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전무 5 - 완결
히로카네 켄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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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전무 5

시마가 사장이 된다는 결말이 일찍 알려서인지 연극적 재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시마가 해결해야 할 적당한 큰 일이 있어서 주변의 도움 받아서 잘 해결해주고 바로 앞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고 주변의 권유를 받아서 자리를 차지한다는 스토리는 예상된 대로다.

뻔할 것 같은 스토리지만 그래도 독자가 놓을 수 없는 호기심이 시마의 삶에는 있다. 샐러리맨의 마지막 소원은 사장의 자리에 올라가 대부대를 지휘하며 자기의 비즈니스를 펼쳐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거의 대부분인 99% 이상의 샐러리맨은 이 꿈을 이룰 수 없고 이 점을 잘 안다. 그래서 시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느껴보려는 대리만족의 욕구가 하나 있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정상까지는 직접 올라가지는 못해도 평소 궁금해하던 모습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연말 인사란을 보면 올라가는 사람의 이름은 있지만 나가는 사람은 따로 물어야 이름이 나온다. 그 과정은 권력자간의 치열한 암투의 결과물이지만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다들 가장 알고 싶어하지만 밑에서는 알기 쉽지 않은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작가의 역할이 있다.

그런 노력이 계속 이어져 이사로 8권, 상무로 6권 연달아 나오더니 전무 시절은 5권으로 제일 짧아져버렸다. 짧아져서 아쉬움은 남지만 더 좋은 것은 그 다음에 있다는 말처럼 시마가 한 단계 올라간 모습이 독자에게 여운과 기대감을 남긴다.

이번 호에서는 삼성과의 M&A 대결이 묘사되는데 삼성이 고요전기(산요의 묘사)의 원천기술을 노려 벌인 M&A를 위한 치열한 공세가 시마의 역공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이 만화는 전자산업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삼성이 그 동안 시행한 자체 개발 중심의 전략을 수정하여 M&A를 통한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한 성장 전략을 취했다는 점을 잘 읽어냈다.
먼저 삼성의 장점을 보면 반도체와 같은 부품 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적시하고 핸드폰,TV 등 소비재 분야에서 고객 맞춤을 빨리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점으로는 LCD, 플래시메모리의 원천기술 분야는 부족하여 막대한 로열티를 내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는 시작과 끝은 있지만 중간에 필요한 중요한 부품은 다 주변에서 끌어오는 형태라로 보인다. 덕분에 세계 1위 도약이라고 좋아하지만 막대한 대일적자를 보고 있는데 요즘 같은 엔고 시대에는 정말 뼈가 아파오는 고통을 느낀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기초과학에서 오랜 투자를 해서 기업의 일개 연구원이 나중에 LED 분야 성과로 노벨상 수장자가 된 사례도 나왔다. 하나를 붙들고 평생을 파는 집착이 일본 부품과 원천기술에 잘 녹아 있다.
이런 강점에도 일본의 전자산업은 90년대 이후의 버블 붕괴를 잘 대처하지 못한 경우가 나와 이력도 좋고 자질도 좋은데 경영은 엉망이 되어버린 기업들이 나왔다. 여기 고요로 나온 산요가 딱 그 꼴이다.

이런 구도상 삼성이 산요를 인수한다는 시나리오는 꽤 그럴 듯 했고 실제 마쓰시타가 산요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말지어져서 작가의 예견력 또한 놀라왔다는 평을 듣게되었다.

반면 삼성의 모습은 겁나는 경쟁자에서 갑자기 총수가 부정부패로 조사 받는 추한 모습으로 확 바뀌어 버린다.
잠시 일본인 앞에서 우리 기업 잘 나간다고 좋아하다가 갑자기 썰렁해져버렸다. 이 대목에서 시마를 축하하는 중국 기업 총수 손예의 연락이 오는데 갑자기 한국을 놓고 중-일 나아가 대만까지 모두 힘을 합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도 들었다.

실제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기술, 대만의 자본, 중국의 노동력을 다 합친 연횡의 노력이 있고 반대로 삼성은 소니를 LCD 공장 신설을 위해 끌어들이는 합종 전술을 구사한 바가 있다.

