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 감동근 교수 딥블루, 왓슨, 알파고를 말하다
감동근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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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공지능과 바둑고수의 만남, 그리고 바둑고수의 패배.

2016년 한국의 최고 충격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이 현상을 인공지능과 바둑 양 측면의 접근을 통해 이해하도록 도와준 전문가가 있다.

양면의 대결 혹은 융합이 이루어지는 현장의 중계자인 그는 바둑애호가인 컴퓨터 전문가 김동근 아주대 교수다.

김교수는 한때 IBM에서 왓슨 개발팀에 있었다.

체스와 퀴즈쇼에서 왓슨이 보여준 탁월한 성취도 당시 인간들에게 충격이었다. 그 원리에 대해서 꽤 상세히 해설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둑의 해설은 이정우 프로 9단이 설명해준다.

다른 해설과 얼마간의 차이가 있었고 재미있었다. 

결과는 다들 알기에 생략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체스 패배 이후의 경험이었다

자 이제 바둑의 신비감이 깨진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좋은 참고사례인 셈이다.

먼저 인간고수는 상대화된다고 한다. 이제는 슈퍼컴이 아니라 인텔 CPU 2개 만으로도 인간이 이길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들 사이의 랭킹은 컴 아래 있는 상대적인 존재가되었다.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 처럼, 컴을 제외한 인간들의 놀이는 고만고만해진다. 또 하나 사람들에게 나온 변화는 인간의 수를 경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준을 판정을 해준다고 한다. 심판 내지 해설자의 옆자리에서 보는 전지적 관점을 선물 받게 된 셈이다. 대중들이..

그 덕분인지 체스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늘었고 더욱 중요한 건 사용자가 늘었으며 지역적 차별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동양의 고유한 신비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는 소수의 서양 매니아들에게 많은 대접을 받았다. 영화 뷰티풀마인드에서도 주인공이 바둑 두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바둑을 프로도 아니고 하나의 고도의 지적 게임으로 존중했었다. 실제 나의 선배 한분도 미국 유명 대학 교수가 자신의 학과에 어플라이한 한국인이 바둑을 잘 둔다고 하니 특별대우를 한 케이스를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고수는 굳이 모셔올 필요가 줄게 되었다. 

ASK ALPHAGO가 나올 예정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게임을 좀 더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복기의 순간이야말로 패배자에게 성찰의 시간이 되고 아픔을 딛고 한걸음 나아가도록 하는 중요한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거대기업의 작품이다. 그래서 법적 계약 조건을 통해 요구된 사항들은 치밀하게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대국규칙,특히 시간 조건이 그렇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계약에 무지하였다. 한국기원이라는 조직이 있지만 얼마나 조직적으로 이 특이한 도전자에 대해 이세돌을 지원했는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한국이 거저 퍼준 것이 있다. 바로 기보다. 머신러닝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한국의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쌓아놓은 기보가 이들에게는 훌륭한 자료가 되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대국얼마전부터 유럽에서 가입한 모 사용자가 기보를 엄청나게 빨아들였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이기려면 바로 그 대목을 막을 수 있었어야 한다.


인간의 매력은 비극에 있다고 한다. 소멸할 줄 알면서도 돌진해가는 자기극복의 힘, 이게 바로 영웅의 아름다움이다. 

또 하나 인간은 성찰할 줄 아는 존재다. 자신의 패배를 찬찬히 복기하면서 인간은 한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패배는 직시하고 다음 회전을 준비할 때다.

구글의 화려한 머신러닝 기술이 왜 오픈API로 공개될까? 그들이 원하는 건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타이젬의 바둑 기보가 필요하고 한국기사들이 수십년간 쌓아놓은 지적 성취라는 자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앞날의 게임도 엇비슷한 패턴이 될 수 있다. 내가 없는 것을 만든 이를 존중하고 나의 강점을 결합해서 더 큰 것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해내는 힘,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전략이 아닐까 한다.

아마 다음 전장은 의료가 될 것 같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율, 매우 싸고 잘 설계된 건강보험 시스템 한국은 충분히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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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속았수다 - 성우제의 제주올레 완주기
성우제 지음 / 강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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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사는 전직 기자가 제주 올레길을 20일간 걷고 만들어낸 기행문이다.


