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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부가 1년에 천만 원 이상씩 세금을 투여해 중소기업 고용을 늘린다고

합니다. 연봉 2,500만 원에 1,000만 원을 지원받아 대기업 수준의 3,500만원 연봉 보장,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젊은 청년들 입장에서 혹합니다. 당장 취업이 걱정이니 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전 생각이 좀 다릅니다. 급하다고 하향지원을 해도 되겠지만 일단은 최대한 노력해 최대한 좋은 자리 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2. 회사생활은 오래 버티고 살아남으면서 월급 잘 타 먹는 게 중요한 것이지 묵묵히 남보다 많은 일 처리하면서 스트레스받고 번아웃 와서 조기 퇴사하는 게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자기 일에만 매달려 주변 사람과 안 친하고 회식이나 이런 데서 사바사바 사내정치 못하는 직원은 일만으로 승부해서는 절대로 임원은 커녕 위에서 팀장도 시켜주질 않습니다. 직원이 하는 역할과 팀장이 하는 역할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부디 제 글 많이 읽으시고 이른 퇴사 하시는 분들 예방했으면 좋겠습니다.


3. 그래서 그동안 일 해온 타성을 못 버리고 체력이 떨어져 업무가 계속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남한테 쉽게 표현을 하지 못하고 회사생활을 이어나감. 아주 천천히 진행되므로 주변에서 인지 못 하고 상사도 인지 못 하고 본인도 인지를 잘 못 함. 그러면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늘어나고 퇴근길이나 주말에 운전하다가 보면 끼어들기 같은 상황에 나도 모르게 욱하고 급발진, 급가속하는 패턴이 늘어남. 욱하고 과격적으로 변하는 것은 번아웃 초기 징후 중 하나임. 주변에서 빨리 인지하는 게 중요함. 그리고 번아웃을 경험해 본 일부 상사들의 경우 술자리 이런 데서 “너무 일을 열심히 하지 마라. 회사에서 주는 적당선만 하고 미래를 위해 체력을 비축해라.” 식의 조언을 몇 번 해주는데 이런 얘기를 듣고도 본인은 '내가 일을 너무 잘해서 능력도 없 는 것들이 고참이라고 내 능력을 시기해서 '내가 회사에서 승진도 빨리하고 잘 나갈까 봐 이렇게 생각하면서 상사들의 진심 반 부러움 반의 충고를 묵살해 버림.


4. 여튼 회사가 발주-제안-수주사업 일을 하다 보니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어디로 파견을 보낼지 몰라 주거의 안정성이 없었고 계속해서 언제 지방 출장 갈지 모르는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어 회사 사옥에 들어가 먹고 자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 젊은 나이에 많은 프라이버시와 개인 생활들을 일정 부분 희생하고 빠른 속도로 초년생 시절 씨드머니 목돈을 모을 수 있었고 당시엔 몰랐으나, 나중에 그 씨드머니가 가속도 붙어 잘 불어나는 부의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재테크할 때는 콩을 여러 번 굴리는 것보다 수박을 반 바퀴나 한 바퀴 굴리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5. 출근은 항상 8시 30분 이전에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40~45분쯤에 출근을 했죠. 임원들은 좀 다르더군요. 7시, 8시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빨리 출근하다 말겠지 생각하시길래 계속 8시 20~30분 출근을 하니 나중엔 그걸로 인정을 하더군요. 저놈은 일단 약아빠지지 않고 성실한 놈으로 인정을 일단 받은 거죠.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에게 성실하다. 뭐 하나라도 인정받는 게 있다면 아주 좋은 거죠. 위에서 보았을 때 신입사원은 아무리 초절정 고스펙자가 들어와도 목 꺾어진 병아리로밖에 안 보이는 법이거든요.

조직에서는 공채사원이 조직에 적응하고 업무 능력을 확보하기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줍니다. 보통의 경우 1년 정도죠


6. 20억 건물 절반만 대출 내서 매입해 건물주 되겠다는데 이것저것 걱정할 게 뭐가 있을까요. 그냥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아는 동네. 내가 오래 살아온 동네. 내가 이 지역 개발이나 향후 전망이 좋거나 전망이 안정적인 좋은 지역을 알면, 그 지역 어디 건물을 골라서 사느냐, 이것만 신중하시면 그 이후 다른 걱정은 기우였다는 거 아시게 될 거예요.

7. 한번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집 근처 잘 아는 부동산 찾아가서 사장님 나 현찰 10억 있어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라고 물어보시면 부동산 차장님 화들짝, 깜짝 놀라 사무실 한쪽에 보관하고 있는 서류파일을 하나 꺼내서 보여주실 거예요. 이 서류는 평소 원룸월세나 전체, 아파트 매물만 찾는 서민들은 볼 수 없는 서류파일이에요. 그 서류파일 안에는 여러분이 사시는 지역에서 10억~30억 정도 되는 주택의 통상가격과  건물 매물리스트가 들어있거든요.
이 중에서 부동산 사장님은 보나 마나 매매가 20억 정도 되는 상가건물을 보여줄 겁니다.

8. 담보대출로 4억 5억씩 대출하는 고객은 은행에서는 대출 우량 VIP 고객으로 대우하며 실제로 은행 대출팀장들은 그런 고객분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대출원금은 언제 갚냐구요? 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원금상환 없이 매달 이자만 내면서 10년 내리 대출 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럼 10년이 지나면? 똑같은 대출을 새로 다시 내서 10년을 또 유지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단기에 원금 갚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9. 자녀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자녀한테 신혼집 장만해줄 요량이신 분들이 라면 꼭 증여세 절세하는 방법 이용해서 평생 열심히 번 돈 아끼시기 바라겠습니다. "설마 서민이 평생 벌어 자식 결혼하는데 작은 집 한 채 장만해주는 것도 증여세 물리려고” 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간 정말 나중에 큰코다칩니다. 미리미리 예방하세요.

10. 우주왕복선이 지구 궤도에 진입할 때 1도만 진입 각도가 차이 나도 대기권 진입을 못 하고 우주로 튕겨서 나가버리게 되듯, 지금부터라도 생활 소비 습관 초기 궤도 잘 잡으시길 바랄게요. 20년 지나면 고급세단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1. 소액의 경우 빌려주고 몇 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면 알아서 연락해서 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꾼 사람 심보가 평소에도 언제 갚냐 노래 부르면 돌려주기 싫고 빌려주고 갚을 때까지 아무 말 안 하면 빨리 갚아주고 싶은 이상한 심리가 있거든요. 
부모님이나 가족이 빌려달라고 해서 큰돈 신용대출 내서 빌려준 젊은 직장인분들 중 우연히 제 글을 읽으셨다면 꼭 채무자 현 상황하고 채무자 경제관념부터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돈 꿔달라는 사람은 원래 본인 경제 사정이 어려운지 잘 느끼지도 못하고 휘황찬란하게 감언이설로 이리저리 돈을 잘 꿔서 돌려막고 평생을 삽니다.
이와 관련해 학교 다닐 때 배운 유명한 영문 구절이 생각나네요.
A miser grows rich by seeming poor an extravagant man grows poor by seeming rich. (구두쇠는 겉으로 가난해 보이지만 점점 부자가 되고, 겉으로 낭비스럽고 사치스러운 사람은 점점 가난해진다.)

