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먹은 두 아들 녀석이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있습니다.

 

"밥 먹은 것 소화도 안 되게 먹자마자 컴퓨터 못살게 구냐?"

 

"선생님 선물 골라요~"

 

아하, 이제 곧 졸업! 두 아이가 세 살 터울지니 올해 큰애는 고등학교, 작은애는 중학교를 나란히 졸업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적까지 저는 한 해 공부가 끝나는 봄방학 무렵에 담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늘 챙겨 드렸습니다. 책 한 권이나 손수건 정도로 소소한 물건이지만 아이와 저는 각자 꽃편지지에 정성껏 꼭꼭 눌러 편지를 써서 함께 넣어 드렸지요. 저학년 때에는 엄마 주머니를 털어서, 좀 자란 후에는 아이들이 제 피같은 용돈으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중학교 들어간 후로는 선물 챙기는 일을 전적으로 아이들 몫으로 맡겨 두었더니 챙겨 가기도 하고 더러는 잊어버리기도하고 그러더군요.

 

 

이번에 큰아이가 고른 선물은

 <--이과수 커피입니다.

       두 개 들이를  두 세트나 사더군요. 즉, 네 통!

        고등학교 와선 정신이 없어서
         작년, 재작년 담임 선생님께

         선물을 하나도 못했다고 한통씩 드리겠답니다.

         남는 한 통은 저한테 준다고 해요. 와우~쒼난닷ㅋ

      

 

 

 

작은아이가 고른 선물은

   <--이어령 박사님의 신간서적입니다.

        작년에 우리 교회 해피데이 행사 때,

        작은애가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왔었는데

        선생님께서 하나님을 더 깊이 아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고심 끝에 고른 책이지요.

        해피데이는 새가족 초청 잔치예요.

        이 책은 제가 강력히 추천했는데

 

         실은 제가 너무 너무 보고 싶은 책입니다.

         애석하게 저는 아직도 이 책 못 봤는데

         남한테 선물만 두 번째네요...

         읽어보고 좋았던 책만 선물하는데

         이 책은 예외예요. 안 읽고도 좋으리라 아는!

 

 

          "너희들 밥 해먹이느라 엄마도 수고했는뎅...

          엄마도 이 책 보고 싶당..." 혹시나 또 고물이 떨어질까 기대했지만 

          용돈 바닥나서 안 된다고 얄짤없이 거절하네요.(고물이 너무 컸던 듯...)

 

저는 뭐...괜찮습니다^^ 석 달 기다리면 어버이 날이니까요. 한 해 동안 가르치고 고생하신 선생님께 엄마가 옆구리 찌르지 않아도 이젠 알아서 고마움을 표시할 줄 아니 뿌듯할 뿐입니다. 녀석들이 이젠 제법 시근이 들었나 봅니다. 선물 고른다고 모니터 앞에 머리를 맞댄 모습이 하도 예뻐서 다 큰 놈들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것도 모자라 이 깊은 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에 자랑질하는 저는 못 말리는 팔불출 엄마입니다. 용서해주세요ㅋㅋ20120208ㅅ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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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2-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기특한 아들들이네요,,멋져요,

진주 2012-02-08 00:24   좋아요 0 | URL
죽어라 겜할 땐 밉더니,
헤헷, 오늘은 좀 기특했습니다ㅋ~

차트랑 2012-02-08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어머니께서도 필불출이시니
괜찬습니다요~

진주 2012-02-08 14:16   좋아요 0 | URL
아무렴요,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건 어머니의 특권이죠. 어라? 무슨 소리래? ㅋㅋ

gimssim 2012-02-08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구리 찔러서라도 절을 받고 있는 엄마 여기 있어요.
그것도 나름 교육이라 사료되어서...
저는 끊임없이 아이들에게-그래봐야 집에 없어서 자주 써먹지는 못하지만-엄마는 무엇 좋아한다, 무엇 갖고 싶다, 세뇌를 시킵니다. 호호호.

진주 2012-02-08 14:20   좋아요 0 | URL
중전 님 자제분은 군대에 가 있다고 지나가다 봤어요. 저도 품안에 자식들이 있을 때 많이 누려야겠네요. 크크~
1년에 한 번 제 생일에 발행되는 '아들 사용권'을 올해는 더 알뜰하게 써먹어야 겠어요. ㅋㅋ 아들 사용권이라고 이놈들이 선물해주더군요. 이게 시시한 선물보담 훨 쓰임새가 좋아요 ㅎㅎ

숲노래 2012-02-08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는 선물과 받는 선물 다 좋겠네요 @.@

진주 2012-02-08 14:2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덕망 높으신 분들은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좋다고 하시지만 저는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비슷하게 좋아요^^

icaru 2012-02-08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저도 저렇게 키워얄텐데요~
아이들은 부모님을 보고 배우니, 다 제가 사람될 나름인데 ㅎㅎㅎ

진주 2012-02-08 14:41   좋아요 0 | URL
에...글로 표현하면,,,어쩔 수 없이 각색이 좀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냥 그저 그런가부다 하고 묻히고 말 평평한 사건을 고슴도치 엄마니까 예쁘게 찝어낸 것이죠. 저는 부족한 부모지만 자식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일이 최고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사랑받는 아이는 마음이 둥글둥글 이쁠 테니까요^^

chika 2012-02-0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깊은 밤 자랑하고 싶었던 진주님 마음에 추천요! ㅎ

진주 2012-02-08 14:42   좋아요 0 | URL
어제 오후 늦게 커피 한 잔 했더니, 이게 너무 진했던가봐요. 밤에 잠 못 자서 듁을뻔 해떠욤..ㅋㅋㅋ

북극곰 2012-02-08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 '아들'녀석들이 어쩜 그리 맘이 예쁠까요?
다른 사람에게 감사할 줄 알다 는 게 무척 대견해요. 남의 자식인데도. ㅋㅋㅋㅋ

진주 2012-02-08 14:28   좋아요 0 | URL
아니 이런~ㅎㅎ 우리애들 친이모처럼 녀석이란 표현도 스스럼없이 하시더니 금새 '남의자식'이라니요~그러면 섭해요~ㅎㅎ 곰님 정도면 막내이모가 되시겠어요ㅎㅎ

라로 2012-02-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은 아이들도 잘 키우시고!!^^
저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저는 이어령 선생님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어봤는데,,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읽으려고 찜했는데 올리신 책도 제목이 참 좋네요,,(책 고를 때 제목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1人ㅎㅎㅎㅎ)

진주 2012-02-08 14:42   좋아요 0 | URL
저을때~~~~저는 애 잘 키우는 엄마 아닙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참 좋은 책이지요^^ 빵만으로 살수없다-책 표지도 이쁘지요? 보고싶당정말.