"쪽빛 바다가 아득한 수평선으로 펼쳐지고발밑으로는 검은색 절벽 해안이 길을 따른다찰랑대는 파도 속으로는 하얗고 검은 돌들이 들여다보인다"

"다시 바다가 보인다. 드넓은 초원과 바다가 맞닿아 있다. 바다목장이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문자로 담아내려고 저자는 많은 수고를 했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내는 얼굴과 피부가 수고하고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발이 힘을 썼다. 밤에는 하루의 피곤을 풀어내며 발은 휴식하지만 머리와 손은 새로운 체험을 공감시키고 보편화시키려는 문자작업으로 분주해진다. 결국 남들보다 하루를 두배 부지런해야 하니 보통 여행이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자연에 더해서 그 속의 사람들 이야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길을 걷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말 붙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역시 기자 정신으로 무장한 작가는 자연스레 말을 붙이고 되돌아오는 이야기를 책에 잘 녹여낸다.
덕분에 독자는 힐끗 보며 지나갈 수도 있는 해녀,육지에서 건너온 정착민,청년 등 다양한 이들의 속내를 볼 수 있다.
동쪽과 서쪽의 물산이 왜 다르고, 우도에서는 땅콩 농사가 돈 되고, 가파도는 어떻게 청보리 축제를 만들었는지 등 나름 세세하게 제주를 알게 해준다.

하지만 작가 성우제에게 올레는 아주 낯선 길은 아니다.
그 길의 맨앞에 있던 올레길의 창조자 서명숙은 언론계에서 성우제의 앞을 끌어주던 선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을 시작할 때나 길을 걸어가는 중간중간 서명숙은 불쑥 나타나 번개 시간을 가져준다.
뒷담화는 자연스레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사람들 사이의 해프닝이다. 지금이랴 큰 길이지만 첫번째 걸었던 이한테는 절대 큰 길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된 길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에 의해 불쑥 솓아났다는 걸 의식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올레가 만들어낸 건 자연속의 인간의 길만은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길도 같이 닦았다. 1번 길은 해변의 조업권 때문에 다투던 두 마을을 연결하며 만들어졌다. 당연히 사람들의 화합을 노리는 행위다. 

길에서 만들어지는 인연이 훗훗한 먹거리 사업이 되는 경우도 여럿이다. 숙소 못 찾아 헤메던 올레꾼을 재워준 인연으로 만들어진 할망숙소 이야기는 인정 넘친다. 그러면서 외롭게 오랜 시간 견뎌야 했던 할망들이 이제는 사람들을 맞으며 자신들의 새로운 존재 의미를 찾아간다고 한다. 다 보람찬 일이다.


서명숙의 여행은 새로운 시대의 욕구를 잘 포착한 덕분이다.

걷기는 그냥 걷기가 아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서명숙식의 걷기 여행은 힐링을 표방하는 21세기형 자아 찾기와 국토 예찬

이다.

힐링 속에서 나를 찾고 내가 디딛는 이 땅을 사랑하게 해주는 일 올레 걷기의 아름다움은 오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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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VS 이세돌 - 인공지능과 바둑의 역사를 새로 쓴 7일간의 기록
홍민표 지음, 김진호 해제 / 이상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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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의 등장은 한국에게 주어진 거대한 축복이라고 이야기들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전이 바로 한국에서 이루어져 그동안 무지에 가까웠던 한국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고 한다.

그럼 실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내용은 어떠했을까?

이 책은 세기의 기보를 프로기사가 세세히 해설해나간다. 덧붙여 저자는 이세돌과 막역한 친분으로 수시로 나누었던 대화를 기초로 이세돌의 심리를 반영하려고 했다.

나도 바둑을 약간 두기에 (한게임 9단) 바둑 진행을 보았지만 당시는 해설자도 워낙 당황해서 진실을 받아들이는데 꽤 시간이 걸렸었다.


이번 책을 차분히 보면서 이세돌의 바둑의 패착과 실수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반대로 뒤집으면 알파고의 위력을 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알파고는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엇다. 초기에 이세돌이 시험 삼아 둔 수단들은 여지없이 응징해내버렸다. 직접 둔 이세돌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수가 한 둘이 아니었다.

통상 사람은 직관이 강점이라고 하지만 알파고는 한 곳에 둔 응수를 아예 놔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간 경우가 여럿 있었다. 그때는 뭐야 정도로 의아해했지만 사후 복기를 통해 파악해보니 승부를 위해 자신만의 길을 잘 간 것으로 파악되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승부는 사실상 이미 끝난 셈이다. 굳이 더 도전을 받을 필요조차 거의 없어졌다. 잘해야 이제 인간은 인공지능의 약점 찾아내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한 셈이다.

아마 그 스파링 파트너 작업도 사람 여럿이 모이고 시간도 훨씬 더 써야만 의미 있는 수주의 승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은 알파고가 1000대 동원한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은 컴퓨팅파워의 꾸준한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대결에 사용한 컴퓨터 대수를 줄여나갈수 있다. 앞으로는 1000대가 아니라 500대 100대 이런식으로 점점 내려갈 것이다. 컴퓨터 몇대만 묶어도 될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인간의 위치는 어느 정도로 미약해져있을까?


