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 정치의 죽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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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격이 워낙 컸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강준만 교수의 이 책이 있었다.

강교수는 개략적으로

트럼프의 삶과 성공스토리, 대선도전, 트럼프 현상을 만든 미국사회의 변화

이렇게 큰 줄기를 잡고 유려하게 읽어나가며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내가 트럼프에 대해 놀란 곳은 맨하튼 속 화려한 건물 트럼프타워에 대해 감탄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특색있는 대형 건축을 만들어내는 사업자 소위 디벨로퍼였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디벨로퍼 붐이 불었을 때도 성공 모델로 거명되었다. 

그의 또 다른 특색은 저술과 미디어 활용이었다. 

부자아빠의 기요사키와의 공저, 협상을 다룬 <거래의 기술> 등은 상당히 임팩트 있는 책들이었다. 

책이 생각 정리의 수단이라면 주요한 활약은 티비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의 미인대회와 어프랜티스는 신문에 종종 나오는 빅 히트 프로그램이었다.


돈벌기,그리고 자랑하기 이는 흔한 행동이지만 트럼프는 이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내었다. 소위 이름의 상품화다. 이 책에서 트럼프가 처음 자신의 고급주상복합의 이름을 바로 옆 티파니로 하려고 친구에게 물었다가 거꾸로 "야 네 이름써" 라는 말에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즉 미디어를 통한 성공의 무한한 확장, 꿈의 상품화가 트럼프의 전략이었다.


이쯤해서 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었을까를 곱씹어보았다.

교육이 많은 곳 하나는 보험회사다. 여기서 교육 할 때는 일반강사를 잘 안부른다. 수강생들은 직접 벌어본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트럼프는 직접 벌었고 떠벌리기 좋아한다. 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도 따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속으로 들어간다.


이를 약간 크게 보면 <어메리칸 드림>의 복원을 해내겠다는 말로 거창하게 포장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지지를 끌어내게 된다.

어프렌티스를 통해 트럼프 성공을 젊은이들에게 주입시켰다면, 더 나아가 미국인 중 소외된 백인으로 더 확장시켜 판을 벌려나가는 전략이다.


이 대목에서 역사를 살펴보자. 현대 세계를 공황과 이어진 불황, 그리고 히틀러의 등장이라는 20세기 전반의 역사와 포개볼 수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샌님 같은 귀족 분위기고, 트럼프는 히틀러다.

단순한 메시지이지만 명확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국민들에게는 자존감을 준다.


어메리칸 드림, 사실 실체를 알면 성공사례는 극히 드문 골드러시인데 (대부분 금 못 찾고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농장 피고용인으로 살았다) 그 꿈이 가느다랗게라도 있는 것과 아예 닫힌 것과는 차이가 크다.

어메리칸 퍼스트는 트럼프의 간결한 핵심 메시지가 되고 수많은 약점을 커버할 초강력 무기가 된 셈이다.


중졸,무직,시끄러운 말,무식한 선동가.. 이게 바로 히틀러였다.

트럼프는? 

훨 나은 조건 아닌가?


그래서 저자는 트럼프 현상을 불러낸 미국 정치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이 현상을 약간 확대하면, 필리핀의 <두테르테> 그리고 최근 한국의 경우 <이재명>의 인기와도 연결할 수 있다.


단순하게 이야기해도 좋으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자존감을 달라.


좋은 싫든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이겨내야 한다.

대선 전에 찬찬히 읽어 보고 진지하게 토론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주변에 트럼프 현상을 예측한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분은 평론가고 또 한 분은 미국에서 일하는 선배였다. 

그냥 뭉개버린 덕분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반대로 강준만 교수의 정말 부단한 노력하는 자세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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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8 15: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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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8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크릿파일 국정원 - 실패한 공작의 역사, 그리고 혁신
김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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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통치와 전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서 경찰대신 푸쉐는 강력한 첩보조직을 만들어 쿠데타와 반혁명으로부터 공화국을 지켜냈다.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영국은 전통적 교육으로, 미국은 후발주자지만 급조를 통해 정보기관을 만들었다. 007은 영국의 첩보원이고 미국에서는 미션임파서블의 톰크루주가 나온다. 아 킹스맨도 있던가?

