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는 달리 쓰디쓴 총선이었네.

참으로 '민심', 그(그녀)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일.

별로 이쁘지도 않으면서..  뻐기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속고도 또, 어문 넘 품에 넙죽 안기다니...ㅉㅉ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일이 이토록 지난하다니.... 싫으면 말고 하면서 내쪽에서 뻥 차고
돌아설수도 없고 ... 죽으나 사나 같이 가야 하는 이 몹쓸 공동운명체..

개표방송 시작때 접전지역이 많다고 해서
친구와 난 문자를 주고 받으며 그 접전지역 다 야권이 이길것이라 예상하며
낄낄거렸다.
...... 그런데 결과는 아시다시피...ㅠㅠ

이쪽의 패인이 뭐였니하며 특정인 지목하며 손가락질하는 목소리 큰사람 싫다.
우리모두의 죄지 누구죄는 누구죄이겠는가.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게 패착이고 저게 악수였겠지만 당시로서는 그게 최선이 아니었나.
물론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하므로 보다 향상을 위한 분석은 하되 서로 상처 주지는 말았으면...

오히려 찌라시 언론들의 무차별 난사와 방송 3사 파업중에도 이만큼 선전한것은
칭찬할일. 시골사람 욕할것 없는 것이 방송, 신문을 보면 이명박근 별로
나쁜 사람아닌걸로 비치니 어떡할것인가.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때묻은, 오물투성이 창문 조중동이 떵떵거리고 있는 한......ㅠㅠ
대형 교회권력이 사탄아 물러가라 선동하는한....ㅠㅠ
찌라시언론과 교회권력은 닮은듯.
그 언론 독자, 그 교회 신도하고는 말이 안통해...ㅠㅠ


'우리는 인간이 아닌 개하고 싸웠다. 개에게 물렸다. 그러나 개가 될수 없다'에 빵~터졌다. 
 입은 웃는데 눈물이 났다....


야권연대를 위해 노력한 모든 사람에게 머리 숙여 감사~~


[
펌글] 본진이 털렸다.


◎ 민주당은 다 이겨놓고 잔당을 소탕하러 다니다가 본진이 털렸다.
◎ 박근혜는 이겼지만 수도권에서 본진이 털렸다.
◎ 진보당은 울산창원 본진이 털렸다.

많이 아프다. 자책해봤자 건강만 해친다. 다른 수는 없다. 곧 죽어도 이길 수 있는 길로 가는 거다.
인간과 개의 싸움에서 진건 진게 아니다. 물린 거다. 개새끼에게 물렸지만 개를 길들이는 수 밖에 없다. 같이 개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잘못한게 아니다. 열심히 했다. 한명숙이 잘못했다거니 김용민이 잘못했다니 하는데 저쪽은 성폭행범에 문서위조범도 뻔뻔스럽게 당선이 되었다.

우리의 득점은 모두 옵사이드 판정을 받아 무효처리 되었고, 저쪽의 옵사이드는 모두 유효골로 인정된 거다. 그렇다. 심판이 편파였다. 그렇다면 왜 심판이 편파였을까? 그걸 조사해야 한다.

심판은 여기서 박근혜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았다. 박근혜 없는 대선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 총선이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진게 패인이다. 박근혜 대망론이 MB심판론을 이겼다.
박근혜는 미래를 말했고 우리는 과거를 말한게 패인이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없다. 방법이 없다. 카드는 늦게 내는 사람이 이긴다. 우리가 지난번에 강금실로 홍준표 이기다가 오세훈에게 뒤통수 맞은 것과 비슷하다.

상대방이 막판에 카드를 바꾸면 대책이 없다. 새누리는 간판을 바꿔서 이겼다. 열린우리당도 간판을 바꿔서 이겼다. 우리는 간판을 안바꿔서 졌다. 새누리가 간판을 바꿨다고 우리까지 간판을 바꿔달 수는 없지 않은가?

열린우리당이 탄핵 덕분에 이겼다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탄핵 전에 이미 지지도 올라갔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가자 놀라서 탄핵을 한 것이다. 탄핵 안했어도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 1당은 되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 간판이 문제였다. 민주당 간판달고 붙어서 얻은 가장 많은 의석수다. IMF 때도 고작 115석이었다. 심지어 나라를 망해먹은 매국노들에게 1당자리 주는데 어떻게 이기겠나.

그렇다. 간판의 법칙으로 보면 우리는 이겼다. 90여석에서 140여석(호남무소속 포함 142석)으로 약진했다. 50여석을 더 얻었다. 큰 승리다. 비례대표로 보면 46.8 대 46으로 이겼다.

저쪽은 인구 10만짜리 시골지역구에서 이긴 거다. 우리는 쪽수로 이겼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쪽수로 이기면 과거와 같은 단일화 생쇼 안 하고 대세론으로도 이길 수 있다.

