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전무 4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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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삼성의 강력한 대두를 놓고 우려하던 시마가 이제 새로운 고민을 맞게 된다.

한국 기업 삼성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력 좋은 고요라는 일본 회사를 매수하려고 나선다. 그런데 이 회사 주주들은 기관투자가던 소액주주던간에 당장 올라가는 주가를 반기지 대국적으로 일본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 이러한 국면에서 기술유출을 보면서 가만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게 시마가 직접 나서게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상황은 일본의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삼성을 미국 소버린과 같은 사모펀드로 고요를 SK나 KT&G로 변환시키면 똑 같은 스토리로 읽어 낼 수 있다. 그만큼 일본 한나라의 고민이 아니라 한국도 똑 같이 해당되는 상황이 된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적극 동조하는 자국의 소액주주들이 있는 것도 매한가지다.

단 삼성이 인수하면 수익 나쁜 부문은 구조조정하고 무조건 서구식으로 경영할 것이라는 우려는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 일본 기업도 90년대 엔고 시기에 미국 기업이나 자산을 마구 인수한 경험이 있다.

삼성을 이렇게 까지 의식해서 어려워 하는 것 반갑지만 모두 액면 그대로 받아들 일 수는 없는 내용이다.

다른 내용으로는 미래 기술에 대한 트렌드가 나온다.
향후 인류에게 주어지는 도전이 에너지 분야일 것이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seed가 되는 기술에 주목하는 점은 맞다. 수력댐이 생각 보다 비효율적이고 또 다른 환경 파괴를 만든 다는 점을 들먹이면서 원자력의 효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전지 분야도 여러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 태양광이나 자동차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분야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라는 차종에서 보듯이 미래의 희망이다.
그런 점에서 고요 아마 실제로는 산요의 비유인 이 기업에 대한 인수전 시나리오는 그럴 듯 한 면도 많다.

약간 시각을 비틀어 보면 미국이 최근 구제금융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이를 사줄 지역은 중국과 중동 밖에 없다. 그 두 나라가 채권 말고 아예 미국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개미처럼 땡볕에 일했던 중국 입장에서 이제 배짱이의 구제를 해주면서 소유권 주장한다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시마의 장점을 조정형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그 기반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발휘하는 감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 작품에도 전반적으로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특히 외로운 여인들에게 베푸는 배려가 뛰어나다. 중국,인도,미국 등 전세계를 누비는 와중에 늘 그 나라의 여인과의 염문이 빠지지 않는다.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는데 현지인과의 연애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시마가 보여주는 글로컬한 리더십 또한 바탕에는 탄탄한 현지 이해가 있고 다시 파고들어가 보면 화려한 연애술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감성이 놓여 있다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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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7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7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8-10-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전무... 너의 정체는 무엇이냣?! 평사원과 과장, 부장, 이사, 사장에 전무까지... 이건 도대체 어디쯤에 있는 작품인가요? 최신작인가... -,.-;;;

사마천 2008-10-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일본에서는 시마가 사장이 되었습니다. 몇달 차이로 뒤쳐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 과정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올라가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에게 대리체험 내지 만족을 주고 있습니다.
 
시마전무 3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시마전무 3

1.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미국 현지 전자제품 시장을 취재하면서 베스트바이,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점을 방문해보니 가장 좋은 자리에서 삼성과 LG의 TV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과거에 비교도 안되던 한 일 두나라 전자업체의 위치가 뒤바뀐 것을 놓고 원인을 추적해본다. 아무래도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워낙 커다란 일본 국내 시장에 머물다 보니 굳이 밖에서 치열하게 싸우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를 토끼와 거북이의 비유로 해설해가는 과정도 꽤 재미있었고 진실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 생각된다. 

일본 만화의 애독자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이제 삼성과 LG가 일본 업체에게 두려운 상대가 되었구나 하는 현상의 변화에 가슴 속에서 뿌듯함이 생겨난다.
만화 초기에 주인공 시마가 맨하탄의 센트럴파크 주변의 풍광 좋은 아파트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즈음에 삼성은 저 한참 아래라 아예 화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시마과장 17권 전체를 보아도 한국 이야기는 나올 일이 전혀 없었다. 

