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로 돌돌 싸서 서늘한 뒷베란다에 두었던 배추 한 포기를 꺼낸다.

신문지를 벗기니 바싹 말라 부서러지는 겉잎을 조심스레 벗겨낸다.

그 다음엔 먹을만한 시든 잎이 나온다. 이렇게 삐들빼들한 잎은

된장 풀고 시원한 우거지국을 끓이기 마치 맞으니 따로 골라둔다.

아파트 살림하면서 시래기 만들기란 힘든데 아쉬운데로 시래기 대용으로

써도 괜찮다. 한번은 데쳐서 쭉쭉 찢은 것을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서

감자탕 끓일 때 무청시래기 대신 넣었더니 맛있었다.

 

 

 

시래깃국 끓여 먹기에도 좀 많다 싶으면 배추전을 부쳐 먹어도 된다.

서울 사람들은 배추전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 그걸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냐고 신기해하지만 나는 부추전이나 파전보다 배추전이 더 좋다.

배추 이파리 줄기 퉁퉁 부분을 마늘 찧듯이 칼자루 뒷통수로 툭툭툭 두드려

소금을 슬쩍 뿌렸다가 부침개로 부치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지난 설 때 만두 만들고 남았던 만두소가 생각나 냉동실을 뒤져 찾아낸다.

데친 배춧잎에 만두소를 소복하게 떠놓고 동그랗게 또르륵 싼 다음

납작한 전골냄비에 동그랗게 예쁘게 앉힌 다음 육수를 부어 끓이기만 하면

궁중요리 부럽지 않은 만두배춧잎전골-내맘대로 지어붙인 이름이지만-이 된다.

 

 

 

데친 배춧잎을 가늘게 찢어서 된장 조금에 참기름 넣고 무쳐도 맛있다.

 

 

 

배추가 저장성이 얼마나 좋은지 지금까지도 그 속잎은 탱탱하다.

노오란 속잎은 등겨장이나 쌈장에 그냥 찍어먹어도 맛있다.

달고 고소하고 싱싱하다.

겨울철엔 상추같은 잎채소 값이 무서운데 배추 속잎은 우리집에선 그저다.

 

 

 

내일 아침엔 새파란 미나리와 배춧잎 종종 썰어서 겉절이 해먹어야 겠다.

싱그러운 맛이 그리워지는 겨울 끄트머리에 식초 한 방울 넣고 새콤 매콤하게

양념해서 밥에 비벼 먹을까?

 

 

 

 

지난 겨울 배추 농사가 풍년이라 배추가 흔지만지 널렸었다.

아는 분이 친환경 농법으로 정성들여 키웠는데 배춧값이 너무 하락하니 

울상이었다. 안타까워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도 해주고, 나 역시 김장 서른 포기만

하면 될 걸 열 포기를 더 주문했었는데, 이 분이 또 열 댓 포기를 운개로 더 주셨다.

덕분에 넉넉하게 김장해서 몇 군데 나눠 주면서 모처럼 인심썼다.

그러고도 남은 건 이렇게 뒷베란다에 보관하면서 겨우내내 한 포기씩 꺼내 먹고 있는 중이다.

한 포기 꺼내면 머리를 짜내어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그야말로

구워 먹고 지져먹고 볶아 먹고 난리를 치지만 늘 배추 한 포기는 너무 푸짐하다.

20120225ㅌ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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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2-2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추는 날로 먹어도 참 맛있어요.

진주 2012-03-03 12:08   좋아요 0 | URL
녜~겨울에 배추만한 채소 드물죠.
쌈장에 찍어 먹으면 달근하면서도 고소한 맛, 맛있어요^^

책읽는나무 2012-02-2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원하옵건대 요리코너 페이퍼를 따로 만드시어 저같은 중생들 좀 구원해주시옵소서~

실은 작년가을께 친정부모님께 배추를 몇 포기 신문지에 싸서 몇 포기 받았더랬는데 말입니다.
이걸 어찌 활용하는지를 몰라 매번 장에 찍어먹기만 하고 그냥 처박아놓고 있거든요.
님의 페이퍼를 보니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많은 가르침을 받네요.^^

배추전! 그것에 확 꽂혔어요.배추전이 밑에 지방에서만 먹는 것인가요?
몇 년전 식당에서 배추전 처음 보고 신기했었는데 먹어보니 나름 맛있더라구요.그래서 배추전 나오면 즐겨먹었는데 왜 한 번도 직접 해먹어볼 생각을 못했죠? 부추전이랑 김치전은 해먹는데...

암튼...요리에 별취미가 없고,특기도 없어 매번 밥상 차리는 것이 고역이에요.나름 신경써서 차려줘도 맛이 없다라고 그러구요.아깐 닭다리 사가지고 온 것 통닭처럼 튀겨 줬는데 셋 다 반응이 제각각이었어요.
애들이 기름진 것을 그닥 즐기지 않아서인지? 막내는 튀김이 맛없다고 살만 먹고,지윤이는 반대로 살보다도 튀김이 맛있다고 그러고...(튀김이 거의 다 타서 쓴맛이 나더라구요.ㅠ)
요리의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합니다.


