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음악계의 촌철살인 계보를 잇는 자비스 코커는 언젠가 이렇게 노래한 바 있다. “나는 결코 내가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말한 적 없어, 다만 뼛속깊이 얄팍한 인간일 뿐 / 내 무식은 광대하고, 내 시야는 좁아터졌지” 지레 찔려서일까. <The Shallows>, 직역하자면 ‘얄팍한 사람들’ 쯤 되는 원제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는 내내 그 노래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카의 주장은 간단하다. 우리는 유사 이래 가장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들 개개인이 더 똑똑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집중력 저하와 건망증에 시달리며 깊이 생각하는 일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삽을 굴착기와 맞바꾼 중노동자의 팔 근육이 약해지는 것처럼, 스마트한 기기들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현대인은 사고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서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구텐베르크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책의 생산은 읽고 쓰는 능력을 강화시켰고, “우리의 조상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계발하고, 책 밖에 있는 물리적 세상에 대한 경험까지 바꾸며 현대 문명의 근간을 이룬다.

전자 미디어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식의 유통에 있어 독점적 지위를 지키던 책과, 책에 의해 형성된 인간의 사고능력은 인터넷의 등장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단순히 새로운 지적기술에 의해 책이라는 과거의 기술이 밀려난 게 아닌가? 중요한 건 미디어가 전달하는 콘텐츠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닐까? 오히려 인터넷은 인류의 지적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킨 게 아닌가?

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 자체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는 정보를 검색하고 거르고 훑어보며 지식을 ‘사냥’하고 ‘채집’한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정보의 조각들은 결코 우리의 지식이 될 수 없다. 서핑을 위해 쓰는 뇌의 영역은 독서에서 사용하는 영역과 다른 부분이며, 웹은 우리가 깊이 읽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산만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쓰레기 같은 소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뇌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 안에 갇힌 채 학습과 강화를 통해 먹이가 나오는 버튼을 계속해서 누르는 실험용 쥐처럼, 똑똑해지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셈이다. 어쩐지 매트릭스의 세계가 떠오르는, 카산드라의 예언처럼 무시무시한 진단. 하지만 풍부한 인용과 최신 뇌 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논지를 이어가는 작가의 글쓰기는 무책임한 낙관으로 일관하는 다른 책들과는 달리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 있다.

독서를 하는 동안 종종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해야 했지만, 인터넷에서 확인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저자의 필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위기의 현대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좀 더 깊이 고찰해 보고 싶지만, 누군가 이집트에서처럼 인터넷을 마비시켜주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나는 뼛속까지 얄팍한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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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마감 시간이 닥쳐서야 폼 잡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이런 저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쓸모 없는 것들을 검색하고, 듣고 싶지 않았던 노래를 듣고,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인 영상이 첨부된 웹페이지들을 보다가 그럼에도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결국 전에 썼던 원고를 꺼내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무의미하고 백해무익하기까지 한 시도를. 이를테면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며 '부끄럽지만 이 정도는 언제든 쓸 수 있잖아' 하고 자신을 달래는 셈인데, 왠걸, 평상시라면 '이것 밖에 못쓰다니'하고 좌절할 문장들도 마감을 앞에 두면 '저때는 어떻게 저렇게 썼지?'라고 조금 감탄하며 좌절의 무게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려나. 마감 때면 종종 반복하곤 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내가 써놓고도 까먹은 내용. 그러니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내 이야기였다는 깨달음. "웹은 우리가 깊이 읽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산만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쓰레기 같은 소리에만 관심을 기울이도록 뇌를 훈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최근 발견한 2대 딜레마.
1. 1개 끓이면 적고 2개 끓이면 맛없는 짜파게티의 딜레마
2. 없으면 글을 쓸 수 없고, 있어도 글을 쓸 수 없는 컴퓨터/인터넷의 딜레마
- 이거 어쩐지 U2의 with or without you가 떠오르는데...

