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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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에서부터 시작한 미국의 공포 문학은 지금의 대가인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그 화려한 꽃을 피워왔다. 한국의 공포 문학은 기존의 추리 문학과 마찬가지로,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걸음마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단편집을 보고 잘 알 수 있었다. 매년 한 두권씩 나오는 한국추리소설작가들의 조잡하거나 다소 미흡한 작품성을 지닌 추리단편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은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는 참으로 보석 같은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의 정서와 입맛, 우리의 사회현실과 인간심리를 여실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장편이나 단편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보았던 전설의 고향 못지 않은 무시무시한 공포와 오싹한 느낌을 이 작품집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이프>의 이종호 씨외에도, 김종일, 홍일점인 김미리 등을 포함한 재기발랄한 신인들이 가득한 이 단편집에서는 언젠가 화려하게 그 꽃을 피울 한국 공포 문학의 파릇파릇한 새싹이 보이는 듯하여 또한 감개가 무량하기도 했다. 언젠가 이들 중에서 한국의 스티븐 킹, 이토 준지 등이 나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첫번째 작품인 <벽>에서는 겹경사가 겹친 한 주부가 주인공이 된다. 온갖 고생 끝에 임신과 재력, 자기집을 한 손에 넣는 여주인공. 그러나 이사를 오는 길에 만난 기분나쁜 윗집의 아줌마와 윗집 아이들을 보고 그녀는 적잖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윗집의 기분나쁜 도발 - 끝없이 쿵쿵거리는 발소리 -에 그녀와 남편은 분개하며 윗집 사람들에게 항의하지만 윗집은 그 이야기를 비웃으며 옆귀로 흘려 듣는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각종 사물들의 실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결말 부분에 작가는 무시무시한 반전과 장치를 준비해 놓는다.

두번째 작품인 <캠코더>는 병원 괴담이라 할 수 있는데 캠코더에 찍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 내용이다. 병원 의사인 주인공은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아이가 찍고 다니는 캠코더에 지극한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고, 그 아이에게 비정상적인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그 아이가 죽은 뒤에 그 캠코더를 샅샅이 조사하기에 이른다. 절정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공포는 이 작품에 존재하지 않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뒤집힘이라는 요소를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길 위의 여자>도 멋진 작품이다. 우연히 여자의 차를 얻어 타게 된 남주인공은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게 되고, 괴물과의 끔찍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광기 어린 여자의 사람들에 대한 복수와, 모성 신화를 결합한 것을 알 수 있다. 여느 재난, 공포영화 못지 않는 생명을 건 사투와 죽음을 이 작품에서는 만끽할 수 있었다.

<드림 머신>은 <기묘한 이야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앞부분은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뒷부분은 섬뜩한 그런 작품이다. 여자 작가답게 알콩달콩하고 달콤한 단어와 문체를 쓴 것이 재미있었고, 마지막의 결말은 약간 섬뜩했다. 점진적인 단계를 밟아나가는 공포와 절정의 부분이 작품에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통증>도 한 편의 괴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단편이었다. 아내가 실종되면서 겪는 남편의 무시무시한 통증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 영상화하면 참으로 끔찍할 듯한 작품인데, 문자로 만끽할 수 있는 그 공포의 중량감이란... 이 작품 또한 대단한 작품이었다. 뒷부분에 제시되는 (범인에 대한)반전은 전형적이고, 초현실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반전은 섬뜩함이 있어 좋았다.

<레드 크리스마스>는 빈부격차와 사회분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회파(?) 공포 소설이다.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부모밑에서 자란 돼지같은 아이들이 선량한 아이들과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분개하는 노인. 성탄절 밤, 죽음을 선물하는 산타 할아버지가 방문한다. <처키의 인형???> 시리즈를 능가하는 공포와 인간의 분노, 그리고 부모가 처참하게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의 모습이 무시무시하게 겹쳐지는 이 작품집의 수작이다.

