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의 명백한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금의 집중도 입니다. 자금의 집중도란 한 의사결정 주체가 움직이는돈의 크기를 의미합니다(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외국의 기관 투자자는 한사람 또는 한 팀이 수조 원의 자금을 움직입니다. 국내 기관 투자자는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수백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돈을 움직입니다. 개인 투자자는요? 천차만별이겠지요. 중간값을 취한다면 기관 투자자의 10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장기투자 전략이 유명해진 데에는 워런 버핏의 발언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주식을 10년간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마라" 라는 발언은 장기투자를 권하는 발언으로 자주 인용됩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기로 이 말은 무조건 10년간 보유하라는 뜻이 아님니다. 어떤 주식을 볼 때, 그 회사의 앞으로 10년간의 미래를 그려볼정도로 회사와 산업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투자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버핏의 기본적인 관점은 기업이성장하여 벌어들이는 이익이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의 원천이므로,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대단히 많은 기업에 대해서 전문가일 필요도 없습니다. 능력 범위 안에 있는 기업들을 잘 평가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 범위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그경계선을 아는 것은 목숨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투자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이란 무엇인지, 기업분석은 어떻게 하는지, 투자 의사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대한 훈련이 되어 있어야만 생활 속 아이디어가 매수 결정을 내리는
‘방아쇠‘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회사에 대해서 피상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고민은 ‘나만 알고 있는 이 회사의 가치가 있는가?‘를 넘어서서, ‘나만 파악하고 있는 이 가치를 남들이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될 것인가?‘ 입니다. 만약 회사의 자회사가 알짜배기 땅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회사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떤 이유로 남들이 그 땅의 가치에 대해서주목할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에 그 땅을 매각한다거나, 개발 계획을 발표한다거나, 자회사를 모회사와 합병한다거나, 자산 재평가를 통해 시가로 장부에 올린다거나 등의 이벤트가 있겠지요. 이때 그 땅이 정확히 얼마인지보다는, 남들이 언제 어떻게 알아봐 줄 것이냐가 수익을 거두는 데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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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판치는 세상입니다(그 알고리즘들이 성과가 좋으냐는 차치하고 말입니다). 보통은 매매를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낮 동안, 특히 장중에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에는 새로운 뉴스가 새벽부터 마구 쏟아집니다. 이 정보들을 취합해서 새로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경험이부족한 사람일수록 시간의 압박이 있으면 나쁜 의사결정의 빈도가 높아집니다. 어제까지 노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던 의사결정을 오늘 새로이 노출된 정보만으로 한다면 그 의사결정은 잘못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새로 나온 뉴스 중 나의 포지션을 바꿀 만한 뉴스는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뉴스에 따라 매매를 했다면 노이즈에 반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신호와 소음에 대해서는 10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또는 실제로 중대한 뉴스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미 내가 손쓸 수 있는 시기를 지났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뉴스에 즉각 반응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신이 걷고 있는 이유를 좌뇌가 알지 못했다는 건 예측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걸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는 건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2장에서 스토리텔링에 집착하는 두뇌에 대해서 말씀드렸지요? 나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서 두뇌가 언제나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우리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느끼는 생각이 진정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가 늘 제약당하고 편향에 가득 차 있다면,
오히려 반대로 편향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질문을 바꾸는 일은 우리 삶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출산의 대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출산장려금이나 산후조리휴가 등에 대해 논의하다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인주의가 강해서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어, 쯧쯧" 하는 무의미한 이야기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저출산은 통계적으로 여성의 교육 및 사회활동 참여 증가와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무작정 출산율 증가를 강조하는 일은 여성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출산이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력 저하, 연금 재정 부실 등입니다. 그렇다면 던져야 할 질문은 저출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력을 증가시키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또는 ‘연금 재정은 국민의 연금 지출로만 충당해야 하는가? 만약 정부의 화폐 발행을 통해 연금 재정을 부양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가?‘ 등이 될 것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은 상당히 역동적인 곳입니다. 업종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그 안에서 기업들의 순위도 극적으로 바뀝니다.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만 보더라도, 마스크와 진단키트 둘 다를 자국 공장에서생산하면서 수출까지 대응할 수 있었던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전체 시장은 늘 제자리걸음인 듯 재미없어 보여도, 각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아주 많은 기회를 선사하지요..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저는 종목 추천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쉽게 말해 A/S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의 의사결정은 오늘까지 취득한 정보와 원칙에 국한된 결론입니다. 내일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거나 의사결정 원칙이 바뀌면, 그 결론도 얼마든지 바뀔 수있습니다. 오늘 산 주식을 내일 바로 팔아버릴 수도 있는데, 그 주식을오늘 남에게 추천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가가 미래에 어떤 경로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경험이 쌓인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대략의 확률적인 경로를 추론하고, 추론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종합한 그때그때의 의사결정입니다. 그 의사결정 과정을 타인에게 그대로 복제해줄 수 없는 이상, 결과로서의 종목 추천은 완전히 무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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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씀드리지만, 맑은 날 주식을 사서 성공 경험을 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적응계에서의 결과물은 자신의 실제 능력이나 의사결정 원칙의 적절성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의말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자신감을 봅니다.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는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는 계산기가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 지위가 높은 사람, 서열이 높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빠르게 알아봅니다. 그의 말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보다는, 그가 실제로 내놓은 결과를 파악하는 게 덜 귀찮은 일입니다.

