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
월터 아이작슨 지음, 정영목.신지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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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혁신이다.

컴퓨터 산업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조가들의 진면목을 모아 보이는 책이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아이작슨의 또 하나의 역작으로 매우 감탄스럽다.


특히 개인용 피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게이츠,잡스와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매우 흥미로운 일화를을 소개한다.

게이츠의 경우 워낙 탐욕스러운 인물이라 전기를 잘 안 읽었는데 이 책에서 많은 걸 배웠다.

아주 어려서(초등 입학전) 가만히 있으니 어머니가 뭐하냐고 묻는다

"생각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정신과 상담을 보낸다.

왜 지금도 게이츠가 생각주간을 가지는 지 뿌리가 여기 있었다.

아버지가 변호사고 어머니가 IBM회장과 같이 활동할 정도의 명문가였고 학교도 명문 사립고를 다녔다. 가장 큰 혜택은 PDP 기종을 일찍 접했는데 개인의 노력 더해서 학부모들의 지원도 컸다.

물론 그 기회를 이용해 마음껏 사고를 쳐서 수시로 경고를 먹었는데 그 버릇은 대학에 가서도 여전했다.

규칙에 반항하고 친구들에게도 툭툭 쏘고,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 담당 교수는 아주 재수 없는 친구라고 회고 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자기 장점을 잘 알았고 거기에 집중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그리고 기회다 싶으면 날밤새면서 집중하는 모습.

게이츠가 도약할 수 있었던 두 번의 계기는 알테어에 BASIC을 올린 것, 그리고 IBM과의 DOS 개발 계약이었다.

이 과정에 대한 일화들을 흥미진진하게 묶어내서 게이츠의 성격과 공과에 대해서 아이작슨은 아주 잘 보여준다.


또 하나 무척 흥미로운 인물은 부쉬넬이었다.

그는 퐁이라는 게임기 사업으로 성공했었다. 이 회사에 잠시 잡스가 일했었는데 괴짜의 면모를 잘 회고해서 보여주었다. 영화에도 나오는데 냄새가 나서 일은 하도록 놔두지만 야간으로 시간은 조정해주었다. 역시 보는 안목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는데 컴 게임이 인기를 끄는 걸 보고 이를 사업화 하기 위해서 거꾸로 하드웨어 칩으로만 구현해내었다. 다운사이증과 포맷 이동을 하였는데 철저히 사업성 위주로 개발해내었다.

아이작슨에 의하면 아이디어는 작은 부분이다.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나아가 이를 비즈니스로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부쉬넬은 이 난관 모두를 돌파한 이노베이터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요즘 많은 청춘들이 창업을 자의반 타의반 하고 있다. 아마 부쉬넬과 게이츠 일화만 읽어도 책값은 충분히 뽑는 셈이다.


말고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유용했고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시작과 끝은 바이런 경의 딸 에이다였다. 시인의 딸로 수학을 배우고 후일 컴퓨터 선구자로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으로 남는 영예를 누린 인물이다.


이노베이터, 

저성장에 대기업들의 추락이 이어지는 한국이 부족한 건 결국 기업가 특히 이노베이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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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 - 알렉산드로스의 죽음과 제국의 왕관을 놓고 벌이는 살아남은 자들의 전쟁
제임스 롬 지음, 정영목 옮김 / 섬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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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기가 더 힘들다.

알렉산더는 화려한 전투의 승리로 제국을 만들었지만 그 유산을 지켜가는 일은 더 힘이 들었다. 알렉산더가 죽었을 때 자식은 어렸고, 장군들은 드셌으며 명확한 통치를 위한 규칙은 없었다. 이제 막 정복으로 통일된 세계는 각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알렉산더>는 그의 사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스크린에 짧은 주석을 달아 놓는다. 죽음이 가까워지자 울부짖는 박트리아 출신 록산느, 마케도니아에 남아 계속 신하의 불충을 호소하는 어머니 등의 모습이 나온다. 결국 이들은 얼마지나지 않아 신하들에 의해 죽게 된다. 왕의 자손은 존중 받는 것이 아니라 더욱 위험한 존재가 되어 철저히 말살되게 된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위업이 거기서 끝은 아니다. 영화의 내러이터는 프롤레마이오스가 맡고 있다. 알렉산더의 친위대였던 이 마케도니아인은 오래 오래 남아 저 멀리 캐사르를 유혹하게 되는 크레오파트라의 직계 조상이다. 잘 관리한다면 제국은 잘 유지될 수도 있었다.

