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의 스트리트 스마트 - 투자는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배우는 것이다!
짐 로저스 지음, 이건 옮김 / 이레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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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라는 인물은 또라이야?"

지인이 갑자기 물어본다.

묻는 이유를 알고보니 최근 일본을 싹 팔고 한국에 왕창 투자했는데 이유가 북한이란다.

"기인이고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인물이야. 특히 꽤 뛰어난 선견력을 가졌어" 라는게 내 답이었다.

Investment biker, adventure capitalist와 같이 로저스에 붙는 수식은 세계일주 한 성공한 투자가다.

이번에 그의 생각을 알기 위해 좋은 책, <스트리트 스마트>가 나왔다.

거리를 헤치고 나가며 한줌씩 얻어낸 스마트를 모아 책 한권을 짜낸 것이다.


투자에 필요한 스마트란 무엇일까?


우선 선견력이 떠오른다.


그가 여러 국가와 시장에 대해 예견한 것 중 상당수가 맞았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국가부도를 공개적으로 예견하자 마자 몇 달 안되서 막바로 실현되는 사건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었다.

이런 선견력은 로저스는 직접 세계를 오토바이와 차를 몰며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느낀 체험이 기초가 되고 있다.

그의 독설 또한 유명한데 몇년 간 유행했던 BRICS라는 용어를 만든 골드만삭스의 오닐 회장에 대해서 신랄하다. 실제 그가 브라질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 붐에 의한 반짝 성장을 진정한 국가 경쟁력과 혼동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는 한국에서 금융사들이 브라질펀드 팔고 나몰라라 하던 것과 비교해보자.

인도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이다. 모건스탠리 로치 박사의 인도 격찬에 대해서도 그가 분명 가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대목에서 스트리트와 대조되는 말은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크게 오피스와 아카데미가 있다.


오피스 스마트라면 앞에서 거론한 월가의 명사들이 떠 오른다

리포트의 숫자들 속에서 만들어진 차트를 멋진 문구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이들이다.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앞에서 보았고 그 다음 비판의 칼날은 아카데미로 간다. 로저스는 학교에 대해 매우 매우 비판적이다.


로저스 자신은 매우 훌륭한 교육의 혜택을 입었다. 예일과 옥스포드에서 장학금으로 수학했고 콜럼비아에서는 직접 가르쳤고 정교수에 올랐다.


하지만 로저스는 자신의 스마트함은 책과 학교가 아니라 거리(Street)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한다. 중국을 몇 차례 여행하면서 시골산간에 시장이 확산되는 걸 보면서 그는 1988년 상하이의 증권시장으로 달려갔다. 구멍가게 같은 이 공간에서 그는 주식을 사면서 앞으로 이곳이 매우 커질 것임을 장담했다. 이 장면은 TV로 중계되었다.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현실에서의 활력은 결국 시장에 반영된다는 논리다. 눈 앞에 벌어지는 변화 즉 트렌드를 깊게 보면서 통찰을 키워나가면 성공이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오피스와 아카데미를 무시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그 이상 넘어가는 깨달음을 스트리트를 통해서 얻으라는 게 주장의 진면목이다.

그런 그가 동아시아를 다니면서 한 예언이 섬뜻하다.


다들 공무원만 되고 싶어하고, 사회의 자살율이 선진국 중 가장 높았다. 모두가 실의에 빠져 보호를 바랐다. #157 페이지


독자들은 지금의 한국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이건 일본 이야기라고 한다. 어어 할 때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 책은 10년전 금융위기 직후에 나왔었고 이를 최근 로저스의 부각에 맞추어 새롭게 출간된 것이다.

10년전 혹은 그 전의 일본의 모습이 그렇다면 지금 그 우울함은 한국으로 전염되고 있다. 시차를 두었지만 유사하다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면 왜 그는 한국에 최근 투자를 하고 미래를 밝게 보았을까


이유는 북한이다.


그런데 또 놀라운 점은 그가 북한을 일찍 가봤다는 점이다. 거기서도 그는 안내원을 뿌리치고 직접 이발사와 대면하기도 한다.


그가 한 나라에 주식을 투자할 떄는 그 민족의 성공에 대한 의지를 본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 보다 나은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누누히 강조한다.

그의 투자예언이 이번에도 한국에서 적중한다면 과연 어떨까? 피로를 확 날리는 사이다 같은 한방이 될 수 있다.

