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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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광고중에서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영화 홍보 광고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체리필터의 경쾌한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는 나문희와 동물 가면을 쓴 세 남자들,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웃게 될거예요>라는 문구 같은 것들 말이다. 영화 개봉에 맞추어 <권순분>의 원작 소설인 <대유괴>도 출간되었는데, 이 작품은 '주간문춘'이 선정한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에 등극한 전설적인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나 <점성술 살인사건>,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등을 모두 제치고 이 작품이 1위에 올랐다니 경이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은 출간된 연도는 7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4공화국 10월 유신 때이지만 지금의 독자가 이 작품을 읽어도 탄성이 저절로 나올만큼 이 작품은 내용이 경쾌하고 발랄하면서도 견고하고, 치밀하여 지금의 독자에게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70년대에 이 작품을 지은 덴도 신이라는 작가에게 존경심이 느껴질 정도의 수작이라고 생각되며, 덴도 신의 새로운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 한 작품만으로도 독자는 작품성에 반하고 작품의 유머와 정성, 사랑스러움에 반해 <당신은 반드시 웃게 될거예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장르 구분 원칙에 따라 도서추리소설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이 작품은 국내에는 권순분 여사로 소개된 야나가와 여사를 납치하는 3인조 일당, 즉 무지개 동자들의 범행 모의와 범행 과정이 전부 독자에게 제시되며, 둘째로 3인조 납치단의 의도와는 다르게 무지개 동자들의 범행권을 빼앗아 몸값과 납치공개방송 등을 지시하는 82세의 야나가와 여사의 범행계획이 전적으로 독자에게 공개되고, 셋째, 정체가 알려진 범인(즉 야나가와 여사와 무지개 동자들)과 경찰(필사적으로 여사를 찾으려는 경찰 이카리 등)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도서추리소설의 요소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경찰이 주인공이 아니라 범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빵(:교도소)에서 나오기 전부터 야나가와 여사를 납치하기로 하는 3인조 일당인 겐지와 마사요시, 헤이타는 대재벌인 여사를 납치하기에 앞서 완전범죄계획을 하나둘씩 실시해 나간다. 먼저 자동차와 피해자를 숨겨둘 맨션 등을 구입하고, 여사의 저택 앞에서 여사의 하루 일과와 걸음을 하나둘씩 샅샅이 조사해나간다. 거대한 삼림이 우거진 고장이 이 작품의 배경인데, 이 작품의 배경인 작품의 트릭과 함정, 분위기 형성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들을 해주고 있다. 여하튼 여사를 납치하기에 앞서 무지개 동자 3명은 온갖 고생과 시련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들이 매우 유머러스하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다. 무지개 동자들은 흉악한 범죄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귀엽게 그려져 있다. 명민한 두뇌를 가지고 범죄를 계획하는 리더인 겐지, 그리고 우둔하고 큰 덩치의 마사요시와 막내인 헤이타. 여사를 납치하기 위해 많은 단서와 자료를 모으고, 그들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배설물(?)도 땅에 잘 파묻는 치밀함을 보인다. 때마침 먼 친척 처녀와 함께 자신이 가진 거대한 삼림을 누비며 등산을 즐기던 여사는 마침내 무지개 동자들에게 납치되기에 이른다. 납치과정은 대단히 당황스러운면서도 재치있게 그려진다. 선그라스와 스타킹, 마스크 등을 뒤집어 쓰고 여사를 위협하는 일당들과 일당들을 논리적인 추리로 호령하면서 주도권을 잡아내는 야나가와 여사. 야나가와 여사는 오히려 일당의 범죄를 도와주고, 궁지에 몰린 그들을 위하여 대단히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고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야나가와 여사가 자신을 납치한 무지개 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는 배설물을 찾아내는 형사는 보이지만 피가 보이지 않는다. 죽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 소설은 엄청난 거액을 둘러싼 일대의 살벌한 납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화기애애함이 넘쳐난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사회복지사업에 힘쓰고 인간미와 인간애가 넘쳐나는 명민한 할머니인 야나가와 여사, 가슴에 상처를 품고 있지만 야나가와 여사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겐지, 그리고 우둔하지만 선량함과 순수함을 가슴속에 간직한 마사요시와 헤이타, 그리고 서서히 마음을 바꾸어 가는 여사의 아들과 딸들, 그리고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내는 형사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에는 유괴라는 사건이 가져다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복선에 더하여 문장의 견고함과 정성이 가져다주는 훈훈함과 즐거움, 밝음이 넘쳐난다고 할 수 있다.