이들에 더해서 첩보기관의 강국은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전세계 유태인들의 자발적 협조로 규모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한국은 2차대전이후 미국으로부터 배워 K-CIA를 만들었다. 지향점은 CIA였지만 현실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KGB 꼴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통치자에게 정보수집 대상은 먼저 북한,해외가 되어야겠지만 실제 박정희 정부는 국내의 반대파를 제압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정보부를 만든이는 김종필이지만 주요 사건은 각종 간첩, 김대중 납치사건 그리고 1026이 된다.

즉 통치를 억지로 끌고 가기 위해 온 힘을 다 바치도록 정보요원들은 압박받아갔다. 


악역에 걸 맞게 반대급부 또한 컸다. 급여는 통상 공무원의 2배 이상이다. 저자에 의하면 5천명이 1조 정도 쓴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하다.


이런 국정원도 전환점을 맞는다. 바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국정원의 탄압대상이었던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이종찬,임동원 등의 임명은 체질을 많이 변화시켰다.

대북 평화정책 추진으로 간첩잡기가 아니라 남북의 평화구축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노벨평화상까지 이어진다. 당시 임동원의 성취에 만족한 김대중은 유일무이하게 정보부장 공관을 방문해 부부동반 식사를 하면서 격려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시련이 이어진다. 바로 노무현의 대북송금 특검이다. 당시 문재인은 비서실장으로 여기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도 두루뭉수리 발뺌한다.


노무현 시대 국정원은 최초로 내부승진자를 수장으로 맞이한다. 바로 김만복이다. 그러나 이후 그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이나 기밀누설회고록 발간 등 사고를 터트린다. 그리고 김당 저자가 여기서 주요하게 밝히는데 바로 노무현의 정상회담 추진시 국정원 기밀비 중 1000만불이 북에 전해졌다고 한다. 이는 후일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노무현에게 제시되어 치욕감을 주었다고 한다.

데자뷰가 아닐까? 대북송금이 정몽헌 회장의 투신을 가져왔듯이 노무현도 검찰 조사 이후 투신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김만복은 책임을 부인한다. 

하지만 저자는 밝혀낸다. 김만복은 새로운 당선자 MB에게 임기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정리해서 가져다 바친다. 

후일의 어느 평론가가 그렇게 탄식한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고..


이렇게 시대의 변화와 역할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역사의 주요 사건 속에서 저자는 풀어내려간다.

그러면서 횡적으로는 나라별 정보기관의 특징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여준다.

처음 한국이 CIA를 지향했다고 하지만 내부반대세력 탄압에 치중하면서 KGB 모델이 되었는데 이를 김대중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모델삼아 국민의 사랑을 받고자 시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임동원 지휘하의 국정원은 선거개입에 나서지 않아서 당시 비판자였던 정형근에게서도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악화된다. MB가 임명한 원세훈은 댓글부대 사건을 일으킨다. 비록 박정부 들어 정치재판을 통해 축소되지만 수장이 불법행위로 교도소에 갖히는 치욕을 조직에 안겨준다. 


여기서 잠시 미국의 CIA의 변모를 살펴보자. 지금 정보기관의 최대 고민은 휴먼의 활약이 줄어든다는 점이라고 한다. 최근 갤럭시에 탑재되었던 홍채인식 기술에 의해 한번 눈이 등록되면 위장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니 007 이야기는 옛말이 되고 만다. 반면 기술을 흡수해 정보에 활용하는 일은 계속 된다. 미국의 경우 빈라덴 검거에 각종 사진과 암호해독, 도청 등 기술을 통한 거대한 첩보 빅데이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번에 트펌프를 지지한 피터 틸이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주 고객이 CIA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7급 공무원들이 댓글 달면서 느낀 자조감은 어떠했을까?


저자의 이 책에서 또 하나 비판적인 대목은 바로 탈북자 관리다. 처음 오면 기자회견 쇼 한번 하고 나서 곧 대성공사라는 특수시설에 수용되어 거의 간첩 취급 받는 고역을 치른다고 한다. 이렇게 안좋게 심어진 인식은 이후 재입북하는 사례도 만든다고 한다.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정원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나?

CIA는 어려워도 KGB는 벗어나야 할 것이고, DJ가 이야기한 모사드를 향해 가기를 바랄 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이 꼭 적이 아니고 친구가 꼭 친구도 아니니 말이다. 가장 큰 적이었던 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이 흔들거릴 때 해야 할 일은 역시 통일 대비아닐까 한다. 그런 대목도 앞으로 더 다루어졌으면 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한 나라, 한 정권에 대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니 말이다.


