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만나자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詩  정호승



이른 한밤중을 연출하고 있는 우리집.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거실로 나왔다가 눈이 오는 걸 알았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시 한편 올립니다.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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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5-12-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설인데요..
플레져님, hi!

실비 2005-12-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새벽에도 낼까지 많이 올것 같아요.
너무 많이와 폭설까지;;;

Laika 2005-12-0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아직 눈 내려요....

플레져 2005-12-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실비님.
첫눈의 기준에서 이 폭설은 첫눈이기도 한 거지요?
그럴랍니다. 첫눈이라고 할랍니다. 흐흐....

플레져 2005-12-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멈추면 말 좀 해주세요, 라이카님~
스노우맨 만들게...^^

Laika 2005-12-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저 좀 일찍 자고 싶은데, 계속 창가를 지키고 있어야 하나요? ㅠ.ㅠ

▶◀소굼 2005-12-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오지도 않아요!좀 보내주세요 플레져님~

깍두기 2005-12-0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눈 와요, 눈.....
절 만나고 싶으시죠?^^=3=3=3

플레져 2005-12-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안돼요. 한 시간만 더 계세요. 일찍 자면 살쪄요.
소굼님, 라이카님이 곧 배달하실 예정입니다. 어느 동네 편의점으로 갈까요? ^^

플레져 2005-12-0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시간 되시면 꼭 만나주세요! 돌다방에서~ ^^

물만두 2005-12-03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와요???

하루(春) 2005-12-0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사진 찍으려고 나갔다 왔는데 장난 아니게 멋지더군요. 사진은 영 아니게 나와서 포기하고 있어요. 또 나가려니 귀찮아서... 그냥 나가서 벤치(?)에 앉아서 눈 구경하고 싶어요.

숨은아이 2005-12-0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럼 바위다방에서... =3=3=3
(그림이 참 예쁘네요.)

플레져 2005-12-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눈 마이 와요~ 펄펄~
하루님, 눈이 내려서 그런가 추워요. 옷 따숩게 입으세요 ^^
숨은아이님, 돌다방 옆 그 바위다방 말씀이시죠? 네네~!!

그로밋 2005-12-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를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은 없지만, 아직도 첫눈이 오면 가슴이 두군거려요.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아서요. 근데, 울신랑은 첫눈이 와도 전화도 안 해주네요. 늙어서 그런가 -_-;;;

플레져 2005-12-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신랑은..소복소복 자고 있어요. 첫눈이 오는 줄도 모르고. 올해의 첫눈을 꿈나라 여행때문에 맞이하지도 못하고 있군요. 그로밋님 낭군님도 혹시...그런 거 아닐까요? ^^ 첫눈, 축하해요, 그로밋님.

Laika 2005-12-0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직도 눈이 와요....하얗게 쌓였어요...

mong 2005-12-0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야밤에 눈 온다고 신난 몽~
ㅋㅋㅋㅋ

플레져 2005-12-03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정말 많이 오시네요. 첫 방에 이렇게 크게 쏘시다니~ ^^
몽님, 루돌프 준비는 잘 되가나요? =3

검둥개 2005-12-04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오는 날 먹는 군밤은 정말 더욱 특별한 맛일 듯한! ^^

blowup 2005-12-0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밖이 환하네요. 세상에! 밤새 눈기척을 내며 열심히 내렸을 텐데, 저도 '소복소복' 자고 있었어요.

플레져 2005-12-0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겨울에는 꼬옥~ 군밤을 먹어줘야 합니다 ^^
나무님, 님도 역시 소복소복 꿈나라를 걷고 있었군요~ ㅎㅎ

마태우스 2005-12-04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낼 테니스 쳐야 하는데..."하면서 푸념을 했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테니스를 너무도 사랑해서인지...

플레져 2005-12-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길이 꽁꽁 얼었어요. 테니스 사랑도 사랑이지만 운동에 대한 관심 아닐런지요...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草墳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詩 김명리 시집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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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1-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귓속말님~ 정말에요?? 와우!!! ^^
우리가 나란히~ 나란히~~

mong 2005-11-2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요고 아주 좋아요~
플레져님 덕에 좋은시 많이 읽네요 ^^

숨은아이 2005-11-2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의 "나"는 세월일까요 제목대로 그냥 "나"일까요? (그림 속의 우람한 팔뚝에 눈이 휘둥그레~)

플레져 2005-11-2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보이세요???
몽님, 일찌감치 이불 빨래 해 놓았어요. 좋은 시 읽고 튼실해지세요 ^^
숨은아이님, 둘 다~! (팔뚝, 굵긴 하네요 ㅎ)

플레져 2005-11-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네! ㅎㅎㅎㅎ
브리핑으로 추리하신 것 같긴 한데
그 많은 님중에 그 님일거라는 건 어찌 아셨는지가 더 궁금해요!! ㅎㅎㅎㅎ

플레져 2005-11-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ㅎㅎㅎ
근데요, 저 댓글을 쓸 당시에는 제가 미처 그 페이퍼를 못 본 상태였어요.
무심코 말한 '나란히' 에 뽀인트를 잡으신 님께 경의를...^^
더불어 거기에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린 제게는 빨간약을...

2005-11-2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불, 홑청이란 단어가 시를 확 살려주네요.^^

히피드림~ 2005-11-2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이렇게 올려주시는 시들이 참 좋아요.^^ 추천도 꾹 누르고 갑니다!

