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 상무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한단계 높이 올라가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상무로 올라서며 중국 사업을 총괄하게 된 시마, 그의 앞에는 예전보다 더 바쁜 삶이 기다린다.
맡고 있는 분야가 넓어지면서 회의도 많아지는데 그 과정에서 그가 결정해야 하는 내용도 바뀐다.
처음 중국에 와서는 중국 파트너와의 제휴관계를 강화하고 협력사들로부터 물건 사는 방식을 바꾸며
직원들 인사에 개입해서 중국인 승진을 강화하고 일본인들의 영향력을 줄이는 쪽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제 그의 관심은 중국이 아니라 이제 인도로 생산을 옮겨야 하는가라는 생산기지의 위치에
대한 판단을 검토한다. 또 중국이 잘하는 인건비 기반한 조립은 어차피 일본이 따라가기 어렵다 보고
일본은 부품에 치중해서 계속 재주는 곰이 돈은 곡마단 주인이 벌어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경영진을 설득한다. 분명 한단계 올라간 경영자의 사고다.

더해서 여자가 바뀐다. 야기라는 더티한 인물의 행보에서 나타나지만 여인은 그 사회를 알게 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시마는 이제 또 한명의 중국여인을 통해 중국과 관련을 맺으며 자신의 면모를 보인다. 나이가 들어도 그 솜씨는 별로 줄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최근 신문을 수놓았던 기사들에는 중국의 일본기업에 대한 반대 시위가 있었다. 고이즈미의 친미 외교가 상대적으로 한국과 중국을 경시하면서 외교마찰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중국에 나가 있던 일본기업에는 타격을 반대로 한국기업에는 득이 되고 있다. 현대차가 과연 도요다보다 잘나가야는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궁금했던 사람들이라면 바로 여기에 큰 시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시마는 합리주의를 가장한 우익이기 때문에 열심히 자신들의 논리를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는 마치 일본의 우익교과서를 보는 듯 하지만 한국의 시장이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의 전작인 정치구단을 보면 더욱 놀랍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전략인 국제재판소 제소 건은 시마의 말대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일본에게는 유리한 전략이다. 그러니 조용하게 해결을 미루는 것이 현명한대 너무 쉽게들 생각하는 것도 맞는 일이다. 참고로 독도를 한일협정에서 모호하게 남긴 사람은 김종필과 박정희다. 김대중의 어업협정만 비난하는 경상도 사람들도 많지만 원인을 잘 찾아보면 당시 모호한 처리를 지지하면서 아예 독도 파괴론까지 주장했었다. 당시의 5.16 군부에서.

어쨌든 간에 일본의 최근 전략은 한국 IT기업에 대한 견제론이 강해진 것 같다. 대만에 기술을 이전하고 이들 기업은 다시 노동력과 땅을 중국에서 싸게 구하면서 한국에 역습을 가한다. 반도체에서 나가떨어졌던 대만기업들이 LCD에서 연합을 통해 한국보다 더 큰 규모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현실이다. 더해서 부품업에서도 막강한 경쟁자로 부각한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어제의 승리가 내일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기술,생산성,시장 모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고로 하나 재미있게 본 부분은 일본의 가게에서 와인을 시키는데 주변의 와인전문점에서 5분내로 배달해오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와인이 대중화하면서 독한 위스키에 취하던 거품경제는 사라져가고 차분하게 맛을 음미하면서 대화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미팅이 바뀌어간다. 이렇게 이해도가 깊어지면서 음식점들은 각자 혼자서 보관하기 어려운 여러 와인들을 주변에서 직접 공급받아 싸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었다. 이 배경에는 와인의 대중화와 대중들의 기호 다양화가 있어야 겠지만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역시 부장시절 열심히 와인 팔던 시마의 특기가 여기서도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물방울 5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주간지 하나에 와인 바람을 설명하면서 이 책 <신의 물방울>이 보여준 대히트를 소개하였다.