진주 2012-03-03 12:13   좋아요 0 | URL
어휴~나무님께서 저를 너무 잘 봐주시는거예요 ㅋㅋ
소위 솥뚜껑 운전경력 20년이라 대충 해먹고 사는 거지요, 요리 페이퍼까지 만들 수준은 못 됩니다. 그리고...뭣보다 요리 페이퍼는 사진이 필수지요. 제가 요즘 포토리뷰도 귀찮아서 못 올리는데ㅎㅎ 한때 우리 열라 사진 찍어 리뷰도 쓰고 페이퍼도 쓰고 그랬지요? 저는 지금 우리집 디카가 어디 쑤셔 박혔는지도 잘 몰라요. 워낙 옛날 것이라 사진 화질도 떨어져서 요즘 핸드폰으로 찍은 것보다 못하니까요 ㅋㅋ 사진 찍고 컴에 올리고..이런 작업들이 어디 성의 없이 되는 일인가요..이제 저도 좀 늙었나봐요. 그런게 재미가 없어요 ㅠㅠ

북극곰 2012-02-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진주님의 먹거리 페이퍼에는 입에 군침이 그득.
몇 번 투닥투닥하면 금세 맛난 요리가 되는군요!
주말에 몸살이 났었는데 밥순이가 아프니 집에 먹을것도 없고 참 고역이었습니다.

진주 2012-03-03 12:15   좋아요 0 | URL
아이구 저런, 몸살같은건 무조건 맛있는거 잔뜩 먹고 푹 자고 나면 낫는건데..
아플 때 누가 밥 좀 해주면 정말 좋겠죠. 가뜩이나 입맛 없는데 음식 해먹을 엄두가 안 나죠...이젠 다 나았나요?

2012-02-27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03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소설가 박태원의

결혼식 방명록에 쓰인 당대 문인들의 친필 축하 메시지를 보았어요.

 

 

 

이상의 친필                                                                         사진 출처: 연합신문

 

 

 

結婚(결혼)() 慢畵(만화)에 틀님업고/

慢畵實演(실연)에 틀님업다/

慢畵實演(만화실연)眞摯味(진지미)/

또다시 慢畵輪廻(윤회)한다.”

 

 

 

 

저, 낯익은 길쭉한 얼굴은 4차원세계, 이상이지요. 그런데 방명록에 ' 李箱이 아닌 以上으로, 만화(漫畵)’만화(慢畵)’라고 의도적 오기를 했다고 해요. 이런 의도적 오타는 그가 자주 써먹던 방법이죠. 절친한 친구가 장가 드는데 결혼은 만화다, 라고 쓰다니 장난꾸러기! 신혼의 단꿈에 젖은 이태원이 방명록 펼쳐보고 좀 놀랐겠죠? 마치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 제목이 주는 충격처럼요. 그런데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표현보다는 "결혼은 만화다"라는 표현은 말 자체가 충격이라는 점은 같지만 격은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혼인을 만화에 비유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예요. 만화같은 혼인, 혼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네요.

 

 

 

 

 

정지용의 친필                                                                사진 출처: 연합신문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의 정지용이 쓴 축사는 글씨체도 정겨워요.

갓 글자를 배운 아이들이 쓴 글씨처럼 반듯반듯한 모양,

꽃 피였으니 열매 열고 뿌리는 다시 깊히!

이상의 축사에 비하면 모범생 답안 같은 반듯한 내용이지요.

 

 

 

 

 

이태준의 친필과 삽화                                                        사진 출처: 연합신문

 

 

 

 

문장론』과 『문장강화』를 쓴 상허 이태준은 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표현을 했군요.

1+1=1

결혼에 관하여 명확한 설명이죠. 결혼이란 남자 한 사람과 여자 한 사람이 만나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된다는 걸 누가 모르겠냐마는, 살아보면 그게 그렇게 만만한 건 절대 아니지요.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기 때문이죠. 각기 다른 별에서 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저렇게 간단히 적으니 참,,,,,,뭐라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지네 만드네요.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몸을 이룰찌로다 아담과 그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 아니하니라" (창 2:24~25)라는 성경 구절도 생각나고요.

저건 무슨 과일일까요? 제 눈엔 복숭아 같아 보이는데....무슨 과일이 되었건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과일처럼 탐스럽고 단맛나는 삶을 산다, 제 맘대로 해석해 봅니다.

 

 

 

 

그 외에도 조벽암은

 

 "결혼생활은 이밥(쌀밥) 갓소(같소). 맛은 없어도 일생을 질기는(즐기는) 것이오니"

 

 

라고 방명록에 썼는데 제 마음에 쏙 드네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한 끼만 거르면 허기지는 밥같은 배우자가 되길 원해요.

방명록 대신 축의금 봉투에 "祝 結婚" 만 덩그렇게 써놓고(아예 글귀가 인쇄된 봉투도 있다) 오 만원 넣을까 십 만원 넣을까를 고민하기도 바쁜 오늘 날 우리네 혼인풍습과 사뭇 비교가 되어 옮겨 봅니다. 20120223.ㅁㅂㅊㅁ.

 

 

 

 

 

 

 

 

 

 

 

            소설가 박태원

            박태원

 

 

 

 

 

 

 

 

 

 

 

 

  

                                  정지용

 

 

 

 

 

 

 

     

      이태준 이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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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2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주신 페이퍼를 보니
옛스러움이 그리워집니다.