책읽는나무 2012-02-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부모님을 닮아가는군요.^^
저도 선생님들 마지막 선물을 뭘로 해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이과수 커피가 눈에 팍 들어오네요.가격도 저렴하구요.
커피를 잘 드시는 분들이신지? 그게 좀 애매합니다.
성민이 선생님은 연세가 좀 있으신데 1학기때 아이들에게 피자를 쏘시면서 이거 몸에 좋은 쌀로 만든 피자라고 언급하신 것을 보면 먹거리에 신경을 쓰신는분 같아 애매하네요.커피도 가려서 드시려나??
1학년때 선생님께는 케잌을 하나 급하게 사다드렸었는데 뒤늦게 돌아서고보니 좀 성의가 없어보여 이건 좀 아니다 싶어 2학년땐 장문의 감사 문자를 드렸었어요.물론 답을 받지 못했어요,그래서 이것도 돌아서고보니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이렇게 가격 저렴하면서도 마음이 담긴 선물과 함께 책을 한 권씩 넣어드리는게 가장 좋을 듯하네요.^^

훗날 울아들도 중학교 올라가선 혼자서 준비하라고 시켜야겠어요.아이 스스로 준비한다면 선생님들도 함께 기쁘실 것같아요.진주님의 아이들은 스스로~ 울집은 강제로~ㅋ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들이 둘!
대견합니다.^^

진주 2012-02-08 14:49   좋아요 0 | URL
커피를 드시는 분이라면 이과수커피는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블랙으로 마신 게 이 커피거든요. 그전까지 설탕 크림 뺀 쓰디쓴 커피를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이해가 안 됐죠. 어느 날, 이과수 커피 마시니까 쓰다는 느낌보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혀에 확 와닿았어요.

블루데이지 2012-02-0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녀분들을 참 멋지게 키우시네요~~
아니 아이들이 참 멋진 성격을 가졌다는게 맞겠죠?
제 아이들은 언제 이렇게 든든한 아들들로 자라주려는지...ㅋㅋ(아직어려요!)
저도 자랑할수 있는 아이들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글 잘봤습니다..

진주 2012-02-09 09:12   좋아요 0 | URL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고 하대요?ㅋㅋ
아녜요, 제가 이 신성한 아침부터 자화자찬할 수 있나요. 부족하지만 저는 애들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그런 엄마가 되면 좋겠더라구요. 사랑하다보니 자그만 일도 자랑삼아 하게 되네요.헤헵^^

조선인 2012-02-09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그 아들들 참 탐나네요.

진주 2012-02-09 09:31   좋아요 0 | URL
부모라는 나무가 아무리 어두운 땅 속이라도 뿌리깊이 내려 열심히 양분과 물을 끌어올리고, 온종일 뙤약볕을 마다하지 않고 광합성을 하고, 비 바람 눈 어떤 모진 환경이라도 꿋꿋하게 이겨나가면서 키운 열매가 바로 자식이지요. 정성들여 키운 열매는 다 탐나기 마련!
마로 열매, 해람이 열매
지금쯤 모하고 있을깡...^^

비로그인 2012-02-0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안녕하세요 진주님~ 글이 재미나게 쑥쑥 잘 읽히네요~
석 달만 기다리면 어버이날이라는 말씀이 왜 이리 마음에 와닿는지... (다른 입장에서 ^^ㅋ)
고등학교 졸업할 때 친구가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선물해줬는데 여태 안 읽었지 뭐에요.
흠... 이 참에 책장에서 살짝 빼볼까... 고민중...

진주 2012-02-10 10:06   좋아요 0 | URL
아..아직 어리신..아니, 젊으신가봐요?
저도 친구에게 지성에서 영성으로 선물해줬는데 잘 읽고 있으려나 모르겟어요..
제가 지금은 작은애 졸업식에 갔다올게요~갔다와서 또 봐요 ㅎ
 

 

어제는 신나게 윷을 놀았어요.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을 하루 앞당겨 쇤거예요. 윷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허리를 틀며 방바닥을 기다가 두드리다가 꺽꺽 숨이 넘어가고 배꼽 빠지게 얼마나 웃어제꼈는지, 오곡밥에 고사리, 도라지, 부지깽이, 취, 시금치, 다래순, 고구마줄기, 도토라지, 콩나물, 가지, 호박, 버섯 등 무려 열 네 가지나 되는 말린 나물이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무척이나 많지만 새로 자고 난 아침까지도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 있었어요.

 

'모야! 걸이야!'

 

찰지게 외치며 윷판을 벌이는가 하면 한 쪽 머리에선 밥상을 차리느라 분주했어요.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으니 먹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윷 놀 집을 내놓으신 댁에서 음식 장만해 놓으셔서 밥상만 차리는데도 솔찮이 바빴어요. 워낙에 먹일 입도 많고 먹을 나물 가짓수도 많으니까요. 

 

손끝 야무진 안주인 음식 솜씨에 탄복하며 볼이 미어터지게 밥을 다 먹어 갈 즈음 바깥주인께서 과일 접시를 상마다 내놓으시는거예요.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아니 특별한 손님에게 서빙한다는 중후한 총지배인같이 멋있고 품위있는 모습으로 말예요. 대보름달같은 큰 접시 맨 가생이에 사과를 뺑 돌린 후, 감과 딸기를 가운데 소복하게 쌓았더군요. 푸짐하고 싱그럽고 달콤한 과일 접시였어요. 상을 차리던 몇몇은 놀랐지요. 언제 저렇게 준비하셨을까 우리는 과일은 구경도 못했는데 말예요.

 

화장실에 가다가 제가 모르고 서재 문을 열었어요. 방 한 가운데 교자상이 펴져 있고 과일이며 껍질 나부랭이들이 마구 흩어져 있었죠. 치우려다 보니까 실패작 사과 토끼들이 보였어요. 저절로 웃음이 났어요. 밖에선 멋지게 서빙하던 웨이터가 이 방에선 어설픈 솜씨로 과일을 깎으신 것이죠. 한창 윷놀 때 바깥 주인장께서 어쩐지 안 보이신다 싶더니..... 저는 평소에 이 분을 어려워 했어요. 예순을 넘기신 노신사신데 저랑 연배가 맞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과묵하고 중후해서 무섭게 보이거든요. 항상 머릿기름 바르고 단정히 정장 입으신 모습에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같은 것이 느껴져요. 그런 분이 이 썰렁한 방에 앉아(서재엔 불을 넣지 않았더라구요) 사과로 토끼를 만드느라 여간 애를 쓰신 게 아니구나, 크핫~, 한 쪽 귀가 짤려 나간 사과 토끼를 집어 먹으며 혼자 웃었어요. 살점이 그대로 다붙은 두툼한 감 껍질은 또 어쩔거야? 큭큭. 혼자서 딸기는 또 어디서 씻으셨을까요? 주방은 우리가 다 차지하고 있었는데.