야나가와 여사의 납치에 성공한 무지개 동자들은 기뻐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궁지에 몰렸음을 여사에게 인정하고, 여사에게 자신이 어쩌면 좋을지 조언을 청한다. 매우 코믹한 설정이 아닐 수 없는데, 여사는 이들을 여사가 가진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하여 동자들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티비와 라디오에 공개되는 여사의 모습과 범행과정, 그리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편지, 그리고 대단한 방법으로 옮겨지는 100억엔의 몸값에 이르기까지, 작품은 시종일관 놀라운 복선과 트릭,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도 이에 못지 않게 작품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작품이 가져다 주는 거대한 스케일, (미국의 모함까지 동원될 정도의) 자연이 가져다주는 즐거움, 소박한 인간미와 행복 등의 다양한 재미와 주제도 이 작품에서는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의 사소한 즐거움,- 불상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하는 야나가와 여사 -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그치질 않는다. 영화는 이 부분들을 어떻게 처리하였을까. 영화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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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살인마 - 진화 심리학으로 파헤친 인간의 살인 본성
데이비드 버스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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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벌어진 홍대 앞 살인사건이며 몇달전에 세간을 떠들썩 하게 했던 안산역 토막살인사건, 청와대 행정관의 아내 살인사건 등을 저지른 범인은 결코 이상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숨쉬며 거리를 활보하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수많은 살인사건 중에서 우리는 유영철과 같은 연쇄살인범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연쇄살인범의 심리세계는 그야말로 우리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가 대체로 난해하다. 미국의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살인사건에서 차지하는 전체비중은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지극히 정상적인 두뇌와 육체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진다. 그러한 의미에서 데이비드 버스의 이 저서의 이름은 바로 <이웃집 살인마>. 전체적으로 보면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인간의 살인 본능을 조절하고 상황에 따라서 발달시키는 살인 회로가 인간의 뇌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으며, 진화 심리학이라는 다소 우리들에게 생소한 심리학의 분야를 통하여 살인을 저지르려는 인간의 본성과 살인 심리의 진화와 발전, 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통한 살인의 이해 및 지위와 명예를 위한 살인과 생명체의 번식과 생존을 위한 도구로써의 살인 또한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직까지도 추리소설을 보면 색안경을 쓰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그러하지만 이러한 선정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읽기는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내용은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살인 행위를 중점으로 서술해나가는 고급스러운 심리학 개론서로서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상담 기록과 살인사건들을 여과없이 리얼하게 서술해 놓은 논픽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추리소설로만이 아니라 수없이 우리들이 뉴스와 신문을 통해 보아왔던 사건들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이 책이 가질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카인이 아벨을 살해한 이래,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살인사건들이 벌어졌고, 또 그것을 통하여 부를 축적해나가는 사람들 또한 등장하였다. (바로 죽음의 공작부인인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를 그 예로 들수 있을 것이다. 또한 CSI 한 회 출연에 5억씩 받는 길 그리썸 반장도 그 수혜자임에 틀림없다.) 갈등에 대한 최상의 해결책이 바로 살인이라는 사람들이 이 저서 속에는 수도 없이 등장한다. 아내를 죽이는 남편, 남편을 죽이는 아내, 그리고 자식을 죽이는 부모와 부모를 죽이는 자식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양한 인간을 환경 속에서 만나면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애증의 관계를 형성하고는 한다. 애증이 폭발하면 늘상 벌어지는 것이 살인인데, 한의 민족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감정의 폭발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지금 이 순간도 살인은 계속되고 있으며,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위하여 부지기수의 사람들을 살해하는 경우도 많고, 누군가의 명령에 의하여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에 우리는 언제, 어딘가에서 조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살인은 어쩌면 일상다반사로 벌어지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전쟁이 벌어지면 사람의 목숨은 파리의 목숨이 되고는 한다. 또한 연쇄살인범들은 매일 밤마다 맥주를 마시듯이 살인을 저지르곤 한다. 또한 수천년전에 살았던 냉동인간의 해부 결과, 그의 몸속에서 상처와 화살촉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도 '살해' 된 것이다. 이렇듯 살인과 우리의 인생은 대단히 밀접해보이지만, 과연 우리는 어째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저자는 진화 심리학이라는 생소한 심리학의 분야를 통하여 인간이 저지르는 살인의 행위를 심층적으로 해명하고 인간의 두뇌에 기본적으로 장착된 살인 회로라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써 인간의 살의를 적극적으로 해명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약간은 무섭다. 