12. 은행에서는 “퇴직하셨으니 전액 상환하세요”라고 말하죠. 방어적입니다. 그러나 저렇게 10%씩 조금씩 상환하면서 계속 연장하는 방법이나 할부상환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두세요.
사람이 회사 다니면서 마이너스 통장 뚫어서 주식투자도 하고 차도 사고 뭐 이러잖아요. 그런데 모든 직장인이 퇴직했다고 한 번에 다 갚을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퇴직했다고 은행에서 상환하라고 해서 퇴직금에 현금 융통 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다 밀어놓고 전액 상환하는 건, 정말 여유가 있으면 그렇게 하시고, 여유가 없으면 10%씩 상환하며 대출을 줄이면서 계속 연장처리 하세요, 꿀팁 알려드렸습니다.

13. 생각해 보세요. -3,000만 원 쓰고 있는데. 근속연수가 짧다면 퇴직금 1,000~2,00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갑자기 대출을 모두 갚냐구요.
그래서 퇴사 후에도 대출을 계속 유지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렇게 하십시오. 일단 퇴사 전 마이너스 통장 만기일을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5월이니까 만약 내가 5월 31일자로 퇴직이 예정되어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 통장 만기일이 7월 15일이에요.
예를 들어 말하는 겁니다. 퇴직 직전 5월 마지막 주에 재직증명서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을 들고 은행에 방문하세요. 그리고 7월에 만기 되는 마이너스 통장을 연장해 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보통 은행의 경우 2개월 전부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연장이 되거든요. 그래서 미리 법적으로 5월 31일 전에는 재직 중인 거잖아요. 재직 서류도 다 있구요. 은행 가서 연장
서류 쓰고 7월 15일 연장해서 내년 7월 15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하시면 됩니 다. 그럼 퇴직 전에 마이너스 통장을 1년 연장해서 내년 7월까지 더 쓸 수 있게 됩니다

14.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퇴직을 했다고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일시에 다 상환할 필요는 없습니다. 은행원은 단호하게 말했을지 몰라도 대출을 전액 회수하는 게 원칙이나 뭐든지 사람 사는 곳에는 예외가 있게 마련이죠.

15. 결혼할 때 집대출, 신용대출, 노후에 부동산 임대사업 담보대출까지 큰 금리는 거의 개인 신용등급에 좌우됩니다.
노후에 임대사업을 하는데 금리 4.00% 받는 거랑 3.60% 받는 거랑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노후를 보장할 년 임대소득 생계비가 10%가 왔다 갔다하니 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16. 연봉이 6,000만 원인데, O뱅크 500만 원, △△뱅크 500만 원, 신차 할 부 500만 원이 남아 있는 상태로 대출을 받으러 가면 6000-500-500-500=4,500만 원 대출이 가능할 것 같지만 여러 금융권에 분산된 대출이 화면에 보이는 순간 은행원은 방어적으로 대출 한도를 줄이려고 들 것입니다.
또한 그럴 경우는 웬만하면 월급+카드 쓰는 주거래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낸 다음, 다른 은행대출은 전부 상환해 버리고(타행대환) 주거래 은행 한 대출 만 유지하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럼 은행원이 잘 봐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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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기억에 남는 문구들


1.'정신적 대청소 ; 영혼을 위한 욕실', '선(禪) 블랜드', '니르바 나. 이는 정신수양용 용어가 아니라 이 책에서 제시된 새로운 브랜 드 이름이다. 이 책은 물질적 진화에 지친 소비자는 정신적 위안을 찾게 된다는 전제하에 21세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다섯 가지로 정 리하고, 마케터는 소비자에게 정신적 위안을 제공하는 치유자로서 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어떤 욕망이 소비를 좌우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1996년부터 시작된 연구 프로젝트의 결론인 이 책은, 소비자의 욕망은 진화하고 있는데 마케팅은 아직도 1950~1960년대에 만들어 진 낡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감정과 마음은 이해하지 못한 채 제품 성능이나 가격으로만 새롭고 좋은 제품'이라고 소비자를 설득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2. 이 책에서 도입한 ‘O'라는 개념, 즉 최적의 마음상태를 소비자에 게 제공하는 것은 마케팅이 물질적 풍요를 제공한다는 기존 모델에서 탈피하여 소비자의 아픔을 치유하는 형이상학자로 변화해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소비자는 “귀사가 주는 안락한 마음상태라는 편익을 얻고 싶어서 그 수단인 제품을 사기로 했어요”라고 할 것이 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3.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스로의 내면에 숨어들어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새로운 관심사에 골몰 하고 있다. 과거에 그들을 즐겁게 하던 현란한 광고, 한때 그들의 마음을 끌던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광고 문구, 전에는 기꺼이 동의했던 자질구레한 논리,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은커녕 눈길조차 끌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과거에 너무 많이 들어서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공격적이고 초자극적인 내용들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은 풀어야 할 더 '중요한 문제를 갖고 있다. 구매를 결정할 때 소비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a. 제품 성능(product performanc)

b. 가격 대비 가치(price/value)

c. 마음상태(stae of mind)


4. 21세기의 소비 행동을 이끄는 욕망은 무엇인가 소비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이 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시간적·공간적 한계가 사라진 가상세계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면서 우리의 생존본능도 정신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 아울러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사느냐가 중요해지면서 피폐한 정신을 치유하고 정신적 기쁨을 느끼는 것이 욕망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달라진 욕망은 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아바타의 유행, 트랜스젠더에 대한 열광, 요가 열풍, 럭셔리 신드롬이다.’ 책은 경제, 대중문화, 의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이미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새로운 욕망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끌어가는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5. 세번째 모델: 소비자 행동을 개선하는 12단계 프로그램

기적과 같은 기술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도저히 이해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소비자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상업적인 거래가 시작된 이래 지금처럼 마케터들이 잠재고 객들에게 많은 수고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판매자는 늘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모든 수고를 떠안는다!'라는 제안을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결과는 거꾸로 고객에게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6. 이 같은 제조 중심 경제로부터 아이디어 중심 경제로의 이행은 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새로운 '두뇌산업 단지'로 재배치될 것이다. 20세기 초에는 미국 노동자의 3분의 2가 헨리 포드 식의 제조업에 종사 했다. 이제 21세기 초에는 노동자의 3분의 2가 의사결정에 관련된 일 을 수행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또 90퍼센트의 노동자가 화이트칼라에 속해 있다.

미국 샌디아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놀드 베이커는 이것이 원시시대 물물교환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변화라고 언급했다. 업무 시간의 60퍼센트가 서류를 처리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사무노동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하루 평균 220건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심지어 물리적인 작업을 주로 전략 목표 도출이나 팀 아이디어 회의에 참가나 작업의 목표를 올바로 이해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7. 현재 우리의 평균 수명인 77세는 지난 세기 말에 비해 무려 30년이나 늘어난 수치이다. 《뉴욕타임스)는 산업화 시대에 들어온 이 평균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난 사실을 놓고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로 한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정신적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생존 전략 또한 정신적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이상 콜레스테롤이나 식이요법, 운동, 또는 아이들의 예방주사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머지않아 우리가 관심을 갖는 수명의 개념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언제까지 제 정신을 가지고 사느냐 하는 것이 될 것이다.


