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위조사건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8
조 홀드먼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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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세카이계가 아닌, 소설가와 소설의 세카이계. 잘 만든 농담(이라고 하기엔 엔딩이 너무 진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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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스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신촌에서 내려 약솟 장소로 가는데 시간이 조금 남을 것 같았다. 뭘 하지? 하고 걷고 있는데 옛날 신촌문고 비슷한 자리에 있는 지하서점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게 얼핏 보였다. 그러고 보니 모리스 블랑쇼 강연회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이미 강연이 끝나고, 서점 영업조차 끝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자는 생각에 내려갔다. 안에는 투명한 벽으로 분리된 회의 공간 같은 게 있었고 그 안에서 강연이 아직 진행되고 있었다.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근데 강사가 한국인이었다. 아 모리스 블랑쇼는 죽었지, 생각했다. 그런게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출판사 사람들이었다. 알은체를 하며 내게 말했다. "아 왔네. 오늘 전화 받았다며?" 나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고 전화는 안받았다고 했다. 그래?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렸다. 그때 강사가 정숙할 것을 요청했다. 안경을 쓴 삼십대 중후반의 약간 강신주풍의 강사였다. 지가 모리스 블랑쇼도 아닌데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갑자기 내게 자네는 여기 왜 왔나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 블랑쇼 얼굴이라도 볼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말했다. 마치 농담인 것처럼. 강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지만 블랑쇼는 죽었지 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쉬는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그냥 나왔는지도 모른다. 철학과 후배가 옆에 있었다. 오경준. 녀석은 언제나처럼 까불거리며 강사 흉을 봤다. 나는 슬슬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뒤에서 큰스승 김민하가 나타나 커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자판기 커피. 그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자판기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기 저쪽 자판기가 더 좋다고 했다. 여기보다 싸고 맛도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커피는 35원밖에 하지 않았다. 아깐 50원이었는데. 오경준이 또 까불거리며 이 자판기가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더 좋다 내가 뽑을테니 두 분이 드셔라 하면서 자판기로 다가갔고, 이것봐 돈도 들어있고 이걸로 뽑으면 되고 얼마나 좋아 녀석이 으스대며 말했다. 과연 누가 거스름돈을 가져가지 않은듯 자판기에는 잔액이 표시되어 있었다. 아 그렇군,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폐반환부에서 돈이 나왔다. 만원짜리 한묶음이었다. 오경준은 태연하게 그걸 집더니 봐, 이런 일까지 있잖아 얼마나 좋아 말하곤 그러니 이건 두분이 나눠가지시라며 내게 돈뭉치를 넘기고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김민하가 입을 벌리고 서있었고, 나는 녀석에게 돈을 주며 야 셔츠 밑에 넣어 빨리 다급하게 외쳤다. 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그렇게 했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나는 자판기를 한번 더 보았다. 다시금 자판기는 무언가를 내뱉고 있었다. 돈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각종 고지서 지로용지였고 만원짜리는 한두 장이었다. 그냥 두고 김민하를 따라갔다. 김민하는 돈을 부채처럼 펼치고 들여다보며 기뻐했다. 나도 기뻤다. 몇대 몇으로 나눠야하나 잠깐 생각했다. 오 대 오? 내가 형이니까 조금 양보할까? 그 순간 바람이 불어 만원 한장이 날아갔다. 허공에 뜬 채 달빛에 비친 지폐 가운데에 빨간 글씨가 써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설마. 나는 봤냐고 물었고 김민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상한 기분이 든 나는 김민하에게 돈을 하늘에, 불빛에 대보라고 했다. 그렇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한장만 저런게 끼어있었던 걸까. 어떤 놈이 위폐를 사용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때 갑자기 지폐가 한장 한장 날아가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김민하에게 뭐하냐고 했다. 김민하는 아무 말 않고 지폐를 쳐든 채로 굳은듯 있었다. 지폐가 허공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모든 지폐에 빨간 글씨가 써있었다. 전부 위폐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허탈했고 그 자리에 섰다. 김민하와 나는 그렇게 서서 가짜 돈다발이 마치 벚꽃처럼 날리는 광경을 오래도록 지켜보았다. 



