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어떤 여자들은 집과 결혼한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피부 : 그것은 심장을 가졌고,
입을 가졌고, 하나의 간과 똥들을 가졌다.
벽들은 불변하며 핑크빛이다.
보라 그녀가 하루 종일 어떻게 앉아
충실하게 제 자신을 씻어 내리고 있는가를.
남자들은 강제적으로 들어간다, 요나처럼 되돌아와,
그들의 살의 엄마들에게 들어간다.
여자는 그의 엄마다.
그것이 중요한 일이다.


詩  앤 섹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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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2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시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blowup 2006-10-25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건 <타짜>에서 정마담이 '빤스'를 보여주던 그 각도 아닙니까.(비슷한 것 같은데--;) 저 새끼손가락 살짝 들린 것 좀 보세요. 그림이 참, 묘하게 역동적이에요.

하루(春) 2006-10-26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도 '타짜' 생각했는데... 아직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볼까 하다가 너무 늦게 시작해서 못 봤어요. 암튼 그림 인상적입니다.

진/우맘 2006-10-26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저 여인네는 그냥 '가정주부' 같진 않은걸요?

nada 2006-10-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도 정마담의 빤스 생각했어요. ㅋㅋ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칼로 사과를 먹다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詩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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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0-0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과는 통째로 베물어 먹는게 좋아요..^^*

플레져 2006-10-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과의 안보이는 부분에 깨물어 먹은 자국이 있다지요...헤헤 ^^*

물만두 2006-10-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본 적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죠...

아영엄마 2006-10-0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런 거였군요.. 예전에 칼로 많이 찍어 먹었는데...@@;; (요즘이야 아이들 있어서 껍질 깎거나 자른 다음에 잽싸게 치워 버리지만~)

비로그인 2006-10-0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좋은 시네요 추천!

ceylontea 2006-10-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색이 참 예쁘네요.. ^^

rainy 2006-10-0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뎃이 잦아서 반가워요. 시도 물론 좋구요^^

플레져 2006-10-0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y님, 안녕하셨죠? 반가워요.
추석 잘 보내셔요 ^^

실론티님, 홍옥이랍니다. 홍옥은 새콤달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색이 참 끝내주죠 ㅎㅎ

체셔고양이님, 추천 감사해요.

아영엄마님, 저는 무서워서 칼로 먹지는 못했는데
시인의 시를 읽고보니 무섬증 때문이 아니라
많이 아파서였나봐요 ㅎㅎ

만두님, 그러니깐...저요...ㅠㅠ

mong 2006-10-02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안녕하시죠? ^^
그간 저도 바빠서 안부도 못 여쭙고~히힝
명절 잘 보내시구요
맛난 음식 마니 드세요오~~

ceylontea 2006-10-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사는 달아서 사과를 먹다보니.. 새콤달콤한 홍옥이 더 맛나더라구요.

마법천자문 2006-10-0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로스 쌀은 들어봤는데 '칼로 사과' 는 처음 듣는 브랜드로군요. 농산물은 우리 것을 애용해야 합니다.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hnine 2006-10-0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고요,
사과를 저렇게 찍어 놓다니, 사진도 맘에 쏙 들고요.
제가 사과 매니아 아닙니까 ^ ^

Mephistopheles 2006-10-0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님이 깍아준 사과는 그냥 넙죽넙죽 받아먹는 입장이다 보니.....^^
안가리고 먹습니다...ㅋㅋ

플레져 2006-10-0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와락! 덥석! 잘 지냈죠?
너무 뜸한 거 아녀요? 이제 출몰해주삼 ^^
몽님도 추석 잘 보내요~

실론티님, 홍옥만 드시는 분들도 꽤 많더라구요.
그런데 홍옥도 짧게 나왔다 사라져서 좀 아쉽죠.

소소너님, 안녕하세요 ^^
칼로 사과는 들어봤는데 칼로스 쌀은 못 들어봤어요.
어디서 파나요? ^^

hnine님, 아... 그러시구나...
사과를 좋아하는 미녀셨군요! ^^

메피스토님, 잘 드시는 것만으로도 마님은 만족하실겁니다 ^^

산사춘 2006-10-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이 깨물으셔서 사과가 씨뻘겋게 질린 거야요. 추석 잘 보내시고 사과도 많이 드세요~

플레져 2006-10-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그런 것도 같습니다 ㅎㅎㅎ
행복한 추석 보내셔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구요 ^^

2006-10-0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2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09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7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이 사준 그리움

 

밤마다 터트리는 폭죽
당신이 사준 것

삶은 한움큼씩 거품을 낳고
아가들은 거품처럼 사라져
파도에게 아프게 사는 법을 배웠네

당신이 사준 불꽃이 침을 탁 뱉고 말하네
사랑은 타고 없어라

나는 당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백야의 눈말 끔벅이지

퀭한 눈으로 문을 거네, 사람들은

텅 빈 거리에서 책장을 넘기는 바람이
내 혀를 목구멍까지 말아넣으며 말하네

사랑은 가엾어라

밤마다 터지는 폭죽
지금 사라지는 내 그림자
당신이 사준 것


詩 정 영 - 시집 <평일의 고해> 중에서  


"Laureles Moon" - simon b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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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6-09-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래져님 오랜만에 뵈옵니다. 제가 자주 못와서 그런지 플레져님의 글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비연 2006-09-29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과 시가 참 잘 어울리는....

