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시사간론
이계주 지음 / 다운샘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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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홍루몽(紅樓夢) 중 임대옥의 장화음(葬花音). 홍루몽 전체의 시사 중 으뜸으로 꼽힌다.

중국의 4대기서(삼국지, 서유기, 금병매, 수호지)를 능가하는 평가를 받는 홍루몽(紅樓夢)은 우리나라에서 발군의 인기를 누려오고 이름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평역이며 해석을 하는 삼국지의 인기와 명성과는 다르게, 국내에서는 그 인기며 학문적인 성취와 연구가 극히 척박하고 전무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홍루몽이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로 말해 보고 싶다. 삼국지의 뜨거운 인기와 대비시켜보면 홍루몽이라는 작품이 첫째로 극히 여성적이며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고, 둘째로 고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본인같은 젊은이들이 게임이나 영상으로 삼국지를 먼저 접하고 소설에 손을 대는 일련의 소비과정을 홍루몽은 전혀 연출해 낼 수 없다는 점을 들수 있으며, 셋째로 제대로 된 번역본을 이제서야 구할 수 있다는 점과(그러므로 우리 일반 대중은 제대로 된 홍루몽 전집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지 채 반년이 되질 않았다는 이야기다.) 넷째, 홍루몽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홍학(紅學)의 발전으로 인한 광범위한 홍루몽에 대한 지식과 연구, 해석에 대한 지식을 갖춘 학자나 작가가 국내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홍보 부족과 학자과 문인들의 관심과 연구 부족, 학술적인 열기의 부족으로 인한 인기의 부진 등을 예로 들수 있을 것 같다.

홍루몽의 두 주인공인 가보옥과 임대옥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과 임대옥의 비극적인 죽음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많은 청춘남녀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왔으며, 홍루몽을 연구하는 학문인 홍학은 서양의 셰익스피어 연구를 능가하는 수준의 학문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수천 여명의 홍학자가 있으며, 5.4 운동을 기점으로 구홍학과 신홍학으로 나뉜다고 한다. 1950년대의 <홍루몽논쟁>이 특히 유명하다고 하며, 1980년에는 국제학술대회 까지 개최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홍학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늘 새롭게 깨닫고는 한다. 그러나 이 <홍루몽 시사간론>의 저자는 한국내의 홍학 연구가 극히 미흡하지만 발전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홍루몽 연구에서 열심이신 저자 분께 감사드리고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바이다.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이 저서는 홍루몽이라는 소설 작품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시와 사를 중심으로 홍루몽을 살펴보고 있으며, 대표적인 여주인공인 임대옥과 설보채 시의 비교대조를 통한 캐릭터의 형상화 과정, 남주인공인 가보옥이 가진 상징과 그가 가진 시, 시대적 상황과 주제를 설명하면서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이해와 해석이 가능하도록 서술을 해내나가고 있다. 홍루몽이라는 원본 텍스트 외에도, 홍루몽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에 대한 서적은 국내에 이 책 밖에는 없는 것 같다. 대학논문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서도.. 여하튼 이 저서는 홍루몽에 대한 이해의 심화와 시와 사가 작품에 미치는 그윽하고도 결정적인 영향과 결과에 대하여 비교적 풍성하게 서술해 주고 있다. <서>에서는 우리나라야 말로 세계 최초로 홍루몽이 완역되었으면서도 한국 홍학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는 필자의 한탄을 느낄 수 있는데, 홍루몽과 홍학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와 흥미를 끌기를 본인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에 대한 내용도 간략히 살펴보았으면 한다.

제 1 장 : 정갑본 홍루몽 고
홍루몽의 다양한 버전(12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에 대한 소개와 그것들에 대한 해석, 홍루몽 논쟁, 조설근과 고악, 그리고 원본 조작과 조설근 사후의 홍루몽 저술 등에 대한 대단히 복잡다단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홍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싶어 이 부분을 눈이 빠져라 보았으나, 역시 난해하기 그지없다. 여하튼, 정갑본 홍루몽에 대한 지식만 간략히 얻어간다.

