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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언어란 무엇인가 - 말과 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 노선정 옮김, 장영준 감수 / 살림Friends / 2008년 12월
평점 :
이 책의 원서는 '독일어'로 되어 있다.
독일인 작가의 책이다.
저널리스트이자 동시통역사이며 작가인 니콜라우스 뉘첼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로 보인다.
원서의 표지를 아마존에서 살펴보니, 아주 곱고 귀엽다.
독일어를 잘 몰라 대충 네이버 사전을 통해 번역해보니
그냥 "언어"가 제목이고 부제로 "개인적인 것? 집단(국가)적인 것? " 정도의 뜻이 붙어 있다.
어쨌든, 이 책은 국어교사인 나에게 매우 참신한 콘텐츠로 다가왔다.
우선,
정말 양심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말과 글에 대한 질문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인간은 언제부터 말을 했을까? <완전 궁금한 질문>
2. 동물도 말을 할 수 있을까? <늘 궁금한 질문>
3. 원시 시대의 언어는 어땠을까? < 간혹 궁금해지는 질문>
4. 지구상에는 몇 개의 언어가 존재할까? <웬지 답을 꼭 알아두고 싶은 질문>
5. 모든 사람이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할 날이 올까? <무섭지만 던져봐야할 질문>
6. 언어 사이의 우열은 존재할까? <국수주의자들의 한국어 찬양 앞에서 문득 떠오르던 질문>
7. 다른 언어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당근 NO가 나오는 질문>
8. 인간은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썩 궁금하진 않은 질문>
9. 청소년은 정말 언어를 망치는 주범일까? <가장 가장 논쟁적인 질문>
10. 비밀 언어, 나도 만들 수 있을까? <다소 무의미한 질문>
11. 세계가 공용하는 언어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언어를 좀 만만하게 보는 질문>
12. 인간은 몇 개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개인마다 천차만별로 다르게 답이 나올 질문>
13. 인간은 모든 문장을 다 번역할 수 있을까? <No No No가 답으로 나오는 질문>
좋은 질문들을 잘 뽑아낸 것으로 보아,
작가는 청소년과의 교류가 많고,
무엇보다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남다른 것 같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언어'에 대한 아무 질문이라도 만들어보라고 하니까,
대부분 이 질문과 유사한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작가가 이 책을 기획할 당시
많은 청소년들의 사고와 호기심을 참고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청소년 대상 교양도서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제목은 그럴싸하게
'청소년을 위한' '10대를 위한' 등등의 어구가 붙어있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청소년, 10대를
아직 미숙한 어른 정도로 보고
일반 개론서의 내용을 대충 짜집기하고 용어 몇 개 쉬운 걸로 풀이해놓은 수준이다.
정작 아이들이 어떻게
'정신분석학'이나 '역사적 진실'이나 '경제현상'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는지
그 디딤돌이 될만한 좋은 질문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하다보면,
정말 기발하고 흥미롭고
정곡을 찌르는,
아름답고 열정적인 질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질문들을 모아
수업을 하고
그 질문들에 답하는
교과서와 책들이 나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 도전과제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아이들의 질문을 보석처럼 닦고 간직해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들을 한 단계씩 발전시켜가기 위해 좀더 쉽고 명료한 예(근거)들을 찾아낼 것인가? 멈출 것인가?'
'아이들을 지적 존재로 사랑할 것인가? 그냥 철부지로 떠나보낼 것인가?'
언어 앞에서...
문학 앞에서...
각종 말과 글 앞에서...
이 고민을 놓지 말아야 할지어다.....
20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