무엇이 제국을 갈라지게 만들고 어떤 이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은 잘 서술하고 있다. 장군과 왕실의 후예들, 이들이 서로 이어지고 갈라지면서 벌이는 사건들이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약간 의외의 인물이다. 그리스인으로 알렉산더 대왕의 서기였던 에우메네스가 주인공 역할을 한다.

그는 또 다른 책의 주인공이다. <기생수>라는 일본 만화의 작가가 그린 <히스토리에>의 주인공이다. 대부분 난생 처음 들은 인물이지만 그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에우메네스는 널리 알려진 왕공도 아니고 전쟁 영웅도 아니면서 영웅전에 자리 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체가 이 책의 내용에 잘 설명되어 있다. 오히려 <영웅전> 보다 훨씬 치밀하고 자연스럽게 시대와 사건을 이해시켜준다.

책을 다 읽고 덮어가면서 나의 머리에는 다시 한번 알렉산더가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점이 각인되어 갔다.

전쟁만을 잘 치른 싸움꾼이 아니라 그는 제국의 건설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터에서 보여준 순발력과 용기 특히 문제해결력은 정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왕이었지만 이집트를 방문해서는 신이 되고 페르시아에 이르러서는 공정한 대왕이 된다. 일종의 가면 쓰기 행위라 정통 그리스인들은 변절자라고 비난했지만 대왕의 생각은 깊었다.

앞서 이야기한 프톨레마이오스가 오래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신격화를 통해 이집트에 필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알렉산더가 보인 모범을 따라간 셈이다.

페르시아는 마케도니아나 그리스와 달리 원래 여러 민족을 아우르는 제국이었다. 이 영토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포용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정복과 피정복이 아니라 두 문명이 만나고 섞이는 변증법적인 승화가 일어나야 한다. 페르시아 공주와의 결혼, 페르시아인을 포함한 다국적 군대 만들기 등은 모두 거대한 비전을 향해 가는 대왕의 노력이었다.

이렇게 모아진 힘은 다시 서방으로 뻗어가 로마와 페니키아를 정복하려고 준비되었다. 아마 대왕이 10년만 더 살았어도 아시아와 유럽을 모두 아우르는 더 큰 제국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제국에서는 신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섞이고 자유롭게 소통되는 후일 로마가 전성기에 만들어낸 거대한 공동 생활권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알렉산더가 거인이었던 만큼 그의 후계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난장이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가까운 친위대의 장군들은 몇몇 흉내를 보였지만 실제 잘 되지는 않았다. 알렉산더와는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갔지만 약간의 상황 차이를 읽어내는 미묘한 능력에서 그들은 난장이었고 실패하게 된다. 이렇게 탈락해가는 장군들 아래서 새로운 실력자들이 올라선다. 대표적인 인물이 안티고노스와 셀레우코스였다. 이들 모두 왕조를 만든 창업자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그럼 에우메네스는 무엇을 했는가? 원래 그리스인이었던 그는 왕조를 지키는 최후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했다. 안락한 타협의 길을 계속 거부한 그는 끝까지 왕조의 통합을 통한 알렉산더의 유산 승계라는 이상을 위해 헌신했다.

그 과정에서 미약한 힘을 꾀로 극복해간다. 명장을 상대로 기발하게 승리를 거두기도 하고 패배한 다음에는 작은 요새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용기의 최고가 아니라 꾀로 승리하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 같은 모험가인 셈이다.

그러다 때로는 탑에 갖힌 공주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말을 타고 오지만 안타깝게도 공주는 같이 떠나기를 거부한다. 장면 하나 하나가 거의 소설 수준의 삶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역사적으로 어린 후계자가 신생국가를 물려 받아 지속 된 경우가 드물다. 예외적인 인물이 삼국지의 주인공 제갈량이었다. 제갈량 이후의 대부분의 중신들은 어린 후계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삼국지의 나관중이 제갈량을 치켜세우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에우메네스 또한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보인 헌신과 이상은 그야말로 알렉산더 대왕의 충직한 후계자였다고 시간이 갈수록 인정된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서까지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산을 오르는 일은 땀도 나고 힘도 들지만 하나 더 생각을 해야 한다. 말을 타고 세상을 정복할 수는 있어도 말에 탄채 다스릴 수는 없다. 난세에는 평세를, 전쟁에서는 평화를 생각해나가야 진정한 위업을 이룰 수 있다.