안철수만 잘 엮으면 승산 있다. 이기는 길은 있다. 쪽수에서 우리가 앞서므로 투표만 열심히 하면 이긴다. 두 가지 긍정적 요소가 있다. 하나는 대선은 총선보다 투표율 높다는 것, 둘은 이제 자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이번 총선의 패배원인은 원래 있던 우리쪽의 불안요소를 박근혜가 잘 찌른데 있다. 정확히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합작이었다.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가 이긴 이유는 저쪽의 승리를 모두가 예측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이길거 같으니까 유권자는 민주당을 밀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이 이길거 같으니까 새누리를 밀어준 거다. 그 이유는? 핵심은 FTA, 구럼비, 안보불안이다. (FTA는 이명박이 고도의 잔머리로 날 잡아서 급소를 때린거)

FTA와 구럼비를 강조한 것은 확실한 실책이다. 자살골 넣은 것이다. 나꼼수도 결과적으로 역풍 일으켰다. 민간인사찰도 역풍이 더 컸다. 이것들은 모두 한나라당에 악재처럼 보였지만 호재였다.

FTA 피해지역에서 모두 새누리가 이겼다. 왜 그들은 FTA로 피해를 볼것인데도 새누리를 찍었을까? 간단하다. 피해볼 농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순수 농가구 비율은 2퍼센트에 근접해 있다.

농촌에 농민없다.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농사짓는데 사실상 은퇴한 상태다. 존재하지 않는 농민을 위하여 우리는 FTA를 저지하는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한국에서 농민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선거는 빵을 앞에 놓고 조금이라도 더 먹겠다고 벌이는 전쟁이다. FTA 반대는 빵을 걷어차는 건데 누가 찍겠나? FTA를 하면 빵이 생기느냐고? 그럼 사대강 하면 빵이 생기느냐고?

안보불안은 워낙 북풍에 면역이 되어서 원래 큰 영향 없는 건데 우리가 압승할 전망이 생기니까 상황이 달라졌다. 강원충청에서 진 것은 안보불안 때문이다.
정리하면

1) 우리의 불안요소를 박근혜가 잘 찔렀다.(새누리당 창당하고 강경보수에서 온건보수로 포지션 바꾼 거. 화장발 먹힘.)
2) 우리가 빵(FTA)을 준다는 공약을 못했다.(이건 대선주자만 할 수 있다.)
3) 지자체에서 이긴게 역효과다.(산술적으로 보면 여야균형.)


단기적으로 보면 200석 얻을 듯 하다가 140석으로 주저앉았지만 큰 승부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는 이겼고 점점 더 이겨왔다. 지자체와 총선을 합치면 51 대 49로 우리가 이겨있다.

우리가 이길걸로 본 이유는 대선주자로 문재인, 안철수가 있었고 두 사람이 합치면 지지율에서 박근혜를 앞서기 때문인데,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이상하게 문재인, 안철수의 존재감이 약해졌다.

복기해보면 그 상황에서 우리가 이기는 공식은 안철수 중심으로 신장개업해서 안철민주당으로 당명 바꾸는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당명 안바꾸고 민주당은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 근데 당명은 바꿀 수 없다.

아무리 급해도 개가 될수는 없다. 당명 포기할 수 없고 안철수에게 쑤그리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원래 길이 없었던 거다. 그저 박근혜가 신당 안만들기를 바라고 이명박이 총선 지휘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는 거였다.

또 한가지는 진보당 창당이 악재였다. 원래 의도했던 바는 유시민이 참여당 대선주자로 나와서 경상도의 1/3을 잘라주는 거였는데 김해에서 지는 바람에 유시민은 대선주자 지위를 잃었고, 유시민의 진보당 입당은 영양가없는 이념논쟁만 불러 일으켰다. 경상도표는 못 자르고 저쪽의 경계심만 높여준 거다.

FTA, 구럼비를 강조한 것은 진보당 입장을 들어준 건데 자만이었다. 이기려면 철저하게 공학적으로 해야 한다. 마케팅 전문가를 모셔놓고 마케팅 기법으로 해야 한다. 근데 사실 이것도 어려운 거다.

이념대결로 가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정치는 빵을 나누는 거다. 빵으로 이겨야 한다. 근데 빵은 대선주자만 말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빵으로 이긴 거다. 행정수도 이전, 지방화, 혁신도시는 모두 빵이다.

이명박도 빵으로 이겼다. 대운하고 사대강이고 핑계고 사실은 그냥 30조원을 호주머니에 찔러주겠다는 거다. FTA도 해군기지도 내막은 빵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빵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의 결론은 이렇다.

1) 쪽수는 우리가 많으니 쪽수대결로 가라.
2) 대선끝날때까지 진보당은 이념장사 하지마라.
3) 빵으로 이겨라.