소재가 되었던 와인들의 판매량이 급증한 덕분에 한동안 칠레에 밀렸던 프랑스 와인의 위상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한걸음 나아가 소믈리에 한테 디캔팅을 요구하는데 그것도 이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한손은 높이 들고 떨어뜨려 달라고 하니 상대방도 막막해한다고 한다.
참고로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소비자의 관심이 소믈리에들에게 부담도 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자극을 통해
개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호텔의 경우 서비스는 반복적이기 때문에 연차가 곧 계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제 사회가 바뀌고 있다. 외국계 호텔 한 곳에서는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젊은 여성이
소믈리에 책임자로 발탁되어 화제가 되었다. 직급은 이제 나이 순이 아닌 것이다.
반복적인 경험을 꾸준히 쌓는 것 보다 제대로 된 공부를 현지에서 그것도 되도록 일찍 시작하는 쪽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교육박람회 같은 곳을 가보면 그래서인지 일본의 학교나 프랑스 등
유럽의 학교에 대한 소개가 늘어나는데 일반적인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 분야를 파는 전문학교가
많이 이야기된다.
그점에서는 일본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을까 짐작된다.

한국은 세계적 술소비국이다. 맥주,소주를 비롯해 위스키에서도 엄청난 양을 소비한다.
하지만 술의 활용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지 그냥 취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지 잘 모르겠다.
대체로 후자 쪽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이제 와인은 어떻게 즐겨야 할까?
하나는 대화의 도구 일 것이다. 여성에게도 갑자기 확 붉어지는 모습이 싫다면
가벼운 도수의 달착지근한 와인에서 시작해도 좋다. 요리에 맞추어나가는 것도 묘미일 것이다.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면서 이해를 높여나가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와인은 원래 요리와 함께 간다는 점이다.
와인을 프랑스 요리의 다양한 면모와 함께 익힌다면 더욱 묘미를 알게 될 것 같다.

더해서 가끔 와인 전시회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외국인들이 직접 자신들의 작품을 가져온다.
기본 영어를 잘 익혔다가 편하게 부탁하면 상대방도 호의적이지만 괜히 소믈리에 경연 흉내내다가
엉뚱한 영어로 상대방 당황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이들은 호의적이고 자신들의 작품을 알아주면 알아줄수록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해준다.
상대적으로 싼 값에 많은 즐거움과 지식을 얻는 전시회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보자.

참 영화도 한번 들추어보시기를 멀리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구름속의 산책>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특히 와인의 세계에게 이 말은 잘 통하는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07-1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목이 그윽합니다.
비오는 날 와인 한 잔과 함께 읽어보고 싶어지니까요. ^_^

사마천 2006-07-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교육 효과도 있고 앞으로는 도수가 낮은 술과 함께 보내야죠. 건강도 생각하면서... ^^
 
신의 물방울 2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사회에서도 와인 바람이 급속도로 불고 있다. 건강에 좋다에서 시작해 아예 다이어트를 와인으로 하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수입되는 와인 종류도 점점 늘어나 백화점과 할인점 등 판매대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난다. 관심에 비례해서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한 소개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와인과 다른 술과의 차이는 다양성과 깊이에 있고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프랑스 요리가 주 소재가 된 <대사각하의 요리사>를 보면 와인 지식 없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면박이 가해진다. 심지어 각국의 정상들이 대화하는 장소에서도 와인은 서로의 실력과 의도를 떠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고 한다.

그럼 와인은 왜 지식이 필요할까? 이유는 다양성이다. 단순하다면 사람의 차이는 별로 없게 된다. 결국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소주를 잘 먹는 명인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도 없고 잘 골라주는 소믈리에 같은 조력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덕분에 서민적이라고 해서 사랑 받지만 속을 까보면 화학주라고 비난 받는다. <맛의 달인>을 보면 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술이 어떻게 세금 추징 도구로 쓰이면서 조락했는지가 많이 나온다. 한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 전통적 기법의 소주는 사라지고 대부분은 그냥 화학 공법의 산물일 뿐이다.
반면 와인을 제대로 알려면 포도의 품종은 기본이고 나오는 밭에다가 연도까지도 알아야 한다. 거기에 오랜 숙성과 함께 다양한 노하우가 나타난다. 이렇게 차이가 날수록 즐기는 사람의 서열화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서열화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라의 정상에 대한 접객까지 좌우한다고 한다.
 