2.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꿈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인 사건을 내가 해결했다. 비록 범인을 검거하지는 못했지만, 누군지는 밝혀냈다.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나는 고등학교에 위장 전입한 대학생이었다. 각설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가는 길에 알라딘 중고 서점이 보였다. 처음 보는 지점이었다. 구경이나 할까, 들어갔다. 지하였다. 볼 건 없었고, 나는 출구를 찾았다. 출구 옆에 '오늘 들어온 책'이라는 서가가 있었다. 잠깐 들여다보았다. <발터 벤야민의 OOO>라는, 커다란 책이 보였다. 그러니까 <한국 곤충기>, <살아 있는 지구> 뭐 이런 책들 같은 판형이었다. 하얀 색 양장. 책세상 일반 시민 교양 총서의 1권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본 적이 없는 책이었다. 정가가 18000원이었는데, 중고가는 보이지 않았다. 바코드가 없었다. 책을 뒤지다 어딘가에서 작은 네임스티커를 발견했다. '우경 18000'이라고 써있었다. 물론 그건 내가 아는 우경이었다. 아, 이 양반 절판도서라고 정가 그대로 매겼네, 라고 생각했다. 짜증이 났다. 그때 저쪽에서 우경이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개를 돌리니 출구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출판사 마케터라는 사실, 그녀는 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긋, 눈인사를 하더니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쓰촨성 대지진 어쩌고 하면서 경제 이야기, 책이 안 팔리는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다.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비켜주기를 기다렸다. 우경에게 살인 사건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경은 무언가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하지만 여자는 좀처럼 가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3. 

나는 군인이었다. 빌어먹을. 하지만 괜찮았다. 휴가 나온 군인이었으니까. 동부 터미널 같은 곳이었다. 나는 군복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내게 다가온다. 그는 내게, 그러니까 휴가를 나온 군인인 내게 "텍스트란 모피와 같고, 텍스트를 읽는다는 건 모피의 털을 한가닥 한가닥 쓰다듬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가 '털'이라고 말할 때 그의 뒤에 마치 후광처럼 fur 라는 영단어가 보였다. 그럴듯한 말이어서 나는 감탄했고, 잠실 야구장에 야구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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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자 그대로 가난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우리는 자신의 내적 삶을 단순화시키고 구원하기 위해 가난을 선택한 모든 사람을 경멸한다. 어떤 사람이 일반적으로 재산을 긁어모을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수단을 열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생기 없고 야망이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옛부터 가난의 이상화가 의미했던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힘까지도 잃어버렸다. 물질적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로움, 매수되지 않는 영혼, 보다 대담한 무관심,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 또는 우리가 하는 일로 헤쳐나아갈 수 있는 삶, 언제라도 책임없이 삶을 내던질 수 있는 권리 — 더욱 강건한 상태, 다시 말해서 도덕적 전투상태를 우리는 잃어버렸다. (…) 가난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자유인이 되는 반면에, 부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노예가 된다는 다수의 사례가 있다. (…) 우리는 더 이상 침묵을 지킬 필요가 없고, 또 혁명가나 개혁가에게 투표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나는 이 문제를 여러분이 심각하게 숙고해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교육 받은 계급들 중에서 가난에 대해 널리 퍼져 있는 두려움은 우리의 문명을 고통받게 하는 가장 나쁜 도덕적 병이라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의 MD로 일하며 숱한 독자 서평을 보았지만,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한 편의 서평이 있다. 인용을 제하면 단 한 줄 뿐인 그 글을 독자는 이렇게 썼다. “책을 읽다가 아래의 구절에 시선이 멈췄다. 다음 날 공무원을 그만두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같은 구절에서 시선을 멈췄다. 오랜만에 찾은 서평에서는 두 번째 문장이 사라지고 없었다. 