참고로 저자는 한국에서 매우 귀한 국정원 바로 알기 전문 기자다. 여러 특종을 했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인정해서 단독방북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의 해박함과 집요한 취재정신, 그리고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든 필력에 매우 감탄했다.


참 더 흥미가 생기신다면 김충식의 <남산의 부장>을 권해드린다. 김형욱회고록,김종필 회고록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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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당 2016-12-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저자로서 <시.파.국>을 충실하게 요약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사마천 2016-12-12 13:00   좋아요 0 | URL
대단한 걸작이십니다. 저도 보면서 너무너무 감탄했습니다.
목숨이 걸린 정보요원의 세계를 남북을 오가시면서 목숨(?) 걸고 현장감 있게 써주셨습니다.
해외 기관과의 비교, 정보기관과 권력의 얽힘 등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또 좋은 책 많이 내시리라 기대가 큽니다 ^^
 
수학이 나를 불렀다 -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로버트 카니겔 지음, 김인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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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누잔,

인도의 천재수학자로 영국 트리니티 대학과 아케데미의 인정을 받음.


예전에 인도,파키스탄인들과 미국에서 잠시 일을 할 때 

그들은 라마누잔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열심히들 일하더니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탑 경영자, MS를 회생시킨 나델라, 구글의 핵심임원 등을 차지해나간다. 


인도는 여행지로는 지극히 위험하고 불결하고 심지어 먹는 물 조금 잘못 손대면 설사로 드러눕게 되는 장소다. 


불결과 저개발에 천재의 대조.

인도의 불가사의다.


라마누잔은 최근 <무한대를 본 남자>라는 영화를 통해 삶이 부활했다.

학자는 영웅이 아니라, 전쟁터 대신 연구실이 나오고, 갈등 또한 교수들과 한다.

당시가 1차대전이 한창이었기에 실제 전쟁은 옆으로 지나간다. 그래서 러셀이 잠시 만났다가 반전 운동 하고 교수직에서 쫓겨나간다. 애국주의적 자존감 쎈 영국제국에서 러셀은 대단한 이단아이자 자유인이었다. 그가 처음 수학을 잘 해 업적을 남긴 걸 배경으로 이해해주어야 한다.


라마누잔의 특이점은

매우 종교적이었고 심지어 그의 통찰이 잠들 때 신이 머리에 남겨주었다고 한다.

라마누잔의 갈등은 주로 아주 신기한 직관을 내 놓아 사람들읠 탄복하게 하지만 수학이라는 학문의 전통은 왜 거기까지 도달했는지 과정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게 증명이다.

요즘 수학 공부들은 공식과 활용에 맞춰저 있지만 사실 그 공식을 만들어가는 훈련은 대단히 소중하다.

그런데 직관이 우선이냐, 증명이 우선이냐 물으면 이건 쉽지 않은 논쟁거리다.

우리 삶을 보자, 가령 돈이 돈 번다라는 명제는 많은 사람들이 체득했다. 이를 증명하라고 하면 보통 주변에서 본 예를 들 것이다. 그런데 피케티라는 경제학자는 프랑스 국세청 200년 데이터를 가지고 이를 논증해내서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다시 정리해보면 직관은 매우 소중한 역량이다. 그렇지만 보편화시키는 것, 명료화시키는 일은 과학의 몫이다. 그걸 하지 않으면 견고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라마누잔의 작품들은 어림함수(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매우 근접한 값을 제공하는)를 만들어낸다. 컴퓨터가 도입되기 전에 이런 어림함수는 현실적 유용성이 컸다. 전쟁터 날라가는 포탄의 타도 계산하라고 수학자에게 요구되는 시대니 말이다. 


그리고 어림함수는 직관의 산물이지만 증명으로 해나가려면 아주 빠개지는 일이다. 기하학과는 다른 세계인 셈이다.

어쨌든 갖은 차별을 피해 인도인으로서 영국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만들어내게 되니 피식민지 인도인들은 자신의 전통을 재발견하고 자부심을 얻게 된다.

마치 학문세계의 간디 같은 성취를 해낸 셈이다.


그런데 현대로 와서 라마누잔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외계인과 UFO,고대세계를 다룬 다큐에는 꼭 인도 고전 <라마야나>의 한 장면이 언급된다. 바로 두 세력간의 공중전인데 이게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핵전쟁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라마누잔과 그가 모신 신의 관계 또한 보이지 않는 정신적 끈이 있었다고 추론된다. 밎거나 말거나의 세계이지만, 

라마누잔은 바닥으로 익힌 것이 아니라 직관으로 풀어냈고 그가 보여준 공식 중에는 지금도 우주개발에 쓰이는 것이 있다.


