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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원모어페이지(@1morepage_books)를 통해 클레이하우스 출판사(@clayhouse.inc)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워터 문
📗 서맨사 소토 얌바오
📙 클레이하우스

살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적이 있었을 것이다. 스쳐 지나간 선택, 혹은 결코 잊히지 않는 장면. 삶은 수많은 갈래길의 연속인데, 뒤돌아보면 꼭 하나씩은 미련이 남는다. 그러다 어떤 날은, ‘그 선택’을 맡기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사실, 그 선택은 그 순간 최선이었다고 믿으려 해도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돌아가 다시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은 언제나 전진만을 요구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후회를 껴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이 책 『워터 문』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워터 문』의 무대는 도쿄 뒷골목, 겉보기엔 평범한 라멘 가게지만 그 문 너머에는 후회를 담보로 ‘선택’을 맡길 수 있는 전당포가 있다. 주인공 ‘하나’는 그 전당포의 새 주인이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낯선 이세계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 여정에 ‘게이신’이라는 물리학자가 동행하게 되면서, 현실과 환상, 운명과 자유의지, 후회와 치유가 교차하는 한 편의 판타지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후회를 없애주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을 새롭게 해석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겐 실패로 남은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겐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흔적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만든다는 것을, 작가는 판타지의 언어로 섬세하게 풀어낸다. 후회는 짐이 아니라 기억의 조각이고, 선택은 소멸시키는 게 아니라 껴안고 가야 할 무엇이라는 깨달음.

전당포는 현실의 심리적 공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치다. 선택이 구체적인 물건으로 변환되고, 그 물건을 맡김으로써 사람들은 감정을 환기하고 전환하게 된다. 하나와 게이신의 여행은 단순한 ‘실종자 찾기’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기억, 후회, 그리고 미래 가능성을 재구성하는 여정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처럼 몽환적인 이미지와 철학적 질문이 절묘하게 얽혀 있다.

이 책은 마법처럼 손에 잡히지만, 마음엔 천천히 스며든다. 화려한 판타지 장면 뒤에는 조용한 자아 성찰의 질문이 숨어 있다. 왜 그 선택을 했는지, 왜 그토록 후회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를. 『워터 문』은 삶을 살아내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감정, ‘자기 연민’을 회복시켜준다. 우리는 완벽할 수 없고, 그래서 더 인간답다는 것을.

게이신이 그랬듯, 결국 중요한 건 “이 실수를 지우고도 나는 여전히 나일까?”라는 질문이다. 그 어떤 실수도, 실패도, 우리가 된 과정을 지워선 안 된다는 것. 삶이란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서 부단히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이고, 그 안에 담긴 ‘선택의 기억’이야말로 인생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나온 수많은 길, 때로는 잘못된 것처럼 보였던 선택들이 결국은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조각들이 나라는 존재를 만들었다는 것. 후회는 짐이 아니라 흔적이다.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안아줘야 할 무엇이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만약 지금 떠오르는 어떤 ‘후회’가 있다면, 이 책 속 전당포에 조심스레 건네보면 어떨까. 그걸 맡긴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바뀌진 않겠지만, 적어도 조금은 더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후회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은 아주 특별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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