오늘 그 구절을 다시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여전히 가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는 나의 작은 마음과 공무원을 그만두었다는 문장을 쓰고 또 지우던 낯모르는 독자의 마음을. 2월 28일은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 꼭 3년이 되는 날이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32154355&code=9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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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서평에 대한 서평일까? 

서평에 대한 감상문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려나, 3년이 넘게 살았는데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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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2013-03-0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는 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팝님이 회사를 관두셔서 좋아요. 팬심으로.

poptrash 2013-03-05 15:38   좋아요 0 | URL
이런 말은 처음 들었는데... 회사를 그만둔 보람이 있네요 ㅎㅎ
고맙습니다!
 

“너 혹시 공장에서 일할 생각 없냐?” 오징어순대를 한입 크게 베어 물던 내게 선배가 물었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는 선배다. 나는 반쯤 삼킨 안주를 도로 뱉으며 선배를 바라봤다. 우리가 벌써 취한 건가? 설마. 그렇다면 순대가 이렇게 뜨거울 리 없다. 우리는 방금 만났고 이제 첫 잔을 비웠을 뿐이다. 하지만 몇 잔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머릿속이 멍해지는 걸 보니, 어쩌면 정말 취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냉정한 편집자의 시선으로 사랑하는 후배에게 전업을 권하는 것도, 먼 친척에게 공장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공장들에서 일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르포를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르포르타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기획인 모양이었다. 물론 나는 언제나 더 많은 일거리가 필요한 입장이었다. 그러니 건배. 우리는 밤이 깊도록 기획을 발전시켰고, 보람찬 술잔을 나누었으며, 다음 날 아침 곧바로 잊어버렸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이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한승태의 <인간의 조건>을 읽었고, 우리가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니시모리 히로유키의 만화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따온 것으로 짐작되는 필명을 쓰는 저자의 이력은 이렇다. “전국을 떠돌며 닥치는 대로 일했고 일하는 틈틈이 영원히 출판되지 못할 게 분명한 시와 소설 들을 썼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고시원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동안 겪어본 직업이 꽤 여러 가지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1차.2차.3차 산업, 더 세밀하게는 농업, 어업, 축산업, 제조업, 서비스업계에서 모두 일해본다면 그때는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했다.”


과연 저자는 그렇게 했다. 진도의 꽃게잡이 배에서부터 서울의 주유소와 편의점. 아산의 돼지농장, 춘천의 비닐하우스, 당진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 이르기까지 몸소 체험한 다양한 직업의 현장을 기록한 것이다. 아니, 체험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건 어쩐지 ‘체험! 삶의 현장’ 같은 프로그램 제목을 떠올리게 하니까. 그는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것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경험한 것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질투어린 시선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이내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시선과 어떤 상황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유머 감각 때문이었다. 숙소와 식사, 작업 과정과 도구, 사람들의 면면과 말투를 아우르는 세밀한 묘사와 그 위에 더해지는 다소 반어적인 유머는 자칫 어둡고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었을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다소 평범한 진리가 커다란 울림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진리란 언제나 평범한 법이다. 그러니 별 수 있나. 우리가 늦었다는 사실을 흔쾌히 인정할 수밖에.


책을 읽은 후 다시 만난 술자리에서 선배가 물었다. “너 혹시 대리운전할 생각 없냐?”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배는 <꽃미남 대리운전>이라는 제목까지 생각해둔 모양이었다. “형, 근데 ‘꽃미남’은 좀 아닌 것 같은데…” 주저하는 내게 선배가 시원하게 말했다. “응, 걱정 마, ‘꽃미남’은 내가 섭외할 테니까 넌 운전만 열심히 해.” 결국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했다. 하기야 운전이야 아무래도 좋았으니, 우리는 그날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이다.