 

"나물 다듬고 준비하는데 일거리 많으셨죠?"

 

하면서 안주인께 인사하니까 바깥주인께서 마늘이며 도라지를 까주셨대요. 근엄하신 주인장께서 도라지를 다듬다니 다들 믿기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고개를 주억거렸죠. 그 뿐인가요? 주방 정리도 다 끝나고 모두가 윷놀이 삼매경에 빠져 울부짖을 때 그 분만 홀로 안 보이시더니 부엌 뒷쪽 베란다 항아리 앞에 쪼그려 앉아 계시는 거예요. 뭐하시나 등 너머 까치발 들고 보니 음료수 병에 깔대기 꽂고 오미자와 복분자 잘 익은 것을 조신하게 국자로 퍼서 따르고 계시더라구요.

 

가부장제를 엄격하게 지키시던 우리 아버지께서도 눈물 나는 파와 양파는 반드시 까주셨는데.....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올라와 목젖이 아릿해졌어요. '엄격하다, 무섭다, 근엄하다, 강하다' 따위의 이미지에 가려 있던 다정하고도 때로는 쓸쓸한 아버지의 마음을 말년에야 알았던 것이 안타깝네요. 병원에 계시던 일년 사 개월 동안 저는 평생 못 볼 줄 알았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지요. 아쉬움과 회한의 눈물과 회심한 후 뜨거운 감사의 눈물. 입원하시기 전에 왜 저는 아버지의 약하고 다정하고 눈물 많으신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요. 왜, 내 아버지는 항상 당당하고 강하게 그 자리에 계서야 한다고 믿었을까요. 여섯 딸이 각각 저마다 효도를 하는데 넷째 딸 저더러 '사려가 깊고 마음이 어질어'부모 마음 헤아려 주는 효도를 잘 한다고 하셨는데도 말예요......

 

손님들이 유쾌하게 윷놀이 할 때 혼자 방에 들어와 몇 시간(정말 시간 많이 걸렸을지도 몰라요. 그 서툰 솜씨에 그렇게 많이 깍아내자면) 감 씨앗을 발라내고 딸기 꼭지를 따며 사과 토끼와 씨름했을 그 분 모습을 상상하니 전에 없던 정겨움이 솟아나요. 20120206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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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2-0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풍경이 머리속에 그려져요,,멋진 하루를 보내셨네요,

진주 2012-02-07 08:40   좋아요 0 | URL
서툰 솜씨로 과일 깎는 것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ㅋㅋ

숲노래 2012-02-07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 토끼는 어떤 모양일까요.
<사과란 토끼야>라는 책이 있는데
(시중에는 없는 책입니다만... 장애인 교육 하는 학과에서는
복사해서 교재로 쓰더군요)
그림이 잘 안 그려지더라고요.

아마 다들
가부장제 때문에
아버지도 몹시 힘들었으리라 생각해요

진주 2012-02-07 08:36   좋아요 0 | URL
이궁ㅋ~토끼 모양으로 깍은 사과, 보셨을 텐데..
얼른 사진 하나 업어다 놨어요. 보이시나요?
그런데 저 토끼는 귀가 아주 짧네요.
저것보다 더 길쭉한 귀가 나오도록 모양을 내지요.

우리 아버지 세대 즈음하여
가부장제라는 말이 이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았을까요?
우리집만 해도 '아버지'란 말은 사라지고 아빠만 남았죠.
아빠는 그저 친구같이 재미나게 놀아주는 사람...

숲노래 2012-02-07 09:27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

저런 모양이었군요~

앞으로는 좋은 '살림집' 이야기만
오래오래 남으면 기쁘겠어요~

차트랑 2012-02-0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샐패한 사과토끼를 들켜버리셨으니...
성공보다는 때로 실패한 결과물들이
아름답게 보일 때는 바로 이런 때인가합니다...

그 어르신, 참 멋지십니다..



진주 2012-02-07 12:49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 님도 그 분처럼 멋지신가요?
사과토끼 깎을 준비되셨냐는...ㅋㅋ

책읽는나무 2012-02-0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서재에서 계속 사과토끼를 공들여 깎으셨을 모습이 상상되니 외람되지만 그분이 참 귀엽다라는 느낌마저 듭니다.계속 키득거렸는데 또 님은 그분 모습에서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시니 또 눈물이 맴도네요.ㅠ
에휴~

그래도 행복하셨겠어요.
아버지의 사랑을 사과토끼로 전해받았다 생각하소서~

손님상을 치른다는 것은 저에겐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데
어떻게 11가지의 나물을 준비하셨는지 그야말로 감탄 또 감탄의 연발입니다.
전 죽었다 깨나도 못할 손님상입니다.
난 못하지만 그래도 그나물상을 먹어봤음 하는 욕심이 샘솟는 것은 또 무슨 연유인지?
힘들게 준비하시는 아내분을 위해 곁에서 도라지 다듬어주시고,사과토끼 깎아주시는 남편분이 계시고....참 다정한 모습입니다.^^

진주 2012-02-07 21:5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제가 차마 아버지뻘되는 분께 말하지 못한게 '귀엽다'였어요ㅋㅋ실패작 토끼도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고요ㅋ제가 '아삭!'깨물어줬죠 ㅋㅋ
아..그리고요, 말린나물반찬이 14가지였어요. 집에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나머지 몇 가지는 생각이 안 나서요...ㅋㅋ말라서 거무스럼한게 그게 그것같아서 잘 모르겠더라구요.

방금 밥 먹다가 한 가지 더 생각났어요. 숙주! 숙주 데쳐서 무친 것이요^^

차트랑 2012-02-0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어르신이 하시는 일을 더불어 하는 일은
좋은 일이겠습니다^

사과 토끼 뿐 아니라 사과 공룡이라도 깍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요 ㅠ.ㅠ
이 모두가 진주님 덕분입니다^^

참으로 멋진 어른이십니다.
 

