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니스 SCE - [할인행사]
피터 위어 감독, 해리슨 포드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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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척 덥다.

서울은 32도 가지고도 깨갱하던데 이곳 갱상도는 연일 35도이상이다.

그럼에도 추위보다 더위를 좋아하기에 더운 재미로 사는 것도 재미있다.

얼음을 잔득 부수어 먹고

짜짜로니를 국물없이 양념들이 모두 면발에 달라붙도록 졸여서

접시에 담아 먹었다.

 

먹고 나니 마지막 두 젓가락이 부족해 슈퍼에 가서 두봉 사와서

다시 하나더 끓여 먹고 티비앞에 앉았다. (아이고 배불러... 쫌 참는 건데..)

마침 막 시작하는 영화를 하나 만났으니...

<위트니스>....(증인, 목격자)

해리슨 포드가 나왔다.

 

그런데 엄청 젊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인터넷을 뒤지니 1986년도 영화였다.

워매, 그 시절 이영화를 봤더라면 분명 해리슨에 뿅 갔을터인데

20년도 더 지나 더운 여름날 오후에 보다니...

<도망자> 때 보다도 훨 젊었고 나름대로 그 시절엔 완소남 10위안에 들었는지

젊음과 매력이 철철 넘쳤다. ㅋㅋ

 

영화는 아미시교도인 모자 중 꼬마가 살해현장의 증인이 되는 바람에 벌어지는

야그...

미국시골은 다 그렇게 목가적인지.. 이 영화가 그런 곳만 골라서 찍었는지..

늘푸른 목초지의 풀들이 어찌나 싱그럽던지..

해리슨 포드의 강렬한 시선도 작살나고..ㅋㅋ

 

한마디로 더위를 확! 달아나게 해 주는 영화였다.

 

해리슨 포드의 젊은날이 보고 싶다면 이 영화 강추...

86년 영화인데도 영화가 하나도 촌스럽지 않았다. 대개의 외국영화는 그렇기는 하지만...

옛날영화를 시대를 뛰어넘어 어제 개봉된 영화처럼 볼수있다니...

세월 좋다.

 

여주인공 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 여주인공도 예뻤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늙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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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진달래 - 제13회 전태일문학상 특별상 수상작
노회찬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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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15일. 창당 보름 만에 1인 2표제 도입이 끝내 무산되자 권영길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였다. 2월 16일 김대중 대통령은 법안을 공표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즉각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헌판정을 내렸고 1인 2표제는 쟁취되었다.- 168쪽

 

1인 2표제? 아마 정치 문외한인 사람 중에는 나처럼 오해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즉, 나는 이 바람직한 제도는 당연히 김대중 정부가 제안하고 제도화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숨은 공로자는 민주노동당이었다.

 
그리고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즉, 10만 원을 정치인에게 후원하면 연말정산에서 10만원 그대로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또한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었다. 한 지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10만원을 후원하고서 적금 든 기분이라며 좋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말연시 돈 쓸 일도 많은데 잊었던 10만원이 통장에 찍혀 들어오니 그 아니 기쁠 소냐.

 

이렇듯, 민주노동당의 출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바람직한 정책으로 국민들 마음에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노회찬'의원의 낙마를 애석해 했다. 그것도 단 3%포인트 차이로 급조된 새파란 정치신인에게 졌으니 그 자신은 물론 그를 찍은 40%의 지역구민들은 얼마나 통절했을까.

 

그쪽과는 한참 거리가 먼 남쪽의 나도 '노회찬'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짠하기 그지없었다. 구리 빛 얼굴의 지친 그가 그래도 웃으며 희망을 얘기하니 안도와 함께 미안한 마음이 며칠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힘내라 진달래>
ⓒ 사회평론
노회찬

해서 빚진 기분으로 그의 책 <힘내라 진달래>(사회평론)를 펴들었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그는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 아닌 진보신당 사람이 되었지만 당 간판이 달라져도 노회찬은 노회찬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보신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해도 민주노동당시절의 노회찬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노회찬의 '옛사랑'의 흔적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이토록 자부심과 애정을 갖던 당을 떠날 때의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구경꾼인 나도 그의 떠남이, '민주노동당'이라는 간판이 참으로 아까운데 그는 오죽 했을까.