한 때 시인 정지용님을
'정 똥글라미 용' 이라고 표현하던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깊습니다.
시절이 바뀌어
이제는 정지용이라는 이름을 부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주 2012-02-25 19:34   좋아요 0 | URL
제 서재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지용 원본시집이 걸려 있었어요.
옛날 같았으면 큰일날 일이죠. 불온서적 읽는다고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 갔을라나? ㅎㅎ

숲노래 2012-02-2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스타시아>라는 책을 읽다 보면
6권째에 아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섯 살짜리 아이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버지한테
"왜 1+1=2라고 하지요?" 하고 물어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 나를 낳았으니
"1+1=3"이 되고 4나 5도 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진주 2012-02-25 19:36   좋아요 0 | URL
그러면...된장 님 댁은 셈이 어떻게 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1+1=? ㅎㅎㅎㅎㅎ

LAYLA 2012-02-2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멋진 페이퍼네요.감동입니다.

진주 2012-02-25 19:40   좋아요 0 | URL
layla님께서 감동하셨다니 저 페이퍼 만든 보람 있네요.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책읽는나무 2012-02-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인이어서 멋지게 남길 수 있는 방명록!
그것을 귀히 간직한 또 한 명의 문인!
또 멋지게 읽히는 하나의 페이퍼!
추천안할 수가 없네요.^^

결혼은 만화라는 말이 실로 새삼스럽게 들리네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결론도 어쩜 만화의 한 장면에서 따왔을지도 모르겠고,
이해되어지지 않는 결혼생활들이 만화이기 때문이라고 여긴다면 분명 이해되어지는 열쇠가 될 것도 같구요.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구문이에요.
그래서 이상은 천재였었나봐요.^^
그럼 우린 만화의 주연배우들인가요?ㅋㅋ

진주 2012-02-25 19:41   좋아요 0 | URL
ㅋㅋ그러게요, 이 만화의 주인공은 우리가 되네요~ㅎㅎ
각자 주연역활 잘 해서 집집마다 아름답고도 재밌는 만화 한편씩 만들어 봅시닷!ㅋㅋ

stella.K 2012-02-24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가 저 만화가 무슨 차인지 결혼을 안한 저로선 모르겠군요.
가르쳐주시와요, 진주님!ㅋ
이 페이퍼 좋으네요.^^

진주 2012-02-25 19:42   좋아요 0 | URL
사실..살아봐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랍니다ㅋㅋㅋ
혼인은 이것저것 다 알고나선 절대 못하는거라는 것만 확실히 알죠.
철없을 때 모르니까 천지를 구분 못하고 하는거죠^^

水巖 2012-03-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에 청계천 문화관에서 <청계천에서 만난 사람, 구보 박태원> 이란 전시가 있었는데 본 기억이 나는군요. 옛날 발행했던 책들, 결혼사진도 있고 방명록도 있고 박태원선생 서가도 있었고 마침 가던 날 박태원 선생 둘째 아드님도 만나 사진도 찍어주고 했었는데 구보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이었던것 같군요.

진주 2012-02-25 19:44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수암님께서 서울'특별시'가 주는 다양한 문화를 맘껏 누리며 사시는군요^^
부러워요. 부지런히 좋은 구경 다니시고 우리한테 이야기 해주세요~^^
 

 

 

실은, 재미있어도 다시는 못 할 거라고 했던 심즈마을 놀이를 다시 하게 되었다. 테트리스와 겔라그 이후로 처음으로 짜릿한 재미를 맛 봐서 손이 근질근질한 차에 애들이 "엄마, 심즈마을 하실래요?"하면서 꼬시는 거다. 이럴 땐 못 이기는 척하면서 "뭐,심심한데 그래볼까?"하면서 아닥모드로 후딱 덤벼들어야 한다.

 

 

꼬불꼬불 어렵사리 로그인해서 들어가보니 심 마을 '나'의 집은 평화로웠다. 나는 부지런히 청소하고 텃밭을 가꾸는가 하면 밤낮으로 글쓰기 실력을 연마하며 지난 번에 청탁받은 드라마 대본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20대로 급 회춘한 옆지기도 성실히 살고 있었다. 아무 기술이 없어서 커피 판매원으로 적은 돈을 받지만 꼬박꼬박 제 시간에 출근했다간 칼퇴근해서는 가정을 돌보았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곤 달걀 삶기와 라면 끓이기밖에 못하는 현실의 옆지기한테 한이 맺혀서 심 옆지기에겐 요리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요리책을 읽게 하고 요리 전담시키기 ㅋㅋ

 

 

 

슈 이야기-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귀엽게 생겼지만 멍청한 강아지 슈는 여전히 말썽 부렸다. 걸핏하면 개 벼룩이 생기고, 언제 또 가구를 씹을지 몰라 개껌을 비롯한 애완견 장난감 상자를 사줘야 했다. 우리는 신혼부부로 가진 돈도 적고 돈 버는 기술도 낮아서 무쟈게 아끼고 살아야 하는데.

 

 

나 : 강아지 따위에게 돈을 써야 한다니~

 

아들들 : 엄마는 역시 동물을 안 좋아하나봐요.....애완견한테 쓰는 돈이 아깝다니.......에휴....."

