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4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역사라는 의미의 <히스토리에>, 새로운 권을 오랜만에 만나 단숨에 읽어나갔다.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가 덮고 돌아 서면서 드는 첫 번째 물음은 인간이 왜 역사를 공부하는 지였다. 한없이 멀리 있는 옛날 이야기에서 우리는 단지 흥미만을 느끼는지 아니면 시대를 넘어 오늘에 사는 우리들에게 다른 교훈을 주는지 궁금해왔다.
이번 책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일리아드와 오디세우스의 주인공 꾀 많은 오디세우스 그 자체였다.
힘으로는 아킬레스 보다 한참 못하지만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트로이의 목마 전술을 고안해낸 주인공 오디세우스.

세상에는 힘자랑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건 집안이건, 지위이건 간에 내세울 것 한가지라도 들고 있으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강자들이다. 반면 순박하고 착하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사는 보통 사람들도 많다. 강자가 보통 사람들에게 위세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법칙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손을 놓게 된다.
이 작품 속에서도 힘 자랑하는 존재가 나오고 에우메네스가 머물던 보금자리는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전쟁은 결코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축소판이라는 바둑도 힘자랑 하다가 제풀에 꺽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세의 강함을 믿고 오만하게 덤비는 존재들이 곤경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찬탄을 금하기 어렵고 반대로 약하고 순박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아가 새로운 생명을 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릇 진리가 서로 통한다고 하는데 삼국지의 적벽에서 나오는 기만술이 보여지고 돌아온 집에서 아내에게 구혼하는 무뢰배들을 소수로도 물리치는 오디세우스의 작전이 보이기도 한다.

이 모두의 핵심에는 바로 지혜가 놓인다. 오랜 독서와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는 적을 기만하고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 운명의 방향을 갈라 놓는다.
진정 소수의 천재가 수십 수백만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통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외국계 다국적 기업을 움직여가는 천재들에게 요즘 감탄하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전략적 사고의 모습이 한국 기업에 잘 나타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러셀이 이야기했듯이 사람이 지식을 늘려가는 것과 지혜로와지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다.
읽었다고 알게되는 것이 아니고 안다고 제대로 깨닫은 것이 아니다. 물론 다음에 더욱 중요한 부분은 행동으로 이어져 삶과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지혜는 그렇게 경험을 잘 정련해서 삶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지침이기 때문에 귀할 뿐이다. 

이야기 속에서 그 지혜 한대목을 우리에게 배워 줄 수 있다면 비록 그것이 작은 만화책이라도 얼마나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 것인가. 이제 여기서 작은 오디세우스를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erky 2007-12-25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이 리뷰를 아직까지 못봤었을까요! 저도 이 만화 읽어보고 싶은데 2권이 품절이라고 나와요. ㅠㅠ

2007-12-25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 36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박의 본질은 무엇일까?
승부에 몰리고 머리가 지쳐버린 카이지, 잠시 식히러 간 화장실에 문장이 쓰여져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그것이 도박의 진면목이다"

사장은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카이지의 패를 훔쳐 본다.
평소에 심어 놓은 쫄다구 통해서 정보를 넘겨 받다가 이제 아예 노골적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하게 보아야 할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패야 노골적으로 훔쳐낼 수 있지만 사람의 속은 결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가장 어려울 때는 내편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배신을 때려버릴 때다.
큰 승부, 나폴레옹의 라이프치히 회전, 일본의 세키가하라 등에서도 배신은 패배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제 믿었던 옛 전우들이 자신을 배신해서 사지에 몰아 넣는데 동참하고 있다는
비극적 현실에 분노하게 된 카이지.
분노 이전에 생존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판돈은 커지고 빌린돈도 커지고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할 몸 부위도 늘어나는 그런 현실 속에서.

회사도 마찬가지다. 배신은 늘 판을 바꾸어버린다.
설계도 빼내가는 사태는 이제 신문의 가십거리 수준이 되어버렸고
나아가 오너들도 현대나 SK 처럼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내부자 고발에 의한 외부 수사에
진절머리가 나게 된다.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지만 반대로 잃기 쉬운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그 과정에서 늘 고민이 준 쪽과 받은 쪽이 서로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준 쪽은 많이 주었다고 하는데 받은 쪽은 별게 없었다고 한다.
카이지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생명을 걸고 대승부를 펼쳐 지옥 같은 지하감옥에서 구제해주었건만
이들은 여전히 더 많은 몫이 있다고 추정하고 배신을 때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도 그런 경우들을 가까이서 많이 보고 작은 것들은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 과정을 옆에서 찬찬히 보고 있는 고수의 눈에는 흡족한 미소가 흐른다.
보라 너희가 말하는 정의, 우정 이 따위 가치는 사실 정말 돈 앞에서 별게 아니다.
가식을 벗고 치열하게 싸워보라 그 참 모습은 콜로세움에서 치고 받는 검투사의 꼴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생을 살아가도록 운명지워진 존재일 따름인데. 

