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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1 - 1940년대
정태원 엮어 옮김 / 새로운사람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본 단편집은 <앨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 EQMM> 50주년 특별 기념판으로, 194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최우수 단편 50여편을 수천 여편의 단편들 속에서 고른 것이다. 실은 이 단편집은 최근에 출간된 것이 아니라, 10여년전에 두 권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다시 세권(불만)으로 분권하여 내놓은 것이다. 최우수 단편 50여편 중 1권의 10여편 밖에 읽어보지 못하여 전체를 다 평가해 볼수는 없지만, 1권에 실린 40년대의 10여편의 단편들은 그 당시의 시대적인 관념의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서는 그 질이나 트릭 등이 많이 뒤떨어지는 작품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단편집이 기념비적이며 전설적인 단편집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다 읽어보면 먼저읽은 썩 좋지는 않은 단편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헌책방에서 오래전에 1960년대에서 8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수록한 이 시리즈의 2권을 가지고 있으며, 구 판 두권중 한권만을 가진 독자들은 어느 것을 사야할지 약간 망설이게 되는 편집이 되어 버렸다. 분권해서 돈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편의도 약간은 배려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단편집은 십여년전의 약간은 이상한 표기도 그대로 한 글자의 수정도 없이 그대로 출판하였다. '아르세느 뤼팽' '모르스 르블랑' '에도가와 란뽀' 등등... 출판사와 역자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깨지게 되는 순간들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에는 좀 더 이런 사소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가하면, 더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세계 문학 베스트'라는 이상한 첨가어는 또 뭔지... 그렇게 작명 센스가 없는 것인가....)
1권에는 1940년대를 대표하는 단편들이 실려있다. 각 작품들을 살펴보면;;
붉은 가발의 실마리 - 존 딕슨 카
사라진 미녀 스타 - 데일리 킹
블룸즈베리의 참극 - 토마스 버크
최후의 정장 - W. R. 버네트
안방의 음모 - 필립 맥도날드
옆방의 시체 - 윌리엄 아이리시
관점 차이 - 휴 팬트코스트
1천 마일이나 되는 무덤 - 커트 시오드맥
백설 속의 탐색 - 니콜라스 블레이크
유령 손님 - 프레데릭 앤더슨
<붉은 가발의 실마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존 딕슨 카 아저씨의 작품. 단편이라 그런지 불가능 범죄와, 오컬트, 기상천외한 밀실이며 심리트릭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본격 단편으로 꽤 쏠쏠한 재미와 상황이 제시된다. 한 여자가 기묘한 죽음을 당하는데 이와 관련된 여기자가 주축이 되어 사건을 추리하는 내용이다. 섬세한 여자만이 추리할 수 있는 단서만이 재미있는 부분이며, 미세한 단서를 간과하고 삽질하는 경감이 약간은 코믹하게 묘사되는 작품이다. 그렇게 대단히 재미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라진 미녀 스타>는..... 감시가 엄중한 저택에서 사라져 버린 미녀 스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문만 보고 사건의 전모를 추리하는 것은 홍대살인사건을 추리한 사람과 상당히 비슷한데, 본인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모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어서인지 이 작품은 처음 부분에서 이미 '눈치를 깠다.' 대단히 논리적인 추론과 결론, 어이쿠~를 동반하는 탐정의 실수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룸즈베리의 참극>은 말 그대로 상인 가족이 몰살당하는 참극을 이야기한다. 꽤나 독특한 사람에 대한 화자의 설명이 이어져서 이 사람이 탐정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읽어나가보니 꽤나 이상야릇한 추리와 미묘한 결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 작품보다는 작가가 그려내는 영국의 알싸한 시골 분위기가 느껴지는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뿐이다.
<최후의 정장>은 제목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본 사람만) <안방의 음모>에서도 그다지 큰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은 미적지근한 작품들이었다.
윌리엄 아이리쉬의 <옆방의 시체>는 강력추천할만한 작품이다. 계속되는 우유 도둑(?) 때문에 결판을 내고자하는 남자 주인공과 우유 도둑의 어이없는 죽음으로 인하여 시체를 감추어야만 하는 주인공. 대단히 윌리엄 아이리쉬다운 작품이 아닐수 없었다. 시체를 공동 아파트의 아무도 없는 방에 감추려 하는 주인공의 의도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와 주인공의 결말은... 아이리쉬 다운 분위기와 주인공, 그리고 황당하고 코믹한 결말. 이 단편은 정말 재미있다. 역시 이름값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가보다.
<관점의 차이>도 그저 그렇고, <1천 마일이나 되는 무덤>은 범행과정이 먼저 공개되고 마지막에 주인공의 상큼한 한마디를 음미하는 정도면 끝나는 단편이다. 둘 다 범작이라 할만하다. <유령 손님>도 그렇게 대단한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백설 속의 탐색>, 또는 <8가지 단서>는 윌리엄 아이리쉬의 단편과 더불어 가장 흥미진진한 본격 추리물이다. 멈추어 버린 열차 안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아닌 고립되지 않은 광범위한 여러 장소들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더불어 한 사람이 살해당하는데, 이 단편은 추리소설의 황금기 작가들의 작풍과 화려한 고전적 트릭이 그야말로 십자바퀴가 돌아가듯이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작품속에서 8가지의 단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마지막의 추리부분에는 마치 고등학교 참고서의 답지 부분을 보는 듯한 대단한 추리와 추론을 볼 수 있었던 이 시리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대단함!!
이로써 1940년대의 EQ선정 단편 10여편을 보았는데, 다음 시대를 대표하는 단편들의 맛은 과연 어떨것인가? <나폴리 특급 살인>이라는 귀족탐정 다아시 경이 활약하는 단편집도 읽는 중이고, 최근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 단편집 <빨간 고양이>도 출간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당분간 단편추리소설의 대향연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