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미술사 - 미드보다 재미있고 사랑보다 매혹적인 이야기 갤러리!
하비 래클린 지음, 서남희 옮김 / 리베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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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비롯해 피카소, 렘브란트, 카라바조, 로트렉, 달리 등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대부분 알만한 화가들의 대표작들과 레이번, 휘슬러, 보네르 같이 일반인들에게 그림은 알아도 화가 이름까지는 잘 모르는 작품들을 하나씩 선정해 그에 얽힌 얘기와 화가의 이야기, 미술사의 이면들 가볍게 풀어내주는 건데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도 하고 상당수 몰랐던 얘기들을 만나는 그 신선함의 즐거움도 크다. 

 

다만 도판이 좀 더 풍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주제가 되는 작품은 각 장 전면에 소개가 되지만 내용 안에서 언급되는 작품은 전혀 실려있지 않아서 따로 찾아보거나 상상을 해야한다는 게 갑갑했다.  그리고 굳이 이게 한 챕터로 따로 언급이 되어야할 정도로 의미나 내용이 있는 건지 살짝살짝 의문이 가는 작품과 뒷얘기들도 있었지만... 그거야 저자와 편집자의 마음인 고로.

 

미술에 큰 관심이나 지식 없이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  이 방면에 많은 책을 읽고 아는 게 많은 사람에게는 너무 피상적이고 가볍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말 애호가인 내게는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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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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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충렬 작가가 서두에 고백한 대로 이 책은 일종의 팩션이다.  간송 전형필이라는 정말 한국인으로 감사해야할 대소장가의 생애와 그의 족적을 따라가긴 하지만 일정 부분은 재미를 위한 작가의 상상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밝힌 몽유도원도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모를 정도로 매끄럽게 내용이 이어진다.

 

간송이 찾아낸 훈민정음이며 추사나 겸재의 글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다시 가슴이 뛰고 흥미진진하다.  그가 지켜낸 한국의 보물들을 흩어지지 않게 관리해주고 있는 간송 선생의 후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는 다 친일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제는 아예 대놓고 꺵깽거리는 인간들에게 이 책을 좀 읽으라고 던져주고 싶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고민하던 일이 있었는데 양심의 하한선을 지키자는 결심의 계기를 줘서 개인적으로 더 고마운 책.  모두가 다 만해나 육사가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까기 마사오는 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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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8
니컬러스 섁슨 지음, 이유영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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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야말로 딱 아는 만큼 보이는 류의 대표적인 예일 것 같다.

 

경제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나같은 독자에겐 '세상에 이런 나쁜 놈이 많다니!'라는 공분을 주면서 우리가 속거나 착취당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깨달음을 주겠고,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과 연관되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 같다.

 

조세피난처니 페이퍼 컴퍼니니 단어로는 많이 들었으나 그냥 나랑은 거리가 아주 먼~ 먼 나라의 얘기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잡게 되었다.

 

더불어 조세 피난처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형성이 되었고 어떻게 그 카르텔을 유지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그 카르텔 바깥의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근접해서 거의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한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건 이 부분에 대해선 난 판단할 어떤 경험도 지식도 없기 때문에) 내가 장담할 수 없는 진실의 깊이에 대해선 다른 평가를 하나 옮기겠다.

 

이 저자의 책이 나온 뒤 유명한 조세 피난처 옹호자 한 사람이 저자를 불러서 "이 책이 오류투성이에 깊이도 없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는 것. 책에 대한 평가 중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데 내가 섁슨이래도 그랬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너무나 방대해서 그대로 옮기거나 요약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이다. 다만 읽어나가다 보면 뿌리 깊은 역외 금융과 조세 포탈의 그 전세계적인 방대함과 비도덕성에 대해 입이 떡 벌어지게 될 거라는 건 장담한다. 더불어 지금 한국의 1%가 우리 99%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할리퀸 독자들에겐 낯설지 않은 지명인 저지, 맨 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 그걸 이상향으로 해서 굴러가는 내 조국의 모습에 공포의 전율이 흘러올 정도.