이 달 전기요금이 나왔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집은 144kwh를 썼고 15,900원치에 해당된다.

100kwh까지는 1단계 요금단가 57.30 원이 적용되어 5730원.

나머지 44kwh는 2단계 요금단가 118.40원이 적용되어 5209원.

 

 

1단계 100kwh와 2단계 44kwh의 요금이 거의 같은 액수이다.

1단계에 비해 2단계 단가가 2배가 넘도록 누진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겨울이라 사용량이 부쩍 늘었다. 베란다에 내어놓은 세탁기가 얼지 않도록 전기 코드를 내내 꽂아둔 것 외에도 애들이 방학이라 노트북 두 대를 밤낮으로 끼고 살더니 확연히 많이 나왔다.

 

 

냉장고, 김치냉장고,세탁기,데스크탑1대와 노트북2대, 전등, 텔레비젼.

우리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다. 그 외에도 헤어드라이어며 다리미, 전자렌지, 진공청소기, 블랜더 등 쓰임새 다양한 가전제품이 있다. 우리집 벽 속에는 전기선이 핏줄처럼 깔려 있을 것이다. 무슨 기계가 되었든지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전기는 지체없이 재깍 달려와 가전제품을 순식간에 가동시켜 준다. 참 놀라운 전기, 참 편리한 전기, 참 고마운 전기. 살펴 보면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를 기반에 두고 사는 것 같다. 전기없는 안락한 삶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전기의 힘으로 우리는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을 내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은 한번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싸서 불만인 쪽이다. 전기 없이 한 시도 못 사는데 네 가족이 한 달을 부족함 없이 쓰고도 15,900원밖에 내지 않다니 턱없이 값이 싸다. 핏자 한 판 값도 안 되고 미용실에서 머리 한 번 자르는 돈도 안 된다.

 

 

감히 제안하건데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5배나 10배 정도 더 올리면 어떨까? 전기요금이 한 달에 15만원, 20만원, 30만원 나온다면 누가 전기를 낭비하겠는가. 후덜덜 놀라서 우선 나부터도 정신 바짝 차리고 줄이려 들 것이다. 단돈 천원짜리에 달달 떨며 가계부를 쓰는 주부들은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박하겠지만 우리나라 강토 곳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기를 펑펑 써댄다면 계속해서 22호기 23호기 24호기.....원전들을 지어야 할 것이다. 핵무기 못지 않게 무서운 원전을 많이 갖고 있기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위 안에 든다. 다른 건 몰라도 전기를 만들기 위해 원자력(이 되었건 화력이 되었건)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은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른다는 것만은 확실히 안다. 내 아이, 우리 후손들에게 나중에 무엇을 물려 줄지 걱정 된다. 자원은 현 세대가 깡그리 다 써버리고 장차 아이들에게는 공포덩어리만 넘겨준다면 부모로서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이렇게 말 하면서도 이 달 수도 사용료는 6260원, (공동수도료포함)7톤 가까이 썼다니 부끄럽다. 역시 같은 핑계지만 애들이 방학이라 집에 있으니.....우리집 수도요금의 주범은 세탁기와 시도때도 없이 먹고 싸는 두 녀석이 레버 한번 딸깍 제끼면 10리터도 넘는 물이 단박에 쏟아져 나가는 변기이다.

 

 

오줌을 못 누게 할 순 없으니 아낄만한 것은 제발 좀 아끼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내 마음을 좀처럼 몰라 준다. 어릴 적 내가 엄마를 다 이해하지 못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엄마도 여느 옛어른들처럼 지독히도 물과 전기를 아끼셨다. '전깃불 꺼라, 허드렛 물 모아라....' 엄마는 뭐든 필요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이신데도 유독 전기와 물에 대한 절약 정신은 강박증에 가까울 정도이다. 짜증이 나서 하루는 '그깟 돈 얼마나 나온다고 그래?' 넌더리 난다고 팩 쏘아부쳤더니 엄마는 정색을 하고 말씀하셨다.

 

 

"돈이 아까운게 아니야. 자연을 아끼려고 하는 말이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말씀이었다. 학교에서 또는 공익광고에서 귀가 따갑게 듣고 배워 알던 것과는 다른 가르침이었다. 재활용품을 깔끔하게 분리해서 내고 발품을 팔아가며 근처 아파트까지 가셔서 폐건전지와 폐식용유를 분리수거함에 넣으시는 엄마에겐 전기와 물 절약도 환경을 생각하는 일환이셨다.  '그깟 돈 얼마' 때문이 아닌 환경을 위해 불편함도 감수하시는 엄마가 내 어린 마음에 참으로 우러러 보였다. 나는 그때부터 진심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 싶다. 자원과 환경에 관심이 생기니 절로 생활습관이 바뀌었다. 꼭 필요한 것은 편리하게 이용하되 허투루 낭비하되는 건 없는지 매달 요금표를 보면서 짚어보곤 한다. 20120203ㄱ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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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1. 잊지말자. 우리가 매달 내는 짜잘부리한 '그깟 돈 얼마' 수도요금은 그야말로 수도설비 및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는 재반 수고에 대한 요금이지 절대 물값은 아니다. 물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다. 우리가 다 써버리고 나면 후손들은 돈을 주고 사려고 해도 물이 없을 것이다.

 

 2. 자원 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해 아끼는 것도 아끼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물을 아낄 수 있는 구조가 먼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세식 변기는 혁명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구가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세식 변기로 멀쩡한 물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간다. 보통 가정의 물 소비량의 1/3~1/4이 변기에서 없어지는 물이라고 한다. 일본은 2차용수를 화장실 변기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 소변과 대변에 따라 물양을 다르게 내릴 수 있는 변기가 가정에도 다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극소량의 물만으로 변기를 세척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나오면 더 좋고. 암튼. 우리는 똥오줌을 싸면서도 물을 쓰는 야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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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2-02-0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 번 지당한 말씀이에요. 경각심이 필요해요. 원전 후덜덜이에요. 이렇게 추운 날에는 더더더 두려워져요.