<압박>도 대단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전신마비의 남자를 향해 좁아져만 가는 방과 그를 걱정해 주는 여자. 그리고 옆집에 이사온 수상한 사람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섬세한 배경과 인물 설정, 그리고 반전과 공포가 잘 어우러진 이 작품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벽 곰팡이>에서는 이민간 한인 가족이 겪는 참담한 인생과 그에 수반하는 사회적 멸시를 겸하는 공포와 죽음을 이야기한다. 무시무시한 공포와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멸시받는 이민자의 심리가 예리하게 표현되어 있고, 죽음과 살인에 이르는 인간 심리에 대한 부분과 증오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폭설>에서는 귀신이 씌인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내용인데, 끔찍한 부분과 그로데스크한 인간의 본연적인 공포를 참으로 적나라하게 잘 묘사해주었다.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짓밟는 장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면 또한 암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상 아홉 편의 다양한 단편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두 번째 방문이 이 정도 수준인데, 세 번째 방문은 어느 정도의 즐거움과 공포를 독자들에게 가져다 줄 것인가? 그리고 세번째 방문만이 아닌, 그들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된 장편소설들 또한 기대해 본다. 작품군의 수준과 작가들 개개인이 그려내는 다양한 세계를 보니 많은 작가분들의 이름만 보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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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내를 가진 남자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4
패트릭 퀜틴 지음, 심상곤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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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하딩은 자신의 친구 찰스와 함께 유럽으로 달아난 아내 안젤리카와 뉴욕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허름한 술집에서 3년 만에 만난 그녀는 병색이 완연한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랑의 도피행을 함께 했던 찰스와 헤어진 그녀는 햇병아리 작가 제이미와 사귀고 있지만 그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대부호의 딸로서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내 베시, 자신을 버렸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가련한 안젤리카 사이에서 흠들리는 사이 빌 하딩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끔찍한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패트릭 퀜틴의 장편추리소설이다. 패트릭 퀜틴은 엘러리 퀸과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팬네임이다. 휴 휠러와 리차드 윌슨 웨브 두 사람이 패트릭 퀜틴이었는데 이들은 다양한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매우 재미있을 것 같은 부부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퍼즐 시리즈에 대한 설명이 뒤의 해설에 있다.) 미국추리작가협회 특별상도 수상하였다. 작품경향은 명탐정이나 하드보일드한 사건이 아닌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사건에 자기도 모르게 휩싸이게 되는 휘말리는 형의 등장인물과 결혼 생활의 위기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또한 주인공인 빌 하딩이 전처를 잊지 못해 전처와 그의 남자 친구가 뒤엉키게 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타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애거서 크리스티보다 휠씬 섬세하게 주인공인 빌 하딩의 심리와 심정을 감성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객관적이고 건조한 문체보다는 섬세하고 단아하고 잘 읽히는 문체를 주로 사용하였다. 안정적인 생활과 사랑스럽지만 외적으로는 그다지 출중하지 않은 아내와 아름답지만 퇴폐적이고 병약한 정신의 전처 베로니카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독자들은 크게 공감하고 감동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은 전처 베로니카와 아내, 아들, 장인과 처제, 베로니카의 남자 친구인 젊은 햇병아리 작가 제이미와 친구 부처 등이며, 이들 인물을 중심으로한 섬세하고 촘촘한 인간 관계망이 여타 일류 추리소설작가들 이상으로 잘 구성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일일연속극의 인간 관계를 보는 듯 했다. 주인공의 전처 베로니카의 아내의 연하 남자 친구인 제이미와 하딩의 처제가 얽히게 되며, 여기서 어린 소설가 제이미는 돈과 탐욕에 미친 인간으로 묘사되며, 지극히 이기적인 속물로서 묘사된다. 빌 하딩의 처제와 제이미의 관계는 결혼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여기서 기묘하게도 제이미는 자신의 집에서 총을 맞은채 시체로 발견된다. 게다가 그 시각 즈음에는 정신적으로 갈등하던 주인공 빌 하딩이 아내가 출장간 틈을 타서 전처인 베로니카를 몰래 끌어들여 육체적 욕망에 굴복하지만, 그 장면을 가정부와 아내에게 들키고, 살인사건까지 겹쳐 주인공인 하딩은 크나큰 위기를 맞게 된다.

모든 추리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 작품에서도 살인사건의 동기는 알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이 작품에서는 콜롬보 빰치는 트랜트 경감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하딩과 주변 인물들, 그들의 알리바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다니게 된다. 하딩의 심리를 잘 읽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도서추리소설과도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제이미를 사귀고 있던 하딩의 처제를 위해 모든 가족들이 철벽같은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하딩의 장인인 CJ는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하딩의 가정부를 매수하고, 수사하는 경찰권력에 까지 손을 뻗친다. 모든 가족이 알리바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추리소설적 기법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고, 감탄할 만한 요소라 할 만하다. 게다가 이 작품에서는 권력과 금전에 구속된 인간의 심리 또한 잘 묘사되어 있다. 끝내 엉뚱한 사람인 베로니카가 범인으로 몰리지만, 주인공인 하딩은 베로니카를 위해 가정의 파국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히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사랑과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부부 사이의 심리와 애증, 음모 등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맛이 잘 묻어나며, 잘 짜여진 인간관계와 심리묘사, 알리바이 파괴와 의외의 반전들이 잘 어우러진 명작추리소설.; 역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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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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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으로 제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다카노 가즈아키의 두 번째 장편소설. 시한부 생명을 구하기 위한 24시간의 도주극을 그린 이야기로, 속도감과 서스펜스의 강도가 매우 높다.