 

 

 

 

 

 

 

 

 

 

 

 

 

시사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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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3-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담담한 문체와 기습같은 씁쓸한 유머가 말이죠.

poptrash 2013-03-05 15:41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올해 이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몇 사람에게 했는지 몰라요. 아치 님도 좋아하신다니, 좋네요 ㅎㅎ

수연 2013-03-0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에 한표! ^^

poptrash 2013-03-05 15:42   좋아요 0 | URL
그건 너무 픽션이네요 ㅎㅎ

감은빛 2013-03-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미남 대리운전] 재밌겠네요!
한 오륙년 전에 어느 대리운전 기사님의 블로그를 즐겨 방문했어요.
블로그에 업무일지 처럼, 일을 시작한 시간과 끝낸 시간.
어디서 어디까지 몇건에 얼마를 받았는지.
간식은 언제 뭘 먹었는지.
중간에 휴식은 어디서, 이동은 어떻게 했는지 등을
아주 자세하게 기록해 두시더라구요.

그 기록만 읽어도 이 분이 일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빠지지 않고 매일 올라오는 기록들을 보면서,
나중에 이거 잘 갈무리하고 살을 덧붙여서 책으로 엮어도 재밌겠다 생각했었어요.
운전을 배우셔서 한번 도전해보심이. ^^

poptrash 2013-03-07 07:55   좋아요 0 | URL
아, 멋진 대리운전 기사님이시네요.
그런 기록을 매일 한다는 건 좋은 일 같아요.
그렇지만 운전이 무서워서 저는 포기... orz
 

1. 

배고팠던 시절을 회상하는 에세이의 한 구절을 폴 오스터는 이렇게 썼다.


“나는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결국 그것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어떤 낭만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가령 나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선언하고 훌륭한 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에 휩쓸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욕구 같은 것. 내 입장을 고수하고 물러서지 않으면, 아니 그렇게 해야만 내 인생은 훌륭해질 터였다. 예술은 신성한 것이고 예술의 부름에 따르는 것은 예술이 요구하는 어떤 희생도 치르는 것, 목적의 순수성을 끝까지 지키는 것을 뜻했다.” (<빵굽는 타자기> 62쪽) 


며칠 후면 나는 서른세 살이 되고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그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 게 분명하며 결국 그것 때문에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지만 거기에는 어떤 낭만적인 생각도 없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던 내게 한 상사는 “잘난 척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잘난 척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에 잘난 척을 하기 위해 불행의 아가리에 제 머리를 들이미는 인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게 낫겠다.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었다는 피터 버거의 고백을 따라 나 역시 ‘어쩌다’ 서평가가 된 것뿐이라고. 그 정도 핑계로는 납득할 수 없다면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몇몇 문장을 인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34쪽)


“반복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위의 책, 45쪽)


결국 모든 것은 ‘어쩌다’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떤 불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어쩌다, 도대체 어쩌다… 후회해도 이미 늦다. 물은 엎질러지고, 책장은 넘어간다. 페이지를 되돌릴 순 있어도 이미 읽은 것을 어쩔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독서의 진정한 폐해다. 오늘 나는 그렇게 말해야겠다. 


물론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서평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그런 생각, 다시 말해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느라 인생의 낙오자가 되지도 않을 것이다. 잘 된 일이다. 낯모르는 그이의 가계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들과 경쟁하느라 더욱 위태로워졌을 나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질문.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는 걸까? 다시 말해, 서평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정말 있긴 한 걸까?


2.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출판사나 서점, 헌책방이나 북카페에서 일하거나, 직접 운영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도서관 사서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고, 학교에 남아 연구활동을 하려 하는 사람도 있다. 그밖에도 책과 관련된 수많은 직업이, 그것에 종사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각자에게는 때론 낭만적이거나(폴 오스터적인 의미에서) 때론 현실적인(해가 갈수록 앓는 소리만 커지는 업계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일을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조금 생각해봐야겠지만) 저마다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예술이라는 이상의 추구와 취미와 직업의 조화라는 비교적 소박한 희망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할 이유들. 나는 그들의 꿈을 존중한다. 그들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서평가라면, 묻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표준 답안은 이렇다 :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그럴 듯한 대답이다. 하지만 정보는 넘쳐난다. 인터넷 서점의 도서 정보 페이지를 보라. TV나 신문,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의 북섹션은 물론이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사용자가 직접 작성하는 정보들은 또 어떤가. 그러니 인정하자. 너무 많은 정보가 문제다. 사사키 아타루에 의하면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못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질 들뢰즈의 강력한 말이 있습니다. "타락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타락한 것이다"라는. 하이데거도 '정보'란 '명령'이라는 의미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명령을 듣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정보를 모은다는 것은 명령을 모으는 일입니다. 언제나 긴장한 채 명령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누군가의 부하에게, 또는 미디어의 익명성 아래에 감추어진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의 부하로서 희희낙락하며 영락해가는 것입니다. 멋지네요.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틀리지 않다고 믿을 수 있을 테니까요. (22쪽)