북한 개발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을 설레설레 흔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나게 들어갈 돈이다. 그때는 해법은 세금이 아니라 채권, 특히 해외채권 발행이라고 설명해주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로저스의 진가가 나온다.


월가에 아직 통하는 그의 브랜드를 활용하면 채권팔이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중국투자에서 먹힌 그의 선견력을 다시 한번 한반도에서 제대로 활용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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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중업이다 - 이한동 회고록
이한동 지음 / 승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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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은 중진 정치인이다.


대한민국의 총리를 2년2개월 역임했고, 국회의원도 6선에 달했다.

연천이라는 경기도의 작은(인구 17만) 지역 출신으로 대단한 성취다.

사람들이 잘 기억 못하지만 집권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에 직접 나섰고 나중에는 작은당을 만들어 직접 출마도 했었다.

하지만 노무현 바람에 비해 너무 미약한 성과를 보면서 씁쓸해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이 나와서 들여다보았다.

현대사는 격변이다.

그 와중에 이한동은 전두환에게 발탁되어 의원이 되고,

김대중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니 매우 독특한 경력인 셈이다.

딱 이 대목 하나만으로도 그는 난세를 헤쳐나간 처세의 대가다.

그 중간에 노태우,YS 정부에서도 결코 무시 당하지 않을 지위를 받아내었다.

사시패스한 검사라는 점에서 자질이 있지만 그의 노력 또한 상당했다.
특히 친화력은 정치인으로 활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시험 공부할 때 도와준 인연으로 의형제를 맺는 경우도 있었고 주변에 친교가 다양했으며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출세해 가는 과정이지만 사실 성향 다른 지도자들이 그에게 맡기는 역할은 때로 매우 곤욕스러웠다.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바뀔 때는 백담사에서 나와 최종증언하도록 만드는 협상을 끝까지 맡았다고 한다. 나름 은인에게 고역을 시키다 보니 인간적으로는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궂은 일을 해야만 성과로 인정 받는다.
정치적 감각도 상당했다. YS로 넘어갈 때 민정계중진들이 박태준,박철언,이종찬을 중심으로 반발했는데 여기 처음 참여했다가 잔류해서 집권당 일원을 유지한다. 후일 YS는 다른 기회를 주면서 보상한다
또 이 정권이 다시 DJ로 넘어가는데 JP와 연합해서 참여하고 결국 총리까지 올랐다는 건 대단한 변신이다.

특히 DJ에게서 박식 똑똑하다고 칭찬 받았다는 일화는 쑥스럽지만 주변의 성원에 여기 글까지 올렸다고 한다. 참고로 DJ는 남 칭찬을 잘 안했다고 한다.

보통 정치인의 책에서 기대하는 건 일화다. 일전에 <이종찬>의원의 회고록을 보았다. 두 분이 꽤 치열하게 여러대목에서 경쟁했었기에 책도 대조가 된다. 당시 이종찬 의원의 책에서는 역사라는 색이 매우 짙게 느껴졌다. 독립운동에서 내려오는 기맥, 역사를 알아야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 등. 그렇게 일화로 건져낼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안타깝게도 말을 너무 아낀다.
일화는 극히 빈약하고 지역구에 43번 국도 내주는데 예산 청했다는 등이 있다. 가장 기대했던 DJP 연합 붕괴 과정도 약간 속살이 있지만 거기까지다.

저자의 경력에서 나올 수 있는 일화는 많다.
특히 4명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했으니 대통령학을 지어내도 충분히 사료로 가치가 있겠다. 
그럼에도 여행다닌 이야기와 영달에 치우치니 매우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의원은 자기보다 한참 못하다고 생각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어찌보면 거기에서 상한선이 그어진다.

오랜시간 정치를 했지만 진정 국민에게 주려는 메시지를 남길 수 있었나 하는 대목에서 자괴감이 들것 같다.
전노,YS,DJ 모두 집권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노무현은 부끄러움을 목숨으로 값을 치렀다.

그 결기가 인물의 크기를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인식이 온다.

그래서 결국 안타깝지만 솔직함과 비전, 재미까지 쳐서 평을 해봐도 별점을 짜게 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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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2-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2019-02-1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전 퀀트투자 - 수익률을 확인하고 투자하라!
홍용찬 지음 / 이레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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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가 높은 주식을 사면 오를까? 부채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을까? 적자로 전환된 기업의 수익률이 제일 나쁠 것이다.