진주 2012-02-04 14:39   좋아요 0 | URL
지난 여름 폭염 때 정전 사태는 무서웠어요.
전기라는 것이 저렇게 바닥날 수도 있는거구나, 불안했지요.
이번 한파에도 전력사용량이 사상최고치를 자꾸 갱신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은 정말이지 전기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나봐요.....ㅠㅠ

울보 2012-02-0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왜 ?우리집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요, 삼만원대,,덜 나올때는 삼만원이 조금 안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거의 삼만원대가 나오구요, 수도요금은 일만원정도,,,겨울은 수도계랑기를 덮어두어서 평균으로 내고 삼월에 겨울동안 사용한 수도요금이랑 온수요금을 한꺼번에 정산을 봐요,,저도 느끼는데 언제나 아끼자 하면서도 종종 허투로 사용하는것 같을때도있어요, 그렇지요 물은 정말 많이 아껴야 할텐데,,,

진주 2012-02-04 17:14   좋아요 0 | URL
울보님, 전기는 관심을 갖고 줄이려고 노력하면 줄여지더라구요. 제가 워낙에 전기와 물 절약에 대해 부르짖으니까ㅋ 주변 사람들도 경각심을 갖고 시도하니까 다들 많이 줄었다고 얘기해요.
28평~34평 아파트, 4인가족 정도면 처음엔 3만원에서 4만원 정도 내더라구요.일단은, 200키로와트 미만으로 쓰도록 노력해보세요.190킬로와트와 210킬로와트는 20킬로와트밖에 차이 안나지만 금액에선 많이 차이가 날거예요~쓰지 않는 코드부터 뽑아 보세요~~^^

차트랑 2012-02-0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해주신 내용들이 모두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5배나 10배 정도 되면 저는
촛불키고 살아야 합니다요ㅠ.ㅠ

담배 1값에 만원 2만원하면 물론 덜 피우겠지만,
삶이 고단하여 담배라도 좀 피우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도 엄청난 고역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는 ㅠ.ㅠ

물론 우리는 모두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진주 2012-02-04 15:13   좋아요 0 | URL
누진제라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모르셔서 그러시는거예요^^
꼭 필요한 만큼은 낮은 단가가 적용되어서 굳이 촛불까지는 안 켜도 될거예요ㅎㅎㅎ 지금도 100킬로와트까지만 쓰면 5천원밖에 안 나오는데 완전 껌값이죠^^
그리고 우리가 지금 전기 물 요금 적게 내면서 원전 같은 수 억, 수 조에 달하는 시설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금의 피를 빨리고 있는지 계산해보세요^^ 전기요금 많이 내는 게 더 싸게 먹혀요^^

숲노래 2012-02-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서도 요강을 쓰면 돼요. 그러면 참말 크게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요, 컴퓨터는 전기를 그닥 먹지 않아요.
컴퓨터 코드는 되게 많지만 부품을 뜯어 보면
전기 먹는 자리는 몇 안 되거든요.

전기는, 그야말로 냉장고가 가장 많이 먹고,
다음이 텔레비전이에요.
그러고 나서 빨래기계.

식구들 여럿이면서 200킬로와트 넘지 않는다면
무척 알뜰히 보살핀 살림이로구나 싶어요.

다른 여느 집은 으레 400이 넘을 테니까요~

진주 2012-02-04 14:55   좋아요 0 | URL
아항! 요강~ㅎㅎ
애들이 어릴 적, 아 그러니까 시골서 살 적에 화장실이 좀 떨어져 있어서 애들은 요강을 썼었죠ㅋㅋ 그땐 정말 물세 적게 내었던 거 같네요. 오래되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한달에 전기 물세 다 합해 6~7000원 밖도 안 냈던 기억이....물론 세월이 10년전 옛날이라 쌌겠지만...
지금, 요강을 쓰기엔... 제가 아직 덜 미쳤나봐요!
더 미치도록 노력할게요 ㅎㅎ 요강! 아...

stella.K 2012-02-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면 1500안팎의 전기료가 나올 수 있을까요?
부럽습니다.
저희는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데 그래도 저희가 전기료, 가스비 안 나오는 축에
속하는 집입니다만 정말 넘 비싸서 가랭이가 찢어질 지경입니다.
저는 집이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백화점 같은데 가면 자사제품 선전하느라 진열대에 하루종일
TV 켜놓고 하는 걸 보면 대기업들 확실히 사람을 기만하는 음모가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에너지를 줄이려는 조금의 노력만 보여도 좋을텐데...

언젠가 TV를 보니까 문자메시지 보내는 것도 공해라고 하더군요.
이것도 좀 줄이는 노력을 해야할텐데, 요즘엔 문자가 대세라 쉽지 않아 보입니다.ㅠ

진주 2012-02-04 15:08   좋아요 0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현란한 대도시, 대기업에서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는 전력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표가 나겠지요. 생산에 꼭 필요한 전력은 경감혜택을 주되 백화점이나 네온싸인 등, 오로지 소비자를 꼬시는데 혈안이 된 전기사용에는 중과세를 적용하여 왕창 먹이는 겁니다..ㅎㅎ

대기업의 절약이 더 효용이 있을지라도 주택같은 개미군단의 전력사용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기 물에 대한 의식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모두가 전기와물 사용량을 줄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너무 싸니까 흔지만지 써버리니까요.

우리 애들도 '우리 한 집 아낀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데, 저는 그렇든지 말든지 제가 할 도리는 다 해야한다고 우깁니다ㅎㅎ 남 잘못 운운하기 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부터 실천하려는 것이지요^^

차트랑 2012-02-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날카로운 지적에
정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지적의 각도이 이처럼 예리하시니
어디 불만을 품을 수가 있어야지요!!
스텔라님 말씀들어서 손해볼거 하나 없다니깐요~~

주인도 아닌데...댓글다는 오지랍~
주인장님 용서하십시요~ ㅠ.ㅠ

진주 2012-02-04 15:10   좋아요 0 | URL
이거 왜 이러십니까 차트랑공님, 우리는 그런 오지랖 허용하는 사이인걸 잊으셨나요? ㅎㅎ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2-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겨울엔 냉장고를 안 씁니다.그러니 전기요금이 많이 절약되더군요.

진주 2012-02-05 21:47   좋아요 0 | URL
호곡! 어떻게 냉장고를 안 쓰고 살 수 있어요? 아웅~신기@@ 저는 냉장고를 보면 예전엔 이런 거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며 늘 고마워해요. 노이에자이트 님은 현재에 살면서도 냉장고를 안 쓰시는 군요...음..저는...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먹는 데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냉장고 김치냉장고 아주 긴요한 물건이죠. 그나저나 방가방가^^

노이에자이트 2012-02-06 17:12   좋아요 0 | URL
겨울엔 냉장고보다 바깥온도가 더 내려가요.아파트도 베란다 쪽은 온도가 꽤 내려간답니다.

제게도 놀러오세요.