8. “A는 값이 싸고 B는 내가 늘 사용했던 것이지만 C가 더 기분을 띄워줄 것 같아.” “A와 B 모두 효과적이지만 머리 아프게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C는 내 영혼을 달래 줄 것 같아.” 심지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톰과 시드는 모두 화끈한 친구야. 하지만 톰이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면 시드는 나를 미치게 할 뿐이야.” 한편 우리는 아마 이런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약간의 치유 블리스를 찾으러 내일 떠나.” 또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나 ‘무엇을 원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거리낌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뭐가 있지요? 불안을 치료하는 거 말이요. 혹시 초월 있나요?” “뭐 열광할 만한 것 좀 보여주시겠어요?" 그리고 이런 말들이 전혀우습게 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9. 나는 언젠가 당시 몽블랑 사의 사장이던 스타니슬라스 드 케르시체에게 몽블랑 펜은 더 이상 신분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늘어만 가는 강박증 환자들을 위한 모양 좋은 염주(念珠)와 같은 것이 아니냐고 도전적으로 질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크게 웃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수집가용 명품 펜이 정신건강을 위한 도구가 된 것이다. 글을 쓰는 데는 아무 펜이나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펜을 만지작거리고, 돌리고, 톡톡 두들기고, 까딱거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위한 의식을 행하는 데에는 아름답고, 특별하고, 거룩한 이름으로 축복된 의식의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몽블랑, 카르티에, 미첼 페르신’ 등과 같이 말이다. 


10. 미국에서는 사무직 노동자의 90퍼센트가 근무시간에 도피주의적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영국의 경우에도 전체 사무직 노동자의 반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주일에 3시간 이상의 업무시간을 ‘개인적인 목적’의 인터넷 서핑으로 보낸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우리는 위안을 얻기 위해 자극을 더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설명은 이미 과도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자극을 찾는 21세기의 과충전된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에게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직관적 해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1. 력셔리 신드롬

오늘날 주류적인 소비층의 일부가 되고 있는 럭셔리 대중(luxe pygui)은 좋은 상품에 대한 자격을 부여받고자 하는 새로운 전투적 소비 감각이다. 한때는 가장 귀중한 물품과 서비스가 돈과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라는 폐쇄된 고립영역 내에서만 존재하면서 부유하고 재생이 좋은 소수를 위해서만 제공되었다면, 현재는 대중들이 그러한 길드적 출입문들을 분쇄해버리고 바리케이드를 거세게 걷어내면서 엘리트주의의 전리품에 대한 정당한 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대 문화의 일용할 양식은 바로 이미지이다. 현대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러셔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삶의 기본 필수품이며 모두가 접근 가능한 혜택으로 간주된다. 


12. 대행 서비스

‘뭐든지 나 스스로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제발 이제 됐어. 다른 사람이 하게 나둬, 나는 지쳤어'라고 태도를 바꾸면서 대행 서비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널리 퍼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항시 부름을 대기하고 있는 상담원과 안내원, 대리인과 같은 개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들, 심지어는 아주 은밀한 개인적인 일까지도 기꺼이 맡기고 있다. 개인 트레이너는 이 같은 대행 서비스의 유행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있다. 굳이 말하자면 트레이너들은 '내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지? '나를 움직이도록 도와줘라는 다소 우습게 들리는 부탁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널리 있지 않았던 개인 트레이닝 서비스는 현재 200억 달러 규모의 건강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3.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소비자의 정신적 피로 때문이다.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신과 같은 대행자가 우리를 위해 혼란을 뚫고 길을 열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궁극적으로 선택의 기회를 잃는 아쉬움이나 두려움보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해소가 훨씬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폭주하는 정보와 우리 사이를 완충해주는 지식 중개자의 개념이 비즈니스나 개인의 삶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전 노동부장관 로버트 라이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종전에 말하던 의미의 '브랜드 관리'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들은 이제 그들이 늘 얻고 있던 것을 얻고 있다는 확신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것으로의 믿을 수 있는 안내를 원한다.”


14. 브랜디스 대학 교수인 라이히는 미래의 성공적인 브랜드는 ‘가용 한 것들에 대한 통찰과 고객의 실제적인 필요와 선호에 대한 통찰을 연결해주는 지식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와 관련해 유명한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애완동물의 사료를 판매하는 힐(Hil) 사가 있다. 이 회사는 198년 한 해 동안 경쟁자들이 900만 달러에 가까운 광고비를 지출하는 와중에 겨우 190만 달러의 적은 광고비를 쓰고 도 매출을 4000만 달러에서 9억 달러까지 증가시켰다. 그 비결은 동네의 수의사들로 하여금 애완동물 사육에 관한 '지식 중개자' 역할을 하도록 해서 힐의 브랜드를 고객들이 의존하고 싶은 요다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15. 과거에 흔히 사용되던 반스 패커드의 '숨은 설득자'라는 작위적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질병', 예를 들면 입 냄새나 칼라의 찌든 때와 같은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이를 치유하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소비자는 지금도 적지 않은 질병 들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시장에서 교환되는 제품들에 의해 치유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시장은 지금까지 수익 기회가 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적인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제는 새로운 해답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문제로 옮겨가야 할 때이다. 


16. 아인슈타인은 이 같은 상황을 아주 쉽게 이야기해주었다. “의미가 있는 모든 것이 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셀 수 있다고 모두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17. 첫번째 모델 : 실질적인 치유를 제공한다! 우리는 이미 소비자들이 스스로를 치유할 방안을 모색함에 따라 어떤 경향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그들은 효과적인 치유를 위해 시장을 둘러보고, 특정한 제품의 기능적 편익보다는 그 같은 기능적 용도를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마음상태를 치유하는 효과를 주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다. 이것은 때로는 부정하고, 분노하며, 협상 하고, 우울해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18. 두번째 모델: 교정적 심리체험을 제공한다. 교정적 심리체험의 문화적 관점은 매우 단순하다. 만일 당신이 나쁜 경험을 했다면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되 이번에는 더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부터의 손상을 인정하고 그 손상이 좋은 방향으로 교정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그 손상은 치유된다. 만일 당신이 당신을 무시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갖고 있다면 당신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가졌을 때 비로소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만일 당신이 언젠가 개에 물린 적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개와의 관계를 가졌을 때에야 비로소 개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다. 


19. 마케터가 잠재 고객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습관을 버 리고 또 다른 습관으로 바꾸라고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혀 새롭고 어렵기까지 한 일련의 행동을 익히고 마케터가 완벽하고 좋은 습관 이라고 정의한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고객 들은 과거의 습관을 가지고도 잘 지내고 있는데 말이다.