험악한 인상 때문에 평생 범죄의 그늘에서 살아온 아가미는, 새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골수이식이라는 선행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식 수술 하루 전날 터진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중요 참고인으로 수색 명령이 떨어진 아가미. 경찰에 붙잡히면 이식 수술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진범인 연쇄 살인마와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까지 합세하여 아가미를 추적해 오는 상황에서, 백혈병 환자를 구하기 위한 아가미의 목숨을 건 도주가 시작된다.

작가의 전작인 13계단에서 느낄 수 있는 긴박감과 함정, 최후에의 결말 설정과 반전이 전작을 능가하는 듯한 작품이다. 사회 비판적인 요소도 군데군데 담겨있지만 주인공인 야가미를 쫓는 미스터리의 괴집단 일당들과 경찰들의 추격과 제한된 시간내로 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고도로 증폭된 긴장감과 공포, 수수께끼가 잘 어우러저 최상급의 서스펜스를 이루고 있다. 먼저 주인공의 설정도 전작품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독특한 편이다. 주인공은 야가미는 30대 초반의 겉늙어보이는 악당 범죄자. 돈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짓도 서슴지 않았으며,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인간이다. 그러나 야가미가 얽히게 된 의문의 연속 살인 사건에 야가미의 유년시절을 잘 알고있는 후루데라 경장이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쫓기는 자인 야가미와 쫓는 자 중의 하나인 후루데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이 생기게 되고, 작품을 읽는 내내 긴장감 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한 마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인 야가미는 자기 명의로 설정해 둔 친구의 집에 갔다가 친구가 욕탕에서 살해당한 것을 보고 즉시 그 자리에서 달아나려 하지만 달아나려는 순간 의문의 사내들에게 추격을 당하게 되고, 야가미는 일련의 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으로 지명받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날은 범죄자로서 악행만을 일삼아 온 야가미가 다른 사람을 위해 골수이식을 하기로 예정이 되있던 날이다. 살인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 야가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골수이식수술이 예정된 병원으로 달려가기로 한다. 그러나 자신이 있는 위치와 병원의 위치는 극과 극이다. 수중의 돈도 부족하고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문의 사내들까지 자신을 추격중이다. 추격 씬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데 야가미는 택시, 배, 수영, 강도질, 협박 등을 일삼아가면서(?) 병원으로 향하려 애쓴다. 반면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경찰들 또한 사건에 대한 일련의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해 나간다. 의문의 연속 살인과 마약, 정계에 얽힌 미스터리들을. 작가가 마치 사실처럼 꾸며낸 그레이브 디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지금까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단서가 하나 둘씩 제시된다. 바로 골수기증자들이 연속으로 살해된 것인데 결말부분에 가서야 범인의 실체에 대한 놀라운 반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주인공인 야가미는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은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며, 연속 살인사건에 걸맞지 않는 훈훈함과 인간미를 이 작품에서는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배경이나 호텔, 지명등은 거의 대부분 실제를 모델로 하였다고 하니 사실감 또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 읽게 된 추리소설 중 최고의 작품으로, 13계단을 읽으신 분이라면 이 작품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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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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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과 함께 유일하게 국내에 번역된 시마다 소지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탐정 역의 기타라이는 뇌과학 교수로 등장하고, 액자형 소설의 형식으로서 기타라이가 동료 교수들에게 자신이 해결한 살인사건의 전모를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먼저 배경은 한적한 네스 호 근처의 마을 티모시이다. 이국적 배경과 더불어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더없이 효과적인 사건의 무대. 이 작품이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요소이기도 하다. 미타라이는 적극적으로 사건의 추리에 참여한다기보다는 조용히 핵심을 간파하고 의외의 범인을 약간은 비아냥거리며 잡아내는 다소 조용한 탐정이 되어 사건에 참여한다. 점성술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토막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점성술 살인사건에서처럼의 경탄할 만한 고도의 트릭이라기보다는 범인이 교묘하게 제시하는 암시의 제스처 수준이라고 이 작품에서는 해석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의 수기가 계속해서 암시된다. 구약성서에 기반을 둔 인간의 세계관과 정신심리, 공포심리와 복수의식은 점성술 살인사건의 심리묘사보다 훨씬 적확하고 리얼하다. 그리고 계속되는 연속살인과 분리된 시체들의 암시, 과거의 살인은 김전일 시리즈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과거의 사건이 아닌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사건인지라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훨씬 긴장감과 충격이 더했으며,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의 인간군상들의 갈등과 살인, 비밀 장소 탐색 등은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가의 탁월한 지식으로 인간심리에 대한 심연과 트릭, 의외의 힌트들이 너무나도 적절하게 제공되는 또 하나의 수작이다. 