깊은 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만나는 낯모르는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우리는 가슴속에 묻고 다니지만, 우리도 손쉽게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의 살인에 대한 해명은 상당히 명료한 것으로, 이러한 인간의 살인 의지와 행동 패턴을 충분히 이해하고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들이 저지르는 범행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총 9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의 살인 심리에 대한 근본적인 해명과 해석, 그리고 인간의 진화되면서 동시에 진화되는 인간의 살인 의지, 그리고 짝짓기 게임으로 설명할 수 있는 치정살인이 주를 이루는 남녀간의 문제, 사랑이 부르는 살인, 강간범, 스토커, 이상심리자 및 간통 등을 통한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해명과 설명을 합리적으로 서술해주고 있다. 또한 부모가 자식을 죽이거나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상황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서는 파악할 수 있으며, 지위와 명예를 위해 벌어는 권력자들의 살인 및 우리안에 내재된 살인자로서의 심리에 대한 해석도 내놓음으로써 글을 마치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한번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서워질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나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살인 방어 기제의 예를 살펴보면 우리는 천상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우리도 언제, 어디에 있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순식간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시 당신이 누군가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더하여 진화 심리학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하여 맛배기로 살필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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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1 - 1940년대
정태원 엮어 옮김 / 새로운사람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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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단편집은 <앨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 EQMM> 50주년 특별 기념판으로, 194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최우수 단편 50여편을 수천 여편의 단편들 속에서 고른 것이다. 실은 이 단편집은 최근에 출간된 것이 아니라, 10여년전에 두 권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다시 세권(불만)으로 분권하여 내놓은 것이다. 최우수 단편 50여편 중 1권의 10여편 밖에 읽어보지 못하여 전체를 다 평가해 볼수는 없지만, 1권에 실린 40년대의 10여편의 단편들은 그 당시의 시대적인 관념의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그 질이나 트릭 등이 많이 뒤떨어지는 작품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단편집이 기념비적이며 전설적인 단편집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다 읽어보면 먼저읽은 썩 좋지는 않은 단편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헌책방에서 오래전에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수록한 이 시리즈의 2권을 가지고 있으며, 구 판 두권중 한권만을 가진 독자들은 어느 것을 사야할지 약간 망설이게 되는 편집이 되어 버렸다. 분권해서 돈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편의도 약간은 배려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십여년전의 약간은 이상한 표기도 그대로 한 글자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출판하였다. '아르세느 뤼팽' '모르스 르블랑' '에도가와 란뽀' 등등... 출판사와 역자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깨지게 되는 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에는 좀 더 이런 사소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가하면, 더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계 문학 베스트'라는 이상한 첨가어는 또 뭔지... 그렇게 작명 센스가 없는 것인가....)

1권에는 1940년대를 대표하는 단편들이 실려있다. 각 작품들을 살펴보면;;

붉은 가발의 실마리 - 존 딕슨 카
사라진 미녀 스타 - 데일리 킹
블룸즈베리의 참극 - 토마스 버크
최후의 정장 - W. R. 버네트
안방의 음모 - 필립 맥도날드
옆방의 시체 - 윌리엄 아이리시
관점 차이 - 휴 팬트코스트
1천 마일이나 되는 무덤 - 커트 시오드맥
백설 속의 탐색 - 니콜라스 블레이크
유령 손님 - 프레데릭 앤더슨

<붉은 가발의 실마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존 딕슨 카 아저씨의 작품. 단편이라 그런지 불가능 범죄와, 오컬트, 기상천외한 밀실이며 심리트릭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본격 단편으로 꽤 쏠쏠한 재미와 상황이 제시된다. 한 여자가 기묘한 죽음을 당하는데 이와 관련된 여기자가 주축이 되어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다. 섬세한 여자만이 추리할 수 있는 단서만이 재미있는 부분이며, 미세한 단서를 간과하고 삽질하는 경감이 약간은 코믹하게 묘사되는 작품이다. 그렇게 대단히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라진 미녀 스타>는..... 감시가 엄중한 저택에서 사라져 버린 미녀 스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문만 보고 사건의 전모를 추리하는 것은 홍대살인사건을 추리한 사람과 상당히 비슷한데, 본인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모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어서인지 이 작품은 처음 부분에서 이미 '눈치를 깠다.' 대단히 논리적인 추론과 결론, 어이쿠~를 동반하는 탐정의 실수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룸즈베리의 참극>은 말 그대로 상인 가족이 몰살당하는 참극을 이야기한다. 꽤나 독특한 사람에 대한 화자의 설명이 이어져서 이 사람이 탐정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보니 꽤나 이상야릇한 추리와 미묘한 결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 작품보다는 작가가 그려내는 영국의 알싸한 시골 분위기가 느껴지는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뿐이다.

