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상 수상작품집 4
정태원 옮김 / 명지사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에드거상 [Mystery Writers of America]
일명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이라고 한다. 이 상에는 장편상·신인상·실화상(實話賞) 등이 있다. 1954년부터 시작되어 소설은 물론이며, 평론·텔레비전·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작품 선정은 현역작가와 협회 회원들이 한다. 수상자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조상이 수여되고,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레이븐(Raven)패가 주어진다. 수상작들은 명성에 걸맞게 대부분 수작들이며, 많은 수상작품들이 국내에도 번역·소개되었다.

이 에드거상 단편 수상 작품집은 국내에서는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947년의 수상작 엘러리 퀸의 《미친 티 파티》에서부터 93년작인 로렌스 블록의 《켈러의 요법》에 이르기까지 에드가상을 수상한 단편들을 모았다. 한 권으로 모두 모아서 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약간은 아쉽다. 더 아쉬운 것은 각권의 가격이 총 15000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가격인 것. 수록된 작품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별 볼일없는 책 디자인의 책에 그런 가격을 붙이다니, 출판사의 장난이 다소 심했다고 본다. 마지못해 사보게 되는 추리소설 독자들을 우려먹으려는 출판사의 속셈인 것 같지만.

1,2,3권의 작품들이 더 구미가 동했지만,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쉽게도 4권뿐이다. 개인적으로 그저 그런 작품들뿐이었지만,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둑들》이라는 작품은 상당히 재미있는 걸작이다.

《번개를 타라》라는 작품은 하드보일드와 적절한 추리적 구성이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범인의 설정은 너무 흔해빠진 것이여서, 나같은 에드가상 작품집을 처음 읽는 독자를 다소 아쉽게 하지 않았나 싶다.

《핀톤군의 비》라는 작품도 그저 그런 작품이었다. 인간의 심리와 비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는 것 외에는, 밋밋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소프트 몽키》라는 작품은 그럭저럭 볼 만한 작품이다. 자신의 소프트 몽키와 함께 안주하려는 흑인 여성과, 그녀를 괴롭힌 사악한 악당들. 그녀는 결국 안주할 공간을 찾게 된다.

《공포 영화》라는 작품의 결말은 그리 시원스러운 것이 아니다. 마치 더운 여름에 땀에 절어 등산을 한 뒤 집에 돌아와 절수가 되어 바로 샤워를 하지 못하는 그런 결말이다.

《도둑들》은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두 명의 은행 금고에 침입한 강도들의 해프닝을 다루고 있는데, 코믹한 구성과 적절한 결말의 처리가 괜찮은, 그나마 이 작품집 속에서 가장 산뜻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엘비스는 살아있다》나 《아홉 명의 아들》은 그냥 그런 작품들이었다. 왜 에드가상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작품들이기도 했다.

《메리, 메리, 문을 닫아라》라는 한 사립탐정의 끈질한 의지와 집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것도 그럭저럭 덜 우러난 곰국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 작품은 《켈러의 요법》도 큰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1,2,3 권의 작품들을 보았으면 더 좋겠지만, 근처 서점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가격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너무 비싸다. 차라리 네 권을 묶어서 파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 같다. 출판사의 배려와, 이 책을 사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형편없는 책의 디자인이 참으로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의 동서 미스터리 북스 39
프랜시스 아일즈 지음, 유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컴플렉스에 사로잡힌 음울한 성격의 시골의사가 자신을 지배해온 아내를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한번 실행된 살의는 멈출 수 없고, 그는 세균배양을 통해 또다른 범죄를 계획하는데... 《클로이든 발 12시 30분》, 《백모살인사건》과 더불어 도서(倒敍)추리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

