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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앞서가는 아이의 비밀, 미디어 지능 - AI 시대 전 세계 교육계가 새롭게 제시하는 미래 교육 대안
김소연 지음 / 웨일북 / 2025년 6월
평점 :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결국 앞서가는 아이의 비밀, 미디어 지능
📗 김소연
📙 웨일북

“유튜브 10분만 더 보고 잘게요.” 이 말, 낯설지 않다. 하루 평균 세 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아이들. 부모는 걱정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한다. 차라리 안 사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지만, 이미 학교도 전자칠판이고, 친구들과의 소통도 메시지 앱으로 이뤄지는 현실. 미디어는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 아이의 삶과 연결된 환경이다.

미디어는 낯선 기술이 아니다. 우리 역시 스스로의 감정이나 피로를 무심코 디지털에 던져놓고는 위안을 얻는다. 그런 우리가 아이에게 ‘조절하라’고 말할 때, 말의 무게는 종종 가볍다. 그래서 이 책은 부모를 먼저 돌아보게 한다. 통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미디어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어떤가. 질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소연 저자는 미디어 사용을 제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디지털 세계에서 스스로 균형을 잡고,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힘을 저자는 ‘미디어 지능’이라 부른다. 단순히 기기를 잘 다룬다고 해서 그 아이가 미래를 선도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보와 관계, 감정과 충동이 얽힌 디지털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역량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다.

책은 아이가 콘텐츠에 노출되는 자체보다,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지’에 주목한다. 가짜 뉴스에 휩쓸리지 않고, 즉각적 보상의 유혹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태도, 정서적 동요 속에서도 판단의 기준을 유지하는 자세. 이 모든 것이 미디어 지능의 일부다. 결국 중요한 건 ‘사용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이론적 설득력을 일상에 녹여낸 구성이다. 예를 들어 ‘우리 집 미디어 수칙 만들기’는 단순한 규칙 정립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유형과 가치관을 되짚고 아이와 함께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미디어를 함께 토론하고, 감정을 나누며, 규칙을 아이 스스로 구성하도록 이끄는 방식은 수직적 통제가 아닌, 수평적 동행을 이룬다.

아이가 스스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장면은 그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계단식 자율성 부여’, ‘보상 없는 선택’, ‘만족 지연감’, ‘작은 성공의 축적’ 같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자율적 조절력은 단기간에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선택의 주체가 되도록 여지를 주는 일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반복, 그 안에서 진짜 힘이 자란다.

디지털 기술은 눈앞의 효율을 약속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 너머를 살아간다. 이 책은 ‘기술을 잘 쓰는 법’보다 ‘기술을 통해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결국 아이가 앞으로 마주할 것은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설계한 질서와 속도,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될 수많은 갈등과 선택들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기능이 아니라 통찰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장이 있다. “아이의 미디어 습관은 부모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통제하려는 부모, 혹은 방임하는 부모 모두 아이를 단편적으로만 본다. 그러나 이 책은 부모 스스로의 미디어 습관, 대화 방식, 감정 조절 태도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아이를 바꾸는 일’은 ‘부모가 변화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읽고 나면 단순히 미디어 교육을 위한 가이드북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술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정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자질, 관계 속 주체성에 대한 성찰이 곳곳에 스며 있다. 그것은 양육의 기술을 넘어서 부모 자신이 어떤 세계를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책이자,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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