쪽수대결로 가는건 현재의 구도로도 승산이 있다는 거다. 저쪽은 지역대결, 우리는 세대대결인데 이 구도로도 근소하게 이긴다. 빵으로 이기는건 일자리 창출인데 안철수의 강점이다. 문재인은 해양세력 대 내륙세력의 대결구도로 몰고가는 거다. 걍 부산을 발전시키겠다는 말이다. 부산경남의 반은 자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빵장사 했다. 어떻게든 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과감한 빵공약 하나만 내면 우리가 이긴다. 최용식님이 옛날에 이런거 좀 했는데. 아파트 반값, 경부고속도로 2층, 행정수도 이전 등등.





 

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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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4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4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카우트 : 렌탈용
엄지원 외 출연 / 엔터원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스카우트>. 꼭 봐야할 영화로 찜해둔 영화였다.

개봉당시 임창정이 이 영화를 찍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였기에 보려했으나 개봉극장을 만날수 없었다.

 

그랬는데, 이즈음 채널을 돌리다 이 영화를 자주 만났다.

그러나 항상 반쯤 돌아간 지점, 아니면 끝나가는 시점이라 

다음에 처음부터 마주치게 되면

봐야지 하고 지나치곤 했다.

 

그러다 그제는 나도 모르게 끝나가기나 말기나 한번 봐 보자 하고

보게 되었다. 거의 끝나기 전 20여분을

본것이었다.

 

그런데 그 20여분에 완전 몰입이 되었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워매, 요거이 이리 슬픈 영화였누?

 

알고보니 이 영화는  5.18 민주화혁명을 다룬 <화려한 휴가>의 또다른 버전이었다.

 

임창정 , 엄지원, 박철민 다 배역을 잘 소화하였다. 세사람 모두의

마음이 완전히 내게 빙의되어 엉엉....ㅠㅠ

 

영화가 참 좋은데 왜 흥행 못했을까... 2009년은 시기적으로 이 정부가

기세등등할때라 그랬나... ㅉ

 

<건축학 개론>과 비교하자면 포스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그랴~ ㅋㅋ

 

선동열 등판에 엉겨붙은 임창정이라니 .

그간의 임창정 출연작들처럼 코미디 영화로 보일밖에.

 

...

 

아무튼 모처럼 안구정화~~

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처음부터 볼 생각을 하니

가심이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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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제로 2013-03-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카우트란 영화를 보다가 들려서 둘러 보았습니다.


임창정씨의 영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고 스카우트.. 저도 참 재미있게 봐서 글보다가 오류가 있으신것 같아서 글남깁니다.


2007년 11월에 개봉한 영화가 2008년 2월말부터 시작한 이명박정권이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 흥행에 실패를 했다고 이야기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치면 2007년도에 개봉했던 화려한휴가도 흥행에 실패하고 이렇게 회자되지는 않았을겁니다.


영화의 흥행은 영화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관람객들

즉 소비자들이 정하는 것입니다.


그냥 보고 가려다가 잘못알고 계신것 같아서 글남깁니다.

그럼..



폭설 2013-03-14 18:30   좋아요 0 | URL
지적 고맙습니다.^^
저는 2009년 개봉으로 알았는데 왜 그렇게 알게 되었는지
기억 할수가 없네요..ㅠ

님의 지적대로 2007년 개봉이네요. 화려한 휴가는 7월 개봉이고
스카우트는 11월 14일 개봉이었네요.

한달후가 대선이라 대선도 그냥 대선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압도적으로 이길 대선이었기에 상영관 확보를 많이 할수 없었던
사정은 있지 않았을까요?



스카이제로 2013-03-15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알고 계시네요.
쓰신 댓글을 보니 음모론(?)처럼 말씀하시는데요
대선과 전혀 관계없습니다.


말씀하시는 취지가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이라는 말씀같은데..
이미 노무현정권의 레임덕은 이 영화개봉 훨씬 그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렇게치면 화려한휴가도 흥행에 실패했어야 정상입니다.


그리고 상영관 말씀을 하셨는데..
이 영화는 코메디에서는 A급이라는 임창정이라는 배우를 기용하고 우리나라의 대표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을 담당한 영화입니다.
그 당시에도 어느 시내중심가에 나가면 거의 다있는 cgv에 가면 볼수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럼..

폭설 2013-03-15 23:39   좋아요 0 | URL

부연설명감솨~~
오는봄 늘 충만하시길 빕니다^^
 

날씨가 참 화창한 하루였다. 장 뜨기 딱 좋은 날이었다.

원래는 내 나름대로 4월 5일 식목일을 장 뜨는 날로 잡곤했는데

올해는 여느 식목일 같지 않은 날씨라 미루다 보니 오늘 뜨게 되었다.

 

된장과 간장을 분리하여

간장은 냄비에 끓여서 식혔다.