* '도서 추리'란, 범인 쪽에서 주도면밀한 범죄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뒤, 완벽하게 여겨졌던 범행이 뜻밖의 헛점으로 인해 폭로되는 과정을 그리는 형식을 말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은 범인이 누구이며 범행 방법은 무엇인가가 문제가 되지만, 이 형식에서는 그러한 점를 먼저 밝힌 뒤 그 과정에서 범죄자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긴장감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도서 추리소설 및 도서 추리 형식의 드라마류 팬이지만 이 작품은 알고도 보지 않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백모 살인사건》과 《클로이든 발 12시 30분》이라는 작품과 더불어 세계 3대 도서추리소설인 지명도 높은 작품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백모 살인사건》의 코믹함과 《클로이든발》에서의 프렌치 경감과 범인의 대결대신에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히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연상의 아내에 대한 증오심과 살의, 자신의 음울한 성격과 망상이 어우러져 끝내 주인공인 시골의사 테디는 아내를 죽이려고 마음먹는다. 아내를 혐오하는 마음에서부터 또 다른 여자를 만나 그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마침내 살의와 살인에 이르기까지의 인간 심리를 현미경 관찰 하듯 세밀히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수학이나 과학을 몹시 싫어하는지라 추리소설을 읽을 때도 홈즈의 날카로운 과학적 추리나 엘러리 퀸의 수학적 분석 추리보다는 포와로나 마플의 인간본성의 분석에 의한 추리나 증거가 처음에 나열되는 도서추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복잡다단한 트릭 대신 인간 심리 변화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특히 호감이 가는 것 같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살인자의 심리와 상상력은 여타의 마을 사람들이나 변호사, 경찰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그는 자신의 범죄가 발각될까봐 악몽을 꾼 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죽은 아내를 괜히 죽였다고 후회를 하기도 하는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얼마나 사람의 마음과 심리가 변화무쌍하며 변덕스러운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열등감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치밀한 살인을 계획하는 이 시골의사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얻은 기쁨과 환상에 들떠 아내를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그 살인은 덧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꿈꿔왔던 미래는 순간적인 인간의 마음의 변화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아가게 된다. 게다가 그 여파로 범인은 또 다른 살인계획을 꾸미게 되고 완전범죄에 거의 성공하지만 어이없는 결과로 인해 끝내 범행을 망치고 최후를 맞게 되는, 인간의 내부에 숨겨진 본성을 철저히 비춰주는 작품이었다. 작품 구성과 전개에 있어서도 평범한 시골 상류 사회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구성된 전개를 보여주며, 결말에서 일희일우하는 범인의 긴장되는 심리와 법정의 모습, 맨 마지막 한 줄로 끝내주는 반전이 어느정도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세 명의 여자들(아내, 정부, 또 다른 애인)로 인해 파멸하는 남자의 모습과,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외양과 불꽃같은 사랑 뒤에 감춰진 잔인한 본성과 연약함, 정신분열 등 인간 심리의 전시장에 가 본 것 같은 흥미진진한 경험이기도 한 작품이었다.
심리묘사소설로서도 탁월한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원제는 법률용어로 malice aforethought (계획적 범행 의사[살의(殺意)])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이블 위의 카드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이블 위의 카드 (Cards on the Table)는 크리스티의 26번째 작품이자 20번째 장편소설이다. 먼저 이 작품의 특징으로는 카드 속에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시된다는 점이다. 카드를 아시는 분이라면 흥미진진하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모르는 분들일지라도 대략 술술 넘어가도 작품을 읽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카드놀이에 적힌 점수나 규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카드게임을 통한 심리분석을 통한 추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독해(?)에는 별 무리가 없다.

이 작품의 피해자인 악마 메피스토처럼 미소짓는 셰이터나 씨. 그는 완전 범죄를 즐기는 인물이다. 그의 화려한 외양은 크리스티가 만든 캐릭터 중의 하나인 할리 퀸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에 더하여 그의 교활함과 사악함은 두드러지게 범인의 추리에 영향을 끼친다. 이 작품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언제나 이산가족처럼 단 한번도 동반 출연(?)한적이 없었던 네 사람이 힘을 합쳐 범인을 추리해 나간다는 점이다. 명탐정 포와로가 주축이 되어 크리스티 여사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여류추리소설가 올리버 부인, <나일강의 죽음>에서도 포와로와 활약하는 레이스 대령, 그리고 <0시를 향하여>등과 같은 작품에서 활약한 배틀 총경이 동반 출연하여 작품을 전개시켜 나간다. 즉 이 작품에서는 명탐정+일류 경찰+추리소설가+정보부 대령의 화려한 조합이 어우려져 네 명의 범인들 중 진범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볼만한 작품이다. 네 명 중에서 가장 볼만했던 사람은 단연 크리스티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올리버 부인. <명탐정 코난>에서의 모리 코고로 탐정과 비슷하게 직감에 의한 추리를 중시하고 또 억측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녀의 추리는 뒤로 갈수록 작품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사과를 엄청나게 즐기고 수다쟁이에 여행을 좋아하는 풍만한 체형의 아주머니인 올리버 부인은 크리스티의 성격을 적절하게 반영한 캐릭터일수도 있고,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있던 자신의 성격에 대한 반발로 창조된 캐릭터일수도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후자일 것 같은데.