진주 2012-02-07 12:56   좋아요 0 | URL
안 간 건 아닌데...앞으론 댓글도 종종 달도록 할게요^^;

차트랑 2012-02-0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주인장어른~^^

2012-02-04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0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2-02-0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말씀해주신 덕분에 찾아 읽었습니다.
많은 가전제품을 사용하시면서 비교적 전기요금은 적게 나오는 편이세요.
저희는 가전제품이 그것보다 적은데도 금액차이는 별로 안나네요.
(저희가 대략 2~3천원 적게 나오네요.)

글을 쓰신 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이와 같은 실천이 정말 고맙습니다만,
솔직히 각 개인이 조금씩 아껴쓰는 것은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부와 해당관계자의 거짓 캠페인 탓이죠.
가장 큰 문제는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전기와 물입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싼 편이라고들 하는데,
가정용요금보다 산업용요금은 정마 말도 안되게 싸답니다.
수도요금 역시 마찬가지이구요.

저는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와 물은 더 비싸고,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가정용 전기와 물은 더 싸야 한다고 말이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제도개선과 함께 진주님과 같이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고맙습니다!

진주 2012-02-09 17:48   좋아요 0 | URL
위에 댓글에서도 스텔라님을 비롯해 제도적인 개선에 대해 이야기 했었답니다^^
당연히 그런 덩치 큰 문제들이 속히 개선되어야 함에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거에요.
제가 페이퍼 쓸 때,긴 시간 들여 쓸 여건과 체력이 안 되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죠.
만약에 이 글을 어디 기고하거나 다시 쓸 일이 있으면 원시적인 안목으로 님이 짚어주는 그런 부분을 반드시 다루어야 겠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제 중심 생각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자."

예요. 정부가 어떻고, 기업이 어떻고,,,,하기에 앞서
각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야한다는 것이죠.
저같은 개인은 환경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관련 책도 읽고, 생활 속에서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고, 서명운동도 하고....
실천도 하지 않고 목소리만 내는 것은 힘이 없다고 생각해요^^
찾아 주셔서 제가 더 고맙지요^^

 

  이 즈음이면 나는 봄이 몹시 그립다. 겨울이 지겹다. 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면서도 겨울이 깊을대로 깊어 봄으로 넘어가려는 이 시점은 묘한 울렁거림으로 마음이 달뜨는 계절이기도 하다. 새 봄을 맞는 설레임과 불안함에 흥분된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여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버릇이 생긴 게 십 여년은 된 것 같다. 며칠 전 그때 듣던 음악이 생각나 빗장 잠근 문집을 열어보니 꼭 이맘때 쓴 일기같은 것이 보였다. 9년 전. 도시로 돌아오기 직전에 쓴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어렸을 적에 우리는 읍 소재지 시골로 들어가 한 2년을 살았더랬다. 2년간의 시골살이를 접으며 마지막으로 쓴 글인가 보다. 그 후론 짐 싸고 이사하느라 그랬는지 흔적이 없다.

 

  음악에 대해 덧붙이자면,

  이 날 앙드레 가뇽의 음악을 들었다고 해서 올리지만 실제로 이 시기엔 바흐 음악에 매료되었었다. 지금이야 가뇽같은 뉴에이지는 아예 듣지 않고 음악도 잊고 살지만 그때는 깨어있는 대부분 시간은 위대한 바흐의 바다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좋아했던 곡은 다음에 올리기로 하며.20120202ㅁㅂㅊㅁ.

 

 


저는 지금 조용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할일이야 찾아서 한다면 얼마든지 있겠지만 오늘은 그냥 이대로 쉬고 싶습니다. 아침내내 치운 흔적이 보이는 깨끗이 정돈된 집 안. 내 손때로 반질반질한 가재도구들이 올망졸망 정겹게 어깨를 기대고 섰습니다. 묵직한 겨울 커텐 사이로 다소 누그러진 햇빛이 살림살이를 따사롭게 비추고 있습니다. 방안에 불을 켜지 않으니 낮이지만 책방에는 적당한 어둠이 깃들어 표정이 풍부해집니다. 역광으로 드러나는 커텐의 실루엣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차 맛을 아는 친구가 오면 함께 마시던 쟈스민 차가 문득 생각나 혼자지만 물을 끓이며 다기를 꺼냅니다. 좋아하는 음악씨디를 찾아 꽂습니다. 조용한 날들.... 머지않아 조용했던 이 날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겠지요. 서너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 차향이 남실거리고 가뇽의 감미로움이 빼곡히 들어앉습니다. 내 몸을 익숙하게 받아 안아주는 푹신한 의자에 온 몸을 푹 파묻고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아도 햇살 비껴드는 창문 갈색 커텐 너머에는 봄이면 보라색 제비꽃이 자잘하게 피어나는 흙마당과 그 옆으로는 상추며 파, 얼가리배추, 깻잎, 풋고추를 서툰 솜씨로 키워내던 한 뼘 텃밭이 보일 듯 합니다. 그 너머에는 도서관이 있고, 은갈치처럼 반짝이는 교회 종탑이 우뚝 서있고 골목 따라 나가면 이름만으로도 애틋한 우체국이 있고.... 우체국,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싯구절을 읊조리며 지나 다니던 우체국, 편지를 쓰는 대신 '뚜 뚜 뚜...'안타까운 신호음만 듣고 내려놓곤 하던 공중 전화기가 우체국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언제쯤이면 나도 시인의 그 마음이 될까, 20년의 세월을 두고 곰삭힌 영도와 청마의 사랑을 짐작해보기도 했지요. 요즘은 우체국 문 앞에 무슨 화분이 나와 있는지 한참을 못 본 것 같군요. 여름이면 사루비아가, 가을이면 소국이 소담스럽게 피었었는데.....