 

저지에 사는 한 익명의 백만장자의 고백을 옮기자면 "내게 부과되는 세율은 우리 집 쓰레기 수거업자에게 부과되는 세율의 약 1/4 정도다. 그러고도 나는 하루종일 골프를 치며 소일하는 반면, 그는 아마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집세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저지에서 산다는 것이 바로 이렇다. 돈만 있으면 좋은 것을 누리 수 있다."

 

수백억 자산가면서 의료보험료는 몇천원을 내고 외국에 가있는 자식들을 건물에 위장취업시켜 세금을 포탈하던 우라나라의 어느 분과 소름끼칠 정도로 오버랩이 된다. 현직장관 중 1명 중 6명이 백만자자 이상으로 부유하고 부자들의 의회. (농부가 의회에 있는 걸 부끄러워한다는 저지 의원들의 모습에서 노동자를 위한 당이라고 표방함에도 청소노동자 출신 의원은 선거 때 제대로 돕지도 않는 어느 당이 겹쳐진다. 먹물 많이 먹은 그 당 어느 양반들보다도 정말 일 잘 하던 분이었음) 그것이 당연하고 이걸 반대하는 사람에겐 장관이 대놓고 이민을 가라고 폭언을 퍼붓는 사회. 이 저지를 끈질기게 구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 땅에 실현됐을 때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

 

저들이 얘기하는 세계화의 기초를 쌓아가던 그 과정에서 그걸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케인스가 등장하는데... 내겐 이 책이 비판의 대상이었던 케인스와, 최악의 케인스주의자라고 비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도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읽거나 접했던 케인스 관련 내용들은 그의 이론에 대한 비판이었다. 케인스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다룬 책을 읽지 않고 약점을 부각한 비판을 접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이론의 헛점에만 몰두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의 경제 이론이 갖고 있는 중요성과 장점에 대해서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만능의 파라다이스로 묘사되던 세계화의 허구를 냉철하게 파악한 책.

 

읽으면서 정상적인 경제 흐름과 조세를 무력하시키는 그 강력한 카르텔에 분노하면서도 '포기하면 편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지만 이런 암울한 현실을 처절하게 펼쳐놓으면서도 그래선 안 된다고 저자는 줄기차게 주장한다. 2007년과 2008년 그 모순이 폭발한 게 차라리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최소한 생각하고 분노하는 건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겨놓는다.

 

'나쁜 사람들이 뭉칠 때 착한 사람들은 필히 연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착한 사람들은 하나하나식 멸망해 갈 것이다. 경멸스러운 투쟁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희생은 동정받지 못 한다.'

 

영국의 보수주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가 한 말이라고 한다. 런던 내부의, 이 책에서 악의 근원지로 묘사되는 소위 시티 금융자본의 비리에는 입이 떡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런 진정한 보수를 가진 영국이 부럽다.

 

이런 보수라면 나도 보수에 설 용의가 있음.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하아... 떠올리기도 부끄럽다.

부디 최소한 조세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그렇잖아도 암울한데 한국의 저지섬화는... 진짜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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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 한겨레지식문고 5
찰스 타운센드 지음, 심승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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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그동안 벌어졌던 유명한 테러 사건과 그 단체,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 내용일 것 같은데 약간은 선정적인 제목과 작은 사이즈의 책이 주는 가벼운 선입견과 달리 내용은 상당히 묵직하다.

 

서구 학자가 쓴 것인 만큼 테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그들의 시각에서 입각한 내용이 아닐까 싶은데 의외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이건 내 편견일 수 있겠지만 이런 류의 인문학에서 비교적 객관적이고 폭넓은, 그러면서도 심층적인 접근은 이상하게 미국보다는 유럽쪽 학자들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학문적 분위기가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접한 저자들이 우연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음.

 

저자는 유럽인들의 시각에서는 암살자이자 과거의 의미에서 테러였을 이슬람의 아싸신들로 대표되는 암살자들. 그 십자군 시대에서부터 테러의 역사를 짚어내려본다. 그리고 공포 정치에 대한 저항, 혁명, 민족주의, 종교 등 갖가지 이유와 목적을 중심으로 한 테러를 분류해 설명해 나가고 있다.