투자에 관심 가진 사람들이 가질만한 상식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 틀렸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ROE가 낮은 주식은 손실 가능성이 크지만, 높은 주식을 사서 수익 보기는 어렵다. 부채비율도 너무 높은 건 안좋지만 너무 낮아도 오히려 수익이 떨어진다. 적자로 전환된 기업 보다 더 안 좋은 기업은 적자가 지속되는 기업이다.

일단 여기까지만 보아도 상식은 오히려 위험한 결과로 투자자를 인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란다.

비단 일반인뿐이 아니라 주식투자의 고수로 이름난 여러 분들 또한 이러한 상식깨기에 같이 놀란다. 이는 추천사에 이름 올린 문병로 서울대 교수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팩트가 있다고 언급해줌으로써 또한 확인 된다.

주식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고 인간의 심리까지 복합되어 정말 알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과학이 꾸준히 발달하면서 특히 최근 인공지능 까지 가세하면서 새롭게 알게되는 시장의 묘미가 커져만 간다.

소위 퀀트라는 투자의 영역에 대해 근래 여러권의 책이 나왔다. 그럼 이 책이 더해주는 강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문병로,강환국,권용진,systrader 등 여러 훌륭한 저자들의 책을 맛본 리뷰어지만 이 책에서는 분명 또 다른 결을 느끼게 해주었다.

출발점은 지피지기다. 손자병법에 나오듯 자신이 과연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고수인가 자문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아쉽게도 여기에 해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다음 대책은 무엇일까? 저자의 답은 퀀트 즉 계량투자다. 직접 고수가 되기 어렵지만 적어도 고수를 알아보고 따라가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수가 가진 차별성 즉 주관성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중심으로 시장의 흐름을 캐치업 하는 건 한발짝은 느리지만 그래도 쏠쏠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해준다는 깨달음을 가지라는 의미다.

그래서 이 책을 서술하는 동기가 되었고 그럼 책의 장점을 알아보자.

우선 접근이 쉽고 유익하다.

맨앞에서 열거한 상식깨기 질문들은 나도 평소에 굳게 가졌던 믿음이었는데(이제는 깨졌지만..) 저자의 차분하고 친절하며 과학적인 접근법을 통해 깨져나갈 때 충격과 기쁨이 같이 왔다. 그리고 물론 그런 질문은 몇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많다. 확인하고 싶으면 책을 열어 들여다봐주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통념을 의심하고 검증하려는 태도일 것이다. 가장 흔하게 믿는 상식에서 조차 깨져나가니까 말이다.

책의 강점 중 특히 강조해야 하는 건 친절함이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이 퀀트의 매력을 알수 있도록 각 챕터마다 기초 용어를 쉽게 풀어줘서 바닥 다지기를 도와준다. 그 위에서 의심하려는 태도를 가지게 해주고. 나아가 계량투자를 위한 접근법을 익혀나가도록 길을 열어준다. 알아야 할 사항을 확인 재확인 시켜주는 태도에 감동을 먹게 된다.

최근의 퀀트 트렌드는 새로운 데이터를 발견해나가서 이를 접목하기 위해 인공위성 등 각종 도구가 동원된다. 그렇게 자신의 삶 주변에서 남보다 앞설 수 있는 우위를 줄 수 있는 데이터는 분명 있다. 오래된 격언에 나오듯 파이프 수리공이 경기를 더 빨리 알 수 있다고 하듯이 말이다.

이런저런 투자가 다 귀찮다면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저자가 현직 트레이더고 직접 자신의 철학을 녹인 ETF를 개발 운용하고 있으며 성적 또한 괜찮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systrader라는 퀀트의 명사 또한 그의 철학을 가지고 콜라보를 해서 만든 ETF가 있다. 검증해야 할 것은 과거를 통한 백테스팅이 아니라 지금부터 앞으로의 실적 벤치마킹이 되어야 한다.