시마가 회사에서 성장하는 속도도 무척 빨랐지만 그 보다 더 빠르게 삼성이 성장해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더 높이 차지해 버렸다.
삼성은 시마가 부장하면서 90년대 일본의 불황시절에 퇴직까지 고려할 정도로 주변을 헤메던 시기에 힘을 비축했고 시마가 이사,상무를 하는 성장기에 급격히 부상하게 된다. 중국,인도 시장에서 경영진으로 시마는 삼성의 위력을 많이 느겼는데 이제 가장 크고 화려한 미국에서는 정말 뼈저리게 삼성의 강력함을 느끼게 된다.

기업의 가장 외형적으로 강력한 지표는 시가총액이다.
일본의 두 대표기업 소니와 마쓰시타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이제 삼성전자 하나 만큼 밖에 안된다는 현실에서 자조를 느끼는 시마를 보며 묘한 통쾌함을 느낀다.

2.
최근 읽은 전영수님의 <일본을 통해 본 한국경제 프리즘>이라는 책에 마쓰시타의 실제 변화 모습이 나왔다. 이 책의 1,2권에 묘사된 신임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와 똑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 당시의 마쓰시타는 위기에 몰린만큼 강력하게 살아나려는 몸짓을 했고 그 근간에는 조직의 변화가 있었다.
항아리형 이상으로 위가 두터워진 조직은 기민하지 못하게 된다. 종신고용을 지켜온 기업일수록 그런 위험에 빨리 처한다. 일본은 이미 한차례 그 고통을 겪었고 살아남은 기업만 유지하고 있다.

어쨌든 결말을 먼저 이야기하면 이때의 마쓰시타 개혁은 크게 성공하게 된다.

무릇 물은 흐르게 만들어야 하고 조직 또한 적절히 성장하려는 에너지를 잘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한국 기업 또한 점차 일본 기업이 겪었던 인사정체의 함정에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에게 정말 안정적인 내수주로 꼽혔던 농심과 같은 기업이 겪는 고통이 있다. 원래 농심은 롯데와 맥을 같이하는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사업을 잘 유지해왔다. 하지만 성공의 함정에 빠져서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하는데 머무르고 말아버린다.
결과는 쥐머리 비슷한 것이 식품에서 나와도 기민하게 시인하고 처리하고 재발 방지 못하는 느림보 조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우려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3.
한국도 오만해서는 안된다. 전지의 경우 일본의 소니가 먼저 대형사고를 터뜨렸지만 한국의 LG도 비슷한 사고가 났었다. 다음 전장으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만화에도 나오는데 한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일본기업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4.
그리고 잠시 성공한 남자가 빠져드는 함정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니 변양균-신정아 사건이 떠올랐다. 비슷한 사건이 국내 CEO들에게서도 간간히 발생한다고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외모는 아니라고 누가 그러던데..

5.
하여간 항상 비즈니스 분야에서 새로운 현장감 있는 이슈를 제기해주는 우리 작가님 히로카네 겐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늘 새롭게 내용을 변화주면서 꼼꼼히 비즈니스의 현장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에게 잊혀지는 듯한 꿈을 되살려주어 다시금 밖을 향해 과감히 나가게 하는 의욕을 주고 있다. 시마 시리즈의 꾸준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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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전무 1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시마전무

샐러리맨의 우상 시마, 이제 한단계 또 올라서서 전무가 되었다.
사장 까지는 부사장 거쳐 두 단계만 남은 셈이다.