 

2002년에 나온 책이니 벌써 10년 전의, 시간상으로 보면 좀 낡은 감이 느껴져야 할 텐데 테러리즘의 양상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화가 없고 그 양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니 2012년에 나온 책이나 다름없이 다가온다.

 

책에 대해서 이렇게 단순하게 뭉뚱그리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의 가치는 지배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테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균형있게 소개하면서 또 그 폐해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러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반대로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힘을 가진 국가들이 테러를 대하는 방식 역시 테러를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 그들이 갖고 있는 평행선이랄까, 서로 충돌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달려가 맞부딪치는 치킨 게임에 대해서 냉철하게 설명한다.

 

테리리즘의 이해를 위한 입문서이긴 하나 개요가 아니라 연구 단계의 독자를 위한 책이지 싶다.

굉장히 건조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즐겁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고 많은 해석과 사고를 요구한다.

내 무식이 죄겠지만 솔직히 이 책은 내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번쯤은 읽어보는 게 좋은 내용인 것 같고, 띄엄띄엄 1년 넘게 끌었으나 다 읽어냈다는 것은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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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전설
강윤동 외 지음 / 백산자료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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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에 저자에 대한 소개는 없고 번역자에 대한 소개만 나와 있는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무성의하다면 무성의한 책인데... 실제로 번역과 교정도 무성의하다.

 

번역자가 명시된 걸 보면 중국인이 쓴 중국의 책을 번역한 게 아닐까, 아니면 조선족 학자의 연구물일 수도 있겠고.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관계로 일단 그 부분은 그냥 궁금증만 안은 채 넘어가고, 책만 갖고 얘기를 하자면 내 평생이 이렇게 오타가 많은 책은 처음이고 아마 다시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

 

번역자의 이름은 명시되어 있지만 -고고학자라고 함- 이 고고학 교수님이 한국어를 하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고고학과의 대학원생들에게 책을 나눠서 번역을 시킨 다음 그걸 대충 모아서 책을 내지 않았을까.... 한 80%의 확률로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챕터 안에서도 인물의 이름이 달라지고 고유명사가 바뀌는 오류들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처음엔 오타인가 보다 했는데 반복되는 걸 보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추론을 하는 이유는 많이 알려진 역사적인 인물의 이름마저도 틀린 국어 표기로 된 게 많고, 무엇보다 '은,는,이,가'와 같은, 한국인이라면 틀리려고 해도 틀리기 힘든 조사들에서 오류가 너무나 많다. 한국사람들이 영어 쓸 때 정관사 헷갈려서 어색하게 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듯.

책의 내용이 전래동화책 수준이라면 위에 저런 얘기를 줄줄이 쓸 필요도 없이 돈 버렸다고 욕을 하면서 읽고 말았겠지만 내용은 상당히 알차다. 고구려가 워낙 남아 있는 자료가 없는 시대다 보니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책에선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내용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물론 상당수는 모두가 아는 얘기)

 

고구려를 자신들의 변방 국가로 인식한 중국의 역사관이 드러나는 게 많이 거슬리긴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고구려를 본다고 생각하면 또 그럭저럭 읽을만 하다. 어차피 나는 역사관이나 시각을 보는 게 아니라 고구려에 관한 팩트 부스러기를 모으는 중이니까 그런 부분에 관해서 좀 더 너그러울 수 있기는 했음.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이 책은 수많은 국어 문법과 철자의 오류와 더불어 역사관에도 문제가 있는 책이긴 한데... 여하튼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한 전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엉망인 번역인 책을 읽을 때는 정말 한문을 잘 읽는 사람이 부럽고, 한문을 자기 언어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했던 조선의 유학자들이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함. 조금만 더 유연하고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았더라면 좋았으련만... 한학에 대한 능력은 인정하나 조선 후기는 암흑기라는 인식은 못 버리겠음. 조선은 정말 세종대왕 하나로 모든 죄를 용서 받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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