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10월 30일 목요일

넬슨 내 사랑.

편지 한 통을 부치고 나면 그 즉시 저는 너무나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 또 한 통을 쓰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항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데 그건 아마도 사랑이 말해질 수 없기 때문인가 봐요.

<시몬 드 보부아르, 연애 편지 중에서>

***

오늘은, 연애 편지 한 통 써야겠다.

일주일 내내 머리를 쥐어짜는 작업을 했더니 잠을 푹 잔다.

그건 좋은데... 알람소리가 들리지 않아 남편도 (그이도 매일 일하느라 늦게 귀가하지만) 나도

매일 늦게 일어난다. 이번주에 벌써 남편은 세 번이나 늦게 출근했다.

아.................... 나는 내조에는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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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쥐어짜는 작업이 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 받아놓고 사흘째 이러고 있다오.^^

플레져 2004-09-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우리 열심히 일 해 보아요 ^^
 

부부간의 증오...... 그게 어떤 건지 알아요? 그건 아주 특별한 종류의 증오에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죠. 난 부부사이에서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오히려 더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에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따위가 아니에요. 가장 끔찍한 건, 그런 살해욕을 느끼고 나서 또 금세 새로 구입할 자동차의 색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다투고, 함께 잠을 자고, 뭐 먹고 싶냐고 묻고 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일관성 없는 생각과 행동, 그건 정말 못 참겠어요. 정말 끔찍해요.

<도리스 되리, 꿀 >

***

자크 프레베르의 말 마따나 우리는 온 세월을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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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people are free to do as they please, they usually imitate each other.
사람들 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해놓고, 놔두고 보면,
서로들 서로를 흉내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ric Hoffer (1902-1983)

Almost all absurdity of conduct arises from the imitation of those whom we cannot reaemble.
우리들 행동의 부조리함은 거의가 다 우리가 흉내내서는 안 될 것-그게 사람이든 뭐든-을
흉내내려고 하는데서 기인한다. Samuel Johnson (1709-1784)

2000년 8월 [생활의 발견] 트리트먼트 서문에 붙인 홍상수 감독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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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3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는 생활의 발견이 그렇게 웃기고 좋습디다.
저 메모는 씨네21에도 언제 소개된 것이군요.
재밌어요.^^

stella.K 2004-08-3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한 메모네요. 퍼가요.^^

플레져 2004-08-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로드무비님~ ^^
스텔라님, 여전히 고우시군요~!
 

"내가 사랑하는 것은 이 돌로 포석된 도시도 강연회도 박물관도 아니고, 여기서 움직이는 이 살아 있는 인간의 숲, 어떠한 폭풍우보다도 더 맹렬한 열정이 그 속을 후벼파는 인간의 숲이다. 밤의 아르쥘루즈의 소나무의 신음소리도 그것이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기에 감동적이었다."

<프랑수와 모리악, 떼레즈 데께루>

***

내일, 나는 나를 확인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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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28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오늘 아닌가요? 암튼 뭐하러 가시는데요?

밀키웨이 2004-08-28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떼레즈...그 책을 읽으면 저도 저를 확인하러 용감하게 떠날 수 있는건가요?

mira95 2004-08-2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아찾기 여행인가요?
 

시간이 갈라진다. 유년의 빈 공백은 어디서 다시 찾을 것인가? 어두운 공간에 갇힌 일그러진 태양은? 허공에서 전복된 길은 어디서 되찾을 것인가? 계절들은 의미를 잃었다. 내일, 어제, 그런 단어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재가 있을 뿐. 어떤 때는 눈이 온다. 또다른 때는 비가 온다. 그리고나서 해가 나고, 바람이 분다. 이 모든 것은 현재이다. 그것은 과거가 아니었고, 미래가 아닐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다. 항상, 모든 것이 동시에, 왜냐하면 사물들은 내 안에서 살고 있지 시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서는, 모든 것이 현재이다.

<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121쪽>

***

아아... 내일이면 또 잊혀지고 말,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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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2004-08-2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내 것도 역시.

  나는 기계 앞에 앉아서 부품들을 집어넣고 페달을 밟기만 하면 된다.

  그 거대한 시계공장 건물은 계곡을 굽어보는 위치에 있었다.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나처럼 시내에서 오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시내에 사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버스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그 공장에서는 부품만 만든다. 시계의 초벌 형태만 만들어서 다른 공장에 납품한다. 우리는 아무도 완성된 시계를 만들지 못한다.

  내가 하는 일은 십 년 전부터 변함없이 똑같은 조각에 똑같은 구멍을 뚫는 것이다. 우리의 작업은 대개가 비슷하다. 기계 안에 한 가지 부품을 넣고 페달을 밟아서 구멍을 뚫는 일이다.

  이 일을 해서 우리는 먹을 것과 잠잘 곳을 마련하고, 특히 다음날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번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48쪽.

제가 한때 많이 좋아했던(사실은 지금도 그럴 거예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책에 대해 쓰셨길래 몇 자 남기고 가요. 차갑고 우울한 것 같지만, 생에 대한 통찰력이 상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곧 주말이네요. 좋은 계획 많이 세우시기를요.. ^^..


플레져 2004-08-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최...한 번 읽어서는 안되는 글이에요. 또 펼칩니다.
브리즈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