 

아무튼, 추억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2004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석 달 동안의, 2004년 17대 총선에 임하는 민주노동당 중앙선거 대책본부의 상황기록이다. 결과적으로 이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정당 투표에서 예상외의 표를 얻어 10석으로 원내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기록의 처음부분이 쓰여 질 때만 해도 민주노동당원이 아닌 일반사람들은 노회찬의 '노'자도 몰랐지만 이 기록의 말미에 가서는 '노회찬 어록'을 저마다 한 구절쯤은 회자하게 되었다. 노회찬 어록이 자주 회자되는 만큼 민주노동당의 인지도가 커져갔음은 물론이고.

 

당시 나는 민주노동당을 찍은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노동당의 선전이 기뻤고 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이 그 의석에서 못해도 2배는 불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우째 거꾸로 돌아서 2배 아닌 반 토막을 내주어 망연자실.

 

다른 나라를 둘러보니, 영국은 노동당이 1900년에 만들어졌고 뉴질랜드는 1916년에, 스웨덴 사민당(사회민주노동자당)은 1889년, 독일의 사민당은 1875년, 네덜란드 사민당은 1894년 등 다들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은 노동자당에서 대통령을 내었고, 볼리비아에서는 억압받던 원주민 출신이 대통령(에보 모랄레스)이 되었는가 하면 지난 총선 호주에서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이렇듯 세계 선진 여러 나라들은 다들 노동자당이 '떵떵'거리는데 우리는 왜 '보수'도 못 되는 '수구'들이 창궐하는지... 물론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진보정당은 우리에게 더더욱 소중하고 2008년 총선이 준 이 부끄러움은 다음 총선에서 충분한 '거름'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끝부분에서 저자는 '민주노동당은 마중물'이라 하였다. '마른 펌프에 부어넣는 한 바가지 마중물처럼 저 지하에서 도도히 흐르는 수맥을 끌어올려 만물을 푸르게 할 것이다'라고. 아무렴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은 머지않은 미래에 5천만의 가슴속에서도 푸르게 흐를 것이다. 아, 그러면, 우리나라도 노동자당이 집권 한 번 해 보겠지요?

 

뱀 꼬리: 김밥 할매들, 내 말 좀 들어 보소

 

가끔씩 미담사례로 뉴스를 장식하는 사연들에서 김밥 할매들은 빠지지 않는 주인공들이다, 김밥, 떡볶이 팔아 평생 모은 돈 1억여 원을 유명 사립대학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볼 때면 그 선의는 충분히 공감이 가나 내 마음 한쪽은 씁쓸하였다. 

 

"아, 할매요. 이제 '그 대학' 다니는 학생들 중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 별로 없어요. 이 왕 좋은 일에 할 거면 확실하게 본전 뽑는 곳에다 투자하세요. 최고 경영자나 장관출신 총장들이 기업들 돌아다니며 강연 한 번 하면 후원금이 수십억씩 쏟아지는 그런 대학에서는, 할매 돈 별로 빛 안 납니다. 차라리 가난하지만 정직하게 일 많이 하는 할머니와 출신 성분이 같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에게 기부하세요"라고 말하고픈 마음 굴뚝같다.

 

아마 길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이 땅의 똑 소리 나는 김밥할머니 한 분 당 진보정당의원 한사람씩만 책임지면 가난한 진보정당 의원들은 힘이 펄펄 날 것이다. 나는 김밥할매가 아니라서 1억은 꿈도 못 꾸고 책 한권으로 때우지만 책 한권으로 때우는 사람 10만 명이면 김밥 할매 한 분과 당당히 맞설 수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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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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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한길로만 쭉 걸은 사람이 있다. 음악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연극은 더더욱 아니다. 노동 상담을 하면서 30년을 한 결 같이 달려온 사람이 있다. 그 이름은 다름 아닌 하 종강. 나는 이분의 이름을 떠올리면 먼저 이유 없이 믿음이 간다. 그리고 이분의 글을 읽으면 매번 짠했고 때론 단 한 문장으로도 눈물이 났다.

 지난 두해, 신문을 읽다가 가끔 눈물이 쑥 빠질 때가 있었는데 그 원인제공자의 8할은 하종강 이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노동자를 향한 그의 마음 씀과, 그가 소개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이 애 닳아 마음만 찡한 게 아니라 눈물까지 흘러내리고는 했었다. 

 그는 왜 문화 예술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에 30년 동안이나 열정을 바쳤을까. (때문에 과로가 쌓이고 쌓이다 결국 두 달 동안 꼼짝없이 드러눕는 바람에 이 책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한겨레 출판)가 나오게 되었다지만.)