이렇게 바둑에서 인간이 가졌던 신비감은 사라져간다.

아쉬운 이유는 바둑이 한국이 세계적 우위를 가졌던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바둑은 중국에게 점점 밀려가고 있었다. 이세돌은 아마 마지막 고수 중 하나로 이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바둑의 쇠퇴에 대해 프로바둑계에서는 원인을 속성 학원식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주입식 스파르타 교육은 프로로 빨리 올려세우기는 하지만 이후 세계 제패 수준으로 올라갈 잠재력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뼈아플 수 있는 지적이다.

한국은 반도체,핸드폰에서 1위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창의적 회사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전통적인 경쟁은 중국의 인해전술에 밀리고, 컴퓨터를 이용한 접근은 미국에게 밀려나가다 보니 한국의 설자리는 급속히 줄어들어 버린다.

이대로 5년,10년쯤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 방법도, 저 방법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길은 무엇일까?

아마도 융합에 있을 것이다. 바둑의 최고와 인터넷환경 등의 강점 등을 잘 버무려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만이 살길이리라.

실제 유럽의 작은 나라인 네덜란드,덴마크,스웨덴 등은 그런식으로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 생존한다. 그 기반은 철저히 자신으 강점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넘버원 플레이다.


선택 그리고 집중,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조와 협업이 필수다.

과연 그렇게 변신이 가능할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이대로는 죽어간다는 건 이번에 알파고가 잘 보여주었다. 

살려면 움직여라, 변해가면서. 그렇게 해서 하나 하나 얻은 지혜로 자신을 다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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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한국은 없다 -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 보고서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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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채 200조가 박근혜 정부 3년만에 불어 났다.

안타깝지만 오늘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최근 정부는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 자금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 마련하고 있다. 발권력이 막장수단이라는 걸 경제에 대한 약간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아는데 왜 이리 무리수를 두어야 할까? 

1000조에 달해가는 한국의 공공부채가 이미 답을 주는 셈이다.

정부가 쉽게 쓰는 돈은 다 가져다가 퍼부었기에 이제 화폐 인쇄기에 의존하게 되어버린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채가 늘어나고 화폐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망한 나라로 공병호 박사는 로마의 사례를 들었다. 디오클레이티우누스 황제 이후 로마는 세출에 맞추어 세입을 강제하면서 세금을 늘려나가다가 붕괴를 맞게 되었다고 한다. 

손만 벌리고 나만 덕보려는 많은 이익집단의 탐욕을 정치권은 제대로 막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그게 바로 박근혜 정부의 암담한 현실이다. 

항상 자신을 자유,시장주의자로 자처하는 공박사이지만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매우 냉정하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공박사가 세종시에 갔을 때 느낀 참담함은 매우 컸다고 한다.

MB때 조정해보려고 했지만 박근혜의 거부로 실패한 세종시문제도 지금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리더십에 있다.

그것도 탑이 가장 문제다.


하지만 탑 홀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그동안 쌓인 문제를 오직 박에게만 집중시키는 것도 비판의 한계가 있다.

부동산부양정책은 노무현떄부터 전가의 보도로 쓰였고, MB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최경환이 본격적으로 다시 걸고 들어갔다.

얼마전 한국은행 금리까지 내리면서 한국에서는 오직 강남 재건축 아파트시장만 하늘 치솟들이 올려세우고 있다.

자산가치는 올려 놓았지만 한국의 실제 경제체력을 나타내는 500대 기업 이익률은 급전직하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휴대폰 하나 빼고 정리한다면 더욱 참담한 수준이다. 


탑도 문제, 금융도 문제, 산업도 문제..


이대로 3년을 더 간다면 어떻게 될까?

공박사의 우려대로 한국의 미래는 더 우울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공박사는 해결책으로 몇 가지를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와닿는 제안은 일본을 제대로 배우자는 것이다.


일본이 20년간 처참하게 보여준 장기불황의 실패를 우리는 이미 여려해동안 따라 하면서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본전문가들 숫자도 이제 별로 없고 노쇠해지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아베노믹스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저주처럼 퍼붓다가 지난번 413총선에서는 갑자기 여당으로 간 강봉균이 일본흉내내면서 양적완화 하자고 선거구호를 만든다.


일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공박사의 추천도서는 김용운 교수의 <풍수화>였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서 역사관이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은 전국시대를 오래 겪어서 싸움의 승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걸 별로 부끄럽게 생각안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꼭 옳고 그름을 따지는 관념 중심의 역사관에 집착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만이나 중국과 다르게 일제시대 석조건물들을 악착같이 파괴한다. 참고로 두 중국계 나라는 그냥 그 건물을 잘 고쳐서 쓰고 있다.