약간 아쉬움 내지 앞으로 더 추가 되어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하나는 기업의 경영자와 문화에 대한 측정이 쉽지 않으니 퀀트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저자의 언급이다. 나는 오히려 이 둘이야말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팩터라고 생각된다. 흔히 탐방이라는 투자자의 노력 중 상당수가 여기에 기울여진다. 피터 린치, 필립 피셔 등 고수들이 강조한 것도 이것이다. 그래서 쉽게 놓치는 말고 무언가 콜라보 할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발전시켜나갔으면 하는 부분은 업종에 대해서다. 퀀트의 출발이 재무정보가 핵심이 되는데 업종별로 각 팩터(PER,ROE 등등)이 다르게 작용하리라 보인다. 이를 감안해서 테스팅 해보인다면 또 다른 신세계가 열릴 것으로 사료된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이를 위한 기술적 도구들(Excel,파이썬 등등)에 대한 마중물도 약간 언급되면 더 좋겠다.

기술로 무장한 거대한 힘의 흐름이 밀려올 때 우리의 안전 또한 그들의 무기를 이해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미스터 선샤인의 총소리처럼 이 책은 투자의 시대가 바뀌어 가는 여명에서 우리의 자신감을 붇독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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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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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 어스름한 불빛에 달아오른 얼굴들..

"물장사하는 돌싱은 눈치가 많이 보여요.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가도 자기 남편을 유혹하는 게 아닐까. 다른 엄마들이 경계하고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당신 좋은 분이군요. 참 매력적인데요. 정 뭐하면 긴자로 와요, 내가 가게 차려 줄 테니까."

술기운을 빌려 큰 소리 떵떵 쳤다
통통한 살집이 붙은 중년남자, 여행자 차림이다. 

여기는 작은 섬이다. 인구 2천, 일본 훗카이도 북단에서 다시 배타고 들어온 곳이다.

다음날 중년남자는 기어코 술집 마담의 초등생 아들 검도 시합을 참관하러 간다.
가보니, 
<어제와는 전혀 딴판으로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청바지에 두꺼운 티셔츠, 안경 차림이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약간 잘생긴 어머니다.>

하얀 햇빛에 술기운은 가시고, 차갑게 부는 겨울 바람은 냉냉해진 현실을 일꺠운다

남자는 오쿠다 히데오.

일본의 꽤 괜찮은 작가다. 

하지만 실속은 좀 다르다
여행지 서점에 가보니 하루키 밖에 없고.. 하긴 작은 섬이니..
나도 대마도 가보니 그 정도 되는 섬에서 서점은 하나 발견했다. 술집에서 마담과 읽는 작가 물어보니 최대치로 잡은게 아사다 지로.. 
그래도 나는 꽤 읽어 주었는데 안타까운 방랑자의 마음이다. 작가의 찬 바람이 휭 가슴을 휘젓고 나와 내 가슴까지 전달된다.

작가란 어떤 존재일까?

<나는 퇴근하고 동료와 한잔하는 생활에서 멀어진 지 십 몇 년이다. 그래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으려니 참 신나고 기뻤다. 어째서 그런 생활을 버리고 집단에 등 돌리고 사는 걸까. 회사원 노릇을 할 수도 없는 주제에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직장에 다니라면 사흘 만에 손 들 게 틀림없다. 그런 식으로 여러 번 회사를 그만두었다. 금세 못 견디고 뛰쳐나왔다. 융통성이 없고, 머리숙여 사과할 줄 모르고, 붙임성도 없다. 내가 작가가 된 건 필연이다. 소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길이 없었다.> 31P


무리에서 떨어져나와야 무리가 보일터이니, 훌륭한 작가란 고독한 존재일수밖에 없다. 그들의 고독이 가슴에 뭉쳐져 떨어져나온 편린들이 글이 되지 않을까?


긴자에 가게 차려주겠다는 건 넘치는 술기운의 허세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작가는 자기가 잘 하는 방법으로 보답했다.


소설 <무코타 이발소>의 스낵바 여주인은 딱 이 여행기의 마담이 모델이다. 


그렇게 길위의 인연을 형상으로 만들어 기억의 전당에 올려놓음이 굳이 긴자에 차려진 화려한 술집속의 매상 고민하는 여인보다 훨 낫지 않을까?

작가의 손은 마법이고, 그의 괴팍한 고독은 독자에게 축복이다. 여행이 어떻게 소설이 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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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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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옆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인다. 어느새 1000여명 그러더니 항의가 터져나온다. 