직장생활은 한단계 올라갈 때 마다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시마과장 마지막 부분에서 니카자와씨가 언급했던 말이 여운을 남겼는데 이번 편에서도 여전히 같은 모습이 보인다.
전무가 되니 우선 만나는 사람의 지위가 계속 높아지고 만화에 등장하는 비중이 커져간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신임 사장은 시마가 무엇을 하고 있나 관심을 많이 두고 의견을 묻고 답을 잘 구한다. 전임 사장들의 신임도 여전하지만 신임 사장 또한 시마를 개혁의 중추요 자신의 철학을 관철할 오른팔로 생각한다. 가끔 경쟁자라는 점 잊지 말아주는 것도 두렵기는 하다.
다른 축으로는 기업 바깥에서 고이즈미가 관심을 가져준다. 시마의 해외 근무 경력을 높이사서 무임소 장관으로 발탁을 고려하고 만날 때 마다 안부를 물어온다.
실제 고이즈미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 실제 선거에서 자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캐리어의 인물들을 수혈하여 꽉 막힌 관계와 정계에 변화를 시도했다.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면 부담도 커지는 법이다.
시마가 담당해야 할 업무 또한 많이 늘어나는데 과거 돌아다녔던 전통적 소비시장인 미국을 포함해서 생산기지에서 점차 커지는 소비력에 관심을 두어야 할 중국과 인도까지 모두 포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을 맞추어 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반면 생산은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 생산기지를 임금이 싼 곳으로 몰아야 한다. 이런 과제를 머리 하나에 몰아 넣어 해결하려면 타 문화를 이해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 할 수 있는 복합적 사고를 잘 수행력이 필수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에게 개방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시마의 성장의 핵심에 영어과를 나왔던 점 과장 초입에 해외근무를 통해 인정 받은 점이 커다란 토대가 되었다. 거기에 필리핀 외근, 발리 출장 나아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M&A라는 큰 딜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이 모두 복합되어 다국적 기업의 리더로 가는 커리어가 만들어졌다.

이번 호에도 직장인이라면 관심을 두어야 할 교훈이 담긴 이야기가 나온다.
신임 사장은 의외로 발탁인사였다. 다들 박수를 치는데 좌불안석인 사람은 직전까지 자신들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던 부사장 두명이다. 그 중 한 분이고 과거 여러 가르침을 베풀던 선배를 모시고 신임 사장은 30년 전에 자주 자리하던 식당을 간다.
거기서 가르침을 주었던 여러 교훈들이 직장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흙탕물은 앞장서서 뒤집어써라. 인생은 자기 책임이다. 남을 탓하지 마라. 의리를 저버려선 안된다. 그리고 인정에 사로잡혀선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등을 떠올린다. 다 좋은데 여기서 이제 모순이 되는 운명적 결단을 해야 한다.
지휘권 확립을 위해 옛 상사에게 용퇴를 요청하면서 의리는 저버리지만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달라고 한다.
나도 전에 직장생활에서 비슷한 케이스들을 많이 보았다.
서울대를 나오고 과거에 촉망 받았던 인재지만 지금 맡은 일에서 수년간 두각을 못 내고 후배가 먼저 상무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윗사람이 부르는 자리를 갔는데 본인은 이제 후배 밑에 일하게 되니 부담을 덜어라하고 위로를 받는다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 자리는 용퇴 권고 였으니 충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조직의 논리는 냉정하고 시마전무의 이번 케이스와 비슷한 면모가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들은 설마 하면서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여파는 상당히 커서 사장이 바뀌면 경쟁하던 파벌의 수장들에게 바로 물러가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고 이어서 그 수하들은 자연스럽게 도태가 된다. 덕분에 내가 참여하던 프로젝트나 진로까지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다들 힘이 강할 때야 파벌을 만들고 충신인양 행세하지만 이번처럼 물러나게 될 때 같이 문을 걸어 나가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무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된다.

에베레스트 산과 같이 높은 곳을 올라가는 등산과도 비교가 되는데 정상 바로 앞에서는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폭풍에 떨어져버리는 것 같은 꼴이 된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도 올라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장인들의 심리다.
이야기 초반에 나왔던 곤노 주임처럼 아예 일찍 포기했다면 모르되, 한번 오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끝까지 가야만 하지 중간에 멈추는 방법은 없다.