제 2 장 : <홍루몽>과 백화산문 - 그 근대성과 문예적 성숙에 대하여
노신은 홍루몽이 나타난 뒤로 모든 사상과 작법이 타파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홍루몽이야말로 수천년에 이르는 중국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고전이 아닐까 싶다. 홍루몽은 수호지나 금병매등의 언어적인 한계와는 달리 세련된 북경어, 서민어, 속어, 시, 서, 화에 대한 언어적 기법과 유희, 서술기법 등이 다른 어떤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문예미학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홍루몽에는 근대적이라 할 수 있는 구어산문정신이 표현되어 있고 작자 조설근은 중국고전문학의 모든 전통을 계승하고 언어를 아름답게 빛내고 가꾼 탁월한 작가로 설명할 수 있다.

제 3 장 : <홍루몽> 시사 서설
홍루몽에 나타난 부지기수의 시와 사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각 주인공들이 작품 내에서 만들어내고 읊기도 하는 시와 사의 분량과 내용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으며, 홍루몽이라는 소설속에서 시사가 갖는 의미를 고찰한 시론, 다양한 버전의 대조와 순 우리말 해석 등도 볼수 있었다. 홍루몽에 나타난 시와 사는 정절(사연, 정서)의 복선, 인물의 내면적 계기로서의 개성과 심리, 정절 발전의 배경으로서의 생활환경과 경물, 주제의 표현 등에 극히 효과적인 수단이 되며, 작자 조설근의 시인으로서의 위상 또한 정상에서 빛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제 4 장 : <홍루몽>에 나타난 여성교양
홍루몽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인 <금릉십이채> 중 보채와 대옥 등을 중심으로 작품에 나타나는 당대 여성들의 교양과 지성, 학문의 배경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의 여러 내용들보다는 보기가 휠씬 편했던 것 같다. 여성교양외에도 여성의 교육과 생활, 문학적 소양과 대옥에 대한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제 9 장 : 가보옥 - <홍루몽>의 비극적 전형
제 9 장에서는 가보옥을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반봉건적이며 진보적인 페미니스트 이지만 봉건사회가 가져다주는 부귀와 영화를 버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가보옥이며, 또한 보옥은 신분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이라지만 아름다운 여자)평등과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간과해왔던 작중의 여러 부분들에서 보옥의 진보적이며 개성적인 성격과 품성에 대한 해석이며 해설을 볼 수 있어 보옥에 대한 색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질 수 있었던 부분인 것 같다. 또한 가보옥은 인생무상과 죽음이라는 필연과 숙명에 젖어사는 인물이며, 홍루몽이라는 작품 전체에 묻어나는 허무주의라는 주제가 가장 잘 형상화된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대옥과의 연애는 보옥의 정신적 승리라고 할 수 있으며, 겉보기에는 패배인 이 승리야말로 휴머니즘의 승리라고 저자는 또한 말해주고 있다. 가보옥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할 수 있게 해준 가장 볼만하고, 흥미진진했던 부분.

* <홍루몽 시사간론>은 역시 읽기가 쉽지 않았다. 그 동안 소설이라 하여 간과해 왔던 수많은 시와 사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 홍루몽 원전 외의 국내 학자들의 구입할 수 있는 학술서는 이 <홍루몽 시사간론>이 유일무이 한 듯... 많이 아쉽다.
* <홍루몽 시사간론> 외에도 개인적으로는 별 흥미가 없는 <홍루몽 고어사전>, <속 홍루몽>, <홍루몽 보> 등도 구할 수 있다.
* 그래도 <홍루몽 시사간론> 덕분에 홍루몽을 다시 한번, 새로운 관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홍학과 관련 학술의 성숙과 발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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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7-09-0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홍루몽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이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포와로 2007-09-05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어려우시겠지만 언젠가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