알렉산더의 영광,위업,이상과 함께 그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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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03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알렉산더」에서 가우가멜라 전투 장면이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나온「트로이」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사마천 2016-09-03 12:22   좋아요 1 | URL
저자가 대단한 스토리텔러더군요. 학자이면서도 이렇게 스토리 잘 끌어가는 경우 드물게 보았습니다. 너무 쉽게 읽혀서 감탄했습니다. 그리스 세계에 관심이 많으시던데 이 책의 주인공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0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사마천님께서 소개해 주신 도널드 케이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 페르시아 전쟁 이후 마케도니아를 중심으로한 그리스 세계의 반격이 기대되네요^^: 항상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사마천님 즐거운 토요일 오후되세요^^

사마천 2016-09-03 13:37   좋아요 1 | URL
도널드 케이건 책 대단하죠. 좋게 읽으셨다니 아마 이 책도 재밌고 유익하시리라 믿습니다. 겨울호랑이님의 그리스 철학 공부 보여주셔서 저도 도움 많이 받습니다. 항상 넓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
 
명사들의 졸업사 - 세계 최고의 졸업사를 눈으로 듣는다!, 개정증보판
버락 H. 오바마 외 지음, 안지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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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새로운 세계로의 첫걸음이다.

이런 기쁜 날 무슨 말이 귀에 들어올까? 축사를 하러간 명사들이 당연 고민 될 것이다.


그런데 "You are all fucked up" 여러분은 쫄딱 망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근데 말하는 사람은 바로 "로버트 드 니로"다.

뉴욕의 명문 예술대학 티시에서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면서 그는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졸업하고 막바로 길이 열리는 회계사,간호사가 아니라 예술가는 힘든 길을 가야한다.

그의 앞에 열린 문은 <거절의 문>이다.

오직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기회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의 피곤한 삶이 앞에 기다린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노력과 성취가 일치하지 않는 예술의 세계는 도전자들에게 무수한 어려움을 준다. 그럼에도 열정이 상식을 이겨나가는 곳이 예술이라고 찬찬히 이해시킨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 <인셉션>의 감독이다.

그는 대학과 사회의 차이를 속이 꽉찬 브리 치즈와 구멍이 숭숭난 스위스 치즈로 비유해 설명한다.

대학에서 꽉 찬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부딪혀 보면 구멍을 확인하게 된다고. 그리고 그 구멍을 자신의 노력으로 메우면서 자신의 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꿈 보다는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주시하고 쫓으라고 한다.


아마존의 베조스는 아주 독특한 자기 경험을 풀어 놓는다.

할머니가 담배를 피는 동안 할머니에게 수명이 9년만큼 줄어드는지 계산해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놀라운 계산 능력을 칭찬받을 줄 알았지만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여기서 할아버지가 찬찬히 충고를 해준다. 냉정한 수학적 계산 능력보다 따뜻한 감성을 갖기가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일화는 꽤 충격적이지만 남들도 많이 겪을 수 있는 일이었고, 나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대학을 막 나오면 일이 기다리고 있던 시대에는 졸업식은 아주 빨리 지나가는 교차로 같았다.

하지만 이제 건너편은 거대한 심연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 앞에 주저하면서 많은 이들이 졸업을 유예하며 신분을 붙들고 있다.

그러니 졸업식 자체도 더 어렵고 피곤한 행사가 된다. 축사 하는 이들 모두 그걸 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가 겪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 졸업식은 한국과는 다른 것처럼 보인다. 영화인들, 벤처로 성공한 이들은 삶에서 얻은 통찰을 나눠주고 이 씨앗이 점점 잘 자라나서 큰 나무로 성장하는데 도움 되기를 성원한다.


졸업을 하였지만 아직 길을 찾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사회의 선배가 해준 말을 곱씹어가는 일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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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세트 - 전10권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엮음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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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대담을 보았다.