정치에도 잠시 비유하면 노태우는 자신에게 권력을 물려준 전두환을 백담사로 보냈고 정호용은 사퇴를 시켜버렸다. 다시 후임자 김영삼은 둘 다 감옥으로 보내는 결단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권력이란 그렇게 냉정할 따름이다.

그 권력의 힘이 이제 내부 투쟁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조직의 오랜 정체에 메스를 대게 된다. 성장이 정체된 상태의 조직을 보면 창의성은 발휘될 여지가 줄고 각기 오랫동안 자리지키면서 벽을 많이 치는 모습이 보인다. 나 아니면 안된다고 하면서 각종 문서를 자기 서랍에 넣고 감추고 도장 하나 들고 자기 특색을 내는 그런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과감히 충격파가 필요하다. 과거 방식이 안된다는 충격을 주면서 새로운 방향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 무거운 임무 속에서 과거의 인연에 머무는 온정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어야 한다. 시마에게 남은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것인데 늘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공감의 능력 위에 이제 비정한 마키아벨리즘의 기교가 얹혀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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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 상무 6 - 완결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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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 있는 높이에 따라 시야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과장에서 출발해 이제 상무까지 올라간 시마의 시야는 이제 일본 열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편에서 주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중국과 인도다. 친디아, BRICS 라는 신조어가 주변에 때로는 펀드의 이름으로 아니면 발 빠른 경영 트렌드 도서의 제목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매한가지 원리다.
작가가 취재하고 작품화 한 다음 한국에 번역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저자의 통찰도 몇 년 전에 얻어졌으니 꽤 빠른 편이다. 이를 곧이 곧대로 믿어 주어 친디아 펀드에 투자했다면 한때 제법 좋은 수익율을 보였을 것이다.

대상이 넓어진 것 이외에도 시마의 주 관심사는 국가 혹은 기업간의 경쟁에 많이 놓이게 된다. 그때 주요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기업들이 한국의 삼성과 LG라는 점은 감회가 새롭다. 중국에서도 인도에서도 일본 기업보다 더 적극적으로 더 발빠르게 한국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저자가 우려할수록 독자인 한국 사람들의 기분은 좋아진다.

한때 세계를 흔들며 위세 당당하던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억울할 따름이지만 작가의 시선은 매섭게 그 원인을 추적해간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곰곰히 묻는 주인공에게 답은 몇가지 갈래로 주어진다. 일본 기업은 내부에서 과도한 정치 게임을 벌였고 고객에게 본질적 가치를 주기보다는 기존의 방식에서 약간 변화되는 모양새만 취했다. 덕분에 진정한 혁신 보다 답보를 하면서 시간을 소모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멈추어 서 있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부분은 경쟁자들이 한발 더 빨리 움직였다는 점이다.

나도 이 대목에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문제는 한국기업에게는 해당이 없을까? 답으로 삼은 것은 조직의 나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명제였다. 단카이세대 바로 시마가 상징하는 전후 대규모 베이비붐의 결과인 집단이 오늘의 일본 기업의 중추였는데 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활력있게 일할 때 보여주던 성과가 미래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가져가면서 푹 꺼져버린 듯한 느낌이다.

중국과 인도가 활력을 유지하는 것은 만화에서 묘사되듯이 사회주의의 굴곡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의 간단한 대조는 이렇게 보여진다.
그럼 한국은 과연 떠오르는 해로만 취급될 수 있을까? 88만원 세대라는 비참한 현실이 더 이상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만화에 가십으로 인도에서 뛰어다니는 일본 청년의 모습이 나온다. 별 신통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친구지만 그래도 그는 세계를 무대로 자기의 꿈을 펼쳐보겠다고 용기있게 걸음을 나선다. 이라크에서도 그렇게 뛰어들었다가 자신의 목숨을 잃은 청년이 있지 않았던가? 또 한비야의 소설에 보아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다양한 일본 청년들이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훨씬 먼저 세계화를 시도했고 타 문화에 대해 보다 성숙된 입장을 보일 수 있는 집단이다.