20. 습관 교정 대상자는 일련의 새로운 행동이 단순히 습관을 바꾼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끄는 실질적인 보상을 가져올 때 비로소 익숙한 습관을 버리고 고통이 따르는 새로운 습관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21. 네번째 모델: 요다 브랜딩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개별 브랜드의 힘은 줄어들어가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수많은 브랜드가 확산되면서 브랜드네임이 소비자에게 주는 중요한 편익, 즉 단일 한 상징을 통해 제품에 대한 빠르고 확신에 찬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때는 브랜드 정체성이 실제로 구매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는 제품의 구체적 특징들을 효과적으로 대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 수준, 그들이 받아들이고 따르게 될 유행, 또 그 제품의 신뢰성 등을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마치 '여러분을 해치지 않고, 속이지 않고, 신뢰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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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역사의 물줄기는 한껏 갈라졌다가도 다시 합해진다. 삼가분진 즉 세 가문이 진리를 빛으로 분열시킨 역사에서 우리는 지도자의 기본 소양과 리더십의 조건이 무엇인지 짐작 할 수 있다. 즉 리더십이란 나라를 잘 이끌기 위해 스스로 겸손하고 신중하게 나랏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지도자를 기꺼이 따르게 하고 자발적으로 일하게끔 만드는 능력이다. 또 우수한 인재란 그 누구보다 더 겸손한 사람이어야 함도 더불어 알 수 있다. 맡은 일이 있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 혹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지도자의 위치에 서야 할 인물이라면 더더욱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자신을 단속해야 한다. 노력한다고 세상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단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상황에 맞게 변화 하지 않으면 이내 난관에 부닥치고 만다. 따라서 확고하지만 그 길을 살피며 타당하고 적절하게 걸어가는 일도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큰일을 이를 사람이 마땅히 품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1. 사실 팔자가 좋지 않고 운이 없었다는 것은 실패자들이 문제를 회피 할 때 자주 들이대는 핑계이다. 유방은 나서는 전쟁마다 패배했지만 그럴수록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싸움터에 나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항우는 한 번 패했다고 해서 주저앉아 자살을 선택했다. 사마천은 이렇게 평가했다. "인간사의 성패는 하늘과 관계가 없는데도 항우는 자신의 문제를 하늘 탓으로 돌렸으니 이 어찌 황당무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마광도 "어찌 하늘의 일을 따질쏘냐?”라고 평함으로써 초한전쟁의 결과와 항우의 운명이 하늘과는 관계없는 일임을 알렸다. 사마천과 사마광 모두 항우의 실패가 의제를 쫓아내고 스스로 패왕이 된 뒤 선현들의 경험을 본받지 않고 생소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치적인 혜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2. "일이 코앞에 놓였으니 선생은 사양 마시오." 그러자 이극은 위문후에게 인재를 택하는 기준 다섯 가지를 알려 주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 주기보다 잡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쓸 때는 그가 평소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지 보고, 부유할 때 누구에게 베풀었는지 살피며, 높은 지리에 올랐을 때 어떤 이를 등용 하는지 보고, 궁할 때 하지 않는 바를 살피며, 가난할 때 취하지 않는 바가 무엇인지 보면 됩니다. 그 사람의 행동과 사람됨을 관찰하시면 충분히 정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위문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선생은 이제 가서 쉬시오, 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소.”


3. 이처럼 성공 인사, 또는 전도유망한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에게 겸손 이란 성공적인 인생을 담보하는 통행증이나 다름없는 반면, 일반 서민 들에게 겸손은 평판 형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품성이다. 전자방도 위격으로 하여금 이 같은 이치를 깨닫게 하고자 일부러 그를 무례하게 대했던 것이다.

전자방이 위문후에게 군주는 악관을 살피는 데 밝아야지 소리에 밝을 필요는 없다'라고 한 것이나 위격에게 부귀한 자와 가난한 자 가운 데 누가 더 오만하다고 질책당하겠느냐' 라고 한 것은 모두 한 차원 높은 경지에서 군주가 갖춰야 할 소양을 깨닫게 한 것이지, 구체적인 측 면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 준 것이 아니다. 이 점이 바로 이극이 ‘위성이 적황보다 안목이 높다' 라고 말한 이유다.


4. 탁월한 감각으로 일의 전반을 꿰뚫어 보다.

알려진 바로 장량은 길에서 만난 한 노파에게서 병서를 받은 뒤 병법에 '정진해 훗날 유방의 최고 참모가 됐다고 한다. 그 역시 수백 명의 군사 를 이끌던 지도자였지만 결국 유방을 섬기기로 결정했던 것은 남에게 없는 힘을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방은 전략을 논할 때도 남들과 달리 탁월한 감각으로 일의 전반을 꿰뚫어 보았고 이 때문에 장량은 "패공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장량이 유방을 돕고자 했던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장량 같은 귀족 출신이 출신 성분이나 교양, 지식이 변변찮은 유방에게서 지도자로서의 매력을 느껴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면, 이는 분명 유방에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간적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5. 제도적인 틀과 문화적인 힘으로 사람을 다루다.

유방이 한신을 중용했다는 사실보다는 잘 다룰 줄 알았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사람을 다루는 일은 두 가지 수단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제도적인 틀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인 힘이다. 제도적인 틀은 인간의 행의 를 제도라는 수단으로 성형하지만 문화적인 힘은 상대의 사상을 움직인다. 이를테면 현장법사가 천방지축 손오공을 꼼짝 못하게 했던 긴고주라는 주문은 일종의 제도적인 틀이다. 반면 제갈량이 주군인 유비가 죽은 뒤에도 끝까지 충성을 다쳤던 것은 우리가 그에게 미쳤던 문화적인 영향력 때문이지 결코 제도적 의무 때문에 강요된 행동이 아니었다.


6. 자존, 즉 자아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다. 그러나 진나라의 통치자들은 인간에게 먹고 마시며 안전을 추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필요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삶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상앙은 이를 '농사'와 '전쟁'으로 봤다. 이미 나라가 안정된 이상 밭을 갈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 외에 그 어떤 문화적인 요소도 불필요하다고 여겼는데, 그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경시한 막무가내식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7. 한신은 이좌거의 건의 ‘즉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치지 않고 강한 것 으로 약한 것을 친다' 라는 전략을 받아들였다. 이좌거의 추측대로 과연 연나라는 바람에 쓰러지는 풀대처럼 투항할 의사를 밝혔다. 연나라다음의 목표는 제나라였다.


8. 다시 말해 군주란 음악을 담당하는 악관이 제 소임을 다하는지를 살 피야지 악관이 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까지 간섭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는 말이다. 위문후가 소리에 밝았던 것처럼 악관에 대해서도 밝은 분별 력을 가지지 못할까 염려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는 무슨 뜻일까? 군주가 해야 할 일은 인재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즉 인재에게 맡겨진 일이 적절한지 제대로 시행되는지 살피면 될 뿐 일의 경과에 간섭해 기계적으로 이러쿵저러 쿵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런 일은 심사하는 부서가 감당하면 그만이다. 지도자가 업무에 간섭한다면, 권력을 앞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첫째 결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고, 둘째 지도자의 집행력이 크게 손상되고 만다. 전자방은 자공의 이름난 제자답계 탁상공론만 일삼는 책벌레와는 달리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9. 환경을 살피지 못하면서 어찌 주변을 설득하겠는가?

오기가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환경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공과 업적을 쌓아 성공하려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살피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자의 고향인 노나라는 도덕을 숭상함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곳일진대 그런 곳에서 단순히 출세만을 위해 도덕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으니 어찌 오래 버틸 수 있었겠는가?