<고백 하건데, 나를 지켜준 사람들은 상담소에 찾아오는 노동자들이었다. ‘내가 오늘 이 서류 뭉치를 붙들고 하룻밤을 새면, 해고당하거나 몸 다친 노동자와 가족들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이 그 혹독한 시기에 나를 구원했다.>-본문 352쪽


그랬다. 그는 참치 잡이 외항선원의 억울한 사연을 접하고 몇 시간에 걸쳐 정성껏 서류를 다 작성한 후 마지막으로 출력하려던 순간. 그 외항선원이 뒤늦게 아주 결정적인 증언을 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서류를 작성하였는데, 그런 수고쯤은 그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노동조합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면 전국 어디든 달려갔다. 새벽 첫 차를 타고 갔다가 심야버스를 타고 오기도 하고, 주중이고 주말이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토막잠을 자가며 그렇게 30년을 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가 만난 많은 노동운동가들과 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안일한 삶보다 잘못된 노사관계를 바로잡고 노동자가 웃으며 사는 세상을 위하여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모진 탄압과 해고 속에서 때론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최악의 선택을 아직도 이 땅의 노동자들은 하고 있었다.  

노사관계, 학교에서 가르치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제도권 교육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으로 노동문제를 가르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정규 수업에서부터 노사관계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모의 노사교섭이 일상화한 특별활동으로 잡혀 있어 일 년에 여섯 차례 정도 모의 노사교섭의 경험을 쌓는다. 교과서에는 노사관계를 ‘인간이 사회에서 자기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정의한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과정 이전에 노동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학습하고,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는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몇 달 동안이나 학습하고 토론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조합 간부로 평생활동해도 배우지 못할 만큼을 이미 제도권 교육 속에서 깨친다.>  -본문 317쪽 

위의 얘기는 금시초문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고등학생도 아닌, 초, 중등학생들에게도 미리부터 노사관계에 대해서 가르친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교육을 안 시키니 대학생이 되어도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일단 드는 생각이, 시민들 불편하게 하고 나라경제 말아먹는다만 떠오를 뿐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었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것을 보도하는 신문, 방송 기자들도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 거였네. 뿐인가, 자칭 모 일류기업은 아직 노조, 하다못해 어용노조 조차도 없는데, 이게 다 무식해서 용감하다 못해 우리사회의 ‘거악’이 되어버렸구나.

정말 갈 길이 멀다.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 30년 동안 노동법 우려먹고 산 저자와 같은 전문가의 말을 듣고 좀 쉽게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주고 노동자 복지를 향상시켜주면 안되는지. 노동자의 피나는 투쟁과 희생이 있고 난 다음에야 겨우 한 발작 움직이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아무튼 이 책에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또 노동운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짠하게 녹아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좀처럼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노동자가 살만한 세상을 위하여 위에 언급된 나라들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초, 중등에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정당의, 제대로 된 국회의원부터 뽑았어야 되었는데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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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2008-05-0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종강입니다. 제 책보다 서평이 더 감동적입니다. 고맙습니다.

폭설 2008-05-05 22:27   좋아요 0 | URL
어머나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저도 고맙습니다.^^
 
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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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 본 곳은 앞부분에 나온 일본 뿐이라 일본에 대한 부분은 감이 오는데

다른 도시들은 정말 그럴까이? 의문만 생겼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도시들이 왜 그렇게 많은 것이야?

나는 언제쯤 그러한 도시들을 훨훨 한번 날아보나?, 한번 밟아보나?

 

이런 여행담을 읽으면 내 신세가 꼭 세장속에 같혀있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다 용기가 없어서 못가는 것일텐데 나는 용기아닌 현실이 내 발목을

잡는 다고 생각한다. ... 하긴 현실도 한 몫하겠지만..

 

고종석. 쌍팔년도 한겨레 기자시절에 글잘 쓴다고 친구가 그 이름석자를

내게 알려주기에 그런가? 하며 유독 그 이름을 기억하는데...

세월이 지나니 또 고종석, 우리말을 잘 아름답게 살려쓴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역시, 옛날의 명성이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구나 했는데...

 

이책을 읽고보니 어째 이제는 그 약발도 다 된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쎄.... 이 책의 글은 어느 신문에 연재하던 것을 묶었나 본데... 글의 내용이 일기같다.

정제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한번도 퇴고없이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대로 적은 듯하다.

왕년의 기자답게 문장을 좀 다듬고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책을 읽고서는 이분이 우리말을 아름답게 쓴다고 칭찬받는 그분 맞나 싶어진다.

저으기 실망스럽다. 