 

 

아이들 말이 맞긴 맞았다. 실제로 개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놀이하면서도 잘 안아주지도 않고 놀아주지도 않았더니 결국 슈가 사라져 버렸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실종된다고 한다. 그것은 충격이었고 아이들은 나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그러게..나도..이렇게까지 될 줄은 모..몰랐지...어버버. 희안하지, 원래 개도 안 좋아하는데다 멍청한 슈가 걸리적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으니까 마음 한 귀탱이가 쒱~하니 찬바람이 불었다. 큰놈이 마우스를 뺏아가더니(이때부터 엄마한테 이 집을 다 맡기기엔 불안하다고 두 아들 녀석이 감 놔라 배 놔라-끼어들었다) '동물보호소'를 뒤졌다. 거기에 우리 슈가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셋은 동시에 '야호'를 외쳤다. 그러나 재입양은 거절 당하고 말았다. 동물 보살펴주는 능력이 모자라서 안 된다니, 허걱이다. 슈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길냥이에게 음식도 주고 지나가는 개도 쓰다듬어 주는 노력도 불사했건만 끝내 슈는 데려오지 못했다. 겨우 입양할 능력이 되었을 땐, 다른 사람이 이미 슈를 입양해 가버리고 없었기 때문.  아흑~. '나'와 '옆지기'도 한동안은 계속 슈를 생각하며 울부짖었다. 그들의 울부짖음과 우리 아이들의 타박을 들으며 동물을 사랑을 대하지 못한 걸 오늘만큼 후회한 적이 없었다.

 

 

 

 

부부 이야기-친해지기

 

 

 

작은 집이지만 집도 예쁘고 정원도 딸렸고 날씬하고 젊은 두 부부는 바지런히 살고 있지만 무언가가 허전하다는 걸 우리 셋은 동시에 느꼈다.

 

아들들 : 삶이 너무 무미건조해요!

 

인간의 기본 욕구-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자야하고, 씻어야 하고, 싸야하는-그것만 해내는 것도 벅찬데 가난뱅이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내 의사가 크게 반영되어 눈만 뜨면 돈 버는 부부였다. 여기서 예상치 않게 나와 큰 아이는 의견 차이가 났다.

 

 

나 : 좀 재미없긴 하지만 잔고가 바닥이니까 지금은 열심히 종자돈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큰아들 : 행복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내일만 중요한게 아니라 오늘도 중요하다구요~

 

 

지금껏 나는 내 말대로 살아왔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는데.....듣고 보니 가상세계에서는 아들 말대로 현재를 즐긴다고 해서 나쁠 건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폭신한 쇼파와 바보상자 TV도 들여 놓았다. 일 하는 시간을 줄이는가 하면 집이 어느 정도 지지분해도 눈 감아두고  "씨리얼"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게 하여 요리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 부부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냈다. 손 잡기, 데이트하기, 꽃 선물하기, 즐겁게 해주기, 이야기 나누기 등등. 그랬더니 두 사람 행복지수는 높아지고 친밀도도 급격히 좋아졌다. 그전엔 두 사람 싸이클이 달라서 각자 따로 자고 따로 놀았다. 심지어 밥을 같은 시간에 먹게 되었는데도 한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먹고 한 사람은 식탁에서 먹는 걸 보고 헉겁을 떼었는데-알고보니 둘이 친밀감이 없어서 모래처럼 서걱거렸던 것이다.

 

 

"옆지기"가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엔 둘을 수영장으로 데이트하게 보냈다. 물에서 맘껏 놀라고 두고 우리 셋은 귤을 까먹었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다가 모니터를 보니, 헐, 이것들이 알몸으로 수영을 하는게 아닌가!  물론 알몸에 자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으니 놀라진 마시라. 심(이 놀이에서 사람을 '심'이라고 부른다-참 일찍도 설명한다ㅋ)에게 다음 행동을 지시하지 않으면 본능대로 움직인다고 한다. 아니, 그럼 홀딱 벗는게 본능이라구? 그래 맞긴 맞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물이 얼마나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는지 촉감을 기억할 것이다. 한겹 수영복마저 다 벗어던지면 더 자유롭겠지. 

 

 

그런데, 어쩌다가 "아기갖기 위해 노력하기"라는 주문이 떴다. 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부부니까 그런가보다. 게임이라면 안 해봐도 '척 보면 압니다'라는 아들 녀석들도 그건 몰랐다. 슈도 없어 가뜩이나 적적하고 어차피 아이들과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조선인님 표현에 의하면 '철학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되니까 가상세계에서도 아기가 생기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과정에서 혹시나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면 어쩔까하는 걱정 조금,  '아, 내가 지금 뭔 걱정이야? 얘네들이 아는 성지식이 나보다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부모와 함께 하는 건전한 성교육도 필요해.'하며 어거지로 안심하기가 반. 그러나 이 놀이가 '15세 이상 이용가'이므로 민망할 일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 70년대 영화처럼 둘이서 이불 폭 덮어쓰고 위에 하트표시 뿅뿅~^^*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무려 3시간만에 놀이를 접었다.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아직 며칠 남았으니 이야기가 더 펼쳐질 것이다(서재에 더 올린다는 말은 아니다.그건 모른다). 나중에라도 애들이 시간이 나면 간간이 함께 놀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이런 형식으로 나누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다음 이야기는 아기가 태어나서 정신없을 두 부부 이야기가 될 건 안 봐도 비디오. 20120219ㅇ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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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축제 때 사회자가 무척 웃겼노라고 어제 페이퍼에서 잠시 말했었다.요즘은 학교 행사에도 전문 사회자를 초빙하는데 어제 그 사회자가 지금까지 본 사회자 중에서 가장 입담이 좋았고 재치가 넘쳤다. 실컷 웃었는데 막상 기억하려니까 뭐 때문에 웃었는지는 생각 안 남.까먹지 않은 한 가지,

