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옷을 입어요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1
방미진 글, 소복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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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옷, 깨끗한 옷, 더러운 옷, 미운 옷.....

보통 '옷'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죠.

그런데... 착한 옷?

그것도 착한 옷을 입자니 무슨 소리야??

 

제목부터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경숙과 세나 모녀의 옆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꽃미남을 기대했던 두 모녀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경숙의 여고동창 순심이.

학창시절 잘 나가는 멋쟁이였던 경숙은 펑퍼짐한 아줌마가 되었는데,

촌스럽기만 하던 순심이는 멋쟁이가 되어 나타난 것!

 

경숙과 세나 모녀가 순심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책의 전반적인 줄거리입니다.

만화식의 재미있는 그림과 상황설정이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환경보호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죠.

너무나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옷 입기, 옷 쇼핑하는 것도 조금만 신경쓰면

그것이 바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패스트패션은 NO!  슬로우패션은 YES!"

 

패스트패션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답니다.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바로바로 바꿔 빨리 내놓는 의류를 패스트패션이라고 합니다.

패스트푸드가 사람 몸을 병들게 한다면, 패스트패션은 지구를 병들게 한다고 합니다.

패스트패션 옷들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행이 지나면 몇 번 입지 않아도 쉽게 버려지고

그로 인해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심각해진다고 하네요.

싸게 샀기 때문에 유행이 지나면 거리낌없이 버릴 수 있는 옷,

버려지는 옷들로 환경오염이 된다는 점...

이렇게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그리고 이 반대되는 개념이 바로 슬로우패션인데

슬로우패션이란 환경을 생각하고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개성을 중시하고,

한 번 사면 오래 입는 것이라고 합니다.

  

환경친화적인 옷을 입고, 슬로우패션을 실천하고 리폼하여 입는 것..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은 일일꺼에요.

그리고 이러한 사소한 실천이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된다니

지금 당장 저부터 실천해야겠어요.

 

책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휘리릭 읽을 정도로 재미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책!

정말 오랫만인 것 같습니다.

주위분들에게도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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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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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왠지 책을 집어들기가 힘들다. 분명 훌륭한 책들임에는 분명한데,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그 양의 방대함과 철학적인 내용으로 인한 '어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보았다. 물론 친구의 추천이 있었다. 그 친구와는 독서 취향도 비슷하고 서로 책을 추천해주는 사이라 망설임이 많이 누그러졌다.

'동물농장'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니, 너무 너무 재미있어 앉은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내용은 굉장히 단순한 편이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이 주인을 몰아내고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꾼 뒤 동물들의 이상향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인간이든지 짐승이든지, 그 장소가 어디든지 간에 집단이 모인 자리에는 누구나 꿈꾸는 '평등'이란 힘든 것인가. 처음엔 그들의 이상향이 실현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 할 새로운 법규들이 모두의 동의하에 제정되었다.

하지만 법규들이 생기고 규칙들이 늘어나면서 동물들은 다시금 보이지 않는 착취의 그늘 속에 묻히고 만다. 그들을 통솔하던 똑똑한(?) 돼지들이 점점 인간의 생활을 추구하고 다수의 무지한(?) 동물들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조삼모사'의 고사가 뚜렷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착취를 위해 허상의 적을 만들어 동물들을 선동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라는 거짓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치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모습들이다. 그렇다, 조지 오웰은 스탈린 시대의 소비에트 체제를 우화한 것이다. 각 동물들이 우화한 인물이 누구인지 쉽게 가려낼 수도 있다.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보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희망이 좌절되는 그 순간을 어떻게 그 이상 표현할 수 있겠는가. ... 책 읽는 재미를 다시 일깨워 준 이 책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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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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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김영하를 처음 소개받은 것은 97년 늦여름이었다. 뜨거운 햇살이 가라앉고 서늘한 바람이 일기 시작할 즈음 구석진 방에 틀어박혀 순식간에 읽어내린 책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였다. 조금은 진부해진 생활의 틈새로 김영하의 소설은 스며들었고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해바라기처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은 일정하게 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일상과 환상, 에로티시즘과 나르시시즘, 삶과 죽음, 소통과 침묵...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환상 속에 발을 담그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한다. 아니, 어쩌면 그의 소설에서 그 의미를 양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간격사이에서 혼란을 야기시키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자리잡은 은밀한 감정의 발로이며 한번쯤 꿈꾸어 봤을 몽상이다.

