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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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서정가제 대란 때 50% 할인해서 구입한 책이다.   

 

간간히 영국이나 프랑스 것도 있었고 미국의 심리학 관련 책들은 많이 봤어도 독일 쪽은 -내 눈에는- 처음이라 이쪽 심리학자들은 어떤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주제가 흥미로워서 골라봤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그대로 일치.  

 

심리학자이자 상담치료사인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사례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끝내 좌절하거나 아니면 그걸 딛고 일어선 유명인사들의 사례를 적절히 섞어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과 상황이 좀 다른 것들도 있고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뭔가 대단한 치유나 성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흐르는 기본 흐름이랄까, 그 본질은 똑같기 때문에 어린 시절과 연결되는 성인 시절의 반응과 대응에 대한 부분들은 맥락적 부분에서 꽤나 공감이 갔었다.  

 

책을 통해 스스로 자기 치유를 시도하려는 거라면 말리고 싶으나 문제를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 이해를 갖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가려는 사람,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읽을만한 책인 것 같다.

 

쓰다보니 감상은 좀 까칠한데 선물하려고 한권 더 샀음.  ^^

 

 

별의 선택권이 좀 더 다양하다면 별 세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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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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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직전에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은 미친듯이 책을 싸게 팔고 나같은 사람들은 미친듯이 지르는 그 광란의 와중에 제일 마지막 즈음에 지른 책.  엄청 많이들 샀는지 주문하고 한참 뒤에 따로 왔는데 오늘 사진 좀 찾으려고 보니까 일시 품절이네.  다들 반값에 홀려서 그냥 지른 모양이다.

 

'미식 견문록' 이후 완전히 빠져버린 작가다.  난 게을러서 팬질을 해도 그냥 멀리서 조용히 흠모하는 게 다인데 이 양반은 살아 있었으면 한번 찾아가서 만나보고 싶었던 그야말로 내게는 코드가 딱 맞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미식 견문록에서부터 그 안에 간간히 묘사되던 그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의 얘기가 굉장히 궁금했었기 때문에 전집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잡은 책인 바로 이 프라하의 소녀시대.

 

 

기대를 많이 했지만 기대했던 그 이상이었다.

 

요네하라 마리는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한 아버지 덕분에 동생과 함께 소녀 시절을 프라하에서 보낸다.  소위 민주 진영의 국가 국민이 합법적으로 공산권 국가에 가서 살 수 있었고 또 돌아와서도 편지 왕래를 했다는 사실은 내게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내 어린시절은 물론 10대 후반까지 소련을 포함한 수많은 공산권 국가들은 일종의 악의 축이었고 절대 가까이 할 수도 또 가까이 해서도 안 되는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존재. 프라하나 헝가리는 공산주의에 대항한 운동을 하다가 소련의 철퇴에 결국 무릎을 꿇은 아픈 역사를 가진 국가였는데 공산주의자들도 사람이었고 또 그 치하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삶과 긍정적인 점과 행복이 있었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제대로 느끼게 된다.

 

여기서는 그녀가 소비에트 학교 시절 친하게 지냈던 세명의 친구와의 학창 시절과 그들이 어른이 된 뒤 기적같은 재회를 그리고 있다.

 

그리스 망명자 출신 가정의 리차,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평등의 의미에 대해 씁쓸하게 곱씹게 만드는 차우세스쿠의 측근이자 루마니아 상류 계층인 야나,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야스나.  분명히 실화임에도 무슨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반전이 이어진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홀린듯이 읽어내려갔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간만에 제대로 몰입했다고 할까? 

 

프라하의 소녀시대의 메인 얘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그녀와 함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던 북한에서 온 양수는 그후 북한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프라하까지 왔다면 그의 아버지는 외교관으로 상당히 고위층이었을 텐데 그 수많은 숙청의 부침에서 무사했을지. 작고 가난한 조국에 대해 굉장히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던 그의 삶이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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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전의 일상 - 수메르 인들의 '평범한' 이야기
고바야시 도시코 지음, 이수경 옮김 / 북북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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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미시적이고 소소한 생활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꽤 오래 전에 사뒀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독서 의욕이 바닥을 치고 있는 터라서 계속 쳐다만 보다가 시작.