시대와의 불화를 겪은 베스트셀러 작가.

이문열은 영광과 그늘, 애정과 증오를 모두 가졌다.


수재로 태어났지만 철저한 연좌제 덕분에 늘 그늘에서 어렵게 헤쳐나가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고시공부에 실패해서 동아일보 편집기자를 3년 했지만 안식처는 아니었다.

그리고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로 나선 다음 인생은 새로운 길이 열렸다.

한풀이 하듯 마구 작품을 쏟아내면서 글이 세상에 주는 영향을 잔뜩 누리다가 결국 전환점을 맞았다. 

처음 세상이 이문열의 작품을 환영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이문열 작품이 가진 독특한 색깔들이 있었다.


우선 지적세례가 작품 속에 있었다. 사람의 아들의 경우는 프로이드가 쓴 논쟁적 모세에 대한 글을 잘 이용하였다. 아마 당시 원서로 이 책을 읽었던 문인들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직 한글로 소화되지 않은 서구적 지식조류들을 잘 인용해내면서 충격을 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김용옥의 경우도 하버드에서 공부한 썰들을 풀면서 공부하지 않던 학계에 자극을 주었다. 그러다 미움 사서 퇴출되었지만.


다음으로 남로당과 연관된 아픈 가족사가 시대가 겪던 아픔과 서로 포개졌다.

80년대는 해방 이후의 좌우대결이 반복된 시기였다. 사실 공산주의라는 운동은 청년들의 작품이다. 이문열의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북행을 선택하였을 때 37세였다고 한다. 

가족사에서 겪어야 했던 감정은 고스란히 문학에 현실감을 주었고 이게 당대에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대박은 바로 이 책 삼국지였다. 현대적 고전해석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오래 오래 넉넉한 군자금을 주었다. 인세라는. 아마 지금은 그 만한 인기를 끌 문인이 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다. 다들 모바일에서 파편화되고 짧은 글로 소비하니 말이다.


이렇게 애정을 담뿍 받았던 이문열이지만 목소리를 키우면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김윤식 등 평론가들과도 강하게 맞받아쳤는데 점점 정치와 연결되면서 파열음이 커져갔다. 

한나라당 계열의 전국구 제의가 오가고 보수신문에서 좌를 질타하는 논설을 열심히 쓰고 하는 활동들이 많았다. 

거거디 더해서 그의 고향은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전통 유교적 의식에서 말이다. 

공지영과의 일화도 한몫했다. 이혼이 훈장이냐는 날선 비판은 공지영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덕분에 페미니즘과 남녀평등이라는 새로운 시대 조류와도 거꾸로 가는 셈이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시대는 자연스레 이문열과 거리를 두었다.

이후 나왔던 문학작품들의 대중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호모 엑스탄쿠스 그 책은 보다가 덮어버렸다. 한 시대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에 대해서 너무나 모욕감을 주는 정치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 사건이 터졌다.

바로 화형식이다.

저자와 독자의 가장 비참한 만남이고, 이혼도 아니고 가족살해와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문열은 고집을 꺽지 않았다.


사실 난 이문열에게 다른 역할을 막연히 기대했었다.

분단시대의 종식을 위해 가족 분단을 겪었던 그가 문학적인 지향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사실 북에 건너간 아버지는 몇 번에 걸쳐 자식과의 만남을 원했다. 

황석영, 북에까지 직접 간 그는 의외로 이문열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이문열이 사실 배려심도 있어서 IMF 떄는 김우중 회장을 직접 찾아가 어려운 문인들에게 현금지원을 타내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 김우중 회장은 참 많은 걸 베풀었는데 안타깝다.

황석영도 미국에서 도피생활할 때 제법 많은 달러를 건넸다고 한다.

어쩄든 황을 통해서 북의 가족들 소식이 전해왔다. 그런데 왠걸 아버지가 건너가 재혼하고 자녀 다섯 낳고 잘 살았다는 소식에 통음을 금치 못헀다고 한다.

그러더니 더 이상 북으로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의 시대는 백화제방이었지만 북에 대한 아주 넉넉한 포용심은 김대중 정부때 반짝했을 따름이다. 이 떄 만약 이문열이 문학적 상징물을 만들었다면 꽤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리라고 가정해본다.

