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보이지 않아 카르페디엠 34
수잔 크렐러 지음, 함미라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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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코끼리’들을 끌어낸 소녀 이야기

-‘방 안의 코끼리’ : 모두가 알고 있지만 두려워서 피해버리는 인물이나 상황

 

 

 

 

 

 

1.

여기 열세 살 소녀, 마샤가 있다.

마샤는 갑작스런 사고로 엄마를 잃었다.

엄마의 죽음을 직면하는 게 괴로운 아빠 덕분에

마샤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보내져 지루한 방학을 보내곤 한다.

아빠는 처참한 대형사건을 다루는 다큐멘타리 영화를 만들며 그들의 슬픔을 담지만

단지 지켜볼 뿐 어떤 도움도 되질 못한다. 그것은 엄마 잃은 마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자신의 도움을 거절하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게 낫겠다며 마음을 닫아버린 인물이다. 마샤는 의문점을 갖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이야기를 영화로 찍으면서 돕지 않겠다고 하는 아빠가 이상하다고…….

마샤를 둘러싼 가장 가까운 곳의 코끼리는 아빠 마음 속에 있었다.

다큐멘타리로 찍힌 사람들의 슬픔을 지켜볼 뿐, 그들의 슬픔을 줄여주기 위해 나서질 않는 어른들의 모습. 첫 번째 코끼리였다.

 

2.

열세 살 소녀 마샤는 놀이터에서 율리아와 막스를 만난다.

아이들은 뚱뚱한 막스를 ‘코끼리’라고 놀린다.

막스의 누나인 율리아는 ‘코끼리’에 대한 전설로 막스를 위로했지만,

막스는 자살할 뻔하고 율리아는 더 이상 ‘코끼리’ 이야기를 꺼내질 않는다.

상처투성이 몸을 가진 율리아 남매는, 아빠 브란트너씨에게 죽도록 맞으며 지내고 있었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마샤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율리아 남매를 구해달라고 해본다.

아빠에게도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심지어 110을 걸어 경찰에도 신고를 해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증거도 없이 함부로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였다.

마을 사람들을 다 알고 있는 브란트너씨와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브란트너씨 집에서 들려오는 무차별 학대의 음향들을 모른 척한다.

눈 앞에 보이는 거짓 평화를 위해

정의를 찾기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모든 어른들은 브란트너씨와 그 가족에 대한 언급을 피한다.

마샤가 만난 두 번째 코끼리였다.

 

3.

막스의 고통과 율리아의 슬픔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마샤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도망가기’ 놀이를 제안한다.

마샤는 막스와 율리아를 도망시키기로 작정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마샤가 봐둔 허름한 집에 율리아 남매가 갇힌다.

마샤는 먹을 거, 입을 거를 챙겨나르며 남매를 지켜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율리아는 거부한다.

자신들이 학대받는 사실을 알리면 불쌍한 엄마조차 잃어버릴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엄마마저 잃게 되는 상황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브란트너씨는 율리아와 막스가 학대를 견뎌내도록 세뇌시킨 셈이다.

남매는 두려움에 짓눌려 짐승을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마샤는 아빠가 자신들을 때리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율리아와

아빠에게 당하는 폭력을 ‘파블로’라는 허상에게 보복하는 막스에게서

세 번째 코끼리를 만난다.

 

4.

마샤의 노력은 열세 살 청소년의 겁 없는 범죄행각으로 전락하고 만다.

마을 사람들은 마샤 할머니 집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 야유를 퍼붓는다.

그러다, 막스와 율리아를 진찰한 의사의 고발로

브란트너씨가 거대한 코끼리였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증거가 없는 한 코끼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우긴다.

마샤는 스스로 증거가 되기로 결심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율리아 남매와 한 약속을 깨고

그들의 상처와 고통에 대해 낱낱이 이야기한다.

드디어 할아버지는 ‘코끼리가 있었다’고 인정하신다.

이제 ‘코끼리를 끌어내자’며 경찰에 신고를 해주신다.

할아버지는 율리아가 이야기한 ‘코끼리의 전설’이 사실이 아니란 것도 알려주신다.

마을의 들판과 헌집이 사라지고

율리아와 막스의 엄마도 달라진다.

바깥으로 끌려나온 코끼리 덕분에

마을 사람들도 율리아, 막스와 그들의 엄마도 변화를 맞는다.

마샤가 코끼리들을 끌어낸 것이다.

 

5.

마샤가 코끼리를 끌어낼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마샤는 막스와 율리아의 모습을 보며 분노한다.

죽도록 맞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애를 쓴다.

마샤는 토악질을 하고 들판에 지쳐쓰러져 잠이 들면서도

막스와 율리아를 생각한다.

이미 엄마를 잃은 마샤는

그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엄마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막스와 율리아를 마주한다.

그 두려움이 어떤 상실감으로 오는지 잘 알기에

마샤는 막스와 율리아를 외면할 수 없었다.

마샤가 즐겨듣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는 ‘난 타인(他人)일 뿐이라고’ 했다.

마샤는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느낄 때 ‘서로 타인(他人)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6.

마샤는 수많은 코끼리들을 만났고 그 코끼리들을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진심으로 코끼리를 끌어내고자 한다면,

함께 그 코끼리를 끌어낼 손길들이 나타나 힘을 합치게 마련이다.