<최후의 정장>은 제목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본 사람만) <안방의 음모>에서도 그다지 큰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은 미적지근한 작품들이었다.

윌리엄 아이리쉬의 <옆방의 시체>는 강력추천할만한 작품이다. 계속되는 우유 도둑(?) 때문에 결판을 내고자하는 남자 주인공과 우유 도둑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인하여 시체를 감추어야만 하는 주인공. 대단히 윌리엄 아이리쉬다운 작품이 아닐수 없었다. 시체를 공동 아파트의 아무도 없는 방에 감추려 하는 주인공의 의도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와 주인공의 결말은... 아이리쉬 다운 분위기와 주인공, 그리고 황당하고 코믹한 결말. 이 단편은 정말 재미있다. 역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가보다.

<관점의 차이>도 그저 그렇고, <1천 마일이나 되는 무덤>은 범행과정이 먼저 공개되고 마지막에 주인공의 상큼한 한마디를 음미하는 정도면 끝나는 단편이다. 둘 다 범작이라 할만하다. <유령 손님>도 그렇게 대단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백설 속의 탐색>, 또는 <8가지 단서>는 윌리엄 아이리쉬의 단편과 더불어 가장 흥미진진한 본격 추리물이다. 멈추어 버린 열차 안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아닌 고립되지 않은 광범위한 여러 장소들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더불어 한 사람이 살해당하는데, 이 단편은 추리소설의 황금기 작가들의 작풍과 화려한 고전적 트릭이 그야말로 십자바퀴가 돌아가듯이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작품속에서 8가지의 단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마지막의 추리부분에는 마치 고등학교 참고서의 답지 부분을 보는 듯한 대단한 추리와 추론을 볼 수 있었던 이 시리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대단함!!

이로써 1940년대의 EQ선정 단편 10여편을 보았는데, 다음 시대를 대표하는 단편들의 맛은 과연 어떨것인가? <나폴리 특급 살인>이라는 귀족탐정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단편집도 읽는 중이고, 최근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빨간 고양이>도 출간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당분간 단편추리소설의 대향연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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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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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명탐정 코난을 보신분이라면-가끔 출연하는 요코미조 형사(삼형제)를 알 것이다) 세이시와 그의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나게 된지 벌써 4년여가 되어간다. (코스케의 손자인 김전일 소년을 만난것은 훨씬 더 오래되었으리라.) 분명 고교 시절에는 <혼징살인사건>을, 고3때는 <옥문도>를, 그리고 재수생 시절에 <팔묘촌>을, 그리고 지금은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읽어나간 것이었다. (모든 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만.) 요코미조 세이시라는 작가는 국민대표탐정 긴다이치 시리즈 외에도, <사시치>(명탐정 코난 56권 - 코난이 찾은 명탐정 시리즈 참조)라는 탐정이 활약하는 역사추리시리즈 외에도 고정출연하지 않는 탐정이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다. 또한 일본의 3대 역사 추리물로 꼽히는 사시치 시리즈는 긴다이치 시리즈와 합쳐 250여편이라고 한다. (긴다이치 시리즈가 80여편이니 사시치 시리즈는 170여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1970년대의 요코미조 붐(요코미조 붐을 일으키게 된 계기가 된 영화가 바로 <이누가미가의 일족>이라는 작품. 이시자카 코지가 긴다이치 코스케로 열연. 2006년 30년만에 리메이크 된 작품.) 이전에는 일본의 추리소설계는 고전추리소설이 시들어가고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사회파 추리물이 대세를 이루게 된 시기였다. 고리타분해진 작가가 되어버린 요코미조는 분개하면서도(?) 고전추리소설의 종지부를 찍을 회심의 역작, 대작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작품. 초기의 걸작인 <옥문도> <팔묘촌> <이누가미가의 일족>과는 시기적인 단절이 어느정도 느껴지는 작품으로서, (1960년 작, 우리는 그때 4.19혁명을 치르고 있었던 그때 그 시절-) 작가의 모든 역량과 노장의 기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노익장이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작가중의 하나인데, 결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도 큼직한 구성의 여러 작품들을 구상해놓았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에 발표된 이 작품의 배경은 쇼와 30년(1955). 그간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느라 지칠 때로 지친 긴다이치 코스케는 휴양을 위해 귀수촌이라는 시골마을에 있는 거북탕이라는 곳에 여행을 떠나게 된다. 15페이지의 <긴다이치 코스케라고 항상 걸신들린 것처럼 사건을 쫓아다니는 건 아니다. 