시마는 이런 사업의 현장에서 적합한 해결책을 내어 놓으려고 고심한다. 그 답의 하나는 현지화다. 중국에 파견된 일본 직원들의 수를 줄이고 성공한 한국기업 혹은 중국기업들에게서 배운다. 과거의 인간관계에 얽혀 고비용 구조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물론 그 결과 하청업체 사장이 자살하는 비참한 결과도 보여주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통찰은 고스란히 국가간의 경쟁에 반영되어준다. 덕분에 시마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 같다는 뉘앙스를 주게된다.
작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작품에 <정치 9단>이라는 수작이 있는데 주인공 생김새도 비슷하다.

다 읽고 나니 내게도 몇가지 영향을 주었다. 하나는 호연지기다. 이렇게 넓은 세상을 무대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굵직굵직한 일을 처리하는 시마가 부러웠다. 나도 이렇게 되려고 한층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다른 하나는 보다 작은 것이지만 두 곳을 확실히 가보고 싶게 해주었다. 인도에서는 타지마할, 중국에서는 구채구. 장소의 매력을 확실히 드러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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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커먼 바다 위에서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어가는 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언뜻 머리를 스친 상념은 과연 인간이 좀 더 편하게 살고자 주변을 얼마나 황폐하게 하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더 많은 고기를 위해 우리는 산을 베어내고 농지를 늘려 옥수수를 키우고 소를 늘리다 보니 여기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다시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여가를 위해 자동차를 늘리니 기름을 비롯한 화석연료는 급속히 고갈되고 대기는 점점 탁해진다.

이 대목에서 지구 상에 사는 다른 존재들이 물음을 가지지 않을까?

“인간이 지금보다 1/100로 준다면 인간이 내뿜는 독도 그만큼 줄지 않을까?”

이 만화에서 나오는 괴수들은 인간을 잔인하게 취급한다. 하나의 먹이의 대상으로 보고 탈취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살려는 노력은 절박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각을 조금 바꾸어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육식 맹수의 눈으로 인간을 보아보자. 아마 똑 같이 나타날 것이다. 고프니 먹어야 하고 눈 앞에 대상이 나타날 것이다.

내가 남에게 하는 짓을 남이 나에게 한다고 탓만 할 수는 없다. 그 방식으로는 보편적인 존재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낮은 존재로 내려가기 위해서 인간은 보다 강한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 신이 죽은이후로 인간은 겸손을 잃어버렸다. 핵과 생명과학 등 자연을 알아가면서 그 자연의 원리를 조작하면서 뿌듯해하지만 그 힘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핵폭탄을 만들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과연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더 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보다 겸손해지고 더 많은 지혜를 얻는 쪽이 중요할 것인가?

한국의 조선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유럽에서의 유조선 사고였다. 이때 2중선체가 의무화 되면서 조선업은 대박을 내게 되었고 피델리티의 김대우 펀드매니저는 막대한 수익을 냈다고 한다. 거제도의 호황, 땅 값의 폭등 등 많은 수익이 여기서 나왔지만 정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지는 못했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어 안 보이는 것의 가치, 특히 미래의 모습이 주는 가치는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IT,통신 강국에 온갖 업무 혁신으로 자화자찬했지만 행정 서비스나 인프라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노무현도 아마 해양부 장관 거치지 않았나? 어리석은 관료들 스스로가 일한다는 티를 내기 위해 만드는 잡다한 시스템들, 일하는 원칙을 세우지 않고 나와바리만 고집하는 인간들이 시간 소모하게 만든 일에 대해 더 한심함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why에 대한 질문 없이 how만 강조했다. 겉으로 번지르르 하게 만들었지만 정말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가치를 거둘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거대한 제국 소련이 체르노빌에서 자괴감을 느꼈듯이 이번 일은 분명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뼈 아픈 충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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