10. 오기는 노나라에서 위나라, 초나라로 옮겨 다니는 와중에도 어디서 든지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디서도 끝까지 버티지 못 한 채 배척당하다가 종국에는 죽임을 당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오기의 운명을 돌아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11.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영웅을 질투하는 배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겁쟁이나 몹쓸 악당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숙좌만 하더라도 훗날 위혜왕! 校處上에게 위앙, 즉 상앙을 천거하는 혜안을 보이는데 그런 것만 보더라도 그 말이 이해된다. 범수 또한 진소왕鬪을 보좌해 탁월한 업적을 남기는데 먼 나라와 친교하고 근방의 나라를 공격하는 '원교근공 成文 외교정책도 다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상대가 당신을 질투하고 배척한다고 해서 단순히 그를 '나쁜 사람'으로 도식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오기의 문제는 단순히 성격적인 부분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 시대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겨난 것이다. 환경을 우리 자신에 맞춰 바꿀 수는 없으므로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12. 그러던 중 공사가 시작된 지 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정국의 진짜 정체와 계략, 즉 관개공사를 명분삼아 진나라의 국력을 쇠하게 하고 동진 및 육국 정벌 계획을 저지하려 했던 계책이 드러났던 것이다. 간첩 한 명 때문에 진나라 전역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어쩌면 그 무렵 불거져 나온 간첩 사건이 우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왜일까? 당시 진나라는 이미 뭇 나라의 관심과 질투가 집중돼 간첩이 침투할 만큼 무척 강력한 나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13. 여불위는 상앙이나 오기처럼 위나라 사람이었다. 그는 위나라 복양 陽오늘날 허난성 푸양시) 출신으로 보통은 한나라 양적(오늘날 허난성 위저 우시)에서 장사를 했다.

한번은 조나라에서 장사할 때였다. 그는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와 있던 진나라 왕족인 이인이라는 공자를 알게 된다. 그를 만나는 순간 여불위는 이 실의에 찬 왕자 이인을 잘만 이용하면 훗날 자신도 한몫 차 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귀한 물건은 미리 사 놓으면 장 차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라는 뜻의 '기화가거居' 라는 고사성어도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14. 항우는 어릴 적부터 글공부를 했지만 진전이 없어 때려치있고도 어느 정도 배우면 역시나 진전이 없어 그만두곤 했다. 조카의 이 같은 태도에 숙부 항량이 화가 치밀어 꾸짖기도 했지만 항우는 도리어 이 렇게 말하곤 했다.

"글이란 자기 이름 석자만 쓸 줄 알면 족하고 검술이란 한 명의 적과 싸워서 지지 않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소자는 만인의 적을 상대해서 이 길 수 있는 병법을 배우겠습니다."

그래서 항량은 병법을 전수하려 했지만 역시나 항우는 깊이 들어가기도 전에 때려치우고 말았다. 한마디로 인내심이 없었던 것이다.


15. 과연 항우는 그 뒤의 전쟁을 수월하게 치를 수 있었을까? 적의 군사가 투항했는데도 오히려 파묻어 몰살시켰으니 다음번 싸움에서 그 누가 항복하겠는가? 어차피 투항해도 죽는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 아닌가? 이 때문인지 항우는 이후 전투에서 매번 힘든 싸움을 이어 나가야 '했다. 반면 유방은 수월하고 순조롭게 서진을 감행할 수 있었다. 항우 가 유방보다 늦게 함양에 도착했던 것도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였는지 도 모른다.


16. 일찍이 유방과 항우는 순행에 나섰던 진시황의 행차를 보고 둘 다 부러워 마지않아 하는 말을 내뱉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유방은 "사내로 태어났으면 저 정도쯤은 되어야지" 라고 한 반면 항우는 "언젠가 저 놈을 쓰러뜨리고 내가 저 자리를 차지해야겠다." 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방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신중했지만 항 우는 충동적인 편이었다. 마음속의 포부를 표현하는 이 같은 차이는 둘의 성격과 운명을 극과 극으로 갈라놓았다.


17. 유방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간혹 상대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가끔 상대를 존중한다고 볼 수 없는 과장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포가 큰 결심 끝에 항우를 배반하고 유방의 진영 을 찾아갔지만 유방은 버선발로 나가 환대하기는커녕 한쪽 구석에 앉아 발이나 씻고 있었으니 상대가 화를 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식 이었다. 이처럼 그는 겉치레나 체면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실하고 따뜻했다. 그래서 영포가 살 집과 가재 도구 등 물질적인 것을 융숭히 제공했는데 그 수준이 유방 자신의 것을 넘어설 정도였다. 체면치레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속마음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만 모여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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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책은 수많은 암시를 담고 있는 하나의 빅 아이디어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경제성장은 몇백 년 동안 일정한 속도로 경제적 발전을 창출하는 꾸준한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성장은 어떤 특정 시기에 더 빠르게 이루어진다. 1770년까지 수천 년 동안 경제성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1770년부터 1870년까지 100년 동안의 과도기에 성장은 느리게나마 기지개를 켰고, 이후 1970년까지 이어지는 100년 동안에는 눈부실 정도의 급속한 성장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성장은 둔화되었다. 나의 핵심 주장은 어떤 발명은 다른 발명보다 중요하다는 것이고, 우리가 '위대한 발명'이라고 부르게 될 유독 19 세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어떤 사건들에 의해 남북전쟁이후의 혁명적 세기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1. 특별한 세기가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일상생활이 완전히 달라 있을 뿐 아니라, 전기와 관련된 것을 비롯하여 내연기관, 신체적 건강, 근로조건 그리고 가정의 네트워킹 등 변화의 크기와 분야가 대단하고 다양했기 때문이었다. 1970년 이후에도 발전은 계속되었지만, 그것은 엔터테인먼트, 통신, 정보기술 등 좁은 분야에 집중된 발전이었다. 이 분야 의 진보는 '위대한 발명’의 부산물이 그랬던 것만큼 대단하고 갑작스럽게 도착하지는 않았다. 대신 변화는 점진적이고 지속적이었다. 예를 들어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초에  나타난 TV는 대량 보급된 만큼이나 영화관을 찾는 발길을 듬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는 TV 프로 그램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수백 개의 채널 시대가 열린 이후로 영화와 TV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TV는 라디오도 몰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TV는 거실 한복판 을 차지하는 가구였던 라디오를 작고 휴대할 수 있는 기기로 바꾸어 놓았다. 특히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TV가 흉내 낼 수 없는 장점이었다. 그래도 TV를 몰아낼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TV는 크고, 평평하고 고화질 컬러 스크린이 일반화되면서 더 좋아지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2. 미국 주택의 혁명적 변모는 이것이 두 번 다시 일어나기 힘든 일회성의 발명이었다는 이 책의 주요 주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현대의 편의품은 1929년에야 도시로 들어갔고 작은 마을과 농촌에 이르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런 현대의 편의품이 가정에 들어간 뒤에 변모는 완결되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새로운 발명이 꾸준히 이어져야 했다. 그러나 소비자 가전제품은 대부분 1940년에 발명되었고, 각 가정에서 그런 것들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에어컨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1940년 이후로는 어떤 발명품도 이번 장에서 논의한 발명품처럼 몸을 움직여서 하던 일을 스위치 하나를 딸깍거리고 수도꼭지를 돌려 해결한 것만큼 일상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3. 한 가정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소득 수준이지만 소득의 꾸준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장에서 다룰 문제는 각 가정이 정해진 기간에 별다른 기복 없이 일정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도를 해주는 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소비자금융과 보험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소비자금융은 집이나 내구소비재를 구입할 때 필요한 돈 을 모아놓지 않았어도 일정 기간에 그 돈을 나누어 지불하여 구입하게 해준다. 보험은 화재로 인한 손실, 가장의 죽음 등으로 인한 소득 손실을 금전적으로 보상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여준다.