보이지 않지만 가장 보아야 할 것 바로 사람의 속 마음, 당신은 어떻게 읽어가고 있으십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술 2007-09-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요새 알라딘에서 글쓰고 엔터 치면 알라딘이 자동으로 한 줄 빈 공간을 넣는데 사마천님 이 글에선 그렇지가 않네요. 어떻게 하셨어요?

사마천 2007-09-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에 잘 지내시나요?
한줄넣기 방지하기 위해서 저는
shift - enter로 치고 있습니다.
아니면 워드로 먼저 작성하고 copy를 합니다.

한잔의여유 2007-09-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과정에서 늘 고민이 준 쪽과 받은 쪽이 서로 다르다고 하는 것이다.
준 쪽은 많이 주었다고 하는데 받은 쪽은 별게 없었다고 한다.--- 삶이 묻어나는 명언입니다.^^ 저도 그러한 경험들이 있어서 가끔 쉽게 행동하기 두렵네요.

사마천 2007-09-1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생활, 사회 생활하면서 많이 발생합니다. 이 책에서 카이지는 자신이 암흑에서 건져낸 후배들에게 배신을 당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세우는 논리가 옆에서 보면 참 우습습니다. 그리고 더... ^^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 11
하츠 아키코 지음, 서미경 옮김 / 시공사(만화)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건 하나가 있다.

아이의 몸에 머무는 호신부도 있고 집안에 잡귀를 들이지 않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도 있고 오랜기간 고향을 안내해준 기모노의 벚꽃 무늬도 있고 집속에 틀어 박힌 여인의 친구가 되는 완롱물도 있다.

이름난 장인이 정성을 들여 만들었고 거금을 주고 사게 된 사람에게서 쓰이여 한없는 아낌을 받았다.

주인은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여러 번 묻는다.
한해 두해 그리고 수십 수백년을 이어 오다 보니 드디어 피그말리온 효과일까 그 물건에 드디어 마음이 깃든다.

돌보다 짧게 사그러들어야 하는 인간의 삶이라고 하면 어느 날 자신을 아끼던 손이 사라지고
아예 넘어가 다른 손에 의해 만져지지만 그 건넴이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일종의 거래인지 아닌지
그들은 관심이 없다. 단지 만지는 손의 따뜻함을 보면서 과연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인지
되묻는 것이다.

그리고 바깥으로 나와서 물어본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지 하고.
그래서 그들은 정령이 되어버린다.

정령이 머무는 물건들인 귀한 골동품을 모아 놓은 가게에는 주인과 손자가 있다.
손자의 눈에는 그 정령들이 보인다. 아마 백귀야행의 주인공들 처럼 말이다.
정령들은 다 사연을 안고 있다.
행복을 함께 하는 마음도 있지만 상당수는 주인의 불행을 막고자 함이다.

그 정령들과 함께 인간사의 여러 면모를 풀어나가는 것이 주인공의 역할이다.
막상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 거대한 힘과 권위를 발휘해서 활약을 하지는 않는다.
그의 역할은 일종의 메신저다. 세상 바깥과 안쪽을 오가며 두 세계에서 서로 주고 받고 싶은
말을 전한다. 대체로 바깥에서 안쪽에 하고 싶은 말이지만 말이다.

내가 너를 위하는 마음이 이렇게 강할진대
너무나 답답하구나 당신이 나를 계속 무시한다면 결코 좋지 않을 것이야 하는 메시지가 다수가 되어버린다.

그 말을 전함으로써 갈등을 줄이거나 없애버린다.

물론 메신저 역할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전장의 사신이 때로 목숨을 잃는 위험에 놓이듯이
주인공 또한 현세의 칼부림 속에 휘말리거나 이승의 요괴의 마술에 걸려들기도 한다.
그래도 거기서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 한권 한권이 새롭게 나오게 된다.

백귀야행과 굳이 비교하자면 이 작품은 골동품 가게 중심이라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한정된다는
점이 아쉬움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약간 더 백귀야행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하나 더 찾아본다면 <펫숍 오브 호러스>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동물에 깃든 설화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 나아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들 이런 것들로 이어지는 작품
말이다. 약간 더 나아가본다면 아마 <갤리리 페이크>는 어떨까? 가짜 작품들이 나온다는 점 가끔은
진짜도 나온다는 점. 돈이 되고 인간들이 거기에 집착한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제 1
Issaku Wake 지음 / 거산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작은 여자 하나가 굳게 결심한다.
나는 내 성을 쌓고야 말겠다.
이를 위해 그녀는 발판으로 자기 몸을 삼고 긴자의 호스테스가 되었다.