쏟아지는 건 정보만이 아니다. 책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서점 MD로 일한다는 것은 아베 코보의 세계에서 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쩌다’ 해안 사구 마을에 감금되어 밤마다 집으로 쏟아지는 모래를 퍼내는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던 운 나쁜 남자가 등장하는 <모래의 여자>의 세계. 장마철의 곰팡이처럼 책상 위의 책 더미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책상과 책상 사이로 높은 벽이 세워지며, 가끔씩은 (실제로) 책들에 깔리기도 한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책을 치워도, 다음 날이면 그것은 고스란히 돌아온다.


그러니 너무 많은 책 사이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들은 서평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듯한 말이다. 이 때 서평가는 공정한 판관이 되어, 혹은 감별사가 되어 각각의 책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서평을 쓸 것인가?


사상, 비평, 학문, 지식이나 정보를 둘러싼 이런 분야에서는 두 가지의 전형적인 형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쪽을 '비평가'라고 부르고 다른 한쪽을 '전문가'라고 부릅시다. 현재 대부분의 사회과학이나 심리학적인 지식을, 그것도 위에서 강림한 것 같은 그런 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비평가'들은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언제 무엇에 대해서도 재치 있는 코멘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초조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한 가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환상에 매달립니다. 결국은 둘 다 환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23쪽)


다시 말해 ‘비평가’로서의 서평가인가, ‘전문가’로서의 서평가인가? 어쩌면 서평가라는 애매한 직업군의 사람들은 두 종류의 환상 모두에 시달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은 사회과학이나 심리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모든 분야’의 책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한다. 그들이야말로 ‘책’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이 질문은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서평가가 믿을 만한 서평가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또 다른 심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서평가평가’ 정도 될까? 그리고 다시 그 ‘서평가평가’를 평가해 줄 ‘서평가평가평가’와 ‘서평가평가평가평가’가, 그리고 ‘서평가평가평가평가평가’와 또……. “잘난 척 하지 마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거다. 그건 결국 “위에서 강림한 것 같은 그런 지식”에 매달린 채 쓸데없이 공정한 척, 객관적인 척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물을지 모른다. 도대체 서평가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혹은 서평가는 무엇을 쓸 수 있는가?


하지만 이 자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내가 답을 모른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내겐 그보다 시급한 당면문제가 있다. 그러니 내가 던져야 하는 건 바로 이런 질문이리라 : 나는 어쩌다 서평으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느라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나?


3.

돌이켜 보면 나는 다만 도망치고 싶었을 뿐이다. 인터넷 서점의 MD라는 직업으로부터, 당면한 업무로부터, 너무 많은 책으로부터— 눈앞에 있지만, 읽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그 책들로부터.


퇴직금과 약간의 저축으로 당분간 생활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두 개의 외고를 납품하고 있긴 했지만 그것으로 가계를 충당하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설령 그것 때문에 현실적으로 곤란한 문제들이 생기더라도 <모래의 여자>의 주인공 니키 준페이를 따라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과연 도망치는 재미는 쏠쏠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은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퇴직 후 운 좋게 원고 청탁을 받는 일이 늘어났지만, 생계를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얼마나 부족했는지 이 자리에서 늘어놓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다. 결국 퇴직금이 바닥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6개월만의 일이었다(퇴직금이 많았던 게 아니다. 원고 수입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다만 지출을, 특히 도서구입비를 대폭 줄였을 뿐이다). 초중교 독후감 대회 심사 같은 일회성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무너지는 댐을 막는 네덜란드 소년의 작은 몸처럼 역부족이었다. 통장 잔고와 생활 아닌 생활,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재취업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게으름을 이기지 못했다. 어지간한 충격이 아니면 게으름은 물러서지 않는 법이다.