이런 역사관이 스스로를 규정하는 건 몰라도 외부와 자주 충돌하는 건 위험하다고 공박사는 지적한다. 


공박사의 지적 중 또 유용했던 건, 북한 정권이 무너진다고 막바로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된다.


한때 다작으로 또 이런 책하고 공박사의 책들이 시장에서 외면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최근에 나온 <김재철평전> 등 책들의 질은 매우 수준이 높다.

이 책도 두고두고 여운이 남고 있고 사회 지도층이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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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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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길이 없다" 작가 김훈의 말이다.

힘은 문사들에게 있지 않고 법의 칼을 들이대는 검사, 총칼로 위협하는 군인과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자들에게 있는 게 현실이라는 인식이다.

글자전쟁에서 저자 김진명은 여기에 반박을 한다.

글자 하나를 지켜내는 건 소중한 일이다. 전쟁을 해서라도 꼭 지켜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사로서 소설에 등장하게 되는 중국의 사마천과 공자는 현실에서는 철저한 패자였다. 사마천은사형수에서 스스로 내시가 되었고, 공자는 상갓집 개로 세상을 떠돈 우울함 자체였다.

이들의 글자를 무기로 모아 책을 내었다. 결국 사마천의 사기, 공자의 논어는 동양의 정신세계의 주춧돌이 된다.

 

김진명이 잡은 책의 제목 <글자 전쟁>은 글자를 지키기 위해 벌인 선조들의 노력을 특별히 부각시킨다.

 

소설에는 작가 자신이 나온다. 전준우, 팩트서처라고 성격도 설정해준다. 팩트를 찾아나서는 그의행보는 픽션이라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하다. 그런데 곧 북경 북한식당에 얼굴 비치다가 픽 쓰러져버린다. 그리고 슈퍼 탈펜트를 가진 주인공을 등장시켜 작가가 설정한 과업을 풀어가게 만든다. 바로 그 인물 이태민은 영재이고 복합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리학을 기초학문으로 하고 국제정치를 전공한 무기상이다. 판매라는 건 길가의 좌판에도 고유의 원리가 있지만 이왕 팔거면 큰 걸 팔아야 한다.

이태민은 배운바를 다 잘 써먹어서 고위 군인들을 술집에서 먹이면서도 물리학 원리로 납득을 시키면서 국제정치의 최근 데이터를 종합해서 왜 그 무기가 당신의 환경에 필요한지 방위전략까지 짜준다.

위아래 여러 레벨을 오가고 고객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내는 복합 역량을 가지고 있다.

 

군납과 무기가 왜 중요한지?

한국의 재벌들 현대,한진은 6.25전쟁에서 대표적 군납업자였다.

분쟁이야 말로 재벌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는 아주 좋은 텃밭이다.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은 멀고, 무기상의 할 일은 많다.

 

현대에서는 분쟁지역의 무기를 파는 죽음의 상인이지만, 작중에서는 또 하나의 미션을 잘 수행한다.

바로 고대에 벌어지는 글자전쟁이다.

이 두 세계가 번갈아 드러나면서 서로를 더 잘 드러내보여준다.

 

글자는 왜 전쟁거리가 될까?

글자에는 관념을 지배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이런 글자를 만드는 힘은 중국만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는 게 책의 핵심이다.

 

그럼 왜 이런 힘이 중요할까?

답은 다시 현대로 와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죽음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남과 북의 관계는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로 끊어지고 말았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밀어 붙이기는 과거 YS시절 핵파동과 엇비슷해졌다.

무기상들에게는 호재다. 작품 속의 이태민이 아니라 많은 무기상들이 날라다닐 것이다.

이 상황은 꼭 올바른 것일까?

불황이 너무 심해 구조조정한다고 10조 넘게 화폐 찍어내는 막장 경제가 되었다. 그런데도 개성공단에서 눈물 머금고 철수한 중소기업에는 대출만 해주고 너 벌어 놓은 것으로 먹고 살라고 한다. 과연 합리적일까?

다 지도자의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 점에서도 한 칼을 날린다. 시작에서 김정은에게 한탄하는 북 군인도 나오고, 남과 북이 친해지려면 방해하는 일본 신문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게 다 

남이 만들어놓은 판 안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 책뿐 아니라 여러 저작에서 저자는 일관되게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라고 소리 높인다.

그래서 자신의 분신인 작가를 순교자로 승화시켰고, 감히 중국의 맞상대로 사마천과 공자를 놓았다. 대단한 배짱이지만 가볍게만 볼 수는 없다.

 

김훈은 책에는 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 김진명은 책에서 길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누구도 쉽게 가기 어려웠던 길, 그 길을 만들어서 우리식대로 살아보자는 격동이 담긴 메시지를 문자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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