작은 남자 하나가 있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 대가의 가장 말단 몸종으로 들어갔다.
그는 주인의 신발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되었다.
어느날 신발이 따뜻한 것을 본 주인이 이놈 너 내 신발을 깔고 앉았구나 하고 질책하였더니
답 하기를 그 신발을 가슴에 품어서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결국 성을 쌓을 수 있었는데 바로 최초의 천하통일을 이루고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서비스 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주어진 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결코 몸을 파는 것도 혹사 시키는 것도 답이 아니다.
그 보다 도요토미의 일화처럼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가치를 부가해주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피곤한 남자들이 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머리가 지근 거리는 상태로 지쳐있다.
이들에게 무언가 휴식이 필요할 때 찾는 공간이 있다. 바로 술집이다. 물론 술집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술의 가격에 따라 나뉘고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나뉜다.

그 중 가장 비싼 곳은 역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파트너로 나오는 곳들이다.
그 때 파트너들에게 바라는 남자들의 기대는 무엇일까?

이들 종사자들은 한때 화려한 생활을 하게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는 못하다.
벚꽃처럼 잠시 피었다가 지나가버리는 그런 시간이다.
우르르 몰려들어왔다가 번호로 불리우다 선택되면 앉고 선택되지 못하면 앉지 못한다.
불리우는 횟수가 줄어들면 결국 떠나야 할 때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삶의 한가운데서 꾸준히 남아 한자리 한자리 올라가는 인물이 있다.

이 대목에서 잠깐. 서비스업 중에서 호스테스와 가장 유사한 직종이 바로 컨설팅 업이다.
내가 아직 신입사원때 세계적 유수한 기업의 부장님이 우리의 부장님에게 한 말이였다.
나는 포주다.
꽤나 충격으로 다가온 이 말이 아직도 뇌리에 스치지만 정곡을 찔렀던 촌철살인의 한마디다.
컨설팅도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자신의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남에게 헬프만 하다가
시간 지나면 떠나야만 한다.

오래 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여럿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남과 다르게 돈을 가진 사람과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서로 연결짓는다.
파찡고 물주에게 당시 민영화 때문에 추가 수익이 필요해서 민자역사를 개발하던 일본철도의 땅을
서로 연결짓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줏어 듯는 말 하나를 그냥 흘리지 않고 정보로 전환시켜 부가가치를 만든 것이다.

한국에도 그런 인물들이 있다. 예전에 박철언 재판기록을 보면 당시 그가 잘가던 술집에서
남과북의 밀사를 하면서 파악한 정보를 자랑스럽게 여자에게 늘어 놓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상대의 역량 나름이다. 혹 모르나 대북사업에 열중인 모 기업가에게
슬쩍 흘리면 상대방에게는 엄청난 사업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마치 박정희가 한강의 댐 건설을 정주영에게 지시하자 막바로 돌아와서 한강 이남 땅을
마구 사들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 그 자리들이 대체로 현대의 아파트가 들어선 명당들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서비스 업 종사자들이 해야 할 일은 같이 있는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나의 지인 중에는 항상 커프스 버튼을 하고 깔끔한 복장으로 자신을 가꾸는 남자분이 있다.
본인 스스로의 얼굴이 미남이기도 하지만 항상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답이 왔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빛내주기 위해서라고.
이렇게 비유하면 실례가 되겠지만 호스테스의 자세도 엇비슷하다.

내가 이뻐서 아니 학교를 잘나와서 연봉이 높아서 나를 대접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면 그는 바보다.
누가 비싼돈을 내고 컨설턴트를 쓰고 호스테스를 부르고 하는 이유가 그들을 대접하기 위함인가? 절대 아니다. 다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기를 바람일진대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수명은 매우 짧다.

자기 자신 스스로를 정리했다면 다음은 남을 이해하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야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이 방면에서 도요토미는 매우 탁월한 인물이었다.
여럿을 두고 그 각각이 다시 여럿을 두면서 조직이 커져나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봉건제의 본질이다.
컨설팅도 호스테스업도 비슷한 조직화가 이루어진다. 파트너라는 제도는 마담과 비교되고. 서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거대한 인간의 탑이 만들어진다.

그 거대함이 결국은 하나의 성이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글 1
카이지 카와구치 지음 / 세주문화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인 가와구찌 가이지는 정치와 군사에 관한 작품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전공투 세대를 다룬 <메두사>도 있었고 2차 대전을 다룬 <지팡구>도 있다.