사전 지식 없이 첫 장을 펼치면 소름이 돋는다.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면서 다른 이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권태로움, 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여인의 다리를 남몰래 훔쳐보다가 들켰을 때의 민망함, 군중 속의 고독감을 소설 속에서 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인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화합을 이야기하는 자를 싸늘하게 비웃는다. 그러면서도 혼자만의 방법 - 등장인물들은 컴퓨터, 게임, 음악 등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 으로 소통의 욕망을 이루려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정체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둔감해진 것 역시 오래다. 일탈을 꿈꾸지만 깨어보면 비루한 일상이 놓여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질문하나, 그런데도 등장인물들은 왜 낯설지 않을까?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는 총 9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불륜을 저질렀던 아내와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형사가 일요일에 발생한 사진관 살인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사진관 살인사건', 옛 사랑을 우연한 기회에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 순간 점점 투명한 인간이 되는, 그러나 잠시나마 애정을 바쳤던 여인이 그가 부재한 사이에 다시 다른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있으나마나 한 존재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고압선', 통신 동호회 "아다드"라는 모임에 가입하면서 벼락맞는 체험을 즐기는 인간 피뢰침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피뢰침', 자신의 남편이 거세된 흡혈귀라 믿는 아내의 이야기 '흡혈귀', 뒷골목 건달들의 치열한 삶을 다룬 '비상구' 등 이야기는 극에서 극으로 치달으면서 인생의 피로감을 얘기하고 인생의 아이러니를 얘기한다.

여기 한 노승의 말을 인용해보자.

'모든 사물의 틈새에는 그것을 부술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네. ...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밀림에서 뻗어나온 나무들이 앙코르의 모든 사원을 뒤덮고 있었지. ... 그때까지 나무는 두 가지 일을 했다네. 하나는 뿌리로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일이요, 또 하나는 그 뿌리로 사원과 불상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도록 버텨주는 일이라네. 그렇게 나무와 부처가 서로 얽혀 9백 년을 견뎠다네. 여기 돌은 부서지기 쉬운 사암이어서 이 나무들이 아니었다면 벌써 흙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 사람살이가 다 그렇지 않은가.'

김영하의 소설은 서정성에서 많이, 아주 많이 비켜서 있다. 김영하는 서정주의 문학을 거부하는 이유를 '누구나 서정성을 좋아하고 쓰려고 하기 때문에 그 반대의 길을 찾고있다'라고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때문에 사변적 내용은 자제되고 감정의 사치를 억제하고 서사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일상의 여러 단면을 건조하고 메말랐지만 은밀한 습기가 묻어나는 언어로 표면화한다. 별볼일 없는 초라한 인물들이 생활의 자극을 원하고 추구하려하지만 결국엔 다시 별볼일 없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음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진실임에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죽음과 환상의 구도 역시 그 비루한 현실을 비추기 위한 도구이며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김영하 소설의 매력을 찾는다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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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신나는 노빈손 어드벤처 시리즈 1
박경수.박상준 글,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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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에 빠져본다. 무인도에 홀로 표류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안락한 오두막집에서 낮에 사냥한 고기와 물고기로 배를 채우며 신나게 뛰어 다니는 모습. 운이 좋으면 사냥을 나갔다가 또 한 명의 생존자, 그것도 이성을 만나 해피한 나날을 보내는 꿈... 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꿈이다.

아니면 무릉도원쯤 되겠다. 여기에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빠져있다. 아무 것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어떻게 물을 마실 것이며 불은 어떻게 지필 것이며 맹수의 갑작스런 습격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 우리들은 만화와 영화를 너무 열심히 본 것 같다.