 

훌쩍 뛰어 넘어 마을을 돌아 나가면 논둑 밭둑이 고불거리며 나있고 실개천이 돌돌돌 흘러내리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쯤 얼음이 얼다 녹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나고 있을테지요. 초겨울녘까지 발목이 시도록 걷던 산책길, 유연하게 구부러진 길모퉁이와 길 가의 잡풀과 돌멩이들 하나하나가 다 외워지는 풍경입니다. 먼지를 덮어쓴 길가 미루나무가 목 빼고 발걸음이 뜸한 나를 기다릴런지요. 이제 익숙했던 이 모든 것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조용하며 온유한 이 작은 시골 마을을 저는 눈 감고 마음 속에 찬찬히 새깁니다. 이 마을에서 보냈던 평온했던 지난 날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려는 조용한 날입니다.2003년 2월.고령살이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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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2-02-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트랑공님이 시킨대로 해서 음악을 올렸다 >O<
그런데 이거 글 수정이 잘 안 된다~노트북을 팰 수도 없고...
오타 혹은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봐주세요^^
(그나저나 음악 제대로 실행됩니까?)

icaru 2012-02-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는 것 같아요 ㅎ
인생의 어느 한 시기 읍단위의 지방 마을로 들어가 산다거나, 어느 한 시기에만 위대한 바흐의 음악 푹 빠져 지내는 일 ^^
안드레가뇽도 아주 고즈넉하고요~
저는 왜 안드레가뇽 들으면, 심은하부터 생각날까요?
근데, 그 답을 알아요~ ㅎ 이 곡도 있는 안드레가뇽의 앨범 (짙은 회색 자켓이었던 것 같은데, )을 배경음악으로 심은하가 화장품 광고를 했었더랬어요~ 와 십수년도 더 전 얘기네요

진주 2012-02-02 23:24   좋아요 0 | URL
엇..제가 가진 것도 회색인데 monologue앨범이예요.
그럼 심양의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깔렸겠네요?
언뜻,심양의 화장품 광고에 엔야의 노래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이까루님은 기억력도 좋으셔라!

차트랑 2012-02-0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틀 후면 입춘입니다.
드디어 봄이 왔다는 것인데요...
우리들에게 봄인 것 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무슨 봄??
하시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추위에 봄을 느끼기에는 자연과 좀
멀리 살아왔다고나 할가요...

그러나 자연은 봄을 데려왔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 그 태가 벌써 다릅니다.
지난 가을부터 움추리고 동작을 정시시켰던 때 와는
다른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곧 싹을 튀울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입춘입니다.

아,
그 봄이 없었던 들 과거의 우리 조상들은
무슨 희망으로 이 추운 겨울을 견뎠을까요..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불안해 했을까..
봄은 꼭 온다고 생각하며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음악 고맙습니다~

진주 2012-02-02 23:27   좋아요 0 | URL
추위를 엄청스럽게 타는 저는 벌써부터 입춘을 찾아 동그라미 쳐놨지요^^
입춘이 코앞인걸 알면 덜 춥게 느껴지거든요^^
우리집 천리향도 꽃눈이 통통해지고 발그스럼해졌네요.
55년만의 한파에도 봄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나봐요~

숲노래 2012-02-0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랑 이태 동안 시골에서 지내셨군요. 더 지내셨어도 좋았을 텐데,
다음에 또 가실 수 있겠지요~~

진주 2012-02-03 17:21   좋아요 0 | URL
네, 우리는 더 있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했지요.
도시로 쫒겨 나온 셈..^^
나중에 애들이 독립하고 나면 우리 부부는 산골로 들어가자고 벼루고 있어요.
물 좋은 산청과 따스한 남해섬을 생각하고 있어요^^
 

 

난 이 결혼 반대야.

혹시라도 당신, 주례 맡을 생각 추호도 하지 마~

 

가령 누군가가 혼기가 넘도록 혼자 살고 있다면 주변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당사자도 혼인이란게 마치 반드시 치뤄야만 하는 통과의례인양 안달이다. 그뿐인가, 결혼한 후로 한참 세월이 지나도 태기가 없으면 온갖 좋다는 보약 다 해 먹으면서(혹은 해 먹이면서) 잉태하(시키)려고 애 쓴다. 혼자 살아도 행복을 가꿀 줄 알고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기쁘게 살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혼인해서도 행복하게 살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몇년전에, 나이가 계란 한 판 넘겼다고 한숨 쉬던 ㄱ양. 주변에서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까지 청첩장을 보내오니 남몰래 조바심이 들었던가 보다. 그 사실을 나는 눈치 채지 못 하였다. 내 눈엔 그녀가  결혼은 관심도 없어 보였고, 철밥통 직장에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워낙 똑똑하고 당차서 결혼 따위 안 해도 얼마든지 행복한 제 삶을 꾸려나갈 빵실한 계획을 갖고 쭉쭉 뻗어나가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내게 멋진 총각으로부터 참한 아가씨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엮어주고 싶은, 딱 떠오르는 아가씨가 있었다. 말 그대로 선남선녀. 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런데 ㄱ양이 불 같이 화를 내며 반대하였다. 그 아가씨의 단점을 시시콜콜 들추면서 나중에 오히려 내가 낭패 볼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어이 없었다. 남편 제자들 가운데 가장 선배인 자신을 제쳐두고 후배를 먼저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그러는가 혼자 짜맞쳐 보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었다. 그 일 후에 ㄱ양은 나한테 서먹하게 대했다.

 

사실 ㄱ양한테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본인과 부모님 정도만 아는 비밀을 우연찮게 내가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암으로 자궁을 적출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얼마나 힘겹게 투병 했을지 또 한참 예민한 시기에 마음의 상채기가 얼마나 깊었을지 짐작만 하여도 애틋하였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그것을 잃고 마음의 짐이 무거웠을 텐데 꿋꿋하게 잘 이겨내어 강하고 활달하니 대견해 보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는 내 생각은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해서 결혼까지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기는 가슴으로 낳는 방법도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끼리 밤마다 각자의 집으로 헤어져 들어가는게 못 견디게 괴로울 때 비로소 하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족하다. 그런 내 사고방식을 잘 아는 ㄱ양이이니 그 멋진 총각을 자신에게 소개시켜 주지 않은 이유를 오해하진 않았을 것이다.

 

작년 느지막한 가을에 ㄱ양 전화가 왔다. 오랫만이라 반가운데 더 반가운 소식까지 전했다. 청혼을 받았다는 것이다. 엄훠~ 증말? 와우! 잘 됐다~축하한다, 이제 날만 잡으면 되겠네, 양가 인사는 했어? 나혼자 신나서 속사포 질문을 퍼붓다가 수화기 저쪽 너머가 심상찮게 조용하다는 것을 감지하였다.

 

저......제가.....과연....

자격이 될까요.....

 

자격? 

넌 사랑하지 않니?

 

사랑...해요....