특히 <침묵의 함대>는 핵잠수함 하나가 미국으로 나아가면서 위협을 통해 자기의 주장을 전개한다. 결코 일본의 자위권에만 머물지도 않고 지배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보다 고차원적인 세계의 평화다. 패배자의 피해나 보복심리에서 벗어나 한층 스케일 큰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 잡아 본 작품 <이글>은 클린턴의 시대가 끝나고 전개되는 대통령선거를 대상으로 삼는다. 작품의 매력으로는 우선 미국의 정치 구조를 알게 해준다. 각 주별로 전개되는 선거전의 원리와 작동방식을 매우 생생하게 잡아낸다.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이는 작품 속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미국인들은 사소한 것도 축제를 만들어버린다는 말과 맥이 통한다.
선거전은 일종의 축제다. 사회적 제약이 없어지고 각종 욕망이 분출되어 마치 모든 것이 금방 바뀌어질 것 같은 광란의 장이 되어버린다. 정치인은 다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마구 행사하는데 그 대상은 때로는 대중이 되고 때로는 지지를 모으기 위한 다른 파벌들이 된다.
대중들은 이번에는 혹여 하면서 모여들어 스스로 조직체를 구성해 선거전에 몰두하고 이야기를 논한다.
이 과정을 꽤 꼼꼼하게 그려낸 것에 일단 그의 작품이 주는 값어치는 있다.

그럼 그것만일까? 절대 아니다. 주인공을 일본인 2세로 내세웠는데 그의 꿈은 미국의 대통령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 그는 양면의 가치를 다 가지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정통 리더가 되기 위한 코스로서 명문 학교를 거치며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을 하고 전쟁에 자원해서 참여한다. 다음은 명문가문의 영애와 혼인을 해서 주류사회에 진입한다.
개인적으로 리더의 가장 핵심인 책임감을 강하게 가지지만 반면 필요할 때는 상대를 누르기 위해 기싸움도 하고 정보를 흘리는 선전전도 쉽게 자행한다. 비밀이 오가는 말을 녹취한 테입을 활용하기도 하고 뇌물수수의 근거를 가지고 소송에서 상대방을 압박하기도 한다. 실제 이는 미국 변호사들이 막대한 돈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다시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그리셤의 작품을 보시면 될 듯 하다.

그의 반쪽은 바로 일본인이다. 이민자의 후손으로 적지 않은 피가 섞여 있다. WASP 즉 백인 프로테스탄트만이 가능한 미국 사회의 리더를 이민자가 그것도 동양인이 도전한다는 스토리는 색다른 면모가 많다. 그렇지만 조금 시야를 돌려보면 페루의 후지모리가 바로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한다. 당시 경제대국 일본의 막대한 원조를 기대하고 그가 대권을 쥐었다가 독재자가 되었고 마지막에는 일본으로 망명해버렸다.

이번에는 상대가 미국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 것인가? 대권후보의 입은 무기의 규제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거대한 한걸음으로 미국이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내어 놓는다. <침묵의 함대>가 파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의 평화를 가져오듯이 말이다.
내부적으로 미국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를 하나씩 건드려가는 것도 재미있다.
뉴욕에서는 노회한 흑인 정치가와 흥정을 통해 지지를 유도한다. 실제 뉴욕시장은 흑인이 상당기간 수행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흑인들이 경제적 배경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돈으로 직접 정치를 수행하기 보다 남의 돈을 끌어들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를 교묘히 파고들어 자신의 강점인 장인이 은행을 하고 있는 덕분에 만들어지는 자금력으로 회유한다.
남부에 방문해서는 카우보이들이 모인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며 총기문제를 교묘히 풀어간다. 논쟁을 키워 가장 강한 상대를 끌어들여 담판을 전개한다.
공업지대에서는 노조와의 싸움이 나온다. 이미 권력화한 여러 노조들이 안고 있는 부패의 문제가 상대를 깨는 핵심요소가 된다.

이 과정 전반이 세세한 면까지 정확도를 고려해서 그려져 있다. 어지간한 미국 문화 도서를 보는 것 보다 훨씬 낫도록 잘 설명되어 있다. 외형으로 드러나는 보도자료 뿐이 아니라 이면에 담긴 진실을 더 잘 포함하고 있다.

덮고 보면 좀 황당한 내용이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벌써 한국인으로 유엔의 사무총장이 배출되었다. 이제 한국인 또한 자국만의 이해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내다보며 자신의 가치를 넓혀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서와 같이 고민의 폭을 꾸준히 넓혀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 한국에는 이 정도의 리얼리티를 가진 작품은 만화로 없을까? 잘해서 김진명의 작품을 만화하하면 비슷한 수준이 될까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