 

 

재학생 아홉 명이 나와 소녀시대 컨셉으로 춤을 추었는데

아이돌처럼 뭔 학생들이 춤을 그렇게나 추는지 놀랐더니 댄스 동아리 애들란다.

쟤들은 밥 먹고 춤만 추나봐- 할 정도로 눈 돌아가게 잘 췄다.

브아걸의 노래(아는 체 하고 싶어도 제목 모른다)와 춤(채찍춤?)은 정말이지

가인이 직접 와서 뛰는 것처럼 닮은꼴 90%이었다

(싱크로율이란 말 쓰려다가 된장 님께 교화받는 중이라ㅋㅋ).

애들이 지치지도 않는지 대 여섯 곡을 연속 소화해 내니 강당은 후끈 달아올랐다.

휘파람 소리, 함성 소리, 박수 소리...로 가득한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와우! 저 깜짝 놀랐어요!

          진짜 소녀시대가 여기 온 줄 알았어요!

          소시랑 구분 안 되게 정말 잘 하죠?"

 

하며 사회자는 댄스실력을 거품물고 칭찬했다.

퇴장하는 댄스 동아리 아이들에게 다가가 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하는 사회자.

 

 

         "멋졌어요! 써니님, 그리고 제시카님,

 

          효연님,

 

          효연님,

 

          효연님,

 

          효연님,

 

          효연님,

 

          효연님,

 

          또 효연님.

 

 

호빗족 소녀시대만 온 것도 모자라 죄다 효연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주가 울면서 웃었던 대목이라는.. 대략 난감...ㅡ.ㅡ;;;;;;20120216ㅁ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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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2-02-1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은 제가 아는 선에서는 원더걸스의 노바디 가 가장 인기랍니다.
중국 마트에 가보면 원더걸스이 노바디나 소녀시대의 제목 모르는 뭔 노래가 흘러나오곤 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한국 노래가 뭔지 아세요?
작년에 중국 운남성 샹그릴라를 여행할때 3000 고지를 넘나드는 버스에서 들었던 미나의 "전화받어"랍니다.
어떻게 소수민족이 가득한 그 버스안에서 "전화받어'가 흘러나왔는지 지금도 미스테리합니다.

진주 2012-02-16 15:01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는 가수와 노래를 중국 소수민족이 안다는게 신기하네요^^
잉크님 정말 반가워요^^ 생각보다 중국에 오래 계시네요...

숲노래 2012-02-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ㅡ, '싱크로'라는 말이 '닮은꼴'을 가리키는군요!
제대로 배웠어요~~~

(딴 소리 댓글이군요 @.@)

진주 2012-02-16 15:00   좋아요 0 | URL
영어 쓰면 은근히 찔려요^^

노이에자이트 2012-02-1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연도 단신돌 쪽에 속하죠...

브아걸이 채찍 들고 추는 춤은 아브라카다브라 같습니다.

진주 2012-02-16 15:07   좋아요 0 | URL
아뇨, 그건 팔짱끼고 엉덩이 살랑춤이고
채찍은 근래의 춤이예요ㅋㅋㅋㅋ
앜..이거 알려줄 사람 없나? ㅎㅎㅎㅎㅎ

차트랑 2012-02-1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니~ 정말 귀여워요~ ㅠ.ㅠ

진주 2012-02-19 17:45   좋아요 0 | URL
예전엔 정말 귀엽단 느낌들었는데 요즘 보니까..
일본 등 해외 활동이 힘든지 요즘 보니까 애가 폭삭 삭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2-02-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효연이 가장 춤을 잘 추던데~ 정말 춤 잘추는 학생들인가보네요.
축제 때 생각을 더듬어보면... 생각이 잘 안 나네요. 몇 년 안 됐는데도 -.-;;
앉아서 박수 열심히 친 기억하고 재미 없어서 교실로 들어와 책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진주 2012-02-19 17:45   좋아요 0 | URL
춤은 잘 춰도 인기는 없는거 아시죠? ㅋㅋㅋ
애들말로는 효연이라고 하는 게 욕이라고 하더군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2-02-1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노래, 식스센스입니다.

진주 2012-02-19 17:46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래도 저는 잘 모르는 노래지만 말입니다^^;

프레이야 2012-02-18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된장님께 교화 받는 중이란 말에 빵 터져요.
진주님~~~~ 조용한 토욜 저녁이에요.