충격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왔다. 2011년 12월 24일의 안개 낀 아침, 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있던 내게 물리적인 방식으로. 96중 추돌사고에 휘말린 것이다. 차는 완파되어 폐차장으로 보내졌고, 네 명의 탑승자는 모두 2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꼼짝없이 연말연시를 병실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불평만 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보험금을 받았고, 그것은 수십 개의 원고를 납품해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보험금이 떨어질 무렵에는 출판사와 책을 계약했고, 계약금을 받았다. 첫 번째 책. 계약금이 떨어질 무렵에는 책이 출간되어 인세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책을 읽고, 원고를 납품했다. 하지만 여전히 원고 수입은 적었고, 생계는 빠듯했다. 생각에 시달리는 일이 잦아졌다. 혼자 술을 마시던 어느 새벽 인터넷 서점에 등록된 <서서비행>(부제는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였다)이라는 책의 보도자료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살면서 적지 않은 보도자료를 읽었지만 그렇게 슬픈 보도자료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고, 나 역시 그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다.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 실린 ‘어느 서평자의 고백’이라는 짧은 글에서 일반적인 서평가를 묘사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양실조 상태일 것이고, 최근에 반짝 운이 좋았다면 숙취로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썼다. 그리고 그건 바로 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하자고 했다. 혈액 검사도 해야 한다고 했다. 비용은 대략 30만원. 며칠 후 병원을 나서던 내 눈이 눈물로 흐려졌던 건 기계에 엉덩이를 내주었다는 굴욕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번도 원고를 기고한 적 없는 잡지의 청탁 전화였다. 원고료는 30만원이라고 했다. 내 속을 들여다보는 대가로 내가 의사에게 지불했던 바로 그 금액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지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며칠 후 혈액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10만원. 그러자 이틀 후, 역시 한 번도 원고를 기고한적 없는 잡지에서 그만큼의 원고료를 주겠다는 청탁 전화가 걸려왔다(그렇게 쓴 원고는 기획회의 332호에 실렸다).


우스운 우연이었다. 나는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재정 상황을 점검한(그건 정말 간단한 산수였다) 나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와 내 통장에게 약간의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돈이었다. 나는 ‘얼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생각했으며, 생각했다. 밤이 새도록,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자 정말 그 돈이 당장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친구의 전화였다. 그는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고, 보수로 바로 그 ‘얼마’만큼의 금액을 제시했다. 정확히 같은 금액을. 그때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씨발’이라는 감탄사는 아마 이런 뜻이었으리라 : “론다 번과 이지성이 옳았단 말인가!”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생을 ‘시크릿’ 가득한 ‘꿈꾸는 다락방’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거절했다. 거짓말이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서평이라면 쓸 수 있다. 다른 종류의 글도 물론 좋다. 그게 내가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의 제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나는 <시크릿>류의 자기계발서 또한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일을 거절한 후에도 돈 나갈 일은 계속해서 생겼다. 병원에서는 또 다른 추가비용을 요구했고, 어머니의 생일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기획회의의 청탁을 받았다. 바로 이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물론 원고료는 병원과 어머니의 생일을 위해 내가 쓴 돈과 얼추 비슷한 금액이었다. 우스워도 너무 우스운 일이었다. 


문득, 나는 이집트를 탈출하던 히브리 노예들을 생각했다. 그들 앞에 하얗게 쏟아지던 ‘만나’를 생각했다. 창밖에는 올겨울의 첫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아직도 내겐 도망쳐야 할 거리가 남아 있는 모양이라고, 써야할 서평이, 글들이 좀 더 남은 모양이라고. 나는 비록 신자는 아니었지만 게을렀고, 내가 게으른 한 앞으로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하는 일이었다.