4. TV는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TV는 “19세기 이래로 현대인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공간 이동의 꿈을 제시하면서 궁극적인 소통 경험으로 추앙받았다. TV 때문에 인쇄매체나 라디오나 영화가 고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구매체들은 고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 길을 밟았다. 마크 트웨인은 런던에서 전보를 쳤다. “내가 죽었다는 기사는 많이 과장된 것이다.”


5. 오래전부터 역사학자들은 말해왔다. “자동차는 유럽에서 태어났지만 제대로 입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이 앞장서서 자동차를 비싸지 않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바꿨다는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특히 헨리 포드같은 개척자들의 공이 컸다. 그러나 초기에 내연기관의 개발을 주도했던 것은 벤츠, 오토, 다임러, 마이바흐 등 독일인들과 푸조, 에밀르바소 등 프랑스인들이었다. 그런 자동차 혁신 의지가 1900년에서 1910년까지의 10년 사이에 독일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은 당시 독일 창업자들이 은퇴하거나 사망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 기업가들이 메르세데스 등 독일의 자동차 제조 기술을 열심히 베꼈기 때문이다. 


6. 생애주기 외에 시간의 경과에 따른 생활수준은 삶의 각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향상되었다. 자녀들은 예전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힘겹고 지루하고 천대받는 일을 벗어나 보다 즐거운 판매 서비스, 화이트칼라 등의 직종을 택하면서 중산층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갖게 되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와 같은 해에 태어난 1882년생 아이들은 1880년대의 대대적인 이주 물결을 타고 부모를 따라 미국에 발을 들였고, 어린 시절을 대도시의 비좁은 이주 노동자 숙소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1910년경에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집에서 승용차를 마련하고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부모는 1882년에 태어나고 아이는 1910년에 태어났으니 부모 자식이 모두 다 안전과 편리함에서 새로운 세계를 연 1920년대의 소비재 혁명을 함께 지켜봤을 것 이다. 1910년생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다녔을 확률이 크고 일부는 대학 에 진학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은 1940년쯤에 태어나 가전 제품, TV, 죽음기와 음반에 둘러싸여 1950년대를 보낸 뒤 자기 차를 가졌을 것이다.”


7. 시골이든 도시든 주부의 일 중 가장 큰 고역은 깨끗한 물을 집으로 가져오고 더러운 물은 내다버리는 일이었다. 20세기 초에도 노동자의 아내들은 거리에 있는 급수전에서 물을 받아왔다.. 시골 아낙들이 가까운 우물이나 나가에서 물을 걷던 이날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그래도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몸을 씻고 옷을 빨고 청소를 하는 데 필요한 물은 전부 밖에서 날리야 했고, 쓰고 난 물은 다시 내다 버렸다. 


8. 자동차는 생명이 없지만 많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자동차는 집 가까이 둘 수 있고 어디든지 몰고 갈 수 있으며 목적지에서 시동을 꺼놓으면 그만이었다. 먹이를 주고 돌봐줄 필요도 없었다. 말을 빌리고 묶어둘 공간이나 돌봐줄 여유가 없는 도시의 거주자들 중에는 이미 1900 년부터 1915년 사이에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도 있었다. “자동차는 또한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자동차는 집의 연장이었다. 자동차는 전에 없이 더 멀리 더 빨리 여행하는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 


9. 결론: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혁명

5장과 앞선 4장에는 이 책이 말하려는 논지의 핵심이 담겨 있다. 현대의 편의품이 몰고 온 변화는 내연기관으로 가능해진 교통혁명과 함께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 아울러 이들 발명은 시골이 더 많은 인구를 품었던 나라를 도시사회로 이행하도록 부추겼다. 도시의 비율이 100%를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변화였다.


10. 전선이 아니라 공중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은 상업 라디오의 도입을 앞당겼다. 에디슨이나 벨 같은 특정 이름과 관련된 19세기 위대한 발명이 대부분 그렇지만, 라디오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최 초의 발명은 수십 년 전으로 올라간다. 굴리엘모 마르코니가 처음으로 무선전신 특허를 획득한 것은 1896년이었지만, 그보다 30여 년 전인 1864년에 제임스 클락 맥스웰 James Clark Maxwel이 처음으로 전자파 이론 을 내놓았다. 전파를 보내고 받는 최초의 실험은 1879년 12월 런던에 서 데이비드 휴즈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같은 달 칼 벤츠는 최초로 사업성이 있는 내연기관을 개발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두 달 뒤였다. 1899년 신문에 실린 어떤 기사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휴즈의 업적을 이렇게 요약했다. “1879년의 실험은 사실상 헤르츠 이전의 전자기파, 브랜리 이전의 코히러(검파기), 마르코니 이전의 무선 전신에 버금가는 발견이었다. 


11. 1870~1900년 사이에 방부제 즉 '소독약'이 개발되면서 수술 후유증으로 신체 일부를 절단하거나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크게 줄었다. 남북 전쟁 직후 소독약의 핵심 기술을 찾아낸 사람은 영국 글래스고 왕립 원 Glasgow Royal Infirmary의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였다. 요즘도 널리 사용되는 상표인 구강청결제 리스터린 Listerine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리스터는 공기로 감염되는 세균이 상처를 곪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술할 때 상처의 세균부터 죽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처음으로 사용한 소독약은 석탄산(페놀)이었다. 하지만 석탄산은 효능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새로운 소독법이 계속 개발 되어 의사의 손, 수술기구, 장갑, 옷 등의 소독에 사용되었다. 병원 내 감염으로 사망한 대표적인 사례는 1881년에 암살자가 쏜 총탄에 목숨 을 잃은 가필드 대통령이다. 의사들은 소독하지 않은 기구와 손가락을 사용하여 탄알을 꺼냈다. 가필드의 죽음은 2차 감염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12.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너무 소심할 것도 너무 까다롭게 생각할 것도 없다. 삶은 원래 하나의 실험이다. 실험이 많을수록 결과는 좋아진다. 

-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3. 휴대폰을 구입한 것은, 어떤 유행이나 첨단 기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핸드폰은 필수였다. 내일 밤 정확히 어디서 몇 시에 만날지 등 약속 내용을 미리 정하곤 했던 친구들은 언제부턴가 그런 식으로 만나지 않았다. 약속 시간을 대충 정한 다음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통화를 해서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조정했다. 나도 그 축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휴대폰 을 구입했다.