진주 2012-02-19 17:47   좋아요 0 | URL
영어나 외국어 쓰는 거 엄청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러고보면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쓰는 말 속에 외국어가 얼마나 많이 침투해있는지....ㅡ.ㅡ
(저는 너무너무 바쁜 토욜 보냈어요 ㅋㅋ 요즘 며칠 바빴네요^^)
 

 

살다보니 감수성이 어지간히 메말랐는지 짜달스럽게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러고보니 소리내어 웃은 건 지난 보름 윷 놀 때, 펑펑 울었던 건 작년 이맘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릴 때. 일 년에 한 두번은 나도 소리내어 웃고 눈물 콧물 짜며 우는구나. 지난 주 작은 아이 중학교 졸업할 때도 마음이 짠하면서 콧마루가 시큰거리긴 했지만 눈물은 억누르니까 흔적도 없이 말라버렸다.

 

 

 

오늘은 큰아이 졸업하는 날.

학생들이 펼치는 졸업축제(요즘은 졸업식이 아니고 축제다)가 부디 오래 끌지 않기를 바라며 강당 의자에 앉을 때만 해도 나는 차분하다 못해 시니컬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눈물샘 자극하는 회고 영상도 아니고  고3 담임 선생님들이 '사랑으로'를 중창으로 부를 때도 아닌 '2009년 3월 입학식' 사진이 영상으로 스쳐 지나갈 때였다. 매서운 꽃샘 추위에 바짝 얼어붙은 부동자세로 운동장에 운집한 신입생을 전체 샷으로 찍은, 우리 애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도 없는 그런 사진 한 장에 내 왼쪽 눈이 반응하였다. 내 왼쪽 눈은 어쩌자고 고장난 수도마냥 눈물을 줄줄 흘려대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왼쪽 눈만 잘 운다. 손수건으로 눌러 닦아도 연신 흘러나오는 맑은 물. 혹시라도 지금 나를 누군가가 본다면 제발 오른쪽 얼굴만 좀 봐 다오. 눈물은 한번 시동걸리더니 입담 좋은 전문 사회자가 웃기는 말을 해도 아랑곳없이 솟았다. 이런 낭패가 있나. 웃기니까 반사적으로 웃음도 터져나오는데 눈물도 동시에 그러고 있으니.

 

 

 

생각하면

가여운 나의 피붙이.

 

 

 

무대에선 재학생들이 소녀시대 군무를 얼추 비슷하게 소화해내고 보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졸업 축하'라는 현수막이 아니라면 콘서트 왔다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참 잘 노는 아이들.  애석하게도 내 눈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내 마음은 십이 년 전인가, 큰 애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로 훌쩍 거슬러 갔다.

 

 

 

참새같이 유약한 내 아들아

할머니가 사주신 옷을 입고, 이모가 사준 가방을 메고,

또 누군가가 사준 새 신을 신고

참 어젓하게도 운동장에 서 있었지.

앞으로 공부의 짐이 얼마나 무거울지는 모르고

머루같이 새카만 눈동자가 반짝거렸지.

 

 

 

유치원 때는 하루 등원하면 이틀을 쉬어야 할 만큼 큰아이는 몸이 약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결단을 내리고 여름방학 때부터 아이와 등산을 시작했다. 아침밥만 먹으면 산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닷새는 일곱 살과 네살 짜리 어린이가 오르기엔 에베레스트만큼 높은 높이 670m에 달하는 산을 올랐다. 점점 체력이 좋아지는 걸 보고 2학기때는 유치원을 아예 관뒀다. 이듬해 입학식 전까지 눈이 와서 미끄럽거나 아주 추운 날 빼곤 등산했다. 그 덕에 몸이 많이 좋아져서 초등학교 생활은 결석이 없었다. 우리집 아이들의 최고 목표는 개근상 받는 것이다. 그래서 큰 애도 초·중·고 12년간 내리 개근하였고, 작은애도 지금까지 개근이다. 장하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나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지'라는 대세를 깨고 아들은 고심 끝에 이 지방의 학교를 택했다. 나는 '그냥 서울이 싫어'였지만 아들은 "따져보니 이곳이 더 실속있어요. 국립대니까 등록금 싸고, 이공 대학에선 빵빵하게 실력있는 학교니까 진로도 밝을 것이며, 생활비 교통비 절약도 되고, 열심히 하면 장학금도 받을 승산도 크고..."하면서 숱한 고민의 시간을 뛰어넘은 맑은 얼굴로 말했다. 막연하나마 아빠 곁을 지켜드리고 싶다는 이유는 말 하지 않아도 엄마는 안다. 나는 그저 - 네가 잘 생각해보고 잘 택해라, 사람이 뜻을 세우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학자금대출 같은 것도 있고 하니까. 그리고 엄마는 최선을 다해 너를 도울게-하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었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고심했을지....달포동안 나와 옆지기도 머리 뽀개지게 생각에 생각을 또 하였지만 어디 당사자만큼이랴. 진학할 학교 결정은 생애 처음으로 녀석이 나보다 더 고민 많이 한 사건이다. 이제 성인이니까 앞으론 더 많은 일들을 네 힘으로 결정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겠지......

 

 

 

2.7kg!

깃털처럼 가볍고

만지면 부서질 듯

연약하디 연약했던 내 아들아

배냇저고리에 쌓여

내 품에 처음 안기던 그날을

잊혀지지 않는단다.

내가 엄마가 되던 그날.