이 책은 무인도 표류라는 가정 하에서 시작된다. 책의 주 내용은 노빈손이라는 로빈슨 크루소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 여행 중 비행기사고로 홀로 무인도에 표류해 생존을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신세대인 노빈손은 무인도에 떨어지면서 모든 인생관이 바뀐다. 표류 전 그의 꿈은 영화배우였으나 표류 후 무인도 탈출로 바뀌었다. 무인도 표류 전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으나 표류 후 존경하는 인물은 로빈슨 크루소로 바뀌었다. 노빈손은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그렇다고 이 책이 모험담이나 스릴러물은 절대 아니다. 노빈손이라는 대책 없는 주인공을 앞세우긴 했지만 생활 속의 과학원리를 흥미롭게 설명한 세미 과학서적이라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단지 무인도를 배경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래야만 더욱 절실하고 머리에 쏙쏙 박힐 테니까. 책의 공동 저자가 과학소설 평론가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이며 여행, 문화 칼럼니스트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구차한 설명은 생략해도 좋다. 거기에 보태어 도널드 닭으로 친숙한 이우일씨의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자는 바로 책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시무시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식수 만들기, 식량 구하기, 불피우기, 뗏목 만들기 등 단계별 테스트를 통해 할 줄 아는 일이 2개 이상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사망'이 된다. 심심풀이로 한다해도 통과되지 못하면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만약 몇 단계를 통과했다면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첫 단계부터 막혀버렸다면 조금은 진지하게 책을 접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생활물리학적인 지식뿐 아니라 식물학, 식용학, 의학, 집짓기, 고립된 인간의 정신적인 압박에 따른 심신장애까지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과학용어나 과학상식들은 별도로 작은 공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어 꼼꼼히만 읽으면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렌즈와 필름을 이용해 불을 피우면서 왜 검은 먹지나 필름은 잘 타는지,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한 건 언제쯤인지를 설명한다. 주인공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보여주면서 날씨와 기분의 밀접한 관련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얘기한다.

어쨌든 재미있게 책장을 넘겼다. 게다가 생활에 필요한 지식들도 많이 배웠다. 그러나, 책을 읽고 절대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 아는 만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절대로 무인도에 표류되기 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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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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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림을 그려서 상을 받아본 적도 없을뿐더러 작가와 작품들을 꿰고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 한 문장으로 인해 나는 위로 받는다. '그림을 아는 사람은 설명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그림을 즐기는 사람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거기에 그려지는 대상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에는 우리 옛 그림과 함께 옛 사람들의 정겨운 삶과, 자연과 인간을 대하는 따뜻하고 절절한 마음이 녹아있다. 그림을 대할 때의 눈의 만족감과 함께 저자가 들려주는 그림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호기심 을 만족시켜 준다.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이 참으로 반가왔다. 한국인을 가장 한국적인 정겨움으로 표현하는 김홍도는 사실 뛰어난 화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음악가이자 시인이었음을,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인왕산의 웅혼함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라 60년지기 이병연의 쾌차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획 한 획 붓을 그은 것임을, 윤두서의 서슬 퍼런 '자화상'이 사실은 작품의 손상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옛 그림들의 공통점인, 소싯적부터 귀따갑게 들어 온 '여백의 미'가 왜 그토록 강조되고 중요 시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여백은 정말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백에는 그려진 형상보다 더 심오한 것이 더 많이 담겨있음이 감지된다. 가득히 채우는 것보다 비움으로서 표현해 내는 방식은 긴 인생살이 온갖 역경을 이기고 난 뒤에야 구현되는 인생철학임을 배운다. 개개의 작품들을 넘나들 때마다 '동양미의 가치 기준은 언제나 '살아있다'는 말 한마디에 있다.'고 했던 조지훈 선생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우리의 옛 그림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옛 사람의 눈과 옛 사람의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고 한다. 옛 그림은 학문적으로 대할 때는 까다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인간의 혼이 담긴 살아있는 존재로 대할 때 그 의미는 달라진다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도 안다.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도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저 먼 옛날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여유가 있을까, 그렇게 닫힌 마음으로 열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 옛 그림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기에는 많은 인내심이 소요된다. 화려한 색채에 이미 눈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 화려함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커피나 청량음료의 진한 향에서 녹차의 풋풋한 싱그러움에 익숙해지는 시간만큼이나. 그러나 그 풋풋함에 매료되면 진한 향이 거북스럽듯이 우리의 옛 그림 또한 그런 것이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가끔은, 사색하는 시간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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