2006-09-2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oooiiilll 2006-09-2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으니 여행이 가고 싶어 지는 것은 단지 핑계일까요;;

플레져 2006-09-3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님, 안녕하셨죠? 반겨주셔서 고마워요.
실비님도 뜸하셨나봐요 ^^

비연님, 그림에 시를 맞춰 올리곤 하는데
이번엔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골랐어요 ^^

속삭님, 저도 그래요. 이제서야 올리잖습니까? ㅎㅎ
그래도 몇 편은 건질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심정으로...

디트님, 오랜만이에요.
여행 다녀오실 때가 된 것 아닐까요?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시와 여행의 타이밍이 작용한 것인지도...^^
 

만남


바지만 입던 여자 웬일로 치마를 다 입었네
재활원 뒤뜰, 치마폭 밑으로 나온 다리 하나로
목발을 짚고 걷는 여자 치마폭 속 뭉툭한 다리는
뱃속의 아기처럼 발길질을 해대고 민망하게 펼쳐지는
하얀 치마가 폐백받는 자세로 햇볕을 받는다
저도 상처가 있다고, 나무로부터 잘려진 뒤꽁무니를
바짝 쳐들던 낙엽들 이제 둥글게 상처를 말아 묶고
봇짐처럼 부스럭대며 풀숲에 박혀 있다
(상처는 풀어보고 싶지 않은 짐 속의 낯선 물건?)
바지를 입으면 꼭 한쪽 바짓가랑이를 단단히 묶던 여자
그 매듭 풀어버리느라 부러진 손톱 같은
눈물 흘렸나 얼굴에 그어진 빨간 자국들
상처만이 상처를 아파하지 않는다
치마폭 밑으로 나온 다리 하나보다 붉은 복숭아뼈보다
발등의 핏줄보다 파란 풀물이 든 목발 끝자락보다
치마폭 속의 상처가 살아 날뛴다 바람이 불고
상처만이 상처를 만나주는가, 저도 상처가 있다고
치마폭 속으로 뛰어오르는 낙엽들


詩  신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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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9-1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셨군요^^

LAYLA 2006-09-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랜만이에요 플레져님 ^^

플레져 2006-09-1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만두님.
반가워요, 라일라님.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가을 맞으세요 ^^

마태우스 2006-09-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님 덕분에 또 좋은 시를 감상했어요 뜻은 잘 모르겠지만 폐백받는 자세로 햇볕을 받는다는 대목이 아주 멋지군요

플레져 2006-09-1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조목조목 인상적인 구절들이 많은,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시어들이지요.

올리브님, 잘 지내셨지요? 반겨해주셔서 감사해요 ^^

2006-09-14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4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0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0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2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5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래된 냉장고

 

나보다 먼저 내 발이 너에게로 가려고 하는 것.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 나보다 먼저 내 입술이 너에게로 가려고 하는 것. 나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 벌써 이렇게 참은 지 수십 년. 생각해보니 참 묘하다. 내가 이렇게 참고 있었던 건 내가 내 소유의 냉장고를 갖게 된 후부터 인 것도 같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생각해왔다. 내 머릿속은 얼음으로 꽉 차 있고, 내 차디찬 발을 만진 사람은 모두 기절한다. 내 가슴속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입술이 얼어붙는다. 그러니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자. 아무에게도 손 뻗지 말자. 나는 또 이것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나마 내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참고 있으니 내 방 안에서 나뭇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땅을 박차고 새 한 마리 날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바람이 불어와도 필사적으로 220볼트의 콘센트 속에 손가락을 끼운 채 버티자. 얼어붙은 풍경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풍경 속의 얼음나라 얼음공주 얼마나 순결한가. 그러니 허벅지 밑으로 피가 조금 흘러내려도 금방 얼어붙을 테니 걱정 말자. 밖은 뜨겁고, 안은 시리다. 시리다 못해 팽팽히 끓는다. 문을 열면 화들짝 놀라 불을 켜는, 얼어붙은 창자들을 매단 겨울 풍경화 한 장. 태풍이 와서 정전이 며칠째 계속되고 몸속이 전부 썩어 문드러지기 전까지 몇십 년째 혼자 새침을 떨던.

 

詩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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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7-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장고 이려니...하심 안될까요? 사진 좀 더 찾아볼게요.
요새 워낙 구하려 다니지 않아서 사진첩이 썰렁해요 ^^

안 무서운걸로 바꿨어요 ^^

nada 2006-07-2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무서운 사진 보고싶어욧!!

날개 2006-07-2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서운 사진이 좋아욧~ㅎㅎ

플레져 2006-07-2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꽃양배추님, 날개님... 무서운 사진으로 교체했습니다 ^^
무섭나요? 밤에만 피해주세요.

비로그인 2006-07-2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밤에 혼자 앉아서 보면 무서울 수도 있겠군요. 얼굴을 상상하게 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날개 2006-07-2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피스 꽃무늬가 무쟈게 이쁘다는 생각밖에,,,,,^^

2006-07-24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6-07-2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서운 사진 드릴까요? = 제 사진....ㅎㅎ

2006-07-25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5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5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6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6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2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예진 2006-07-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다기보단 쓸쓸해요~~(참고로 지금은 냉장고의 제법 소름끼치는 윙윙대는 소리가 집을 진동하는 밤!!) ㅠ.ㅠ

박예진 2006-07-29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을 보니 갑자기 무서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