇달인가 계속되는 사이에 나의 의식속에서 너는 나에게 있어 살아가는 의미로 변해가고 있었어. 혹은 삶을 지속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는 그런 꿈속에서 살고 있었지. 꿈을 부르고 꿈을 먹고 꿈과 함께 잤어. 이런 기분을 알 수 있을까?'



너는 작은 머리를 흔들었다. '물론 이런 것은 모두 사소한 일에 불과하니까, 혹은 아무의미도 없을지 몰라, 단지 그뿐이야. 너에게만은 어떻게 해서든 말해 주고 싶었어. 어떠한 꿈이라도 결국은 모두 어두운 꿈이였지. 만약 네가 그것을 어두운 마음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어두운 마음일거야,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금가루처럼 빛나지만 실제는 진흙일뿐. 이런 꿈은 사람을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만들지. 그 웅덩이를 흐르던 물처럼 갈 방향없는 지하의 어두운 수맥을 영원히 방황할지도 몰라'



나는 말을 잃고 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는 꼼짝하지않고 가만히 수면에 시선을 둔채 물의 흐름이 중주(中洲)의 바위에 부딪쳐 내는 소리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채 꽤 오래동안 살아왔어. 괴로운 말뿐인 것같은 기분도 들어. 그러나 이런 생각을 지우기에는 나는 나이를 너무 먹어버린 것같은 기분이야. 내가 나가고 있는 긴 복도가 출구가 없는 복도라 하여도 정말 내 자신은 그곳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나의 어두운 꿈은 그것이 아무리 어두운 것이라도 그곳에 내버려두고 떠나서 살아갈수는 없어. 그것을 끊어버린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야'



'이 거리에서 너와 이렇게 해서 함께 사는 한 나는 다른 것을 바랄것은 없어.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야. 어떤 불안도 없고 어떤 어둠도 없어 아마 영원히 그럴거야. 그러나 거리밖에서는 지금도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어 짐승들도 죽고 그림자도 죽어. 셔츠에 묻었던 소스의 얼룩처럼 나의 마음에서 그것이 떠나지않아'





강물이 손에서 계속 넘쳐흘렀다. 그래도 나는 말을 멈출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림자와 함께 이 거리를 나간다. 너와 헤어지는 것은 견딜 수 없이 괴로워, 너와 둘이서 영원히 이거리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16세의 나는 그렇게 아름다웠어요?' 너는 얼굴을 들어 나에게 물었다.



'아름다웠어, 마치 꿈처럼.'



그리고 나는 너를 안았다. 나는 너의 볼위에 뜨거운 눈물을 느꼈다.



'당신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할께요' 라고 너는 말했다.



'언제까지라도... 제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예요.'



'안녕' 나는 말했다.



'안녕'





그녀가 옛다리의 어둠속으로 사라져 간 뒤에도 나는 계속 어두은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태양이 동쪽의 하늘에서 하얀 색을 살짝 들어내놓을 무렵, 나는 언덕위의 '관사'에 돌아가서 텅빈 침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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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조심해'라고 노인은 말했다. '벽은 너의 결심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뜨거운 스프를 조금씩 마시면서 수긍했다.



'왜 나에게 털어놓죠?'



'대위님에게는 상관없는 일일텐데요. 말없이 갈생각은 아니였습니다.'



'나도 내가 떠나게 된다면 아쉬워.'



우리들은 말없이 남은 스프를 마셨다.



'어떻게 나갈 계획이지?'



'모르겠어요.' 라고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림자가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어?'



'꽤 결점도 많은 친구지만 헛소리는 하지않아요. 오래 사귄 친구이니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노인은 말없이 접시를 싱크대에서 넣고 나서 테이블을 향해 앉았다.



'그녀와 떨어지는 것은 아주 괴로울 텐대?'



나는 미소지을 뿐, 그것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너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렇게 결단을 내렸지. 그러나 너의 결단이 옳을지 어떨지는 나는 몰라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너 자신이야. 벽의 어느 쪽이 밖이고 어느 쪽이 내부인지...'



'예'



'밖에 나간 뒤에 나간 것을 후회하기 시작할 지도 몰라 '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성공을 빌어'



'고맙습니다.'





4시에는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람이 없는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곧바로, 소리도 없이 거리에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언덕을 내려와 서쪽다리를 건너, 강변에 문지기의 작은 집까지 걸었다. 길을 가는 짐승들은 지친듯 등의 털에 눈을 얹은 채 말굽의 소리를 길에 울리고 있었다. 벽쪽에서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검은 연기가 하늘로 향해 일직선으로 올랐고 그 다음은 희미하게 하늘에 빨려들 듯 사라져 갔다. 아마 사체(死體)의 수는 10이상이 될듯했다. 그것은 나를 어두운 기분에 들게 했지만 적지않이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했다.



문지기는 없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문지기의 작은 집에 들어갔다. 방안은 언제나와 같았다.



스토브는 따뜻하고 주전자는 입에서 소리를 내며 하얀 수증기를 뱉어 내고 있었다. 문의 벽에는 뿔피리,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손도끼와 숫돌이, 손도끼의 날끝은 하얀 광채가 나며 나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 가슴 속에서 구토가 치밀었다.





나는 지하실의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의 냄새는 5일전 보다 한층 심해 있었다. 그런 속에 나의 그림자는 죽은 듯이 잠들어있었다. 나는 어깨를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다시는 안 올꺼라 생각했어' 그림자는 머리만을 내 쪽으로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형편없는 얼굴이지? 그 동안 이틀밖에 지나지않았는데...'



'일어날까'



'좀 일으켜줘'



나는 그의 여윈 몸에 손을 둘러 침대에서 일으켰다. 그림자는 혼자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업듯이 해서 계단을 오르지 않을수없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되지?'



'아무튼 뿔피리를 가져가'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나는 벽에서 뿔피리를 때어내어 포켓에 넣었다.



'지금부터 한 시간도 안 남았어' 라고 그림자는 말했다. '게다가 나는 달릴 수 없으니까. 가능한 5시가 될 때까지 남쪽벽까지 도착했으면 해.'



'모두에게 들킬텐데'



'방법이 없어, 각오해야지. 서둘러야 해, 다섯시가 되면 문지기는 뿔피리를 가지러 올것이고 내가 없는 것을 곧 알꺼야, 네가 나를 대리고 남쪽으로 간 것을 모두가 볼 것이고 놈은 반드시 우리를 쫓아오겠지. 그러니 5시까지는 어쨌든 남쪽벽에 도착해 줘'



'남쪽벽부터는 어떻게 나갈거지'



'생각하는 것은 나야, 달리는 것은 너이고, 너는 달리기만 하면돼. 자, 시간이 없어'



나는 체념하고 그림자를 업은채 작은 집을 나왔다. 눈은 하늘로 부터 하얀 베일처럼 우리들의 앞에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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