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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평점 :
요즘 들어 인류가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미래 중에 가장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외계 생명체와의 충돌 아닐까? 사이먼 케이의 소설 《홀랜프》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외계 생명체 홀랜프가 지구를 침공하며 시작되는 이 대서사시는 인류의 운명을 바꿀 7명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단순한 SF 서사가 아니라, 인간이 진정 원하는 구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인간으로서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솔직히 말해, 외계 침공이라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홀랜프》는 이런 익숙한 설정을 색다르게 풀어낸다. 예언서라는 신비로운 설정을 더해 종교적, 철학적 색채를 더했고, 홀랜프에 맞서 싸우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 각자의 내면 갈등과 성장을 녹여내 흥미를 더했다. 결국 이 소설은 단순히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자아 정체성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외계 생명체에게 복종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저항하며 인류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것인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포기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삶이 과연 진정한 의미를 가질까? 이 책은 그런 고뇌를 계속해서 우리에게 던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인간의 감정을 굉장히 잘 살렸다는 것이다. 특히나 주인공들이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로와 그로 인한 내면의 갈등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워하고, 때로는 그 두려움에 굴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인류를 지켜내려는 의지가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어찌 보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매일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선택과 갈등을 투영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어빌리스'라는 능력도 흥미로웠다. 현실 속에서 각자의 능력과 자원을 극대화해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과 닮아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이 남을 돕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홀로 살아남기 위한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결국, 능력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선택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외계 생명체와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라고 해서 단순한 공상 과학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권력, 계급, 인간성—을 다루며, 그 안에서 우리 각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SF를 사랑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회적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홀랜프》는 우리가 살아가며 직면하는 선택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인류로서, 인간으로서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고민하게 만든다.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경험이 이렇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SF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혹은 자신의 삶 속에서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샘터 출판사 @isamtoh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