어쨌든  지식이 부족했던 환경에 이 책과 같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는 작품이 나온 것은 무척 반갑다.
이런 장르의 만화는 자칫 지식을 전달하는데 치중하느라 스토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꽤 물 흐르듯 이야기를 흘려보낸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집을 떠난 아들 이야기는 <맛의 달인>에서 본 듯하고 친아들을 자극하고 경쟁시키려고 양아들을 입적시키는 것은 <식객>에서 본 것 같다. 참고로 국내 굴지의 재벌들도 자식들을 무조건 올려세우지는 않는다고 한다. 최근 논란 많은 H 그룹에서도 아버지가 결재권을 줬다가 다시 빼앗아버리면서 권력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S 그룹에서 자식들간의 경쟁을 유도했던 일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발전에는 경쟁이 필요하다. 그 상대가 정 부족하면 밖에서라도 가져오겠다는 아버지의 냉엄한 교육방침이 흥미롭다. 또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양자제도가 상당히 활발하다.

이 대목에서 일본의 와인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 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7,80년대 일본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면서 통상마찰이 발생하자 프랑스 등에서는 협상의 방편으로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그래서 이 분야 이야기는 마쓰시타 전기를 배경으로 <시마부장>에서도 꽤 굵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럼 비싼 돈 들여서 수입만 하면 자기 문화가 될까? 절대 아니다. 와인은 하나의 소재일 뿐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탐구가 이어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소믈리에를 비롯한 종사자 다른 한편으로는 감식안을 자랑하는 비평가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무엇이든 하면 끝까지 가는 일본 사람의 특성에 따라 소믈리에 분야에서도 대가가 나타난다. 국제 소믈리에 대회에서 일본 사람이 최고 점수로 우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 들고 두발로 프랑스 포도밭을 누비며 맛 보러 다니던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를 취재해서 만들어진 작품 하나가 다치바나의 <청춘표류>에 담겨 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와인의 세계, 이 만화는 제법 괜찮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4-2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만화도 있군요.
와인이 서열화와 신분의 척도로 쓰인다는데 절대 공감합니다..^^;;

사마천 2006-04-2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이 한국사회에서도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웰빙이라는 트렌드 하나 그리고 와인이 원래 심미안을 요구하기 때문에 차별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음악이야 말로 신분 구별의 도구다라고 하는 말(아마 지젝이 했던가요?)과 맥이 통한다고 보여집니다.

해우소열공 2006-04-3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저도 요즘 사서볼까...빌려볼까..생각중입니다.
내용이 상당하더군요...흠...한 5권정도 나왔을때까지 내용이 좋다면 구입하려구요.
책도 책인데...만화도 상당히 좋아하시나봅니다...

사마천 2006-05-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까지 만화는 재미있더군요. 중요한 건 만화를 읽는게 아니라 내용에 맞게 와인을 즐기는 것인데 그 작업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하지만 출발은 해볼려고요 ^^
 
식객 12 - 완벽한 음식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똑 같은 음식도 먹는 환경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쟁 중의 음식들은 일반적인 기법 보다 대체 재료를 동원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 정성을 더 모아 만든 음식이라면 감동 또한 더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머리에 남은 기억은 환상적이지만 막상 다시 시도해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음식을 찾아내라고 투덜대는 고객을 만난다면 요리사로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요리 만화들을 보면 그렇게 머리 한 곳에 남아 있는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해결해가는 요리사들의 정성어린 탐색이 많이 나온다.