밀실 살인이나 알리바이 트릭에 중점을 두지 않았으며, 인명을 지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로서 작용하는데, 거의 마지막 살인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제시된다. 피해자의 다잉 메시지와 범인이 남긴 듯한 지문. 범인이 상당히 머리를 쓴 듯 하지만 이 단서들에서 미타라이는 결정적으로 범인을 지목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로드니 라힘'의 심리 묘사는 이 작품에서 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살인의 배경이 되는 티모시에서 어린 시절은 보낸 인물은 로드니는 어머니가 마을의 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 마을에서 떠난지 수십여년이 지났어도 그 마을에 대한 인상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적은 수기 또한 그가 범인임을 암시하고 있으나 결말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실은 단서를 하나하나 조합하여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갑자기 등장하는 의외의 범인에 약간은 당혹스러움을 가지게 되는 구조가 바로 이 작품이다. 달리듯이 빠른 작품전개에 번개처럼 나타나는 범인. 점성술 살인사건에 비하면 약간은 비흡한 부분이 이 작품에서는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을씨년스러운 시골 마을의 분위기와 의미를 알 수 없는 끔찍한 연속살인과 숨겨진 과거의 분노와 복수는 <전설의 고향>을 능가하는 작가의 탁월한 공포성을 보여주며, 의미가 없는 듯한 범인의 행위에도 다양한 메시지가 깔려있다는 치밀한 추리와 논리로 포장된 작가의 재주를 맘껏 뽐내는 듯한 소설이다. 범행동기 또한 지극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고 독자들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말 부분에서 그러한 추리는 당연히 허물어지고 독자들은 놀라게 될 것이다. (물론 김전일 시리즈를 읽으신 분이라면 그다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는 그런 설정이었다.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상상력(특히 구약성서의 해석이라든지,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 등.)이 유감없이 이 작품에서는 발휘되었으며, 이국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그 모든 것이 대단히 생생하게 느껴진 것 같았다. 종교적인 색채와 환상적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결말이 대단했던 작가의 탁월한 작품이라고 아니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읽어본 작품은 두 작품 뿐이지만..;;) 개인적으로 사건 당시의 명탐정, 부검의에서 현재 뇌과학 교수에 재임중임 주인공 미타라이는 약간 코믹했다. 못하는게 없으니,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직업과 사건을 가지고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지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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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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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경 일본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탐정 및 형사들이 등장하여 수수께끼를 푸는 본격 미스터리가 쇠퇴하기 시작하고,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사회파 추리작가들이 크게 대두하여 그 흐름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이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절필선언까지 하게 되는 사태도 발생한다.) 그러나 1981년 마치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의 화려한 한 작품이 또 다시 일본 추리소설계의 판도를 뒤흔들게 되었으니, 그 시초가 된 작품이 바로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다.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 상에 작가가 응모해 최종심까지는 올랐으나 낙선해 이듬해 제목을 바꾸어 본격 미스터리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은 작품이다. 1981년 본격 미스테리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죽음 이후 2개월 뒤 이 작품이 발표되었는데, 본격 미스터리 작가의 <환생>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이 작품은 당대를 풍미하고 신본격 시대의 시작을 알린 걸작이다. 물론 추리소설을 즐겨읽거나 추리만화를 즐겨본 분이라면 이 작품에서 쓰이는 트릭이 다소 진부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트릭일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전일 시리즈의 모 작품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주요 트릭 한 가지를 그대로 차용하고, 당당하게 그 작품에서 힌트를 얻었음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한가지만으로는 이작품의 주요 부분을 다 알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으며,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본격 미스테리의 명작이라는 사실을 읽게되면 누구나 확신하게 될 것이다. (특히 후반부의 탐정역 미타라이와 왓슨 역 이시오카가 단서를 찾아 발로 뛰는 장면이 좋았다. 수사반장 시리즈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트릭 및 수기, 살해방법 및 등장인물들 모두가 기묘하고 괴이하거니와, 작품 내에서 40여년이 지나고 사건이 해결되지 않을 만큼 그 전체적인 상황은 대단히 미스터리하다. 그러나 천재적인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이름이 대단히 코믹한데, 작품을 읽게 되면 잘 알 수 있다.)가 왓슨 역을 자처하는 이시오카의 권유를 받아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감으로써 대단원의 막이 오르게 된다.

