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통신 - 유쾌한 지식여행자가 본 러시아의 겉과 속 지식여행자 13
요네하라 마리 지음, 박연정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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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이후 완전히 요네하라 마리의 팬이 되어 내 취향이 아닌 소설을 제외한 그녀의 책들을 거의 다 사들이고 있는데 아쉽게도 가장 원하는 '대단한 책'은 현재 절판이고 나머지 책들을 틈나는대로 읽고 있다.  

대체적으로 다 재미있지만 이 책은 특히 내 취향.

동구권 개방 초에 잠깐 머물렀던 적도 있고 신문을 열심히 보던 때라 어렴풋이나마 개방과 고르바초프, 옐친의 그 파란만장한 뉴스들의 기억이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과 에피소드에 연결되어 그런 것 같다.

완전히 오래된 남, 혹은 옛날 얘기가 아니라 나도 어느 정도는 그 시대를 걸쳐 살았고 어느 정도는 일원이고 증인이었던 역사의 흔적이라 더 친숙하지 싶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에서 묘사되던 개방 전 소련의 폐쇄성과 공산주의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들은 냉전 시대 때 체제 경쟁의 일환으로 수없이 제공되던 소련의 열악한 소비재 상황과 온갖 모순에 대한 에피소드, 내가 경험했던 끝자락의 기억과 잘 연결이 된다.

수요일에 물이 다 떨어졌는데 정기적으로 새 제품이 들어오는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절대 추가 주문하지 않던 꽤 큰 동네 유일의, 부다페스트의 수퍼마켓. (내 필수품이 물이었기에 물만 기억하는 것이지 아마 다른 것들도 수요 예측 실패로 무수히 중간에 품절되거나 남거나 했을 것이다.)

저녁 6시가 되어 자기들 퇴근해야 해서 손님 받지 않는다던 프라하 중심가의 레스토랑 등.

물론 지금은 그런 곳은 없을 거다.

그 와중에 밑장빼기로 돈 바꾸는 관광객들 등쳐먹는 사람들과 기차역엔 배낭 관광객들 데려가려는 민박집 주인들로 인산인해였다.

당시에도 자본주의에 일찌감치 눈을 뜬 사람들과 익숙한 구체제에 맞춰 살던 사람들이 뒤섞인 혼란기였으니 가능했던 경험이겠지.

요네하라 마리처럼 정말 제대로 두개의 체제를 체험하고 그 어디도 완벽하게 나쁘거나 좋지 않다는 경험을 갖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실제로 경험해봤던 건 내 세대의 축복이지 싶다.

사설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이 책은 바로 그런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운 좋게 중심에 서서 양쪽 세계를 바라볼 수 있었던 요네하라 마리의 역사 기록이다.

그녀가 직접 그런 낯 간지러운 얘기를 쓰진 않았지만 주변인들의 기록으로 보건대 마리는 고르바초프와 옐친 모두 지목할 정도로 선호하던 우수한 통역가였던 것 같다.

두고두고 세계사 책에 등장할 그 인물들의 곁에서 보고 들은 비화 중에서 공개해도 가능한 내용들과 그녀가 러시아를 오가면서 체험했던 기억들이 정말 맛깔나게 어우러져 제공된다.

더불어 로스트로포비치에 관한 기록들은 내게 향수를 떠올리게 했다.

중 3 때던가 호암아트홀(이 역시 확실치 않다)에서 처음 만난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다시 태어나 내가 악기를 또 한다면 그때는 꼭 첼로를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던 아름다운 소리였는데.

그녀에겐 식은 땀 나는 경험이겠지만 배를 잡게 했던 아제르바이잔의 코냑 사건을 비롯해 자신을 미화하지 않고,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 가득한 애정 때문에 그 따끔함마저도 빙그레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요네하라 마리 글의 특징이지 싶다.

우리도 노씨 성을 가진 첫 대통령 때 북방정책인가 북방외교 어쩌고 하면서 러시아 상대로 차관 제공이니 뭐니 온갖 뻘짓을 다 하면서 세금 갖다 퍼부었는데 그거 회수는 했으려나?

당시 기분이 나빴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정말 찰나의 시간 동안 러시아 앞에서 목에 힘 좀 줬던 대가로는 좀 비싼 것 같다.

그래도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보니 일본이 우리보다 더 호구였던 것 같아 아주 눈곱만큼이지만 위로가 되긴 하네.

물론 경제적 능력이 모자라 덜 호구였지 일본 정도의 경제력이었으면 더 호구였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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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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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뭐랄까, 흡입력이 굉장하다. 

 

요즘 총체적으로 소진된 상태라 책을 읽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데 그녀의 책은 아무리 지친 상황에서도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리게하는 힘이 있다.  글로 먹고 사는 먼 동종업자의 입장에서 참 부러운 재주. 같은 내용이나 주제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독특하고 맛깔스런 내용으로 변신하는데 정말 이건 타고난 재주이지 싶다.

 

각설하고, 제목을 보면 무슨 연애 지침서 내지 솔직히 너무나도 궁금한 요네하라 마리의 연애 기록이 아닐까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걸 원하는 사람은 책을 패스하길.  그녀가 키우던 1세대 개와 고양이들과의 이야기이다.  1990년대에 쓴 책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요네하라 마리를 포함해서 모두 이 세상을 떠나서 자신들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그 시간에 그 동물과 마리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교감을 누리면서 지냈는지를 보고 있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정말 영리하고 표독스러운 고양이들, 아마 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담아두며 궁금해하고 죄책감을 느꼈을 겐의 운명. 겐과의 이별을 통해서 그 집에 새로 오게된 개들.