일단은 자비스 코커를 듣고, 그 다음에 담배를 사와야겠다.
그 다음 문제는 담배를 피면서 생각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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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07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사왔어요? 짜파게티를 끓여먹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어요,전.

poptrash 2011-03-07 04:13   좋아요 0 | URL
저는 토요일에는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 세트를 시켜 먹고, 일요일에는 소면을 끓여 김치와 비벼 먹었어요. 국수, 라고 하기에는 조금 뭣한 그런. 밥은 정말 먹기 싫어서 저녁엔 핫케잌을 만들었는데, 500g 짜리 믹스를 탈탈 털어서 반죽을 만들었는데 정작 2개 구워서 1개 밖에 안먹었어요. 배가 고프네요. 금요일에도 끓여 먹었던 짜파게티를 또 끓여 먹어야 할까요. 그럼 담배가 피고 싶을테니 담배를 꼭 사와야겠네요. 하지만 이왕 편의점에 갈거면 도시락 같은 걸 사와도 되는데, 그렇다면 굳이 담배는 필요 없으니 안나가도 되는데... 아참 그러면 편의점에 못가는구나. 어쩌면 좋죠?

Arch 2011-03-0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새벽이었네요!

저는 일요일에 손목 스냅을 이용해(그전엔 팔로 막 내리쳐서 늘 엉덩이가 아팠어요.) 배드민턴을 쳤어요. 배드민턴을 치고나니 배가 고파서 설렁탕을 먹으러 갔어요. 국물 끝맛이 비렸어요. 비린 맛이 점심때까지 이어져 시장에서 사 먹은 막국수도 먹는둥마는둥 했어요. 시장에서 콩나물을 샀어요. 집에 와서 콩나물국을 끓이고 콩나물 무침을 해서 어제 무친 취나물이랑 먹었어요. 전날 했던 시금치국은 상했어요. 우리 집에 있는 음식들은 인내심이 없어요.

자취생을 위한 간편한 한끼 식사, 이런 음식점이 생긴다면 좋겠어요. 혼자서 먹으려고 요리를 하기엔 양이 너무 많거나 적어요.

poptrash 2011-03-08 12:18   좋아요 0 | URL
끝맛이 비린 설렁탕 싫어요! 그렇다고는 해도 아치 님 메뉴 자체의 다양성과 싱싱함은 그 자체로 군침을 돌게 하는데요. 비린 설렁탕은 그렇다치고 막국수에 콩나물국 콩나물무칙 취나물 시금치국... 근데 정말 혼자 먹으려고 요리를 하기엔 양이 너무 많거나 적죠. 그래서 지난 5일간 저는 밥을 한끼도 안먹었어요. 쌀밥. 어제 아침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긴 했지만... 나머지는 다 밀가루들. 그랬더니 죽을 거 같아요 ㅜ_ㅜ 다시 먹어야겠어요. 그러니 아치 님, 너무 많이 했다 싶으시면 저한테 보내주세요. 착불이 좋겠어요.

Arch 2011-03-08 16:07   좋아요 0 | URL
방점은 끝에 두 문장이군요! 좋아요, 그런데 나물은 옆에서 무치는거 간 봐가면서 먹고 그래야 맛있는데

poptrash 2011-03-09 05:3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제 봄이니 나물 파티라도 열어야겠어요.

turnleft 2011-03-08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딜레마.. 햇반 먹을 때도 항상 절 괴롭히죠. 한 개로는 적고, 2개로는 많은.. -_-;

poptrash 2011-03-08 12:19   좋아요 0 | URL
그래서 햇반은 반공기 짜리도 나왔더라고요. 햇반 1개인데, 반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반만 떼어 먹을 수 있는. 그러니 1개 + 반개 먹으면 딱 좋지 않을까요? 전 그걸 보고 역시 대기업... 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chaire 2011-03-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멋지네요. 이 사람. 경망스러운 게 매력일 수도 있겠다 싶고, 뭐, 노래도 좋고, 말라서 살짝 드러나는 셔츠 위의 갈비뼈 윤곽도 귀엽고... 일단은 이분 노래가 듣고 싶어지신 데 대하여 poptrash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구경 잘했으니.

poptrash 2011-03-09 05:29   좋아요 0 | URL
앗 마음에 드신다니 새벽의 추천곡 나갑니다.
무려 15년 전, 뽀송뽀송하던 시절의 자비스 코커의 광란의 무대.
아... 그립다 ㅜ_ㅜ
http://www.youtube.com/watch?v=lWaHnlt2I3U&feature=related
(바로 보여주기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