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 사바랭은 <미식 예찬>의 한 구절을 이렇게 썼다“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그럴듯한 말이다한국의 서평가인 나는 <서서비행>에 미처 쓰지 못한 문장을 여기에 쓴다“당신이 읽은 책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물론 이 문장은 사실이 아니다그러니 내게 당신이 읽은 책을 말해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는 당신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6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서 진행했던 작가 인터뷰 중 열두 편을 추린 책이다움베르토 에코에서 오르한 파묵무라카미 하루키폴 오스터이언 매큐언필립 로스밀란 쿤데라레이먼드 카버,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어니스트 헤밍웨이윌리엄 포크너그리고 E.M. 포스터까지모두 쟁쟁한 작가들이다(그리고 나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나열함으로써 최소한의 ‘리스펙트’를 표했다.결코 지면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에 대해 말해보겠다일단 당신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그중에서도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다당신은 작가를 꿈꾸거나이미 작가이거나최소한 언젠가 한 번쯤은 그런 꿈을 꿨을 것이다앞서 나열한 열두 명 중 좋아하는 작가가 하나 정도는 있을 테고둘이나 셋넷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다섯 명은 아닐 것이다그리고 분명 어렸을 때 마당에 커다란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겠지없었다고그럼 다행이다만약 대추나무가 있었다면 당신은 이 글을 영영 읽지 못할 수도 있었다큰 화를 입는 대신 이 글을 읽고 있는 것이니 액땜이라고 생각하시라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아무튼 올 여름에는 물가를 조심해야 한다가을에는 횡재수가 있지만 지출은 규모 있게 하는 게 좋다.


미안하다하지만 아직 당신은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손에 든 당신이 제일 먼저 읽은 인터뷰가 누구의 것인지아직 읽지 않았다면 누구의 인터뷰를 제일 먼저 읽을 생각인지그때 비로소 나는 당신들 각자에게 말을 걸 수 있을 것이다하루키 인터뷰를 찾는 당신에게 하는 말과 포크너 인터뷰를 펼친 당신에게 해야 하는 말은 서로 다를 테니까당신들은 서로 다른 취향을나아가 다른 문학관을어쩌면 다른 세계관을 가졌을 테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먼저 에코를 읽고 다음으로 파묵을 읽었으며다른 작가들을 읽은 뒤 마지막으로 포스터의 인터뷰를 읽었다한 마디로순서대로 읽었다는 말이다그게 바로 서평가가 책을 읽는 방식이다한 손에 연필을 들고인용할 만한 부분을 찾아 밑줄을 그으며처음에는 그들의 글만큼이나 각기 다른 개성을 읽었고어느 순간부터는 (여전한 차이에도 불구하고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들에 주목하며 읽었다이런 것들이다 : 1)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2) 비평가의 말은 듣지 않는다. 3) 유머 감각은 중요하다. 4) 가난과 궁핍은 작가의 적이다. 5) 어쨌거나 쓴다.


소설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무엇보다 직접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특히 진정으로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다음과 같은 포크너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비평의 기능을 묻는 질문에 포크너는 이렇게 답했다“예술가들은 비평가들이 하는 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습니다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서평을 읽겠지만진정으로 글을 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서평을 읽을 시간이 없어요.


시사인 335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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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4-02-1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폰트가 이상한 거 같은데... 노트북으로는 확인이 잘 안 되네...

다락방 2014-02-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폰트 예쁜데요? 이건 무슨 폰트에요? 궁서체도 아니고 바탕체도 아닌것 같은데??

poptrash 2014-02-18 17:03   좋아요 0 | URL
한글 파일을 메일로 보내면(한메일) 보낸 메일함에서 파일을 클라우드로 볼 할 수 있거든요. 그걸 그냥 복사했어요. ㅎㅎ

건조기후 2014-02-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가도 아닌데 차례대로 읽었네요 ㅎ 매사에 좀 무신경한 성격이 이런 데서도 나오는군요..
글을 다른 데서 썼다가 복사붙이기를 하면 자간이 좀 넓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폰트가 이상하게 보이는 걸 거예요.

poptrash 2014-02-18 17:03   좋아요 0 | URL
네... 그냥 복사했더니... 근데 노트북으로 보는 거하고 데스크톱으로 보는 거하고 또 틀리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14-02-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서서비행을 구입한 사람으로서 님의 글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1)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3) 유머 감각은 중요하다.
이 두 가지는 저도 요즘 명심하고 있는 것이라서요.
제가 제대로 짚어냈다는 걸 확인하네요.
저도 신문에서 보고 이 책에 관심 있어 검색해 봤어요. ^^

poptrash 2014-02-18 17:06   좋아요 0 | URL
나열된 작가들 중 몇 명을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실만 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

비로그인 2014-04-22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꼼마에서 사회 보시기로 한 날이 언제인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알라딘인가 예스에서 아무리 찾아도 그 부분이 안 보이네요.-_-;;

poptrash 2014-04-23 17:08   좋아요 0 | URL
행사가 취소 되었어요... 상황이 그런 걸 할 상황이 아니어서... 언제 다시 하게 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감사해요.

그라디바 2014-12-01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반가워라ㅜㅋㅋ

poptrash 2014-12-01 17:50   좋아요 0 | URL
저 완전 구세대인가봐요 낯설고 어렵네요 ㅋㅋㅋㅋ (이건 컴으로 간만에 서재 들어와 남기는 댓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