라마누잔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정리해자


왜 이 고된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신의 사명이라고 했다.


영국에게 갖은 착취를 당하고 깨어나지 못하는 인도인들이지만 그 깊은 뿌리에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초월적 후원자가 있다는 깨달음.


그걸 인도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을까? 브라만이라는 신분이라 바다를 넘는 것조차 금지되던 그가 가족 버리고 긴 모험을 감내한 진정한 의도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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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창준 지음, 김원식 엮음 / 라온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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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들과 서점에 갔었다. 아들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제목에서 보며 나에게 물었다. 

"곧 버려질 책 아닌가요? 왜 이렇게 열심히 내는건지요?"


그런데 뒤집어져 버렸다. 이런.. 나만 그런 건 아니고 세계는 충격을 받았다.


원인분석은 다양하다.

금융 위기 이후 잃어버린 자들의 분노가 브렉시트에 이어 폭발한 것으로 이해가 되어간다.

그렇지만 설마 그 정도는 할 정도로 충격의 폭과 깊이는 커졌다.

심지어 같은 당 전직대통령 부시 조차도 인정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 이런 인물이 미국을 끌어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마 결과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이다.


사업가로서 대통령이라면 한국에도 이명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정주영이라는 기인의 대통령도전기가 있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매우 독특했었다. 반값 아파트 등 자수성가한 문제해결자로서 정주영의 행보는 거침없었지만 선거는 승리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후일 그의 꼬봉 이명박은 성공했다. 이제 한국사회는 민주화를 통한 정당성을 지나 돈에 대한 갈증으로 옮겨간 덕분이었다.


얼마전 들었던 갤럽 회장의 강연에서 한마디가 꽃혔다. 여론조사로 시대를 읽는 갤럽으로서 지금 시대의 갈망은 바로 일자리라는 것이었다.


트럼프를 밀어 올린 미국의 지지자들이 딱 원하는 건 하나 일자리면 모두가 용서가 되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자신들의 분노의 근본으로 점점 밀려나가는 일자리의 원인을 가까운 이민자에서 시작해 멕시코 같은 이웃이나 멀리 중국의 저임금 노동자로 돌려대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먹힌 것이다.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별로 상상하지 않았었기에 막막하지만 지금 새로운 시대는 원치않아도 가야만 하는게 약소국의 숙명을 달래기 위해 조금씩 적응해야 하겠다.


김정은,박근혜 그리고 트럼프.

이렇게 세 또라이라는 표현을 썼더니 지인이 반론을 제기한다. 사업가로 돈 번, 특히 절세에 뛰어난 트럼프는 똑똑한 편이라고.

가만 보면 그렇다. 그럼 이 셋이 만나는 외교회담은 어떤 딜이 될까? 두 상속자를 다루는 한떄 파산했지만 돈을 벌어본 인간의 리얼리티 쇼가 되지 않을까?

혹자들은 무지를 걱정하지만, 혹자들은 쇼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트럼프는 로드맨을 만난 김정은처럼 깜짝 등장시켜 새로운 어프렌티스 쇼의 출연자 취급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갑자기 <너는 잘렸어 You're fired>라고 하면 혹시 손에 핵을 든 김정은 키드가 갑자기 울면서 터트리면 어쩔까?


국제정치는 정의의 세계가 아니다. 힘과 이익만이 작용한다.

남한의 경제성장은 딱 두 가지 외부조건이 크게 작용했다. 

동서냉전에서 첨병으로 받은 특혜. 중국이 잠자고 있던 덕분.

그리고 그 조건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살아남는다.  


다시 돌아가서 세 또라이라는 표현은 수정되어야 한다.

트럼프가 아니라는 선배의 반론을 참작하고 다시 한국의 리더십을 바꾸어서 말이다.

말 그대로 한반도로 몰아오는 폭풍을 달래지 않으면 우리가 바람의 휘몰이에 날려갈 것이니 말이다.


금년 중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국정교과서에서 시작해 개성공단 폐쇄,사드 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박근혜의 폭주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무주공위가 되어버린 한국의 리더십은 트럼프 태풍까지 만나게 된다.

제대로 매듭짓지 않는다면 우리는 돛을 잃어버린 배가 되어 국제정치의 거센 파도를 바로 맞닥뜨리는 조선말 신세가 될 것이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조선을 망친이들은 수구적인 대원군과 굿판 벌이며 친족부자로 만든 민비였다. 