 

된장은 입자가 풀리게 부수고 치댔다.

그리고는 생간장을 적당히 부어서 알맞게 촉촉히

섞은 후 다시 단지에 담았다.

그렇게 해서 두어달 더 햇볕에 쪼이면

맛있는 된장이 될것이었다.

 

아이들은 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며 원성이 자자했다.

냄새 맡긴 싫으면 빨리 놀러가라며 이른 점심을 주었다.

 

..........

 

아무튼, 그렇게 진한 장냄새와 함께 눈부신 4월의 하루해가 저물었다.^^

 

연일 목사아들 돼지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차기 대선 주자인줄 알겠다.ㅋㅋ

~돼지는 개신교의 위신을 추락시키지 않았다고 본다.

나는 그가 무슨 틀린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김용민 후보를 신뢰한다고 말한 통합진보당 이정희대표가

크게 보였다. 유시민의 말도 조금 부족하지만 대체로 만족~

노회찬의 '같이 비를 맞겠다'는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 조차도 심심한 위로가 되었.....^^

때문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에서 싹쓸이 하는것 아닌가 몰라.ㅋㅋ

 

그제 경향신문이 김용민 사퇴하라 사설쓰고 녹색당이 똑같은 말해서

실망했는데 한겨레도 앵무새처럼....ㅠㅠ 딱도해라.

다행히 누리꾼들의 의견은 그게 아니라 안도.^^

 

그래도 씨 뿌리는 의미에서 나는 원래 생각했던 대로 녹색당을..^^

(통진당은 주변에 권유함으로써 나의 한표보다 더 많은 표를 몰아줄~~ㅋㅋ)

우좌간 투표만이 살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조기숙 교수가 명쾌히 정리 하셨네. !

즐감하시길~~

 

<뉴스페이스>에서 펌

 

적반하장당, 새누리당은 변하지 않았다

 

[칼럼]나꼼수팬들이 희망, 조중동 프레임에 짱돌 던지자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
12.04.07 20:52 | 최종 수정시간 12.04.07 21:30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김용민후보의 8년전 18금 성인방송에서 한 발언을 쟁점화해 후보를 사퇴하라며 연일 공격하고 있다. 조중동이 덫만 놓으면 걸려드는 진보언론도 먹이를 덥석 물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김용민의 사퇴를 촉구한 사설이 과연 공명정대한지는 의문이다.

진보언론의 사명은 우리 편에 더 가혹함으로써 공정한 채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편을 감싸는 진영 논리에 있지도 않다. 단지, 목숨보다 소중한 진실의 추구에 있다. 그게 진보언론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의 사명이고 목표이다. 여론이 나쁘다고 여론에 편승하는 언론은 자격미달이다. 여론에 상관없이 논리와 팩트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언론이 할 일이다.

일부 언론은 김용민을 문대성과 싸잡아 사퇴하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성희롱 발언이 문제되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경북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석호익과 비교하기도 한다.

나는 김용민은 문대성이나 석호익과는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비교를 한다면 김용민은 현직인 노무현대통령에게 온갖 욕설과 성희롱을 해댄 한나라당이 만든 ‘환생경제’라는 연극에 출연한 새누리당 현역의원들과 이를 즐겁게 관람한 박근혜대표라고 생각한다. 성희롱의 대상은 여성이라는 편견도 깨야한다. 노대통령은 현직대통령 신분으로 이들에게 성희롱을 당했으니 말이다.

애정교의 김용민 문대성 비교

애매한 걸 정해주는 교수로서 세 사람의 차이를 비교해 보겠다.

우선 나는 김용민후보의 발언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고 만일 공인으로서 했다면 당연히 공직을 떠나야 할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후보공천 전에 이런 발언이 알려졌다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천에 반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가 18금 성인방송에서 공자왈 맹자왈하기를 기대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정옥임의원은 김용민의 발언으로 전국민이 상처받았다고 하는데 이건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성인방송을 보는 국민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민에게 상처를 준건 소수에게 공개된 방송내용을 전국민에게 중계한 수구언론이다. 나는 성인방송에 관심도 없기에 상처받을 일도 없다.