플레져 2005-11-2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빨간약, 상비약이에요.
로드무비님, 되뇌이고 되뇌일수록 호젓한 길만 남는 것 같은 시에요... 홑청처럼 깨끗한...
펑크님, 추천 감사합니다 ^^

superfrog 2005-11-2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새벽별님의 초울트라급 예리함을 느낀다구요!ㅠ.ㅜ

그로밋 2005-11-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핏한 해 그림자
하나 배웠네요. ^^

플레져 2005-11-2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과 새벽별님이 언제 이런 대화를....^^:;
그로밋님, 지금 햇빛이 여물고 있는 아침입니다.
 

낙엽이 되기까지

어젯밤에는 머리털이 한뭉치 빠졌다.
아침엔 잠에서 깨어보니 이가 하나 빠져 있다.

도둑고양이가 털갈이를 위해서
벌서 냉골의 나의 방
문짝을 발톱으로 긁고 있다.

나무 십자가를 내린다.
바삭거리는 종려가지에서 이파리들을 훑어내고
나는 잠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커튼은 잘 닫혀 있는지

어머니, 내 머리맡에서 유령처럼
여름날에 따두었던 탱자알로 즙을 만든다.
알레르기 돋은 살은 문지르고 있다.
[내 탓이었어요]

모두가 습관처럼 어깨를 들먹이고
등불에서 빛을 훔쳐낸 자들은 고해소로 간다.
몇십 알의 알약과 두어 병의 쥐약과
목걸대로 이용할 넥타이와, 유산으로 남기는
각자의 몫을 들고

바람은 액자의 틀을 벗긴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떨어질 것이다.
엄숙한 햇살 한 점 밑에
나를 빠져나온 내가 뒹굴고 있다.


詩 이연주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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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4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11-24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참 멋있어요... ^^

2005-11-24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5-11-24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쓸쓸한 시에요
ㅡ.ㅡ

rainy 2005-11-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를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 첫인사를 남길 기회죠^^
이 시가 첫인사에 어울리기냐 하냐고.. 저도 쓸쓸해 하면서..
그래도.. 남김니다.. 인사도 기운 날 때 해야 하니까 ^^

2005-11-24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1-24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님의 닉네임만 봐도 이쁩니다. 앞으로 제가 올리는 시를 다 읽고 외워주세요. 시험...보겠습니다 =3 =3
검둥개님, 낙엽 깔린 사진이 없어서...낙엽이 되기 전으로 대체한건데 괜찮지요? ^^
몽님, 나도 막...쓸쓸해요. 어젯밤에도 몹시...ㅠㅠ
레이니님, 반갑습니다. 인사 주셔서 감사해요. 자주 뵈요. 늘 기운 나셨으면 좋겠어요 ^^

2005-11-24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11-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연주의 이름을 윤대녕의 단편에서 보고 씁쓸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잔뜩 멋부린 제목이었는데 January 1992 미아리통신인가..

플레져 2005-11-2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니케어님 오랜만에 발걸음, 흔적...반가워요.
저도 그 소설에서 이연주 이름을 처음 보았어요. 1993, 연도가 그랬던 것 같아요.
 

자화상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예요 .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 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詩 최승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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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0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악한 꿈....뜨끔
이 분의 시가 점점 맘에 들어요 ^^

물만두 2005-11-0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시가 한번 빠지면 중독성이 강합니다^^ 그림이 너무 좋군요^^ 퍼가요~

플레져 2005-11-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점점...차츰차츰...활활~~~ ^^
만두님, 전 만두님에게 중독된듯..캬캬~~

하이드 2005-11-0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뜨거.

이리스 2005-11-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나침반님의 의견에 한 표! ㅎㅎ

2005-11-09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1-0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하이드님, 언넝 내려놓으세요 ^^;;
행복나침반님, 그런가봐~요~ ㅎ
낡은구두님, 한 표 더!
속삭님, 고마워요. 고쳤어요 ^^

비로그인 2005-11-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름 말구 심야전기 때자는 공익광고포스턴가요. 흐흐..다리 김돠, 부럽삼=3=3

미네르바 2005-11-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읽다가 문득 플레져님의 시집리뷰를 읽고 싶다는 충동이... 시집 리뷰도 써 보아요. 시집 리뷰만큼은 결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평생에 시집 리뷰는 꿈을 못 꾼다니까요. 최승자님에게 빠져 계시는군요.^^

플레져 2005-11-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님, 달을 보며 소원 빌자는 대보름 공익광고 포스터로도 쓰입니다. 흐흐... 긴다리, 저두 몹시 부럽구만요.
미네르바님, 리뷰 쓴 지 넘 오래되서... 조만간 한 편 쓰긴 써야할텐데요 ^^

가시장미 2005-11-10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너무 애절하게 와 닿는데요? ^-^
떠오른 노래 한곡이 있어서...


 Angel, Sarah Mclachlan



플레져 2005-11-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장미, 고마워 ^^

icaru 2005-11-10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최승자 님의 시에 플레져 님의 마음이 꽃혔군요!!!

플레져 2005-11-1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그런가봐요~ ^^

2005-11-11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0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2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4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일찌기 나는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詩 최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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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1-07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에 멋진 실루엣입니다.

2005-11-07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11-0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긴 해도 플레져님이 멋지다는 얘기는 진실입니다. 제가 팬인 거 아시죠?

mong 2005-11-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털썩....

로드무비 2005-11-0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오늘은 저 구절이 눈에 들어오네!^^

플레져 2005-11-0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최승자 시인의 시는 나이들수록 이해되고 수긍하게 되요...
과추가 좋아님, 그렇지요? ^^
몽님, 자~ 내 손을 잡고 일어나세요. 루머를 이겨내자구요 ^^
속삭이님 님들, 고맙습니다 ^^ 최승자 시인의 시가 님의 마음에 와 닿는 날이 있을거라 믿어요.
마태우스님, 제 서재 이미지가 시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2005-11-0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8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