박정희 시대만 회고하고 사이비 무당을 숭배하는 이들을 깨어뜨리지 못하면 치욕의 역사가 되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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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44 - 완결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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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채워진 유리잔에서는 은은한 향이 퍼져나온다. 

잔의 주인들은 발그랗게 달궈진 볼을 하고 시선을 한 곳으로 모은다.

이윽고 각이 선명하게 잘생긴 매너남이 등장해 싯구 하나를 읊어낸다. 

와인의 신 바쿠스는 그렇게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고 마음을 열고 관계를 이어간다.


자 이제 와인을 찾아서, 그 긴 대장정이 끝났다.

2005년에 시작해서 10년 동안 쉬지 않고 주인공들은 격투를 펼쳤다.

그 10년을 돌아보면 한국에서 와인은 엣지한 트렌드였다. 

그리고 이 만화는 그 트렌드의 속에서 교양으로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새롭고 귀한 와인을 만날 때, 

어 이 와인은 하면서, <신의 물방울>의 그 와인 하는 감탄사가 붙는다.

초반기의 와인은 대중적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한 경우들이 있어서 선물용과 함께 와인이 등장한 장면이 같이 언급되어 세일즈포인트로도 작용했다.


일본에서 시작되었지만 한국을 동시에 강타한 이 만화는 무엇을 남겼을까?


그냥 술 한잔일뿐, 이라는 사고 속에서 소주와 맥주의 폭탄비율을 논하는게 한국적이라면

와인은 깊이가 있었다.

한잔 한잔이 다름은 만든이의 개성이고 시절의 은혜이고 발에 놓인 땅의 연륜으로부텨였다.

천지인이라는 세글자는 와인을 탄생시킨 어머니들이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한잔에서 다시 그 시절과 그 땅과 그 사람을 찾아가는 일은 하나의 여정이된다.


와인은 일반술과 다르게 오래 가고, 그 안에 역사를 담는다. 심지어 땅의 역사도 담는다. 

굴요리와 잘 맞는 <부르고뉴의 샤블리> 와인은 알고보니 예전에 바다여서 굴껍질이 땅에 녹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앎의 지평을 넓혀갈 때 내 앞의 와인 한잔은 달라져 보인다.


선배 덕분에 독특한 와인을 맞본적이 있었다. 마데이라라고 포르투갈의 태평양 식민지였는데 걸쭉했다. 뜨거운 태양 속에서 버텨내려면 가벼운 도수로는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선배의 한말씀 

이건 나폴레옹의 와인이야, 

세인트헬레나에서 가까운 곳에서 나는 유일한 와인이거든. 아하.. 다 잃고 좁은 섬에 가두어진 유럽위에 군림했던 갈기 잃은 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또다른 보르도의 고급 와인들은 나폴레옹을 그렇게 시궁창에 밀어 넣은 탈레랑이 소유했던 곳으로 그의 추억과 고급스러운 탐욕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와인은 이렇게 알면알수록 더 신기해지는데 작가가 10년 동안 사람들을 끌어온건 넓은 와인의 지식과 더불어 호흡 긴 스토리텔링이었다.


스토리의 핵심은 싸움이고, 두 경쟁자들의 위에는 이제는 죽은 아버지가 있다.

아들과 아버지, 영원한 숙제다.

처음에는 재산과 명예의 싸움으로 보였지만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인정투쟁이 된다. 보세요 이렇게 성자했죠 하는 듯한 와인 초보자인 주인공.

그리고 서서히 종장으로 치달아가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인정투쟁을 본다. 바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려보이는 삶의 정체성에 대한 인정욕구다. 


술에 대한 지극한 사랑에 바쿠스는 췌장암으로 대가를 요구했다. 술은 그렇게 인간을 줄이게 만들지만, 바쿠스의 향연들은 현실을 뛰어넘는 재기로움으로 인간들에게 깊은 추억을 남긴다. 신과의 거래는 그렇게 매번 신기하고 비싼 대가를 치르기에 인간들은 기대를 하게 된다.

소믈리에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감상을 더욱 깊게 하고 언어라는 인간의 도구로 포획하여 안겨주는 봉사자다.

주인공들의 쟁투 속에서 피어나는 핏빛 같은 언어들은 작가의 손에 담겨 우리에게 길게 남겨진다.


와인은 결국 마셔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추억을 함께 할 동반자들을 곁에 만드시기를 성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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