얼마전

ebs 청소년 상담프로그램 ‘경청’의 ‘경청지기’로,

학교폭력으로 고인이 된 대구 중학생 권승민 군의 아버님이신 권구익씨가

활동하고 계신 걸 알게 되었다.

아들을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시는 그 아버님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코끼리를 우직하게 끌어내시는 ‘공감’의 힘을 보았다.

 

소설이 끝난 장면을 이어 다음 장면을 상상해본다.

“집으로 돌아온 마샤를 아빠는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아빠는 말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을 거야’라고.”

 

 

 

 

 

 

 

 

 

 

※사족 하나

원제가 궁금해서 책 첫 장의 뒷면을 살펴보았다. 독일어를 배운 적이 없어 원제로 적힌 “lefanten sieht man nicht”를 번역해보려고 애쓰다보니 첫 단어 “lefanten”가 검색되질 않았다. 자동검색기능으로 조회해보니 “elefant” 또는 “elefanten”가 “코끼리”라는 단어였다. 결국 원제의 첫 단어에서 오타가 난 것이다. 다른 글자도 아니고, 원제의 단어에서 오타가 나니 퍽 아쉬운 부분이다. 2판을 찍을 때에 출판사에서 꼭 정정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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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릴레이 - 전쟁 한가운데서 평화를 꿈꾸는 한 팔레스타인 가족 이야기
가마타 미노루 지음, 오근영 옮김 / 양철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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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이다. 감각에 의존해서 마음을 잃어버리고 영혼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는 이야기가 판을 친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도덕’과 ‘양심’과 ‘정의’가 오르내리고 있다. ‘도덕’과 ‘양심’과 ‘정의’가, 세기의 추억이 되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는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열두 살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있다. 이스마엘이다. 아들 아흐메드는 적군 이스라엘 병사의 총탄에 의해 쓰러졌다. 하지만, 적군의 총알은 아흐메드 부자(父子)의 영혼을 관통하진 못했다. 그 미움의 화살을 아흐메드 부자는 이해와 용서와 사랑의 부메랑으로 다시 이스라엘인들에게 되돌려주었다. 총상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아흐메드의 장기들이 이스라엘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졌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이런 아름다운 용서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에 감동한 일본인 의사는 그 이야기를 적어 세상에 알리기로 한다. 이스마엘을 만나고, 아흐메드의 장기를 이식받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만났다. 일본인 의사는 자신 또한 친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누군가를 향한 아름다운 이타심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구 저편에서 사랑으로 ‘생명의 릴레이’가 이루어지는 장면의 주인공, 이스마엘을 만나러 갔던 것이다. 그리고 직접 만난 이스마엘을 통해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느끼고 책으로 전하게 된 것이다.

총칼로 싸우는 것으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오로지 생명을 존중하고 아픔을 나누는 이해와 존중만이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아흐메드의 심장을 이식받은 이스라엘 소녀 사마흐는 의사가 되어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생명을 나누는 신성한 의식은, 테러와 전쟁보다 더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팔레스타인 소년의 이야기를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금의 대한민국은 부와 권력을 위해 ‘영혼’마저 팔아버리는 권력자들이 판을 치고, 그들을 공공의 적이라며 분노하며 적대시하는 사람들의 보복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문화는, ‘복수’의 아이콘이 넘치고 ‘부익부 빈익빈’을 절대진리처럼 섬기며 과정 없이 결과만을 탐닉하는 무모한 열정이 미화되고 있다. 신문에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질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실패에 좌절해서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넘치고 있다. 열두 살 소년 아흐메드는 난민 캠프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적군의 총탄을 맞고 사랑을 전하고 세상을 떴으나, 대한민국의 열두 살 아이들은 학원가를 전전하며 카톡으로 누군가를 헐뜯고 인터넷 검색을 하며 벼락 부자가 된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며 죽어가고 있다. 감히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다는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중학생들의 양심불량지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사대상 중 33%의 중학생들이 ‘10억이 생긴다면 감옥에 가도 좋다’고 대답하는 사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하는 아흐메드 식의 사랑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에게 그야말로 '바보짓’으로 취급당하고 말 지경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흐메드의 펄펄 뛰는 심장은 사마흐에게 새 생명을 전해주었지만, 아흐메드와 이스마엘의 아름다운 영혼은 우리 사회에 ‘영혼’의 숨통을 트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본인 의사가 전쟁 속에서 평화를 일궈내는 그들을 만나러 갔듯이, 우리도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이스마엘처럼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그 누군가들을 만나러 가야할 것이다. 누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용기를 가진다면, 생명의 릴레이는 끝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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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3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마음으로 잇는 생명줄을 순대선생 님도 즐겁게 이어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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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10월,11월 업무폭주로 인해 

9기 신간서평단 활동 마무리가 늦었습니다. 

여러모로 죄송하네요.   

 

먼저,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은 

<학교 가는 길>이었어요. 

 정말 참신하고 예쁜 그림들과 이야기라 여겨져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요.  

 

"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를 꼽자면요.. 

1.학교 가는 길 

2.지구를 위한 한 시간 

3.나 오늘 말하기 어떻게 해? 

4.아기가 된 아빠 

5.빨강 연필 

이렇네요.   

 

정해진 시간 안에 신간도서 서평을 해야 한다는 게 

긴장감과 설렘과 보람을 주는 일이었음을 절실히 느꼈구요. 

마감기일을 몇 번 놓친 게 많이 죄송해지네요. 

우짜든, 즐거운 서평단활동경험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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