그렇기는 해도, 

죽기전에 남의나라, 남의 도시들을 될수있는한 댕겨보도록 노력하면서

살어야지 하는 꿈은 꾸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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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김정임 지음 / 그물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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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꽃>(그물코)을 읽었다. 그전에, 얼마 전 <인간극장>에서 방영한 저자의 여든 노모 모시는 광경을 본적이 있다. 여든 중반의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를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지 아니 21세기에도 저런 효자가 있을 수 있는지 놀라웠다.

한량으로 살다가 8남매와 빚을 남기고 일찍 돌아간 남편을 대신해 평생 일에 묻혀 사시다가 그 자식들 다 크고 저마다 살길 찾자 이제는 몸도 늙고 치매도 오고.....공동 저자인 김정임 할머니의 고단한 여든 중반 평생에는 그 나이 대 할머니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내 엄마(82세)도 시집살이와 우리들 키울 시절에는 항상 잠이 부족하여 잠 한번 크게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하였던가. 보리밥이나마 밥 한번 원 없이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하였던가.

‘하루 종일 논이나 밭에 나가 일하면서도 삼 세끼 밥을 하고, 방아 찧어 쌀 만들고, 한밤에는 베를 짜고 옷을 짓고, 베틀에 앉아 잠깐 졸았나 싶으면 어느새 닭이 울고....’ 엄마는 지금도 그 시절 얘기 할라치면 ‘아이고오’ 앓는 소리를 내는데 그 ‘아이고오’ 소리는 울 엄마만의 전매특허가 아니었네.

<“아만 보듬꼬 젖 멕일 쌔가 어딘노. 등에 업고 쇠죽 끄리믄서 겨드랑 미트로 돌려서 젖 물리고 쇠죽 뒤직이믄 김이 올라와서 숨은 막히고 아는 울고, 아이고오, 오줌이라도 싸믄 그것 치울 쌔도 엄씨 밥해야지.”

“미역국은 커녕 무시국이라도 한 바내기 먹고 싶었지만 누가 끄리주노. 호박잎 국밥이 먹고 싶었는데 간네띠기가 한 그릇 각꼬 온 것 너거 아부지가 홀딱 닦아 먹어 삐리고 나는 팥잎 국밥 건더기 건져 먹었다가 가슴이 쪼개지는 거 가태서 숨도 못 쉬고... 아이고오.”

“너는 날 보믄 맘 상할 끼고 나도 너 고상하는 거 보믄 맘 상하고. 내가 가기 전에 개 한 마리 사다가 너 꼬아주고 가야 될 낀데 아이고오, 오찌 될랑고. 입그라, 응? 곧 추워지는데 따시기 입거라.”-본문 213, 214, 224>

신산스러웠던 지난날에 대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 대목을 읽으며 한참을 웃었다. 김정임 할머니의 말투가 어찌나 재미있고 톡 쏘는지 슬퍼 울면서도 웃음이 났다. 보아하니 아마 저자의 글발도 엄니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 아닐는지. 

아무튼 저자의 어머니는 감옥살이 같던 도회생활에서 효자 아들 덕분에 하늘도, 땅도, 자연도, 공기도, 꽃도 모두 다시 찾았고 건강도 많이 회복 되신 것 같아 축하드리고 싶다. 

 
그러나, 효도만으로는 어려운 게 노인 복지의 현실

 
♣ 사례1: 나의 큰외숙모는 아마 20년도 더 되었지 싶다. 무엇이? 치매가. 내왕이 없어 그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외사촌 올케언니를 생각하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진다. 외사촌 오빠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며 시모 간병을 20년씩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효부 났다는 칭찬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 사례2: 남편의 고모는 당뇨, 신장병, 그리고 치매 등을 앓고 계시는데 고모의 며느리는 10년째 고모님을 돌보고 있다. 울 어머님은 ‘정말 며느리 한번 잘 들였다.’ 하면서 칭찬이 자자하지만 난 나와 같은 동년배인 그분이 나와는 다른 결혼 10년을 살았다는 것에 역시 억장이 무너졌다. 

올해 86세인 어머니를 저자는 1년째 모시고 있지만 그전에 8남매의 맏며느리인 저자의 큰 형수님은 20여년 모셨다고 하였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서울하늘에서 20여년 시모를 모신 그분을 생각자니 역시 가슴이 아팠다.  

저자의 어머니를 향한 지극정성은 백번 칭찬받아 마땅하고 존경한다. 그러나 저자의 경우는 특별하고도 특별한 경우이다. 우리 같은 속물들은 저자 같은 사람을 마땅히 본받아야 하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 갈 수도 없고 도시에서라 하더라도 그렇게 살갑게 모실수가 없다.