네 명의 탐정 콤비에 더하여, 셰이터나는 네 명의 완전 범죄자들을 파티에 초청하여 그것을 즐기게 된다. 나이 지긋한 부인, 의사, 소심한 처녀, 화끈한 성격의 대령이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카드 놀이를 진행시켜 나가는 도중에 셰이타나는 푹신한 의자에서 잠든 듯이 칼에 찔려 살해당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에서 범인은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피해자는 그저 칼에 찔렸을 뿐이다. 그러므로 귀납적 추리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용의자 네 사람에게 모두 동기가 있고, 숨겨진 과거가 있을 것 같다. 귀납적 추리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포와로와 세친구(?)는 열심히 카드놀이의 브리지 점수 쪽지와 증언등을 종합하여 범인과 피해자의 성격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비록 작가 개인의 주관이라는 점이 안타깝고 또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들이야말로 70년전의 프로파일러가 아닌가. 특히 배틀 총경의 추리 방식과는 다르게 포와로는 용의자들을 모두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과거와 심리 파악에 주력한다. 하지만 귀납적 증거가 하나도 없어서였을까. 결말에서 천하의 포와로 탐정도 두어 번의 삽질(?)을 거듭하고 진범을 잡아낸다. 어쩐지 이 모습은 콜린 덱스터의 모스 경감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너무나도 탐정 개인의 심리 추리에만 주목한 나머지, 물적 증거를 쫓는 재미는 거의 없고 오로지 심리학에 의한 분석과 주관의 개입만이 중요시 될뿐이다. 결국 마지막에 나타나는 범인도 반전은 거의 없고 그냥 그렇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러나 역시 크리스티답게 그녀의 문체와 캐릭터는 독자를 매혹시키는 힘이 있으며 특히 이 작품은 한 사람이 죽고 탐정과 그 친구들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인간 심리에 주력하여 숨은 과거를 파헤쳐가는 단순한 구성 속에서 느끼는 작가 특유의 편안함과 안정적인 작품 구성이 좋았던 작품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8-2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작품은 약간 실망했던 작품입니다.

포와로 2006-08-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무지 밋밋한 작품이었습니다. ㅡㅡ;;
 
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나가키 고로 주연의 드라마 팔묘촌 中. 2004년작.)

 



 

 

 

 

 

 



 

 

 

 

 

 

(77년 영화로 제작된 팔묘촌. http://dvdtopic.cine21.com/Articles/article_view.php?mm=007002002&article_id=31410)

 

전국시대, 8명의 패주무사들이 황금을 가득 싣고 한 마을로 몸을 숨긴다. 황금에 눈이 멀어 그들을 몰살한 마을 사람들은 연이어 괴이한 사건이 발생하자, 무사들의 시체를 극진히 매장해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신다. 마을은 이후 '팔묘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세월이 지난 다이쇼 시대, 팔묘촌의 동쪽집이라고 불리는 세가 다지미 가문의 주인 요조가 미쳐서 마을사람 32명을 참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26년, 다지미 집안의 후사로 판명된 '나'는 팔묘촌으로 돌아오고,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팔묘촌>은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네 번째 장편이다. 장.단편 포함, 80여 편을 훌쩍 넘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인기만으로는 1, 2위를 다루는 작품으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 가장 많이 영상으로 옮겨졌다. 1951년, 1977년, 1996년 영화화됐으며 1969년, 1971년, 1978년, 1991년, 1995년, 2004년 드라마로 제작돼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작품.