 

 

 

되돌아보면 내가 지금껏 해낸 일 중에 가장 멋있던 일이 "엄마 되기"이다. 엄마가 되면서 나는 비로소 사람이 해야 할 도리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철부지였고  내 한 몸밖에 모르는 뼛속깊이 이기적인 한 마디로 덜된 인간이었다. 아이를 낳아 수고롭게 키우면서 비로소 나의 강퍅한 아집은 무너지고 세상 사람들이 새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은 두 부류로 보였다. 자식을 낳아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키우는 부모 한 부류와 그 부모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랑을 받고 자라는 자식 한 부류. 사랑은 희생이 동반됨을 어렴풋이 알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이 보드라워지고 살아가는 이치를 조금씩 깨우치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웠듯이 아이들 때문에 내 마음 그릇도 조금씩 커져갔다.

 

 

 

아들아

나의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20120215ㅅ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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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졸업하면서 두 아이 다 표창장 받은 것 고맙다. 반듯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그리고,,,,,

     졸업 때 둘 다 장학금, 

     큰 애 입학 장학금 받아줘서

     넘 고맙더라^^;

     고맙다..앞으로도 계속 좀 받아줘-라고 하면 엄마 낯이 너무 두꺼운거지...걍, 부담없이 열심히 해..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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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2-15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녀분들을 잘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많이 부럽군요~

자식 농사 잘 짖는 것이
그렇지 못하고 돈을 아주 많이버는 일 보다 훨씬 좋은 일이랍니다^^

진주 2012-02-15 21:51   좋아요 0 | URL
되돌아 보면, 잘 해준 것보다 못 해준게 더 많고,,,미안한 것 뿐이랍니다.
어긋나지 않게 자라줘서 고맙죠..

반딧불,, 2012-02-1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가슴이 넘 찡했습니다.
이쁜 아가들입니다. 잘 될거예요^^

진주 2012-02-15 22:12   좋아요 0 | URL
이쁜 아가~^^;;
그래요, 수염이 나서 면도하고 있어도 우리한텐 이쁜 아기죠^^

울보 2012-02-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정말 멋진 아드님들을 두셨네요,
엄마의 그 잔잔한 마음이 전해지네요,
졸업입학 축하해요,

진주 2012-02-16 11:21   좋아요 0 | URL
류, 4학년으로 진급한 것도 축하해요^^
몇 반이래요?

Forgettable. 2012-02-1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면서 호기심만 이는 철부지지만 그래도 엄마가 된다면 진주님같은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 늘 해왔습니다^^
축하합니다!

진주 2012-02-16 11:23   좋아요 0 | URL
으..전 현명한 엄마는 못 되는걸요...
요즘 엄마의 조건은 능력과 정보력이 뛰어나야 한다는데 저는 구석기시대 맘인걸요ㅋㅋ
forettable 님, 고마워요^^

숲노래 2012-02-16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는 더 아름다운 열매를 얻으리라 생각해요~

진주 2012-02-16 11:24   좋아요 0 | URL
열매!
참 좋은 말이죠. 듣기만 해도 흐뭇한~
언젠가 제 일기에 우리 아이들을 '열매'라고 표현한 적 있어요.

조선인 2012-02-1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려요. 착실하게 커가는 아들 둘,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진주 2012-02-16 11:28   좋아요 0 | URL
남들 눈에는 그저 평범한 아이들이겠지만 저는 하루도 눈 떼지 않고 정성을 쏟아 키운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죠 ㅋㅋ누구라도 그럴거예요. 자기 자식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귀하기 마련.
그런데 마로와 해람이는 제 자식도 아니면서 무쟈게 사랑스럽게 보이네요. 알라딘의 보물단지^^

icaru 2012-02-1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제가 다 눈물이 핑 돌려고 해요~ 이런 심금을 건드리는 글 정말이지!! 에잉,
저도, 아이들 데리고 산을 다녀야 할까, 하는 작은 결심을 하게 되네요~

진주 2012-02-16 11:28   좋아요 0 | URL
그럼 먼저 직장부터 관둬야 할 텐데요? ^^

icaru 2012-02-16 16:38   좋아요 0 | URL
냐하~ 이런요!! ㅎㅎㅎ
근데, 산 말씀하시는 거에 정말 확 땡기더라고요~
여의치 않으면 산행주말반으로다가 ㅋ

stella.K 2012-02-1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큰애가 고등학교 졸업이란 말입니까?
더구나 장학금꺼정?
오, 축하합니다. 저도 저런 아들내미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요.ㅎㅎ
키우시느라 수고 많이하셨네요. 잘 키우셨습니다.^^

진주 2012-02-16 12:30   좋아요 0 | URL
앗..그것 비밀..이예염..ㅋㅋㅋ

세월 빠르죠. 음..그리고 3년 전에, 울 애가 중학교 졸업할 때 스텔라님이 달아주셨던 코멘트 생각나네요ㅎㅎ

stella.K 2012-02-16 13:51   좋아요 0 | URL
헉? 제가 뭐라고 달았죠?
설마 실수한 거 아니죠?ㅋㅋㅋㅋㅋ

진주 2012-02-16 15:03   좋아요 0 | URL
유승호도 오늘 졸업한다고 했는데-

이런 비슷한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때 유승호가 누구냐고 또 댓글달고, 그러니까 집으로에 나온 애라고 갈촤 주셨죠 ^^

stella.K 2012-02-17 11: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그랬단 말입니까?
갑자기 옛 추억을 들촤내주시니 그도 새롭네요.ㅋㅋㅋ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2-02-20 00:3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럼 올해도 유승호랑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겠군요.
ㅎㅎㅎㅎ