 

제목대로 수메르 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려는 시도는 한 것 같은데.... 원래 역사라는 게 정말 '평범한' 사람은 반역이나 왕을 위해 엄청난 공을 세우거나 하는 식의 극단적인 사고가 아니면 역사에 기록되지 않다 보니 내용은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왕과 그 일가들의 일상이다.

 

중간중간 띄엄띄엄 읽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각 장별로 내용 구분이 명확하고 연결성은 거의 없다. 왕족들이 어떤 집에서 뭘 먹고 뭘 입고 어떤 식으로 부대끼면서 살았는지, 그들을 보좌했던 쬐끔은 평범한 궁중 시종들의 일상을 한정된 자료의 한계 안에서 최대한 세세하게 펼쳐 보이려는 노력은 보인다.  얼토당토 않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고 기록과 유물이라는 증거 안에서 비교적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은 인정하겠고 그런 의미에서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수천년 전 수메르인들의 아주 디테일한 일상 엿보기나 세밀한 미시사를 기대한다면 그냥 패스함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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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 전3권 (별책부록 : 금단의 역사를 쓰다, 18년간의 대장정)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엮음 / 민족문제연구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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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빼곡한 이름과 기록, 사진들을 보며 힘들게 이런 책을 만들어졌다는 것에 감사. 사전이다 보니 정황성을 기하기 위해 그 범위를 아주 확실하고 좁게 잡은 것 같다. 마지막 주미공사 김정양 같은 확실한 친일 인사들이 빠져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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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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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류의 자기 경험담이나 신변잡기를 풀어낸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예외적으로 작가에게 홀라당 빠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저자의 프로필을 보니까 2006년에 56세의 젊은 나이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나오던데 만약 이 언니가 살아 계셨다면 직접 찾아뵙고 책에 사인이라도 받아오고 싶을 정도로 본받고 싶은 왕언니. 

 

좀 더 진솔하게 고백하자면 내가 살고 싶었던 모습이랄까. 어떤 의미에선 내 영혼의 쌍둥이를 만난 것 같이 사물에 대한 느낌이나 시각에서 일치되는 게 많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따라하기에 이제는 늦었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이 언니처럼 살다 가고 싶다. 

 

이렇게 절대 만날 수 없는 인물과의 접점을 시간과 공간을 넘어 찾게 해주는 게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그래도 책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이 책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골수 공산주의자인 부모 -부자인 부모가 물려준 유산마저도 당을 위해 다 바칠 정도로- 밑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성장했고 러시아어를 전공해 러시아어 동시 통역사이자 작가로 맛있는 걸 원없이 먹고 살다 간 여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먹었던 음식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책이다.

 

보통 어린 시절의 음식이나 세계를 누빈 식도락의 얘기가 나오면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이나 각국의 역사가 펼쳐지지만 그녀의 시각은 좀 다르다.  아주 유쾌하게 경험과 문화를 풀어낸다.  문장이나 에피소드에서 묻어나는 그 유머감각은 때로는 배를 잡게 하고 때로는 키득거리게 한다.  무시무시하게 맛이 없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그 전설적인 구 소련의 통조림 '여행자의 아침'마저도 먹고 싶어진다.   ^^;

 

그렇지만 가장 땡기는 건 냉동 대팻밥 생선.  이건 언젠가 겨울에 중앙아시아에 여행가서 꼭 한번은 먹고 와야겠다.  그리고 러시아까지는 힘들겠지만 그리스에 가면 그 파란 통에 든 전설의 할바도 먹어보고 죽어야지~

 

내게 유쾌하고 맛있는 세상을 열어주고 가신 요네하나 마리 언니~  저승에서 꼭 한번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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