14. TV가 나오면서 신문은 뉴스를 가장 먼저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신문은 TV에 뒤지지 않기 위해 보다 심층적인 취재를 하거나 TV 카메라의 손길이 닿지 않는 특별한 사건을 찾아내려 애를 썼다. 신문은 뉴스를 보도한 뒤 해석을 독자들에게 맡기던 방식을 버리고, 사건을 직접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타임’이나 ‘뉴스위크’처럼 한 주동안 일어난 사건의 복잡한 의미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내놓는 시사주간지의 성공은 많은 신문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었고 모방의 대상이 되었다. 더구나 TV로 인해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게 되자, 1960년대에 많은 신문들은 지면의 약 20%를 스포츠 섹션으로 할애했다. 이처럼 신문은 멈출 수 없는 비탈길을 내려가면서도 TV가 채우지 못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15. 1920년대와 1930년대의 혁신으로 대약진을 설명할 수 있는가

앞서 1부에서 위대한 발명을 설명하면서 원래의 발명과 그로부터 파생된 보조적 기능의 하위 발명을 구분했었다. 19세기 말의 발명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전기와 내연기관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하위 발명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종종 ‘범용 기술 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이라고 불린다.


16. 2004년 이후로 평범해진 TFP의 증가 속도는 1990년대 말의 반등이 일시적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더욱 알다가도 모르는일은 1970~1994년까지 사반세기 동안에 TFP의 상승을 자극할 만한 뚜렷한 요인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1960년대에 은행거래내역서와 전화요금고지서를 만들어냈고, 1970년대에는 항공된 예약을 쉽게 해주었다. PC와 ATM, 바코드 스캐너는 1980년대의 생산성을 증가시킨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이런 혁신들이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로버트 솔로는 이렇게 비꼬았다. “어디를 보아도 컴퓨터 시대를 실감할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그 같은 사실을 실감할 수 없다. 이 기간에 둔화된 TFP의 증가 속도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받았던 혜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컴퓨터가 없었을 경우 경제의 다른 부분에서의 생산성 증가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17. MIT의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연구소 다니엘라 러스 소장은 지금까지 개발도니 로봇의 한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로봇의 추리력의 범위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갇혀 있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 가령, ‘여기 와본 적 있어?’같은 질문을 하면 로봇마다 대답이 천차만별이다.“ 더구나 대처 방법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 ”로봇은 에러 상태로 들어가 작동을 멈춘다.“ 다기능 로봇이 개발될 것은 틀림없지만, 로봇이 제조업과 유통 이외의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하여 중요한 존재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도 점진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다. 운송, 서비스, 건설 분야에서 노동생산성 성장이 느려지는 것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세탁한 옷을 개는 일을 생각해보자. 인간에게는 조금 지루할 뿐 아주 단순한 작업이다. 특별한 교육도 필요 없다.


18. 컴퓨터 시대가 초래한 문제는 대량 실업이 아니라 버젓하고 안정적인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자리는 로봇과 알고리즘뿐 아니라 세계화와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관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아울러 비교적 임금이 낮은 육체노동에서만 일자리가 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느리고 점진적인 경제성장은 지난 10년 동안의 실망스러운 생산성 성장과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심화된 불평등이 결합된 결과다. 다음 장에서는 생산성 성장의 부침을 야기하는 기술적 근원에서 눈을 돌려 미국인들로 하여금 경제 전반에서 시간당 생산량의 성장에 어울리는 실질소득의 증가를 누리지 못하게 방해하는 역공을 살필 것이다. 이들 역풍은 심화되는 불평등, 교육적 정체, 줄어드는 경제활동참가율, 노화되는 인구의 재정적 수요 등,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벽들이다.


19.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심화된 불평등은 미국인의 생활수준 성장률의 속도를 늦춘 강한 역풍이었다. 이외에도 이 장에서는 교육과 인구와 정부부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세계화,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같은 역풍은 비교적 간단히 지고 넘어가겠다. 그리고 이런저런 역풍이 하나로 합쳐져 미래의 성장을 크게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장의 결론이다. 그런 지연 효과는 17장에서 드러난 혁신의 영향에서 1970년 이후의 침체를 능가하는 수준일 것이다. 


20. 책의 원제목 ‘미국 경제성장의 성쇠’는 성공 뒤에 실패가 이어졌다. 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의 둔화가 아니라 성장이 그토록 장기간 빠르게 계속되었다는 사실이고, 아울러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이 서구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보다 생산성에서 계속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시기보다 더욱 빠르게 발전한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성장의 부침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1770년까지 1,000년 동안 경제성장은 사실상 없었다. 1870년 이전 100 년의 과도기에는 느리게나마 성장이 이루어졌고, 미국의 경우 1970년 으로 끝나는 혁명적 한 세기에는 유독 빠른 성장기 뒤에 느린 성장이 따라 붙었다. 미국의 성장은 1970년 이후 수도가 둔화되었는데, 그것은 발명가들이 총기를 잃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바닥나서가 아니라, 그때쯤 음식, 의복, 주택, 운송, 엔터테인먼트, 통신, 건강, 근로 조건 등 현대적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많은 기본적 차원에서 이룰 것이 이미 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1. 비용과 빠르게 늘어나는 학생 부채는 미국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유한 사립대학교는 적지 않은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래도 2015년에 학생 부채는 1조 2,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젊은이들이 해결해야 할 매달 수백 달러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 상환액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집을 마련해야 하는 모든 계획을 마냥 지연시킨다. 가장 유망한 정책은 학생 부채를 소득세 제제를 통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체제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 제도는 최근에 취업 후 학자금 상환 방식을 도입했지만, 사립학교의 융자는 그런 제도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취업 후 상환 방식을 선택한 학생들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호주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호주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생들에게 학비를 받지 않는다. 학생들은 졸업한 후에 비용의 일부를 과세소득의 비율에 따라 소득세 체계를 통해 상환한다. 실업 상태인 기간이나 소득이 일정수준 미만인 경우에는 적절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상환을 연기해준다. 미상환 부채의 20%는 영원히 회수되지 않기 때문에 이 제도는 국가의 보조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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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길동사는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인 어부 산티아고와 비슷한 신세다. 큰 청새치를 잡아 쾌재를 부르며 항구로 돌아왔는데 오는 도중에 상어들에게 뜯기고 결국 뼈만 남았더라는 이야기를 빼 닮았다. 초고층빌딩뿐만이 아니다.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독창적 개념설계의 힘을 알아야, 해외에서 수주한 육상플랜트에서 왜 이윤이 많이 나지 않는지, 조선업계가 수주한 해양플랜트에서는 왜 몇 년간 계속해서 대규모 적자가 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2. 글로벌 챔피언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를 개념을 제시하는 데 있다. 2007년 6월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제품과 함께 전화, 인터넷, 컴퓨터를 하나의 기기로 통합하고,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생산자로서 참여하는 거대한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동통신분야에서 그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개념설계를 제시한 셈이다. 