인내란 딱히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인내를 패배라고 느끼는 순간부터 진정한 패배가 시작되는 것이리라. 애당초 <희망>이란 이름도 그 정도 생각으로 붙인 것이다. (<모래의 여자> 209쪽)



* 기획회의 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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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자의 독서"라는 코너의 청탁을 받고 무슨 글을 써야 하나, 생각하다 이런 글을 써버렸다. 마감 당일까지 고민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청탁 받은 30매를 훌쩍 넘겨 80매를 쓰고 있었고, 겨우 35매로 줄일 수 있었다. 사사키 아타루와 론다 번이 이어지는 글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습긴 하다. 독서, 혹은 글쓰기(혹은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으로서의 출판업)에 대해 말하는 일은 때론 부정신학을 닮았다. 아마 무엇을 생각하건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원래 연말에 쓴 글이지만(기획회의에는 '어떤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그냥 새해 다짐이라고 해두기로 한다. 어쨌거나 새해고, 다짐은 필요하니까.


실은 며칠 전 구차달 님이 선물해주신 멋진 책을 읽고 이곳에 옮길 생각이 없었던 이 글을 옮기게 되었다. 그 책은 나를 부끄럽게 했지만, 결국 그 부끄러움 또한 내가 온전히 안아야 할 것이었다. 그건 이런 책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대해서도 쓰게 된다면 좋겠다. 그저 생각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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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2013-01-0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고 오빠 이 글 너무 좋네요. 새해 복 한 번 더 받으시고 아픈 일 없이 몸 튼튼한 한 해 꾸리시길 바랍니다.

poptrash 2013-01-07 12:1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받은 인사 고스란히 돌려드리고 덧붙여 블로그 업데이트를 자주 하는 한 해 꾸려주세요!

Arch 2013-01-07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아마 저 같으면 집착, 우울, 자학의 삼단계를 지나서 별나라로 떠나는 결론을 내렸을 거에요. 팝님, 서서기행은 제가 읽어본 서평서 중에서 최고였어요. 이 말을 꼭 했어야 했는데 이제 해요.

poptrash 2013-01-07 12:18   좋아요 0 | URL
아치 님, 아직 이 글의 결론은 나지 않은 것 같아요. 쉽게 내릴 수도 없고 살다 보면 알게 되겠죠.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서서기행...이 아니고 비행... 물론 기행도 어울리긴 하지만... 그래도...)

Arch 2013-01-07 13:26   좋아요 0 | URL
아, 저기 위에 책제목까지 다시 확인하고 썼는데... 미안해요. 서서비행~ 기행은 왜 튀어나온건지 모르겠어요.

poptrash 2013-01-07 15:58   좋아요 0 | URL
아, 아니에요 ㅎㅎ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찰자 2013-01-0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다보니 들어와서 구경하게 되었는데, 쓰신 글을 엄청 집중해서 읽었게 되었을 뿐더러 나이도 저와 같으시고, 처음 인용된 책이 저에게는 애증의 작가 폴오스터인데다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겨준 아베 코보까지. 심지어 연신내. . .
댓글 안남길 수 없어 소심히 남기고 갑니다.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poptrash 2013-01-07 16:00   좋아요 0 | URL
폴 오스터, 저는 애증이랄 건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읽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대부분 소설은 읽지 않아도 에세이는 종종 생각나면 들춰보게 되더라고요. 연신내 사시나요? 연신내는 저희 옆옆 동네, 제가 무척 좋아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수연 2013-01-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꾸욱. (팝님 팬인데 달리 뭐라고 할 말은 없고 그래도 흔적을 남기고파서 우물쭈물하다가 엉뚱한 댓글 달고 갑니다)

poptrash 2013-01-07 16:00   좋아요 0 | URL
핫 고맙습니다. 저도 지인맘 님 댓글에 좋아요, 꾸욱.

sokdagi 2013-01-0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부럽기도 하다면 비아냥으로 들으실까요? 진심인데요. 절벽에서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아신 것은 아닌지.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더니 당사자가 아니기에 이렇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멋있으세요! 정말루요.