내가 공인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는 사람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은 잘못 하나에 사형언도를 내리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공익에 부합하는 삶을 살았는지 플러스 마이너스를 감안해 최종 점수를 매긴다. 즉, 대체로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의 작은 실수는 너그럽게 용서하는 편이다. 둘째, 의도하지 않은 실수엔 관대하고 의도된 잘못은 엄격히 대한다. 셋째, 말에 관대하고 행동엔 엄격하다. 말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남에 의해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동은 의도를 파악하는 게 훨씬 용이하고 본의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친 행동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잘못된 말과 행동의 맥락을 따져 잘못의 경중을 가린다. 우리언어는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할 만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했는지에 따라 말의 선의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다섯째, 진보와 보수 인사를 공정하게 대한다. 진보인사에 대해선 기대가 높으니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보수인사에겐 기대할 게 없으니 문제 삼지 않는 태도는 우리나라에만 특이하게 존재하는 수구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수에겐 엄격한 도덕성이 진보에겐 자유로운 영혼이 기대된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그 사회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며, 같은 수준의 도덕성이 진보, 보수 공인에게 공정하게 요구되어야 한다. 법에 의하면 공직자는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우리사회에서 그 법을 지키는 공직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한국사회 통념에 맞는 도덕성이 요구돼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공적인 파급효과를 따져야 한다. 가령,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닉슨대통령은 탄핵 위기 앞에서 하야를 택했지만,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투표에서 살아남았다. 도덕성에 엄격한 미국사회이지만 사적인 거짓말에 대해선 비록 공인이라 하더라도 너그러웠던 것이다.

원칙있게 비교해야

내가 김용민을 용서하면서도 문대성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원칙에 기초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용민을 석호익씨와 비교하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석호익도 의도치 않은 말실수로 인한 희생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를 희생시켰으니 똑 같이 김용민도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그건 새누리당이 공천 전체의 그림을 위해 무소속 당선도 가능한 지역에서 택한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김용민과 석호익을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 발언의 수위만 보면 석호익이 훨씬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으로 재직하던 석호익은 지난 2007년 5월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회’에서 ‘우리나라 IT의 현황 및 2007년 전망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21세기 성장동력 중 하나로 여성인력 활용을 강조하던 과정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화했다"며 "여성은 구멍이 하나 더 있지 않냐"고 말했다. 전체 내용을 보면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석호익은 단국책연구원의 장으로서 매우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이었던 만큼 그의 무심한 성적 감수성에 대해 여성단체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김용민은 8년전 18금의 성인용 인터넷 방송에서 B급 개그맨겸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던 중 했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 방송의 목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인을 저질스럽게 웃기는 데에 있었다. 방송 목적에 맞게 대본이 준비되어 있었을 것이니 자신의 철학을 발휘해 걸러내지 못한 실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공인의 꿈을 꾸었다면 그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진화하고 발전한다. 김용민이 나꼼수에서 보여준 정의감과 공익성을 본다면 공인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클린턴대통령도 후보시절 대학 때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공격에 진땀을 뺀 적이 있다. “핀 건 사실이지만 들이마시지는 않았다고” 변명한 그를 유권자들이 용서하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건 과거 공인으로서의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의 일이기에 관대하게 용서해 준 것이다.

나는 김용민이 한 때 18금 성인방송에서 낄낄대며 했던 발언이 그의 공직자로서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라이스국무장관에 대한 그의 발언이 여성 전체를 비하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잔학한 범행을 저질렀고 명분 없는 이 추악한 전쟁의 당사자 3인 중 한명으로 부시, 럼즈펠드와 함께 라이스가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서 라이스는 무례하고 전투적인 세계 초강국의 최고 지도자 중 한 명일 뿐이지 소수자로서의 여성을 대표하고 있지 않다. 그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약자로서의 여성의 지휘를 누릴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강대국의 횡포에 대한 분노에서 나온 발언을 여성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도 맞지 않는 프레임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발언에 변명도 하지 않고 사과한 김용민을 논문을 거의 복사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은 문대성과 같은 수준으로 비교한 논리적 일천함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문대성은 논문표절의혹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타까지 복사했으며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변한 자료의 일부를 보니 통계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조작한 의혹마저 든다.

문대성이 논문대필은 체육계의 오래된 관행이었다며 진솔한 사과를 한다면 그의 교수직, 박사학위는 박탈되어야 하지만 그가 유권자로부터 심판을 받는건 반대하지 않겠다고 나는 밝힌 바 있다. 적어도 그가 공인이 되기 위해 진솔함을 보여준다면 교수자격은 없지만, 그의 잘못이 관행이라면 한국사회 도덕수준에 맞게 유권자로부터 공인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공인으로서의 그의 거짓말은 거짓 논문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된다. 그는 표절논문으로 교수가 됨으로써 수많은 동료교수와 학생을 속였다. 그처럼 논문을 조작하지 못해 교수가 되지 못한 정직한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다. 박사학위, 교수채용의 공정한 시스템을 망가뜨린 장본인으로서의 죄는 아무리 물어도 용서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마저 거짓으로 일관했고 그의 사퇴를 요구한 학술단체협의회를 친목회수준으로 폄훼했다.

