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되기까지
어젯밤에는 머리털이 한뭉치 빠졌다.
아침엔 잠에서 깨어보니 이가 하나 빠져 있다.
도둑고양이가 털갈이를 위해서
벌서 냉골의 나의 방
문짝을 발톱으로 긁고 있다.
나무 십자가를 내린다.
바삭거리는 종려가지에서 이파리들을 훑어내고
나는 잠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커튼은 잘 닫혀 있는지
어머니, 내 머리맡에서 유령처럼
여름날에 따두었던 탱자알로 즙을 만든다.
알레르기 돋은 살은 문지르고 있다.
[내 탓이었어요]
모두가 습관처럼 어깨를 들먹이고
등불에서 빛을 훔쳐낸 자들은 고해소로 간다.
몇십 알의 알약과 두어 병의 쥐약과
목걸대로 이용할 넥타이와, 유산으로 남기는
각자의 몫을 들고
바람은 액자의 틀을 벗긴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떨어질 것이다.
엄숙한 햇살 한 점 밑에
나를 빠져나온 내가 뒹굴고 있다.
詩 이연주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