그도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는 유머로 웃어둘만하고, 상당히 많은 세월이 흘러 데뷔작인 <혼진살인사건>에서의 20대 젊은이였던 긴다이치는 벌써 장년이 되어 있고,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온 이소카와 또한 처를 여의고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소카와가 오래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을 긴다이치에게 이야기해줌으로써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얽히게 되는 작품의 상황이 전개되어 간다. 배경이 되는 그 이름도 음산해보이는 <귀수촌>이라는 마을에서는 명절 준비 외에도 또 하나 마을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귀수촌 출신으로서 전국을 뒤흔드는 여배우로서 성장한 오조라 유카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인지 이 설정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깨어진 거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그녀의 귀향과 함께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민요에 맞추어 벌어지는 의미를 알수 없는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동기와 범행의 의도는 알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에서 작가는 이 작품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배려를 해두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반 다인 선생의 <그린 살인사건>에서 볼 수 있는 동기의 모호함과 <비숍 살인사건>에 사용된 머더 구즈의 활용, 과거와 현재의 사건이 하나의 퍼즐이 되어 마침내 풀리게 되는 오랜 수수께끼가 해결되면서 얻게 되는 지적인 쾌감, 그리고 작가 개인의 슬픈 가정사를 암시하는 듯한 눈동자에 빠져버릴 듯한 등장인물들. 처음 도입부분, 즉 과거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부분에서부터 작가는 완전히 독자들을 속이는데 성공한다. 알고보면 참으로 단순한 트릭이지만, 감탄할 만한 트릭이 이 작품에서는 초기부분에서도 활용되었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만이 아니라 마치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섬뜩함과 끈적끈적한 시골 특유의 인습과 구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여자를 연상시키는 괴인물이 등장하여 극적 긴장감을 훨씬 더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괴인의 설정은 첫번째 작품 혼징살인사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참고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범인들은 십중팔구가 이러한 괴인들이라는 사실.) 마을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동요인 공놀이 노래에 맞추어 무시무시하고 기묘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세 구절로 이루어진 동요속에 모든 단서가 제시되지만, 결말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은 놀랄만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가 풀어지는 부분은 더더욱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전원일기>나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보다 훨씬 더 많다!!) 작품을 읽는데 약간의 혼선이 없지 않았다. 등장인물 소개가 없는 출판사의 배려가 약간은 아쉽기도 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고전추리소설 특유의 토론 논술형 추리가 한 판 벌어지게 된다. 상당히 장대한 구성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읽는데 많이 지쳤는데 긴다이치의 추리가 깔끔하고 명쾌해서 더없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의 범행동기와 인물 또한 기절초풍할만한데, 알고 보면 애절한 슬픔이 느껴지는 다소 애처로운 범인과 범인을 둘러싼 상황이 아닐 수 없었고, 불가피한 살인이라 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명언이 이 작품에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다음에 소개될 작품은 그 유명한 <이누가미가의 일족>인데 과연 어떨까. 드라마, 영화로 각기 한번 보았는데 더없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로 원서는 사놓고 만지작 거리는 중) <악마의 공놀이 노래> 이후에도 요코미조 세이시는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악마의 총아>, <백과 흑>, <가면 무도회>, <병원 비탈길에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마지막 작품이 된 <악령도> 등인데, 이 작품들도 꼭 보고 싶고, 긴다이치 시리즈외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 또한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코타로 등 현대(추리)작가들의 작품은 막 쏟아지는데 요코미조의 작품은 이제 총 네 작품(나비부인 살인사건까지 더하여 5작품)이 소개되었다. 본격추리소설을, 긴다이치 코스케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란다. (그래야 또 번역이 될테지.)