두 분의 대화가 넘 귀여워 살짝 끼어들었사와요.^^

진주 2012-02-20 11:44   좋아요 0 | URL
저, 유승호 안 좋아해욧!! ㅋㅋ
우리 아들요, 작년 고삼시절에 교복 엉덩이가 헤어지도록 공부했어요. 우리애뿐만 아니고 애 친구들도 찢어진 교복 엉덩이 부분을 재봉틀로 박아서 입고 다니더군요. 유승호요..얘도 나름 힘들었겠지만...암튼...날로 대학가는 거 같아 살짝 얄미워요. 이건 고3 엄마들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일거예요..

stella.K 2012-02-20 18:16   좋아요 0 | URL
엇, 유승호 대학 안 간다고 했는데
또 바꿧대요? 여행 가고 싶다고 했는데.
대학 안가나, 여행 가고 싶다나 진주님 안 좋아하는 건
똑같겠습니다.ㅋㅋ
그래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 안할 바에 안 가는 게 나요.
아이유 안 가는 거 보면 오히려 신통하다 싶더군요.ㅋ

책읽는나무 2012-02-20 17:05   좋아요 0 | URL
오늘 유승호군 귀가 많이 간지럽겠어요.
대학 안가고,여행을 가겠다는 말도 웃기네요.ㅋㅋ
대학 안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겠다고 했음 진주님이 그런대로 봐주실만도 했을텐데..ㅋㅋ

갑자기 님의 댓글 읽으니 작년 이맘때 다른 고3 학생의 말이 생각나요.물론 고3 엄마가 대신 열변을 하셨지만요.지금은 그학생이 대구의 국립대에 들어가 공부하고 있는데요.작년에 그학생이 학교 합격해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들이 시골 학교에서 공부해서 좋았겠다고 농어촌 특혜로 쉽게 대학 갈 수 있어 좋겠다고 빈정거리는 소릴 듣고 기분이 팍 상했나보더라구요.걔말로는 시골이라고 학생들이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느냐고 고3이면 당연히 피터지게 공부하는거 다 똑같다고..자신의 각고의 노력이 친구들에게 빈정거림의 대상이 도어 엄청 열받아..열변을 토했는데 걔가 제후배입니다.ㅎㅎㅎ
이말이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고3 수험생을 두신 학부모님들 정말 존경스럽사와요.
저 지난 겨울방학때 시누이 조카 수발(?) 들다가 과로로 쓰러질뻔했어요.ㅠ
그때 뼈저리게 수험생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느꼈죠.ㅋ

stella.K 2012-02-20 18:22   좋아요 0 | URL
ㅋㅋ 유승호도 지 안티가 있다는 것 알고 그쯤이야 할지도 몰라요.
와,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네요.ㅠ
그런데 책나무님 곧 또 하셔야 하지 않나요?
세월 금방이라.ㅠ

진주 2012-02-23 15:23   좋아요 0 | URL
ㅋㅋㅋ갑자기 유승호가 가여워질라고 그러네 ㅋㅋㅋㅋ
승호야 미안해^^

프레이야 2012-02-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둘 장학금까지 ~~~~ 부러버라~~~~
애지중지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요~~~ 토닥토닥^^

진주 2012-02-19 17:48   좋아요 0 | URL
에이~다같이 애 키우는 처지에..그럼 함께 토닥토닥^^

책읽는나무 2012-02-2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시겠어요.
아드님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리옵니다.
전 올해 졸업한 자식들이 분명 없는데,
둥이들 유치원 여섯 살 수료식 참석을 해야했거든요.왜냐면 병설은 마치고 나면 무조건 부모가 인솔해가야하잖아요.
그러니까 애들 집에 데려가려면 왠만하면 졸업식을 같이 참석하는 분위기에요.
헌데 둥이들은 졸업식을 자기들이 졸업하는 것 마냥 일주일도 되기 훨씬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세기 시작해서 심신이 무척 괴로웠어요.ㅠ
작년에도 그러더니만....이거 내리 삼 년을 내내 졸업시키는 기분이에요.
내년에는 저도 님처럼 진짜로 울 수 있을까요?
첫 애가 아니어서 아마도 뭐~~ 눈물까지야.ㅋ
근데 성민이때는 비록 유치원이었지만 살째기 눈물이 좀 맺히긴 하더라구요.
첫애는 그렇게 좀 남다른 것같아요.
고등학교 졸업식이었으니 정말 뭉클하셨겠어요.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네요.^^

진주 2012-02-20 11: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누가 유치원 졸업시키는데 운답니까? ㅎㅎㅎㅎㅎ
유초중 졸업 땐 한방울도 안 흘렸다구요 ㅋㅋㅋ

책읽는나무 2012-02-20 16:54   좋아요 0 | URL
유치원은 우는 거 아니었나요???
아잉~ 부끄러워라.^^;;
울진 않고,맺힐뻔 했었어요.쿨럭~

mong 2014-01-1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진주님 생각이 나서 글 하나 읽고 가는데 이 글 참 좋아요. 추운 겨울 무탈하게 보내고 계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