 

ㄱ양이 주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말했다. "사랑은 두려움이 없는거야." 상대방의 어떠한 약점도 꺼려지지 않고 나의 어떠한 부족한 모습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 사랑이다. 두 사람이 벌거 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 하는 것이 창조주가 설정하신 부부의 신비한 이치이다. 사랑한다면 용기를 내길. 그것이 또한 부부가 되기로 한 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새끼 발가락의 티눈까지 족족 고백할 필요야 없겠지만 부부가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데 조금이라도 망서려지는 것이라면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다음 소식이 궁금했지만 ㄱ양은 묵묵부답인 채로 해를 넘겼다. 설 직전에 남편 사무실로 ㄱ양이 대뜸 남자를 대동하고 들어서더란다. 청혼한 그 이인줄 대번에 알겠더라고 남편이 말했다. 셋이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왠지 ㄱ양이 전처럼 편하지가 않아서 남편은 ㄱ양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고 했다. ㄱ양은 (내ㅋ)남편을 평소에 너무나(!) 따라서 정말이지 허물없이 지낸다. '설에 양가 어른들께 인사 갈 것이고~' 따위의 앞으로 진행될 희망찬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굴에서 그늘이 지워지지 않아 남편은, "집사람이 네 소식 많이 궁금해 하던데?"라고 말을 돌렸단다. 

 

표정이 굳어지고 긴장하는 표가 역력했다고. 남편은 아무래도 ㄱ양이 그 사실까진 말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그 집안의 외아들이고, 고령의 할머니가 증손자 보고 가겠다고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는 대목에서 ㄱ양의 반응까지 덧붙이며 남편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 남자를 어지간히 사랑하나봐.

고백하면 행여 놓치기라도 할까봐 말을 못하는 거지.

 

아니, 그러니까 진정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지.

그런 고백에 흔들릴 사랑이라면 말야.

또 도망갈까봐 말 못하는 것도 욕심.....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나는 말끝이 흐려졌다. 그렇다. 우린 누구도 사랑에 대해 장담하지 못한다.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사랑은 참 쉽다. 진정한 사랑은 고통을 뚫고 나오지만 머리가 아프거나 복잡지 않다. 사랑은 좋은 것, 사랑은 선한 것. 어떤 장벽도 두려워하지 않는 진실한 것. 설사 내 방식과 다를지라도 부디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사랑의 방식을 발견하고 진짜배기 사랑을 이루어 가길 바란다.

 

그러나 나는 반대한다. 남편이 이 혼인에 주례를 서는 것은.

아직까지는, 아직까지는 나는 이들의 혼인에 대해 온전한 마음으로 축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혼인에 이르기까지 사랑이 여물기까지 그들은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리라 싶다. 20120128ㅌ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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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인에 앞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또렷하게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두려움이 없더라도
아름다움이 꽃피우는 사랑이 되기는 어려우리라 느껴요.

진주 2012-01-29 21:38   좋아요 0 | URL
된장님 말씀대로라면 그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르죠.ㄱ양의 상황을 모르는 서른 중반 그 남자는 이제사 똑똑하고 예쁜 짝을 찾았으니 한시바삐 혼인해서 남들처럼 예쁜 아기 낳아 할머니 품에 안겨 드리며 온 가족이 하하호호 웃음꽃 피우며 사는 그림..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그런 난관도 뛰어넘을만큼 강하다면 혼인하는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알려야 겠지요.

만약 남자가 아기를 도저히 포기하지 못한다면 혼인은 이루어지기 어렵겠지요. ㄱ양이 두려워하는 부분이죠. 그렇다고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혼인한다면 후폭풍은 더 무섭게 몰아칠 것이며 잃고 싶지 않아 숨기는 것도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두 사람이 진실된 마음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을 함께 그리면 좋겠네요.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요...

숲노래 2012-01-2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마음 살뜰히 드러내고 스스럼없이 나누는 하루하루가 될 수 있기를...
그분들뿐 아니라 모두들 착하고 맑게 생각을 주고받는 나날이 되기를 빌어요... ㅠ.ㅜ

차트랑 2012-01-3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철이 없을 때,
인생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를 때
그럴 때 하지 않으면 '나 이 결혼 못~해~!!' (개콘버전입니다 ㅠ)

되돌아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리 겁도없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 했던가?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죠ㅋ
그러나 그렇게라도 결혼을 하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요^

그리고...
저 역시, 알려야 할 사실은 꼭~!!! 알리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나중에 실망하면 안되잖아요 ㅠ.ㅠ

진주 2012-02-01 16:03   좋아요 0 | URL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하잖아요?
옛날의 저는 어차피 하는 후회라면 '하고 보자'쪽이었는데
요즘은 반대예요. 안 하고 그럭저럭 자기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면
하지 않는게 더 좋을 듯 싶어요..
이 생각이 이제사 드니 이것도 철드는 것과 상관있는 문젤까요? ㅋ

프레이야 2012-01-3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대문 사진 뭐에요??
궁금궁금 진주님 뒷모습인거죠? 너무 아름답잖아요. 머릿결하며 머리모양하며
가녀린 등판하며.. 어서 말해봐요 어서.ㅎㅎ

책읽는나무 2012-02-0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요
뒷태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라로 2012-02-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뀌신 모습 보고 얼렁 달려왔어요!!!
아가씨 같아요!!!
우리가 비슷한 또래라도 알고 있는데 이렇게 예뻐도 되는 겁니까????ㅎㅎㅎ

진주 2012-02-0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ㅎㅎㅎ
ㅎㄱ님, 나무님, 나비였던 츄츄님!
그게 그리 궁금하셨쎄여? ㅋㅋㅋ아궁 못 살어~
한 때 저도 머리모양만 소녀시대인적이 있었지요^^
지금은 전에 있던 그 사진의 머리모양 기억나시죠?
다듬지 않아 맘대로 풀풀 날리는 단발머리ㅋㅋ

저 외진 곳에 조용하게 살다가 갑자기 관심 받으니 너무 쑥스러워
에이~사진 바꿉니다. 이미지 한 번 바꾸기가 힘들지 두번 세번은 쉽네요...이긍...
아..저 사진은 저을때 울 남편 손 아닙니다.
제 손도 더더욱 아니구여. 그냥 아뭐 상관없는 사람들 손입니다.
아..저것도 또 물으실래나? 아예 진주 목거리나 진주 조개 사진 올릴까요? ㅋㅋ

글 하나 올리러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네요~^^;

북극곰 2012-02-02 09: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나가지 마시고, 담에 글 올려주세요.

진주 2012-02-02 13:22   좋아요 0 | URL
사진 때문에 집적거리다보니 시간이 없어서요..ㅎㅎ
오늘 올렸습니다^^

차트랑 2012-02-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이 제대로 드시는 겁니다요 ㅠ.ㅠ

진주 2012-02-02 13:23   좋아요 0 | URL
음악 들으세요~ㅎㅎ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은 다음에 또 시도해볼게요^^

차트랑 2012-02-0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듣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