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탐정 김전일 애장판 9 - 쿠치나시촌 살인사건
가나리 요자부로 원작,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히다의 명문가 타츠미가의 타츠미 시노 앞으로 협박문이 날아든다. 켄모치의 부탁으로 '쿠치나시촌'에 동행한 김전일. 도착한 타츠미가에센 시노가 재가하며 데려온 아들 세이마루가 차기 당주로 결정되면서 어지러운 유산 상속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언 집행이 닷새 후로 다가온 어느 날 밤, 협박문의 발신인 '참수 무사'가 나타난다. 그리고 기묘한 장치가 된 밀실에서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 그러나 범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김전일이 겐모치 경부의 부탁으로 학교도 빠지고 미유키와 함께 쿠치나시촌(口無村)이라는 마을로 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 유산 상속을 둘러싼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김전일 최고작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더 없이 교묘한 일본식 가옥의 구조를 이용한 밀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적통을 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기묘하게 비틀어진 집착적인 사랑을 가진 범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 이 작품에서는 특히 필요없는 인물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으로서 작품의 완벽성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八つ墓村)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제목에서도 그러한 뉘앙스를 느낄 수가 있고, 팔묘촌에 나오는 타츠미 가문의 성(姓)이 또 이 무구촌 살인사건에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무구촌 살인사건에도 나오는 가문이 바로 타츠미가...ㅡㅡ;;
또한,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과 소년탐정 김전일의 무구촌은 과거의 저주와 재앙이 얽혀 있다는 것이 공통점인데 <팔묘촌>에서는 황금에 눈이 먼 마을주민들의 무자비한 살인이 행해지며,(제가 본 영화평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무구촌>에서는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 자기 주군의 목을 치는 가신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살인의 결과로 <팔묘촌>에서는 제목 그대로 여덞 명의 죽은 무사를 위한 머리 무덤이, <무구촌>에서는 목이 없는 석상들이 마을의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 가면을 통해서 몰래 사람을 감시해 낼 수 있는 가옥의 구조도 닮았고, <팔묘촌>에서는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무구촌>에서도 어느 정도 주민들이 분노하여 김전일 일행을 쫓아내는 것이 닮은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범인의 최후는 <이누가미가의 일족(犬神家の一族)>에서의 범인의 최후를 연상케 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팔묘촌>과 김전일의 <무구촌 살인사건>에서는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같아요.

김전일 시리즈 중에서도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발군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작품 속의 인물들은 시계태엽 돌아가듯이 자신의 역할들을 완벽하게 소화내고 있습니다. 정원사에서 부터 의사, 집안의 하녀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한 인물들은 하나도 없지요. 끝에 가서도 결말이 상당히 씁쓸한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인물설정의 완벽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어머니의 모정애와 그것을 이용해 먹으려는 전형적인 악인, 기묘하게 비뚤어진 인간성을 가진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가족과 자신들의 이익과 권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타츠미 가문의 사람들은 많은 것은 시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연결되지 않은 인물들의 참혹한 죽음, 그리고 치를 떨게 하는 살인과 전설의 기묘한 조화.
특히 이 작품에서의 밀실 트릭은 상당히 유쾌한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미스터리인 밀실 살인에 애를 머던 김전일이 호텔에 들러 어떤 것을 보고 단숨에 알아차릴 정도로 간단하고 경쾌한 트릭입니다.
소소한 소품이 추리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이라는 것이 이 작품에서는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마지막의 대반전은, 이 작품을 읽은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생생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너무나 참혹한 살인을 저질러서 전혀 동정이 가지 않는 범인이었지만, 범인의 비극적 최후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유대가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또한 시사합니다.

완벽한 트릭, 출생의 비밀, 완벽한 반전의 구성이 어우러진, 이 <무구촌 살인사건>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수준의 탁월한 작품이라고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을만한 김전일 시리즈의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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