하지만 이문열의 선택은 보수였고 반북이었고 그냥 거꾸로 가버렸다.


그러니 그의 불화는 결국 빠르게 변해버린 시대에 적응 못한 낡은 명문가 의식으로 치부해야 할까 보다.


이제 시대는 변했다. 작가의 가슴의 깊게 남은 상처도 서서히 아물고 있고 독자들도 좀 더 관대해지고 있다. 작가는 작년에 신장을 암으로 절반 이상 잘라냈다고 한다. 

남은 시간이 급속히 줄어드는 만큼 작가도 우선순위를 정해나간다고 한다.

그 맨 앞줄에는 과거 연인들과의 추억담을 문학화시키는 작업이 고려된다고 한다.

사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품 하나는 바로 <젊은날의 초상>이었다.

거기에 나온 부자집 따님과의 연애담과 파국. 참 우스운 이야기다. 

아마 그런 이야기로 기대가 된다.


작가란 결국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어서 계속 사랑 받는 것이 정말 가장 큰 승리인셈이다. 시대와의 불화에 대한 심판은 그렇게 먼훗날의 독자들에게 미뤄두고 작가는 다시 원고지를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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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PD와의 대화 - 변화하는 예능의 풍경과 전문직의 초상 방송문화진흥총서 167
홍경수 지음 / 사람in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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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뜨고 있다.

삼시세끼,먹방,개콘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여러 채녈에서 우리 시선을 잡는다.

심지어 이들 프로그램은 중국으로 수출되서 한류의 첨병 역할도 해준다.

그런 예능은 누가 만드나? 바로 PD다.

대표적 인물은 나영석이다.

나피디 말고도 다양한 피디들의 인생역정,가치관,지향점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모아 책을 만들어내었다.

만든이도 예능피디 출신이다.


개콘을 평소에 즐겨 보는 입장에서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나 관심가지고 보았다.

개그맨들이 대학로 공연장에서 시도하던 콘서트 형식을 우연히 보고 TV로 가져온 것이라 한다. 많은 개그맨들과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준 프로지만 탄생은 모방과 이식이고 우연이었다.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발전하는 계기는 방송의 경쟁시스템이었다.

SBS,CJ 같은 대기업의 진출은 상업화라는 비판도 가져오지만 성과를 보다 내세우며 다양한 실험을 하게 해주었다. 

조직의 벽에 갖혔던 젊은 피디들의 새로운 장에서 자유롭게 자기 실험을 할 수 있었다. 한때 가장 잘나가던 MBC가 MB 정부에 의해 초토화되면서 많은 조직원들이 새로운 곳으로 옮겼다. 

마치 비잔틴제국의 몰락이 르네상스를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이때 이주들은 집단적 성격이 있어서 신생방송사도 컬러가 다르다고 한다. JTBC,tvN 모두 고유하고 독특한 색깔을 가지게 되었다.


초창기 피디들의 이력도 재미있었다. 교수 아버지와 의대생 형을 두었지만 공부는 잼뱅이였던 대학생은 연예인으로서 실패했지만 돈 더 주고 놀 수 있는 직업이 있다고 해서 PD 시험을 보았다. 오랫동안 아버지에게 이상한 놈 취급 받았지만 늙어서 주변에 자랑할 때 이제는 오히려 의사된 형보다 더 비중이 커졌다고 한다. 재미도 얻고 명성도 얻었으니 반복적 일에 치이는 의사보다 훨씬 멋진 인생 아니냐는 반문이 묻어 난다.


삼시세끼의 출범에는 나영석 피디의 개인적 인생사도 있다고 한다. 원래 촌 출신이라 자연스레 인위보다 자연으로 프레임을 맞추었는데 대박이 났다. 작은 경험이라도 다 영감이 된다.


예능이 돈과 연관된 산업이다 보니 최근의 기술변화가 주는 영향도 거론된다.

쌍방향성 강화된 프로그램 편성,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 참고로 KBS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고 SBS는 잘 팔아먹고 있다고 한다. 여기도 민영화의 효과가 크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앞으로 점점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짧아지는데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거기는 아직 정답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적응해나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예능, 같이 웃는 시청자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판을 만드는 피디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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