문대성은 후보로서도 사퇴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해도 국민들이 나서 그의 국회입성을 끝까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박사학위는 물론이고 교수직도 박탁되어야 한다. 끝까지 국민을 기만한 문대성에 대한 용서기회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김용민과 비교할만한 대상은 현재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송영선, 정두언, 정호영, 이혜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연극에 대한 비난여론에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답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들에 대해 일체의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그것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이들이 비난대상이 되고 인터넷에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는 이유는 그들의 김용민에 대한 적반하장적 행태 때문이다. 김용민이 발언을 이유로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면 당시 공인의 자격으로 저질 발언을 했던 새누리당 후보들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

종이짱돌 던져 민주주의 지키자

새누리당은 변하지 않았다. 간판과 로고와 상징색만 바꾸면 새로운 정당이 되는가. “새정당되기 참 쉽지요 잉~”하며 아이들이 배울까봐 두렵다. 자신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공격해대는 새누리당의 전략은 민주통합당이 반격하면 서로 이전투구하는 가운데 유권자의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그래서 투표율을 낮추려는 의도이다. 참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민간인사찰을 통해 인권을 침해한 MB정부와 닮은 일란성 쌍둥이 반민주주의 정당다운 행태이다.

이들이 해묵은 전략을 매번 반복하는 이유는 그 전략이 먹히기 때문이다. 일단 덫을 놓으면 야당은 그 덫에 걸려들어 꼼짝 못하고, 진보언론은 먹이를 덥석 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승리해왔다. 여기에 홀로 맞서 보수가 승리하는 메카니즘을 폭로하기 위해 오래 전 <마법에 걸린 나라>를 썼던 나는 조중동과 진보언론의 협공에 말실수나 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비호감 인사가 되어 신뢰도 추락을 경험했다. 언론의 가공할만한 힘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요즘 겨우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 조중동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그들의 의도를 꿰뚫는 나꼼수와 그의 팬들이 주인공이다.

이름만 바꾼 적반하장당 한나라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간단 말인가. 과거에 대한 평가 없는 미래의 개선이 가능이나 하단 말인가? 내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은 과거의 잘잘못을 복기, 성찰함으로써 미래에 어떻게 고칠 것인지 교훈을 얻으라는 것이다.

4.11총선, 과거심판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위기에 처한 오늘의 젊은이들은 과거 선배들처럼 심각하게 짱돌이나 화염병을 던질 필요는 없다. 이제는 즐겁게 웃고 춤추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하나씩 주어진 종이짱돌, 한 표를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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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뇌 - 신은 뇌의 창조물. 뇌과학이 밝혀내는‘믿는 뇌’의 메커니즘
라이오넬 타이거 & 마이클 맥과이어 지음, 김상우 옮김 / 와이즈북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천국은 없다.

사후세계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동화일 뿐이다.

사람들은 열망하지만 결국은

성취 불가능한 윤리적 질서나

생활 방식의 근거로서 신을 찾는다. 

 

<스티븐 호킹>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신이 있다고 철떡 같이 믿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반대로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많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시간 낭비가 없고,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하며 믿어보라며 정열을 쏟는 것만큼 헛수고도 없을 것이다.

 

미군이 코란을 태우는 것을 보고,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코란을 꺼내려다가 사망하는 웃지 못할 사고가, 21세기에 일어났다. 도대체 신이 무엇이기에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도 개의치 않고 뛰어들어 타고 있는 코란을 가슴에 안은 것일까.

 

인간의 지독한 충성심과 순교를 통해 존재하는 종교를 보면 우리가 종교를 위해 사는 것인지, 종교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지구촌 인구 80%가 종교를 믿는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쪽수가 많은 종교는 불교(4억?), 기독교(21억), 이슬람(15억), 힌두교(9억) 등이다.

 

그러나 다만 우리가 모를 뿐, 이 지구 곳곳에는 위에 언급한 굵직한 종교들 외에 수많은 종교가 있다. 곳곳에 산재한 많은 소수민족과 원시부족들의 수만큼 종교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초록별 지구에는 얼마만큼의 서로 다른 종교가 있는 것일까.

 

인간은 왜 신을 믿는 것일까?

 

<신의 뇌>(와이즈 북) 저자들은 대략 '4200여 개'라고 말한다. 참으로 많기도 하다. 인간들은 4200개의 저마다 종교를 가지고서, 자신의 종교가 가장 으뜸이고, 가장 바른길이라고 믿는다.

 

여고 시절 도덕수업에서는 인간은 '한계상황'에서 신을 찾고, 믿게 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신의 뇌>의 저자인 라이오넬 타이거와 마이클 맥과이어 두 생물학자는 자신들의 학문 세계에 걸맞게 이게 다 '뇌' 덕분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신이 뇌를 창조한 게 아니고, '인간의 뇌가 신을 창조했다'고 말한다.

 

사실 모든 생물의 삶은 뇌가 명령을 내리기에 영위된다. 뇌가 명령을 멈추면 '뇌사'다. 뇌가 사(死)하면 첨단 의료장비가 없다면 그야말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사용하는 많은 기기 또한 뇌에 해당하는 본체의 명령체계가 있어야 작동된다.