기록하기
의사결정을 반드시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 한 문장을 이해했다면 이 책을 다 읽었다고 봐도 됩니다.

복잡적응계가 아닌 곳에서라면 기록의 중요성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명시적인 원칙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원칙을 따르는 훈련을 많이 하여 좋은 원칙이
‘몸에 기억되도록 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성공을 위한 확실한 원칙이 존재하기 어려운 복잡적응계에서는 확률론적으로사고할 수밖에 없고, 확률론적 사고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은 확실하지않은 가설들을 쌓아 올리다가 어느 순간 방아쇠를 당기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언제나 ‘틀릴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하고, ‘틀린 이후에 무엇을배울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복잡적응계에서 좋은 원칙이란 여러 번 시행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원칙입니다. 앞의 사례처럼반증 가능한 명제들로 투자 의사결정을 조립해나가면, 한 번의 시행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원칙을 꾸준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전날 하기
저는 투자 의사결정은 전날 저녁에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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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모부신은 어떤 시스템에 ‘실력‘이 존재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 하나를 제시합니다. 일부러 질수 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일부러 질 수 있는 게임이라면 노력해서이길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흥미롭게도, 도파민은 전전두엽피질의 명령을 ‘삭제‘ 하는 역할도 합니다. 당장의 쾌락을 추구하느라 이성적인 판단력이 마비되는 일이 바로 도파민 때문에 일어납니다. 자극과 쾌락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그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만 되어도 도파민이 분비되는데요, 도파민은 전전두엽피질의 명령을 차단하고 눈앞의 쾌락을 추구하게 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습관‘ 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는 뇌와 이미 여러 번 해온 일을 반복하는뇌는 다릅니다. 사람들이 처음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는 전두엽과 해마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여러 번 했던 과제를 반복할 때는 기저핵 안의 조가비핵이 활성화됩니다.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스마트폰을보는 습관이 있나요? 이때 스마트폰을 켜라고 명령을 내리는 두뇌는전두엽이 아니라 조가비핵입니다.

성공 경험을 한 사람은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집니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사람은 행동거지가 다릅니다. 허리를 쭉 펴고 위풍당당하게 걷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침착하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 등 태도에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에게 더욱 신뢰감을 주게 됩니다.
크건 작건 투자로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풀게 마련입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죠.
"비가 오는 날 주식을 사면 됩니다."

유튜브의 영향인지, ‘멍청하게 호도당하는 대중‘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장기투자, 분산투자, 분할매수 · 분할매도등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고, 주식을 살 때에도 기업분석을 직접 시도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2003년에 비하면 경이적인 현상입니다. 당시에는 대학생이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심지어 기업분석을 해가며 주식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뉴스감이 될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개인투자자들도 상당히 똑똑합니다.
‘똑똑함‘과 ‘현명함‘은 다릅니다. 지금 시대는 굳이 표현하자면, 거짓 예언가의 시대를 지나서 ‘거짓 철학자‘의 시대라고 부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단편적으로 주가가 이렇게 됩니다!‘ 혹은 ‘이 종목을 믿고 사십시오!‘라고 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정도의 시야는 얻었지만, 그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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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의 핵심적 통찰을 잘 설명해주는 글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쓴 서평입니다. 요컨대 스미스가 제시한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참신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훌륭하게 경영되는 제조회사들은 이익을 모두 주주들에게 분배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실적이 좋은 해에는 이익의 일부를유보해서 사업에 재투자한다. 따라서 건전한 제조회사에는 ‘복리 이자 요소‘가 있어서 유리하다. 건전한 제조회사의 실제 자산가치는 장기적으로복리로 증가한다.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고서도 말이다."
케인스의 이 호평 덕분에 스미스는 유명 인사가 되었습니다.
스미스의 책이 출간되기 전에는 투자자들이 왜 유보이익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카네기, 록펠러, 포드 등 거부들이막대한 유보이익을 재투자해 계속해서 이익을 더 키워왔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부자가 된 소자본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첫째, 유형자본이익률이 높아야 합니다. 둘째, 경영자가등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셋째,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런 기업을 발견하면 우리는 가급적 지분 100%를 인수하고자 합니다.
그리는 우리 기준을 충족하는 대기업을 인수할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대신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에서 그런 상장기업의 비지배 지분을 대규모로매수할 기회가 훨씬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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