하고 싶은 말 : 후루하타 닌자부로 (일본의 콜롬보라 볼 수 있음) 시리즈 중 <지금, 소생하는 죽음>에서는 <악마의 공놀이 노래>의 무대가 되는 귀수촌이라는 마을의 패러디인 <귀절촌>이 등장.
그리고 70년대의 긴다이치 코스케인 이시자카 코지 또한 이 드라마에서 사건의 열쇠를 진 인물로서 등장. (자세히 생각해보니 이게 작가(미타니 코우키)의 배려라는 것을 알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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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살인사건
아시베 다쿠 지음, 김시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홍루몽 살인사건 : 원제 - 홍루몽의 살인>은 홍루몽의 팬이자 추리소설의 팬으로서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그동안 출간이 몇달 동안 미루어져 애간장이 타는 듯한(ㅋㅋ) 고통을 누렸으나 마침내 이 책을 어제 받아들고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 소설은 중국 최고의 고전 소설인 <홍루몽>을 근간으로 하는 극중극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홍루몽의 내용을 모르는 분들이시라면 개인적으로 꽤 읽기가 힘드실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홍루몽을 완독한 본인으로서는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재미에 넋을 잃었지만 말이다. 중국 최고의 고전 소설을 틀로 하여 본격 추리의 재미와 인간 심리의 본연을 가미시킨 이 작품은 가히 대작이라 할만하다. 소설의 전개와 트릭의 전개 및 등장인물들은 고전 정통 추리소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약간은 허술하고 허무한 듯한 부분도 없지않아, 이 소설을 다 읽고서 2프로, 약간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찍었던 범인이 아니어서 약간은 놀랐지만서도, 치밀한 작가의 구성에서는 약간의 불공평함과 황당함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해설 부분에서도 작가는 <비겁함을 무릅쓰고서라도 범인을 맞추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는데, 과연,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작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모 작품과도 이 작품은 닮은 구성이 있다. 그래서일까, 반전의 맛이 약간은 덜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물론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작품의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화려한 이미지를 겸한 본격 추리물의 정수를 이 작품에서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본격 추리물로서 이 작품의 일급의 작품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중국 4대 기서의 평가를 뛰어넘는 <홍루몽>의 맛배기 버전과 등장인물들과의 간략한 만남은 추가로 제공되는 보너스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홍루몽의 원작이 간략하고도 자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으며, 원작의 주요 사건들과 살인사건들이 자연스레 얽혀, 추리문학이 추구하는 살인이라는 이질감이 어느 정도 제거되고, 홍루몽의 원작자 조설근과 마찬가지로 인간 심리에 대한 부분을 작가인 아시베 다쿠가 섬세하고 묘연하게 서술함으로써 그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다.