도시에서 역시 86세의 노모를 3년째 모시고 있는 한 지인은 우울증이 와서 한동안 무척 힘들었다고 하였다. 이러다 내 먼저 가겠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모시지만 자꾸만 한계에 부닥친다고 하였다. 

 “시모를 모시는 데는 기약이 없잖아요. 3년이면 3년, 5년이면 5년 기한이 딱 정해져 있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매일 돌아가시라고 기도 할 수도 없고 말이죠.” 

 
효도보다는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노인의 삶을 보장해줘야   

저자가 행한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효도는 가깝게는 7,80년대의 우리네 며느리들이 다 한 것이다. 멀게는 이씨 조선 500년 역사가 효를 근본으로 삼았기에 다들 그렇게 효도를 하며 젊음을 불살랐고, 늙어지면 이제는 반대로 자식들의 효도를 받음으로써 ‘보상’받았다. 

그렇게 늙어서 보상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아니 늙어서 보상 받는 다기 보다 늙어서 ‘복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추 당초 맵다지만 시집살이 웬 말인고...’ 그저 나온 게 아니다. 갖은 설움을 이겨가며 시부모 봉양을 잘하고는 나중에 화병이 도저 이제는 반대로 가해자가 되어 며느리를 달달 볶으며 늙어간 게 우리네 선배 아낙들의 삶이었다. 

그런 식으로 억지효도가 반복되다가 시대가 가파르게 변하면서, 나름대로 먹고 살만해지면서 우리네 며느리들도 ‘배 째라’가 된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의지’로 어머니를 모시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마음은 애 저녁에 떠나도 ‘어쩔 수 없이’ 병든 부모 혹은 시부모를 수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며느리가 무슨 죄가 있나. 남편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의 부모를 몇 십 년이고 수발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말이다. 또 장기간의 노인 수발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다. 다른 엄마들은 수영 가네, 살 빼러 가네, 혹은, 뭐 배우러 가네, 하며 나름의 취미생활을 하며 사는데 자기 엄마는 할머니 할아버지 수발하다 세월 다 보낸다면 얼마나 우울할 것인가. 

때문에 주장하노니 울 나라도 이제 노인복지를 국가에서 책임져 달라. 노인의 불행은 노인 한사람만의 불행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불행일수도 있다. 노인의 삶이 안정되어야 가족의 삶도 안정되고 가족이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해지는 것이다. 

세금이 문제라고? 그러니까 상황설명 확실히 하고 당당하게 세금을 거두면 누가 말릴 것인가.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00년 오부치 게이조 총리 시절에 전 국민 개호보험이 통과된 것으로 안다. 그 안에 노인수발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음은 당연한 거고. 지난핸가 교육방송에서 보니 2000년에 시작된 그 제도가 이제는 안착이 되어 너무도 잘 굴러가고 있어 한없이 부러웠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국회에서 통과 되었고 올 7월 부터는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 시혜 폭이 아주 미미했다. 대략 3%의 65세 이상 노인 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이름만 그럴듯하지 먹을 게 하나 없다. 제도를 보완해서 아니, 민주노동당이 말하던 대로 전 국민 ‘무상의료’가 되게 세금 좀 많이 거뒀으면 좋겠다. 

 
마무리.....

사실 지금 시아버님이 병원에 입원중이다. 뚜렷한 역할을 못하면서도 며느리들은 마음이 무겁고 아들들은 자주 연가를 써야하니 회사에 눈치 보이고 몸도 고달프다. 시어머님은 ‘그만큼 고생시켰으면 됐지 이젠 병구완까지 시키나’ 싶으니 우울하시다. 

처음엔 약 3주라고 했으나 별로 차도가 있지 않아 입원기간이 연장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한 열흘이 지난 것 같은데 시계추가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다들 힘들어 하는데 장기간 수발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세상 그렇게 불공평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하여, 결론은, 내 생각은 그렇다. 세금 얼마든지 낼 테니 제발 노인 분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실 방안 마련 좀 해 주시라, 국가는.  무늬만이 아닌 실질적 혜택이 ‘팍팍’ 돌아오게 제발 세금 좀 많이 거두시라. 국민들이 협조 안하면 협조 안 한다 하지 말고 홍보 좀 하시라.

아주 내 가심이 탄다, 아이 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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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2008-04-0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같은 마음으로 가슴이 타네요... 허궁~~

폭설 2008-04-01 20:12   좋아요 0 | URL
차츰 좋아지겠죠? ^^ 하여간 개인에게 맞기면 노인불들만 더 힘들어지게 되니
우리도 제도 보완이 확실히 되어 노후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