처음 도입부는 살해당한 피해자가 죽기 전에 적어 놓은 기묘한 수기로 시작된다. 여섯 딸의 완벽한 신체 부위들을 모아서 가장 완벽한 육체를 만드려는 꿈을 가지고 피해자인 다이키치는 완벽한 살인 계획과 자살 또한 암시한다. (영화 '검은 집'에서 보았던 사이코패스가 생각난다.) 그러나 다이키치는 살해당하고, 그의 딸들도 그가 수기에 적어놓은 것처럼 살해당함으로써 사건 전체가 거대한 미궁에 빠지게 된다. 수많은 탐정들과 경찰들이 사건해결에 어려움을 느끼고 포기하게 되는데 미타라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단서들을 종합하여 첫 단추부터 잘 끼워나가기 시작한다. 본격 미스터리의 정수는 여기에서 느낄 수 있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논리적 추론과 해결을 통한 단추를 차례대로 끼워맞추는 형식을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기묘한 밀실에 대한 추리가 시작되는데 상당히 난해하지만 미타라이는 피해자의 심리와 구두자국 등으로 매우 간단하게 추리를 벌여 놓는다. (밀실트릭이 좀 난해하긴 하다??) 이어서 후두부에 타박상을 맞은 피해자 사건을 추리하게 되는데 혈액형 등의 문제 또한 뒤섞여 사건 해결과 추리에 있어 극도의 난해함을 보여주게 된다. 물론 또 다른 인물의 적절한 조력과 편지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본 각지에 퍼진 딸들의 시체에 대한 단서가 하나둘씩 제공되고, 기묘한 트릭이 숨어 있음을 탐정은 간파해낸다. 후반부에 있어서는 주로 발로 뛰는 수사를 보여주고, 피해자의 과거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미타라이는 만나봄으로써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가지게 된다. 이때 아무것도 먹지 않아 신경쇠약에 빠진 탐정 미타라이의 모습은 마치 홈즈 시리즈의 <빈사의 탐정>을 보는 것도 같다. 작가가 홈즈를 약간은 의식했는지 이 작품에 나오는 탐정 미타라이의 모습은 괴짜라고 할 수 있다. 우울증에,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은 홈즈 밖에 모르며,(왓슨역의 이시오카가 말하는 명탐정들을 하나도 모른다고 자부함으로써 명탐정의 '굴욕'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재즈나 클래식, 외국어에 능통한 천재가 이 탐정의 성격인데 다른 작품으로 갈수록 점차 성격이 바뀐다고 한다. 

작가는 두 차례에서 걸쳐서 마치 엘러리 퀸처럼 독자에게 도전장을 보낸다(고 하지만 이게 뭐냐??라고 본인은 생각했다.). 아쉽게도 김전일 시리즈의 모 작품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범인에 대해 대충 짐작을 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확실히 덜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범인이 사용한 트릭은 참으로 놀라운 트릭. 말로 하기 힘겨운 트릭이지만, 미타라이는 다른 것에서 힌트를 얻어 그 솜씨를 뽐낸다. 등장인물들의 알리바이가 완벽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논리의 치밀함과 기발한 트릭, 작품 전체의 촘촘함에 대한 이만한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첫 작품인 이 작품이 얻은 애칭은 '전설', '토털 패션'.'본격 추리소설의 로마네 콩티' 등의 영광스러운 이름들이다. 이 한 작품으로 인하여 일본의 추리소설계의 난국은 확실히 평정되고 아비코 다케마루나 관 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 등의 화려한 작가군이 등장함으로써 다시 본격 미스터리의 꽃이 피어나게 된다. (무슨 삼국통일 같다.) 작가의 작품으로는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나 <마신유희> 등은 다양한 작품이 있고, 작가인 시마다 소지는 지금까지도 사형 제도나 일본인의 정신에 대한 평론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꼭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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