원작 <홍루몽>의 배경과 마찬가지로 <홍루몽 살인사건>의 주요 배경은 주요 등장인물인 가보옥의 가문 대저택에 딸린 대관원이라는 호중천(壺中天), 별세계이다. 이 세계에서는 진보적인 페미니스트인 가보옥이 그 소우주를 관장하고 있으며, 가보옥이 사랑하는 섬세하고 가녀린 여주인공인 임대옥, 그리고 씩씩하고 아름다운 또 다른 여주인공인 설보채가 등장하며. 보옥, 대옥, 보채 세 사람은 사랑과 증오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가씨네 자매인 세 사람(영춘, 탐춘, 석춘)과 사씨 가문의 일원인 사상운, 수많은 하인들과 하녀, 그리고 여승인 묘옥 등이 거주하면서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유토피아에서 각기 사랑과 감성이 가득찬 인생을 키워나가게 된다. 그러나 누대에 걸쳐 부귀영화를 누리던 가씨 가문도 서서히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부패귀족인 가사와 가정, 그리고 서서히 흘러나가는 금전들, 부귀 영화의 절정에서 서서히 스러저가는 각종 징후들.. <홍루몽 살인사건>에서 다루는 첫 부분은 귀비가 된 가씨 자매인 원춘의 대관원 방문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화려함의 절정과 부귀영화의 극치에서 어느 정도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귀비인 원춘은 보옥을 비롯한 여러 자매들에게 영국부가 아닌 대관원에서 거처하며 인생을 즐기라는 명을 내리고, 대관원으로 보옥과 대옥 등의 자매들은 이주하여 그 광범위한 호중천에서 각기 거처를 정하고, 시사를 정하게 된다. 이렇게 스토리가 무리없이 진행되면서 잘 나가는가 싶더니 연속 살인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담긴 쪽지가 가씨 가문을 후원하는 북정왕이라는 황족에게 전해지게 되고, 북정왕은 이 일은 근심하면서 가씨 가문의 하인 출신인 현감 뇌상영(모두 원작 홍루몽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이 일을 예의주시하며 조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자매 중의 하나인 영춘이 개울 근처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영춘은 몹시 이지적이고 극히 조용한 성격이었다. 도대체 누가 영춘을 죽인 것일까? 영춘이 죽을 당시 모든 사람들은 한 곳에 모여 있었고, 죽은 영춘의 몸에서는 꽃향기가 가득하다. 동기와 범인은 절대 미궁의 상태. 작가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동기를 가리는데 성공한다. 끝에서 나타나는 범행동기와 트릭에서는 약간의 무리와 황당함이 보이지만 대단한 전개를 작가는 보여준다. 이 살인사건을 맡게 되는 형사의 뇌상영은 범행의 불가능과 동기의 불순성을 계속 의심하지만, 범인은 전혀 알아 낼 수가 없다. 여기서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 바로 아마추어 탐정인 가보옥의 등장이다. 공안소설이나 법의학소설을 탐독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설정이 참으로 재미있거니와, 보옥은 다양한 가설과 논리적 추리로 뇌상영을 능가하는 추리실력을 보여준다. 이 두사람의 추리(보옥의 몽환적 추리와 뇌상영의 현실적 추리)를 대조해보는 것도 흥미진진하거니와, 홍루몽의 남자 주인공은 보옥이 탐정으로 나온다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던 설정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두번째 살인이 벌어지게 되는데 두 번째 피해자는 바로 집안의 왈패이자 실세인 왕희봉이었다. 또한 희봉의 하녀 평아는 밀실(??@!)에서 묶인 채로 발견되고, 희봉도 괴기한 죽음을 당한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살인은 귀신이나 도적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 평아가 갇히게 된 밀실트릭도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결말에 밝혀지는 이 트릭은 약간은 허무하기까지한 밀실트릭이었다. 그리고 활달한 여주인공인 사상운과, 연이은 하녀들의 죽음, 그리고 작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주인공 가보옥의 결혼과 결혼식에 얽힌 또 다른 참혹한 살인과 놀라운 결말이 이 작품의 끝을 장식한다.

<홍루몽 살인사건>은 극중극의 정수를 보여주는 화려하고 놀라운 작품이다. 홍루몽의 팬이자 추리소설의 팬이라서 가지게 되는 콩깍지를 어찌할 수는 없지만서도, 단순한 고전소설을 추리소설로 개조하여 새로운 신천지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갖게 해주는 대단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며, 고전의 창조적 해석과 원작에서는 그다지 느낄 수 없는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과 음심, 이상심리와 대반전까지 포함시킨 색다른 미스터리의 풍미를 이 작품에서는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홍루몽 팬인 홍미(紅迷)라면, 이 작품을 꼭 읽기 바란다. 색다른 작품 읽기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에 실린 방대한 분량의 작품 주석과 작가 해설, 인터뷰, 역자 해설 등 또한 알짜배기 자료였다. 아시베 다쿠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아 그의 작품 세계를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독서도와 취향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으며, 특히 요코미조 세이시에 대한 언급과 형사 콜롬보를 보고 지적으로 감동받았다는 내용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여하튼 <홍루몽 살인사건>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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