허영만의 이번 작품에 보면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과의 동행이 나온다. 산소가 부족한 산지에서의 걸음은 하나 하나가 힘들게 느껴진다. 입맛은 팍 떨어지지만 영양을 섭취해야 할 필요는 더욱 느껴진다. 그런 그들과 산행을 함께하면서 만들어가는 요리사들의 고충과 솜씨는 어떨까?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선보이며 식문화의 지혜를 보여준다.

또 이야기 중에 음식에 대해서 하나도 나오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감동은 가장 클 수 밖에 없었다. 고향이 수몰되어 떠돌아다니는 장똘뱅이 아저씨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진실과 말은 달랐는데 이를 풀어가면서 서서히 우리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간다.

요리집 들락거리지 말고 빈대떡 하나 붙여 먹으라고 하지만 막상 맛있는 빈대떡 집 찾기가 쉽지 않다.
빈대떡 잘 붙이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면서 역시 음식장사는 세세한 곳까지 마음 두는 정성이 최고라는 이치를 알려준다. 앞서의 설렁탕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부분의 개선과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성공에 다다르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객 11 - 도시의 수도승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만화의 주인공은 우선 음식이다. 하지만 조금 확장해보면 이를 만드는 사람의 수고와 정성,
그리고 즐기는 사람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약간 더 넓히면 좋은 재료를 공급하는
상인과 농부 혹은 어부, 꼬장꼬장하게 약점 잡아내는 비평가, 이들을 경쟁시키는 언론까지 더욱 여러 유형의 사람이 나타난다.

이번편을 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다채롭게 나타나는 것 같다.
자기사업을 위해 설렁탕집에 취업해 6개월 시한으로 배우겠다는 자세로 달려든 것은 좋았지만
수십년간 쌓인 노하우는 역시 버거웠다. 내 소감 또한 설렁탕은 음식점에서 몇천원 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넘어 서는 것 같았다. 싸게 고기국물을 제공하기 위해 다른 음식으로 쓰이지 않는 부위를 동원한다.
또 국물을 만드는 공정 하나 하나가 여러 차례 실패를 겪으며 다듬어진 기법이다 보니 쉽게 소화하기 어렵다. 겉은 흉내내도 속에 담긴 뜻을 모두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결론은 역시 제대로 된 음식 하나를 선보이기 위해서 훨씬 많은 시간과 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고로 얻게된 팁 하나는 솥이 보이지 않고 수육이 나오지 않는 곳은 흉내만 낸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독한 수도승의 모습 또한 우리에게 음식의 소중함 혹은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을 이루려면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보디 빌더의 육중한 근육에는 운동 보다 음식 조절이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많은 먹을 것을 앞에 놓고도 자신을 단련시켜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역시 최고란 아무나 거저 도달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도 팁 하나 절대 잠자기 직전 2시간 이내에는 음식물을 넣지 말라. 자칫하면 그렇게 쌓인 과잉 영양분에 의해 몸 안의 조절 능력이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결과는 당뇨병 환자.

이어진 작품 중에 말기 위암 환자의 모습은 애처로왔다. 잃고 나서야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한다고 한다. 코로 튜브를 넣어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멀건 죽 수준을 배에 채우면서 자신의 건강이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된다. 환자 한명이 자신만만하게 살아오던 삶과 오늘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삶의 가치 그리고 그 속의 음식의 가치에 대해 넓게 공감을 주는 수작이다.
이곳의 팁은 의사를 무조건 믿지 말고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라는 것이다. 위암을 모르고 방치하면서 병을 키운 결과가 결국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빨리 내닫게 되는 형상이다.

먹는 것,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만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적은게 현실이다. 식객에 의해 넓혀져가는 우리 식문화의 영역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6-04-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기 전 2시간이라... 그동안 당뇨병으로 가는 지름길을 걸어온 것 같은 기분이... 으윽... -_-;;;
'식객'을 꾸준히 읽었지만, 이번 권도 꼭 읽어야겠습니다. ㅎ

사마천 2006-04-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을 먹는 일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한 일 같습니다. 책이 재미도 주고 교훈도 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