<팔묘촌>이라는 작품은 작년에 이나가키 고로 주연의 드라마로 본 적이 있다. 음습하고 끈적끈적한 분위기의 팔묘촌과 저주를 받은 듯한 끔찍한 연속 살인들. 반 다인의 <그린 살인 사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뒤에 가려진 무시무시한 동기며 진실들.. 원작소설을 정말로 읽고 싶었는데, 마침내 올해는 소원성취를 했다. 드라마에서는 느끼지 못한 원작의 풍부함과, 드라마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등장인물이며 압축되지 않은 서스펜스며 어릴적 읽었던 <보물섬>이라는 소설과 같은 보물찾기의 흥미,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재미 등, 팔묘촌이라는 소설은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이 들어있는 알이 꽉찬 제철 꽃게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본 추리 소설의 역대 1위를 차지하는 작품인 같은 작가의 <옥문도>라는 작품과 더불어 혼징살인사건, 이누가미가의 일족, 악마의 공놀이 노래같은 걸작들과 놓고 볼때 항상 1, 2위를 다투는 작품이며,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최고 인기작이다. 일본인이라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하고, 나카마 유키에, 아베 히로시 주연의 인기 드라마 <트릭>에서는 팔묘촌의 패러디로 심지어 <육묘촌>이라는 마을이 등장한다. 인터넷에서 77년 영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는데, 추리의 요소도 그렇지만 호러틱한 이미지가 강조됨을 알 수 있다. 본격 미스터리에 일본 특유의 공포 이미지를 더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풍이 대개 그러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특히 그러한 장면이며 심리 묘사가 더욱 풍부하다. 참혹하게 살해당하면서 마을에 저주를 내리는 무사들이며 그 저주가 현대까지 이어져 끔찍한 살인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며 전율하는 주인공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초현실적인 두려움.  실제사건(1938년 일본 오카야마 현 도마타 군에서 일어난 ‘츠야마 30인 살해사건’)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나'의 아버지가 저지르는 참혹한 살인들.(영상의 이미지는 참으로 강렬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기괴한 쌍둥이 할머니들을 비롯한 애증에 몸을 떠는 인물들과 일본식 저택 특유의 구조를 이용한 비밀통로 - 그리고 보물찾기. 참으로 무시무시하고도 호화스러운 구성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으로는 탐정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1인칭 주인공인 '나' 타츠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내가 알게되는 기막힌 출생의 신비 - 내가 팔묘촌의 다지미 가의 후사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그때부터 끔찍한 연쇄살인의 심연으로 빠져버린다.

추리소설로써 팔묘촌은 참으로 탁월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을의 저주를 장식으로 하여 끔찍한 연속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의미없는 살인을 저지름으로써 살인 동기의 연막탄으로 삼는 교활함과 사건수사를 교란시키는 능수능란함을 자랑한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시키면 참으로 무시무시해서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범행이며, 배경이다. 섬세한 분위기 속의 기괴한 살인과 결말의 명쾌한 긴다이치 코스케의 사건 해결.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긴다이치는 작품 속에서 얼굴을 내비치는 거의 단역의 수준이라고 봐도 좋다. 드라마에서는 안 그랬는데... 오히려 주인공인 나와 그의 사랑 노리코가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거의 해결해 버린다. 지나가는 탐정인 듯한 코스케는 이미 전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나서야 그렇게 말하다니, 작가 선생이며 이 명탐정이 이 작품에서는 무진장 얄미웠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작품의 전개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크리스티의 걸작인 <끝없는 밤>이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등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다. 희생자의 수에 있어서는 <그린 살인 사건>이 생각이 났다. 그러나 작가 특유의 그 기괴한 이미지며 전설과 살인 그리고 동기의 혼합 등에 있어서는 백점 만점을 주고도 넘치는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추리소설로서만 즐기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수수께끼 풀이의 즐거움 - 보물지도, 비밀 통로, 훔쳐보기, 보물이 숨겨진 동굴 모험-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섬세한 심리 표현과 감정의 변화, 그리고 순수하고 발랄한 나의 사촌동생 '노리코'와의 사랑과 로맨스는 작품을 읽는 또다른 달콤함을 가져다 준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작품들로는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 섬 악마>, 그리고 모리스 르블랑의 <기암성>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이 작품에서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오히려 사족같이 느껴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할아버지에 이어 계속해서, 학교도 재끼고 나이도 먹지 않고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긴다이치 하지메의 사건부 중에서는 팔묘촌과 흡사한 분위기의 작품이 있다. 바로 <쿠치나시촌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 또한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폭발적인 요코미조 세이시 붐을 일으킨 76년 영화 <이누가미가의 일족>의 이미지들. 마지막 할아버지의 사진은 영화에 여관 주인으로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 자신이다. 2007년 30년만에 리메이크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6-08-1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엊그제 이책 하도 재미있게 읽어서 리뷰나 쓸까 했는데, 포와로님의 엄청난(?) 리뷰를 보니 쓸 엄두가 안나네요. 잘 읽고갑니다. ^^