 

떠나고 새로 들어오고... 세상사가 다 그렇다지만 인간이 아니면 살기 힘든, 인간에게 길들여진 길짐승을 바라보는 마음은 아마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참 따뜻하고 즐거우면서도 슬프고 씁쓸했다.

 

내용과 큰 상관은 없으나 굉장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제목,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인간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건 내 운명에게 혹은 신에게 정말 감사해야할 부분인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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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
박나리 지음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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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욕구를 책으로 채우고 있는...  ^^;

 

집에 연로한 한분과 늙은 한 마리가 있다보니 긴 여행은 심적으로 부담이 크다. 결국 짧게 짧게 가까운 곳만 살짝 다녀오는 정도다 보니까 유럽에 가본지가 어언....  유럽, 특히 프랑스와 영국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현실로 채울 수 없는 갈증을 책으로라도 채우고 싶은 욕심에 충동적으로 고른 책.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문화 다방면으로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그런 정도까진 아니라 살짝 실망했지만 또 다른 방면으로 생각해보면 정보로서 가치는 훌륭하다. 

 

티룸, 책방, 스포츠, 정원 등 영국을 대표하는 주제들을 선정해서 테마별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것부터 마니아층에서만 공유 가능했을 정보를 잘 소개해주고 있다. 

첫 방문자보다는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도시의 단면을 찾아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안내서인 것 같다.

 

다음에 런던에 간다면 펍 등 몇 가지는 영국 여행사의 현지 투어를 신청하고 나머지는 이 책과 지도를 들고 슬슬 돌아다니면 즐겁고 알찬 여행이 될 듯~

 

리츠 티룸에 가서 애프터눈티 마시고 싶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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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 묻히다 - 독립영웅, 혹은 전범이 된 조선인들 이야기
우쓰미 아이코.무라이 요시노리 지음, 김종익 옮김 / 역사비평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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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으로, 노동자로, 성노예로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의 전쟁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 청춘들 중에 가장 덜 알려진 존재가 조선인 군무원들이다.

 

3천여명의 조선인 군무원들.

대다수는 토끼몰이식의 강제 동원.

그들 중 일부는 분명히 더 나은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이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이 아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비극이다.

 

그렇게 동남아로 간 군무원들 중의 아주 일부는 거기서 고려독립청년당이라는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했고 일부는 조선에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수십명은 전범으로 몰려 사형 당했고 수백명은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들에 대한 슬픈 기록인데 정말 슬프게도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 학자 부부가 1970년대부터 발로 뛰면서 찾아낸 연구 결과로 아마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들에 대해서 알지 못 했거나 거의 남지 않은 파편들을 찾아다니면서 힘들게 사라진 기억들을 아직도 발굴하고 있었을 것이다.

 

친일파로 몰릴 것을 두려워해서 과거를 감추고 (실제로 그런 이유로 경원시 당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살다가 죽어간 B,C급 전범들.

생존자는 이제 열 손가락도 되지 않음에도 아직도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 그리고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한민국 정부까지 도대체 이유라도 알고 싶다는 의문을 내내 갖게 했던 책이고 조사였다.

 

제대로 붙어 먹은 친일 매국노들은 자손까지 고개 빳빳히 들고 잘 사는데 그들은 죄스러움에 자신을 감추고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과 그 후손들이 왜 친일매국노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한국사의 처참한 비극이라는 울분이 가슴이 아팠다.

 

적극적인 친일 매국노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친일을 구별하는 등의 용어 정립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번역자는 말도 안 되는 민간인 사찰로 개인의 삶이 풍비박산이 난 김종익 선생.

부디 건강하시고 악인들의 말로를 꼭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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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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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뭐랄까, 흡입력이 굉장하다. 

 

요즘 총체적으로 소진된 상태라 책을 읽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데 그녀의 책은 아무리 지친 상황에서도 일단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리게하는 힘이 있다.  같은 내용이나 주제도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독특하고 맛깔스런 내용으로 변신하는데 정말 이건 타고난 재주이지 싶다.

 

각설하고, 제목을 보면 무슨 연애 지침서 내지 솔직히 너무나도 궁금한 요네하라 마리의 연애 기록이 아닐까 기대를 하게 되는데 그걸 원하는 사람은 책을 패스하길.  그녀가 키우던 1세대 개와 고양이들과의 이야기이다.  1990년대에 쓴 책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요네하라 마리를 포함해서 모두 이 세상을 떠나서 자신들의 별로 돌아갔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그 시간에 그 동물과 마리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교감을 누리면서 지냈는지를 보고 있는 건 정말 즐거운 경험이다.  정말 영리하고 표독스러운 고양이들, 아마 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담아두며 궁금해하고 죄책감을 느꼈을 겐의 운명. 겐과의 이별을 통해서 그 집에 새로 오게된 개들.

 

떠나고 새로 들어오고... 세상사가 다 그렇다지만 인간이 아니면 살기 힘든, 인간에게 길들여진 길짐승을 바라보는 마음은 아마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 같다.

그래서 참 따뜻하고 즐거우면서도 슬프고 씁쓸했다.

 

내용과 큰 상관은 없으나 굉장히 섹시하고 매력적인 제목,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여기에 하나 더 하자면  인간 수컷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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