3. 글로벌 챔피언 기업은 새로운 개념설계를 제시하면서 사실상 비즈니스 혹은 산업을 새롭게 정의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새로운 산업을 스스로 창출하고, 스스로 독점사업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자신이 가장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스스로 출제한 다음,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등상을 받아가면서, 스스로 장하다고 어깨를 토닥이는 격이다. 개념설계를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매번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정의하는 제품의 개념을 뒤따라가며 열심히 해석하고,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야 한다. 그러다가 또 개념설계가 바뀌면 다시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느라 허둥대는, 바쁘기 그지없는 일상을 반복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챔피언 기업이 시장 독점을 누리는 이유는 바로 개념설계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4. 연산수학에서 1등을 도맡아 차지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 시음 보는 창의적인 문제, 즉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려보라는 문제를 받고 당황해서 하염없이 연필만 굴리고 있는 모습, 지금 우리 산업의 처치가 딱 그런 모습이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지금까지 해오던 식으로.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가 더 악화될 따름이다. 톱날이 무뎌져서서 톱질이 신통치 않을 때는 더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날을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다. 로켓이 1단 엔진과 2단 엔진은 완전히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1단으로 2단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5. 도약을 위한 모든 변화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개념설계 역량이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실행 역량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사람은 하나의 습관을 갖게 되면 그 틀로 모든 사물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실행 역량을 오래도록, 더구나 세계 최고로 평가받을 만큼 훌륭하게 길러왔다면, 바로 그 실행 역량의 프레임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 보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념설계 역량이란 것도 실행 역량과 비슷한 특징이 있으려니 짐작하고 전략을 짜게 된다. 이런 사고의 오류와 착각이 오히려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도록 방식이다.


6.

축적의 전략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축적의 전략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현장을 키워라!

축적의 전략 4.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사회적 축적을 피하라.

축적의 전략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7. 이미 두 사람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많은 의문들이 풀렸다. 창의적인 개념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량은 매뉴얼이나 교과서, 시스템이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40년 넘게 전 세계의 특이한 프로젝트들을 경험하면서 쌓았던 시행착오의 경험들, 그 경험을 온몸으로 축적한 엔지니어 그 자체가 창조적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걸어다니는 교과서를 만난 셈이다. 


8. 지식 가운데 매뉴얼이나 교과서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지식을 형식지라고 한다. 반대로 직접 해본 경험과 기억의 형태로 되어 있어 교과서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암묵지Tacit  Knowledge 라고 한다. 기술이 발전해오면서 많은 암묵지가 형식지로 전환되어 왔다. 과거 장인의 손끝에서만 만들어지던 명품 도자기 굽는 과정도 매뉴얼화되고, 알고리즘으로 표현되어 결국 자동화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어 대부분의 암묵지가 형식지로 바뀌겠지만, 끝내 바뀌지않는 것은 지금까지 없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설계 역량일 것이다.


9.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다 못해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전화나 화상통화를 하면서라도 창의적 조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창의적인 작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떤 분야의 초절정 고수와 차를 한잔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 특히 회의가 아니라 이리저리 산책하면서 나누는 잡담이야말로 정말 새롭고 혁신적인 이야기의 우연한 출발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수천명의 직원을 약 1.5km 길이의 단일 공간에 모으려는 것이나, 야후가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10. 한편, 이런 이야기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남들이 갖지 못한 고유하고 도전적인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사람, 즉 한 분야에서 프로로 인정될 수 있는 경향을 축적하지 못한 개인은 개념설계에 도전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어야 한다. 결국 남의 그림을 실행하는 단계를 넘어 계속 도전하고, 학습고, 축적하는 고수 능력자가 되도록 인생 전략을 짜야 한다.


11. 에디슨은 분명 천재다. 그런데 만약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완성하 지 못하고 죽었다면? 지금도 밤이면 촛불을 켜놓고 저녁밥을 먹고 있을가? 아니다. 에디슨의 생사 여부와 상관없이 백열전구의 아이디어는 현실화되었을 것이다. 당시 에디슨 말고도 최소한 5명의 발명가, 기업가들이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 신제품을 만들거나, 새로운 소설을 창작하거나 간에 아이디어가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다가도 불현 듯 떠오르는 게 비즈니스 아이디어 아닌가. 소설 작법에 나와 있는 '야기 중에 진기한 소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데 집착하지말라는 뜻에서 소재주의를 경계하라'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를 눈앞의 현실로 바꾸어내지 못하면 모두 복덕방 난로 옆의 한가로운 방담에 지나지 않는다.


13. 결국 현대의 총도 지식도 모두 소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아무리 기가막힌 현대식 기관총을 가지고서 보이 신라시대로 간들, 고장난 총을 수리할 수 있는 금속 기술, 기계 설계와 제작 기술, 총탄을 만들 수 있는 화학 기술 등, 총 한자루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설비, 인력이 없는 조건에서는 곧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대 사회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의 수준에 적합한 수준으로만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의 가스터빈만 평생 만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수에 오른 사람이 로마시대에 뚝 떨어져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거 뜨거운 물을 좀 더 오래 담아둘 수 있는 주전자나 만들어내는 정도일 것이다.


14. 기술 선진국이란 달리 말하면, 이런 혁신을 위한 보완적 지식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고, 축적된 경험이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혁신적인 개념설계는 아무데서나 탄생하지 않는다. 작동하기만 선진국에서만 탄생한다. 그런데 이런 기술 선진국이 되는 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15. 20대 초반의 더벅머리 청년이 어떤 회사 앞에 자전거를 뉘어놓고는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들어선다. 조금 있다가 현관문을 다시열고 나오는 청년은 수백억원에 자신의 회사를 팔아넘기고 백만장자가 되었지만, 다시 슬리퍼에 자전거를 끌고 유유히 사라진다. 이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잭팟을 터트린 청년 사업가의 이미지는 실리콘밸리에 대해 대중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 이미지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는 사실 대중조작에 가깝다. 실리콘밸리야말로 대표적으로 오래된 축적의 허브다.


16. 따라서 하사비스의 알파고가 갑작스럽게 4가 산업혁명을 몰고 온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최소 60년 건에 출발한 별빛이 한발씩 공간을 건너와 지금 눈에 보이게 된 것일 따름이다. 아직도 많은 새로운 개념설계들이 쌓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벌써부터 또다른 인공지능의 빙하기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이런 전문가들이 다가올 인공지능 기술의 빙하기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밀물과 썰물의 누적 과정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7. 천재 혹은 놀라운 혁신은 아무곳에서나 탄생하지 않는다. 반드시 주변에 축적된 지식이 있을 때 탄생한다. 기술 선진국의 참모습은 각 분야에서 오랜 시행 착오의 경험을 축적한 고수들이 모여 있다는 점이다. 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적 조합이 생기고, 이 조합의 결과가 다시 다음 단계 혁신적 조합의 재료로 활용되면서 혁신은 누적적으로 진화한다. 혁신은 소걸음으로 걷는다. 그러나 원래 컸던 거인은 날이 갈수록 더 커지며 진격의 거인이 되어, 천천히 걸어도 후발주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18. 고수의 시대 관점에서 본 한국산업의 자화상

한때 개념설계에 도전해서 성공했던 소중한 경험은 이제 추억이된 듯, 현재 평균적인 한국 기업의 문화는 제너럴리스트 중심 체제로 고착화되어 있다. 전문직제가 정착되어 있지 않고, 순환보직 시스템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전문가로서의 직업적 수명이 짧다는 점이 흔히 관찰되는 현상 중 하나다.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연차가 올라가면서 점차 대체 가능한 관리형 인재가 되고, 따라서 쉽게 도태된다. 그 결과 깊이 있는 전문가 혹은 수석 엔지니어(Chief Engineer)를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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