포와로 2006-08-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찬이십니다. ^^;; 야클님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5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의문의 이메일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자살한다. 이메일에 담겨 있는 동영상은 수신자 다음 차례에 죽게 될 사람의 끔찍한 자살 장면을 보여준다. 우연히 이 사실을 간파하고 조사하기 시작한 기자 도엽은 차례차례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추적하다 어떤 단체의 존재를 감지한다. 작가는 이메일을 통해 배달되는 죽음이라는 설정 속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채워 넣는다. 비만, 병, 스토킹, 금전적인 어려움, 빚, 가정 폭력, 학력 고민 등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앓고 있는 고민이 섬뜩한 공포를 부른다. 만약 이 모든 문제에서 벗어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 하나 낯설지 않다. 가정 폭력을 일삼는 가장, 약혼자에게 에이즈를 옮겨 받고 절망한 여자, 짝사랑하는 사람을 스토킹하는 여자,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 등이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공포 소설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종호 씨의 그만 <이프>를 보고 반해버렸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 못지 않게 무시무시한 필체과 작품 자체의 추리소설 같은 치밀함,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수작이다. 더운 여름, 열대야를 조금이나마 잊게 해준 시원섬뜩한 작품이었다. 영화로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상당히 기대된다.

선우라는 한 인기 공포 소설가가 바다에 접한 호텔에 틀어 박혀 소설을 집필 중이다. 집필 도중 이메일을 살피던 그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기묘한 동영상 메일을 보게 된다. 사람이 자살하는 모습이 실린 끔찍한 동영상이다. 그 이후로 이메일은 선우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내져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참혹한 자살이 이메일이라는 단서에 맞물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데, 자살에 큰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쓰던 도엽이라는 기자는 일련의 자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계속되는 의문의 죽음과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 등장인물들앞에 펼쳐진다. 더없이 행복한 인생을 만끽하던 그들이었지만, 어느새 그들은 죽음에 몸을 맡기고야 만다. 이 작품의 특징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기자인 도엽과 함께 일련의 기묘한 죽음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고, 공포 소설 애독자들에게는 숨을 죽이고 미친듯이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스릴러적 요소와 추리소설적 요소가 이 소설에는 넘쳐난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갑자기 무명의 가난한 소설가가 되고, 행복을 만끽하던 여대생이 투신자살을 한다. 성적에 비관한 남학생은 전철에 몸을 던져 죽고,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에 농락당한 소녀가 마침내 자기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 죽을 동기가 있는 사람은 그렇다쳐도 이들은 왜 스스로 죽었을까. 기묘한 자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사건을 조사하던 기자 도엽은 사건의 실마리에 서서히 접근하게 되지만, 그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일상에서 볼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두 그들을 죽고 싶을 정도의 삶의 고통을 가진 사람들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갑자기 조폭과 사채빚에 시달려 아내와 아들의 피눈물을 보게되는 작가인 선우. 뚱뚱한 얼굴과 몸매 때문에 사랑하는 이성에게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속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여대생. 성적만으로 아들을 판단하는 부모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는 꽃다운 나이의 학생과 죽은 아버지의 망령에 시달리는 엄마와 딸이 입은 정신적 상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주로 다루면서, 무시무시한 죽음의 공포와 사회의 어두운 본모습을 결합하여 선명히 비추어 주고 있다. 이러한 평범한 선남선녀들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우리 또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요즈음의 소설들은 모두 반전을 강조하고 있고, 이 소설 또한 반전의 요소에 무게를 실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미스터리한 자살 뒤에 감춰진 진실의 실체는 참으로 사이코틱하고 무시무시한 충격을 가져다 준다. 인터넷, 이메일과 핸드폰이라는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지푸라기같은 단서조차 찾기 어려운 견고한 구성을 갖춘 이 소설은 참으로 멋진 호러 + 미스테리 + 스릴러라고 생각된다. 수박이나 맥주 한 잔과 함께, 더운 여름에 읽으면 더 없이 좋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 단편집보다 훨씬 더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