poptrash 2013-01-07 16:02   좋아요 0 | URL
비아냥처럼 들리지 않아요.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찰리 채플린이 단지 자기보다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먼저 해버렸다고 투덜대는 소설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사실 그런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티티카카 2013-01-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 웃다가 스산해진 마음 한번 붙잡아 보기도 하고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신다는 생각도 해보고 암튼 45매의 이야기도 궁금하고...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ㅋ

poptrash 2013-01-07 16:03   좋아요 0 | URL
45매는 죄 시시콜콜한 이야기 뿐이라서, 날리길 잘한 것 같아요. 만약 지면 제한이 없는 온라인 매체였다면 그냥 쓴대로 보냈을 테고, 그랬다면 저는 조금 더 부끄러워졌을 게 분명하니, 다행이라고 해야겠네요 ㅎㅎ

마태우스 2013-01-0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부쩍 알라딘을 열심히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보석같은 글을 읽었네요. 추천합니다. 사실 울나라같이 인건비에 인색한, 그래서 프리랜서가 살기 힘든 나라에서 글만 써서 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 같습니다. 건강도 챙기시며 일하시길 빕니다.

poptrash 2013-01-07 16:0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태우스 님, 저도 마태우스 님의 유머러스한 글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용기라기보다는 그저 게으름일 뿐이지만, 고맙습니다. 건강할게요!

미네 2013-01-0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정말 좋네요. 몇번이나 읽었어요. 마음이 조금 찡하네요. 좋은글 계속 볼께요~ 건강하세요~^^

poptrash 2013-01-09 02:3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추운 겨울 건강하시길!

이진 2013-01-08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 며칠 새 알라딘에 들어오질 않아 어떤 새롭고 멋진 글이 올라와 있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제 친구가 카톡으로 이 글을 읽어보라고 전해주더군요. 친구는 아직 읽지 않았는데 너 한번 읽어보렴... 이렇게요. 이젠 친구에게도 읽혀야 겠습니다, 그려 ㅎㅎ

poptrash 2013-01-09 02:36   좋아요 0 | URL
조금 신기하네요. 소이진 님 친구가 소이진 님께 이 글을 권하다니... 아무려나, 좋은 친구네요, 그쵸? ㅎㅎ

프레이야 2013-01-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로 이어져가는 우리 삶을 한번쯤 돌아보게 되네요.
팝님의 '서서비행'을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담아갑니다.
익히 소문은 들었는데 말에요.^^
건강 회복하시고 어쩌다(^^) 또 더더 좋은 일도 많이 생기길 빌어봅니다.^^

poptrash 2013-01-09 02:38   좋아요 0 | URL
운동을 해야하는데, 게으르고 날도 추워서 하질 못하네요. 고맙습니다 ^^

2013-01-10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3-01-11 07:52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 0.01%에 속한다는 <서서비행> 독자님이시군요... 고맙습니다.
힘 낼게요. ^^

이화월백 2013-01-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메일로 온 알라딘 서재에서 이글을 읽기로 작정하고 따로 남겨 두었죠. 그런데 한참 읽다가 보니 어투(?)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더군요.그래요, 서서비행의 주인공 이시군요. 좀 아둔한 저는 댓글들을 읽다가 알았답니다. 그런데 이책이 왜 반가운가 하면요. 가끔씩 들리는 알라딘에서 제가 읽어야 할책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책으로 서서비행을 꼽고있었는데 딸냄이가 다른 책을 보내면서 엄마 더 읽고싶은 책은 없나요.같이 부쳐드릴께요.해서 읽게 된책이 서서비행이었답니다. 역시 저는 책의 선택에서 실패가 없는 저의 안목에 흐뭇해 하고 있었죠.
사실 나올것도 없는 책읽기에 노년의 시력을 혹사하고 있는 저로서는 읽을 책을 선택할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거든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혹 위로가 될려는 지요.

poptrash 2013-01-15 00:41   좋아요 0 | URL
훌륭하신 이화월백 님과 훌륭하신 따님이군요. (...) 잘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맣은 위로가 되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