 

이렇듯 인간의 모든 행동은 뇌가 통제하는데, 이 저자들은 '신'이라는 존재 또한 인간의 뇌가 '상상'하여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가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앞날에 대한 불안, 걱정이나 현재의 괴로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믿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종교만큼 위로를 주는 것은 없다. 종교가 제일 따뜻하고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준다.

 

뿐인가. 종교는 우리의 내세마저 꼼꼼하게 정의해준다. 저자들은 '내세는 종교의 최고 발명품' 이라 했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선한 사람(혹은 믿는자)은 죽으면 천국에 가서 갖가지 영원한 복락을 누린다. 반면 악한 자는 지옥의 유황불에 던져지고 죄과에 따라 지옥의 단계도 제각각인데 성직자들은 신자들에게 마치 가 본 듯이 반복적으로 상세히 설명해준다.

 

현실의 갖은 괴로움도 다음 세상의 천국을 생각하면 훨씬 극복하기 쉽고 이승에서의 짧은 영화란 천국의 영원 복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종교에는 이승과 저승, 천당과 지옥에 대한 '스토리'가 넘친다. 저자들은 '믿는 뇌'는 종교적 스토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대부분 종교는 경전, 신, 교리, 행동규범 등의 종교적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타 종교인이 보면 안타까운 점도 많지만, 당사자들은 흔들림 없이 믿는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도는 순교하면 그 보상으로 많은 처녀가 천국에서 자신을 기다린다고 믿는다고 한다. 기독교의 이단들은 미래의 어느 날 자신들만 '휴거'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그날을 위해 기도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믿음은 우리가 자주 무시하는 뇌의 편견에 의해 지속 된다. 편견 때문에 뇌는 자신의 믿음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증거를 거부한다. 대부분의 기독교인은 내세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의 경우, 여호와 이외의 신이 존재할 가능성을 거부한다.

 

창조론자는 지구의 연령에 대한 지질학적 증거, 창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인류 조상들에 대한 명확한 증거, 4천년 이전에 존재했던 종교의식을 묘사한 암벽화, 진화론으로 추적한 종의 변화, 그리고 죽음(특히 영혼의 죽음)이 실재한다는 것을 거부한다.(여호와의 증인은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영원한 천상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본문 59쪽)

 

'뇌의 편견'은 모든 종교가 갖는 공통적 의식인 '종교의식', '교류', '믿음'을 통해서 지속되는 것 같다. 종교의식을 통해 신을 만나는 동안 뇌는 '샹그릴라를 경험'하고 종교적 교류는 신도들에게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어' 준다. 믿음 또한 뇌를 '편안하게' 해주고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주고 '미래를 보여'준다.
 
이 책은 제목으로만 넘겨짚을 때는 종교적 체험이나 믿음 등에 당연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대저 종교적 행위란 인간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뇌의 작용임을 학자로서 근거를 갖고 담담하고 꼼꼼하게 설명할 뿐이다.

 

"근심과 공포를 관리하기 위해 뇌가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뇌의 믿음 체계가 창조해낸 종교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종교에 대한 비난이나 찬성의 입장에서 제기한 것이 아님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단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보편적이고 끈질기고 중요한 사실이다."(본문 277쪽)

 

그러니 믿어? 말어?

 

이 책은 종교를 과학으로 풀어내기에 흥미롭다. 두 생물학자는 전혀 흥분하지 않고 왜 종교가 '뇌의 상상물'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인류가 왜 종교를 갈망했는지? 종교를 믿으면 뇌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종교가 섹스에 개입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또는 종교가 왜 똑같은 의식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지? 그리고 미움과 다툼이 없는 종교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등 종교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들을 설득력 있게 답해준다.

 

저자들의 설명이 비신자인 내 경우는 전혀 거북하지 않았는데, 신자들이 읽으면? 글쎄 어떨지 궁금하다. 현대 과학은 수년에 걸쳐 게놈 프로젝트를 완결한 끈기가 보여주듯 끊임없는 연구로 신의 영역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타적이지만 않는다면 종교가 기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뇌도 인정한 것이 아닌가. 나의 종교는 그저 지구상 4200여 개의 종교 중 하나일 뿐이라는 관용의 정신을 가진다면 종교(宗敎)는 글자 그대로 '으뜸 가르침'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우리의 뇌를 편안하게 함은 물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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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런, 이런! 이렇게 위안을 주는 말이 다 있었네. 사람들의 호감이 다 제각각이니 설마 나를? 하며 겸손을 떨지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적어도 한 사람 쯤은 나를 첫사랑으로 바라봤을 확률, 확률적으로 가능하겠다. 아흐, 심심한 위로가 된다.^^

 

<시사인> 236호에서 김세윤씨가

 

"보고 나면 술 좀 당길 거다. '기억의 습작'을 틀어놓고 후우~괜히 한숨 한번 쉬게 될 거다. 이 아저씨들아!"