역이 하나 생기니 가난한 상경인들이 모여 동네가 불온해지고 거주는 어렵게 된다. 그런데 더 화가나는 건 여기로 오게 되는 요금을 회사는 더 받으려고 한다. 우르르 모여든 군중 앞에서 전철회사 대표는 당황해하게 된다.

1921년 마포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요즘이야 고층오피스텔을 올리고 역세권이라고 집값이 오르지만 그 시절 풍경은 달랐다.


일제시대는 국권이 강점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근대화를 통해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회의 변화에 대해 우리는 생각만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200만부 판매고의 저자 박영규의 필력은 일제강점시대를 한권으로 녹여낸다.


식민 정치의 중심에는 총독부가 있었다.

지금의 청와대 앞 총독부에서 조선을 통치하던 이들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총독은 총 9대, 8명이다. 

통감부터 시작해 4명까지는 조슈번(야마구치-아베의 고향) 출신이다. 육군을 주도한 군벌들이 조선을 정복지로 생각해서 그 안에서 선후배가 밀고당기며 총독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총리 출신이거나 임기를 마치고 총리가 되었다. 거의 대부분.

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돈 문제는 권력과 뗄 수 없었다. 

지금의 주식시장과 유사한 미두취인소(여기에 대해서는 채만식의 탁류 읽어보시기를) 허가건으로 5만원 받았다가 그만두게 된 총독도 있다.


8대 총독 고이소의 경우는 고레가와 긴조가 자신의 후원자로 기록하고 있다. 막대한 금액을 대출받아서 사업을 벌이게 도와주었다. 물론 숨겨진 대가가 있었을 것이다.

9대 총독 아베의 경우는 패전 직후 80톤 배에 자신의 약탈 귀중품 싣고 부산을 건너다가 폭풍에 물건 버리고 몸만 살아왔다.


이들의 색깔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강점초기, 31운동 이후 유화기, 일제말기로 나눠볼 수 있다.

유화기를 보면 사이토라는 예외 인물이 있다. 그는 해군출신이고 고향도 조슈가 아닌 이와테, 

조선의 통치규칙을 바꾸려고 매우 노력을 했다. 덕분에 총독을 두번 역임했다.

그리고 우가키. 그는 조선인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해서 조신출신 의원들을 배출하려고 노력했다. 실제 1945년 종전이 아니었다면 선거도 있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 두사람의 경우 대외평화파였고, 대내적으로는 강경군부와 충돌이 많았다. 사이토의 경우는 강우규 의사에게 폭탄을 받았지만 실제 죽은 건 일본청년 혁명장교들(만주사변 일으키는)의 칼에 의해서였다.


총독의 반대편 조선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독립운동이 다양했지만 국내의 경우 각종 신흥종교가 많았다. 나철의 대종교도 있지만 동학의 한 분파로 백백교라는 교주의 부인만 60명인 황당한 일도 있었다. 

현실에 구현되지 못한 이상사회를 정신세계에 분절하여 만들어낸 다양한 종교의 광풍이 그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문화인들의 요절은 안타깝다. 재주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일찍 죽어가는 현상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 책은 한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면을 모아서 총체적 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읽다 보니 내가 아는게 참 없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앞서 거론한 마포 전철 사건도 그 시대를 보는 훌륭한 단면이 될 수 있었다. 제주도에 가면 해녀 독립운동 기념관이 나오는데 수천명 단위의 대단한 운동이었다. 이렇게 근대경제의 전초병인 권리와 세금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탈의 실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한편으로는 밀려드는 신문물, 특히 철도와 고무 등의 유익함에 익숙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시스템을 지탱하는 폭력에는 피곤해지는 시대였다.


역사가 흥미로운 건 한 사건의 앞뒤의 흐름을 살펴봄이다. 강점기의 구명망가들의 변절이 있고 그 맥이 이어지지만 종종 예외적으로 유길준(서유견문 저자) 같이 초년의 꿈이 10여년의 연금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삶도 있었다. 반대로 가난한 시골청년이 출세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다가 김옥균도 만나 감화도 받았지만 마지막은 친일거두가 된다. 송병준이다.

한 잣대로 하나의 균일한 삶을 살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굴곡이 많은 인간들이고 그 맥은 지금도 이어진다. 가령 초대 한국은행장은 이완용 사위가문이다.


세월의 빛에 누래진 옛 책을 들추는 것처럼 과거의 일이 결코 낡지 않게 보이도록 호기심을 키워주는 독서였다.

저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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