 

라며 목 놓아 부르짖었기에 아저씨는 아니었지만 호기심 급상승하여 <건축학 개론>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통 기억에 없는 삼십대의 여인이 동창이라면서 승민의 일터에 나타나 반가운 척을 했다.

 

 
  
늙은~

"그런데 누구세요?"

"건축학 개론 같이 들었던 서연이야. 음대의..."

 

그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승민, 용건을 물었다.

 

"내가 살 집을 지어줘."

 

그리하여 승민(엄태웅 분)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첫사랑 서연(한가인분)의 집을 짓게 되었다.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의뢰인에게 일일이 설명과, 때로는 설계변경까지 들어주며 집을 지어나갔다. 그 과정 속에서 티격태격 두 사람은 과거의 추억과 만나게 된다.

 

승민이 보통의 서른 중반에 비해 조금 더 싹아 보였다면 서연은 역시 여느 보통의 서른 중반에 비해 얼마간은 복부인의 느낌이 났다. 그간의 삶에 대한 쓸쓸한 반증인 듯 한쪽은 수수했고 다른 한쪽은 도도했다. 그러나 늙은 현재의 그들과 달리 젊은 날의 그들은 풋풋했다.

 

어린 승민(이제훈분)과 서연(배수지 분)이 워낙 청초해서 그들을 바라보자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늙은 우리 모두 저마다 그런 한때가 있었을 터인데 영화완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네.~

 

아무튼 이 영화는 없던 첫사랑도 생각나게 하는 영화이다. 또, 비단 첫사랑이 아니어도 청춘의 한때를 스쳤던 이런저런 얼굴들,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있겠지?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그런 영화다.

 

나는 무엇보다 뜬금없이 빛바랜 순댓국 집 전경이 가슴을 후렸다. 승민 엄마(김동주 분)의 억척스런 성정을 보자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그런 정서, 우리네 시장 통의 일상이었다.

 

작은 물건 하나 사면서도 사는 사람은 다만 일 이 백 원 혹은 일 이 천원이라도 깎아야 직성이 풀렸다. 장사꾼은 장사꾼들대로 일지감치 가격을 올려 불러 놓고는 깎아주는 척, 이러면 밑지고 파는데 하면서 오만 생색을 다 내었다.

 

그 속엔 유쾌한 시끌벅적함도 있었으나, 때로는 사소한 일에도 고성이 오갔다. 내 가족 내 새끼를 위해서라면 악다구니 좀 쓴들 어떠리. 목소리 큰사람이 제일. 때로는 손님이 왕.

 

그렇게 억척으로 아끼고 모아서 결국에는 또 자식에게 다 헌납하고 자신은 그제 것 살던 대로 하루세끼 풀칠만 겨우 하면서 쪼그랑 할망구로 살다가 가고 말.... '백 말'이 필요 없는 승민 엄마의 그 자글자글한 주름과 푸석이는 머릿결에서 지난시절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 겹쳐져 짠하면서도 고맙고 아름다웠다.

 

  
젊은~

 

 

청춘 남녀라면 어린 승민과 서연에 감정이입이 될 것이다, 라고 쓰려다 문득, 흐미, 지금은 21세기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시공에 구애받지 않고 카카오 톡을 날리는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혹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아빠, 그리고 엄마! 그 시절엔 다들 그런 식으로 연애 했나벼? 푸훗~아이구, 답답해. 쯧쯧. 뭘 그리 끙끙 앓고 난리야.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오케이?"

 

하지 않을까 몰라.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의 청춘보다 한때 청춘이었던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무게에 낭만은 개뿔! 혹은 그날이 그날인 지루한 일상의 배 나온 아저씨들, 혹은 독 오른 아줌마들.

 

일단 극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술보다 더 위로가 되는 친구가, 젊은 날의 한 때가 거기 있음에 모처럼 고개를 끄덕끄덕, 알싸한 추억의 순간을 반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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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3-2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님, 정말 스맛폰에 카톡에 지금 세대의 친구들은 그런 애틋함을 잘 모를지
몰라요. 아주아주 오래전 지금처럼 폰도 없고 삐삐도 없을 때 제게도 대단한 사건이
있었지요. 연락이 안 되니 약속장소가 어긋나도 서로 어쩔 도리 없이 어긋날밖에요 ㅎㅎ

폭설 2012-03-29 09:08   좋아요 0 | URL
어머, 대단한 사건? 살짝 궁금해지네요. ㅋㅋ
사건이 있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나만이 아는 은행 적금통장처럼 든든한...^^ 세련된 영화도 아니고
곳곳에 하자가 보이는데 누구에게나 있을 첫사랑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게 한게 흥행요인인듯하네요.^^

너무 흥행해도 감독이 차기작에 부담을 갖지 않을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