만화의 결말을 보면 그동안 시마가 등장시킨 여러 인물들이 줄줄이 나와서 축하하는 모습이 나온다. 지면이 모자라 다 등장시키지는 못 한 것으로 보면 작가도 무척 바빴나 보다.

그럼 개인으로 초점을 맞추어 시마가 사장이 되어야 할 이유를 살펴보자.

원래 시마는 스스로를 사장감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찍 줄을 서고 눈치를 보고 패거리를 만들려고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마는 “나는 능력 보다 더 인정 받고 있다”라는 독백을 종종 하게 된다. 이렇게 시마가 일처리하는 솜씨를 한층 높여주기 위해 무수한 조력자들이 나온다. 탐정, 대주주인 전회장의 애인, 이를 연결하는 미모의 옛부하 등 한사람의 대업에는 적절한 조역들이 필요하다. 이들의 마음을 오랜시간 잘 얻었기에 오늘의 성과가 있게 되었다.
주변의 조력을 잘 얻고 이를 통해 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역량은 어느 조직에서도 필수가 된다.

시마가 사장이 된 이유를 통합형 리더십으로 해석한 전문가가 있었다. 얼마전까지 치열하게경쟁을 하던 적까지 휘하로 둘 정도면 시마의 통합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가만 살펴보면 술집 여주인 한 명 슬쩍 양보한 일화가 둘 사이에 있다. 그것 또한 남자끼리 서로를 알아주는 대장부로서의 배려심이다. 중국의 유방이 그런 식으로 자기 보다 잘 난 사람을 무수히 휘하로 끌어들였다. 누구 밑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내 체면도 깍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시마는 사람을 모았다. 있었는데 이 점을 잘 살려나갔기에 시마에게서 유방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합형은 귀를 잘 가져야 한다. 주변에 능력자이 있기에 이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판단은 자기의 몫이다. 초한지를 보면 유방은 많은 오류를 범했지만 이를 간언하는 충신들의 조언으로 이를 고치는 예화가 많이 나온다.

시마가 사장직을 잘 수행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일본은 엔고라는 생존을 위협하는 파도를 먼저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미국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파산의 결과물을 먼저 일본이 뒤집어쓰면서 2대주주로서 책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파고는 시마 혼자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한국의 대표기업들도 똑 같은 처지인데 환경이 다를 따름이다. 그 문제풀이에 독자를 동참시켜주기 위해 작가가 더욱 수고해주기를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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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9 - 국수 완전 정복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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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다른 대목은 빼고 면을 기계로 뽑는 부분만 놓고 잠시 이야기를 해보자.
점점 바빠지고 인건비가 비싸지는 환경변화 속에 식당에서도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양한 기계를 들여 놓는데 이때 주의할 점이 기계 혹은 이들의 모임인 라인은 반드시 최적화를 위한 튜닝 과정이 필요하다.
삼성이 처음 제일제당을 만들 때의 일화를 보더라도(홍하상의 <이병철경영대전>) 열심히 기계를 시키는 대로 다 설치했는데 원하는 설탕은 나오지 않아서 고역을 치렀다고 한다.
그 때 머리를 잔뜩 싸매고 있다가 기계를 돌리는 한 인부가 왜 이렇게 원료를 많이 넣지라고 투덜대는 말 한마디에 착안해 적은 량으로 바꾸니 바로 일이 풀렸다.
바쁘면 일부를 남에게 맡길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본류인 최종결과물로서의 상품을 써주는 고객의 만족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짜장면

중국집에서 먹지만 거의 한국화되어 우리 음식의 하나로 빼기 어려운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처음 만들어진 역사적 장소는 인천 차이나타운이라고 한다. 강화도 조약 이후 개항이 되자 일본만이 아니라 가까운 중국에서도 청나라 군대를 따라 사람이 넘어 왔다. 중국은 임진왜란 때부터 화폐경제가 보편화되어 군대의 급료를 은으로 지급하고 이를 받아먹으려고 군납업자들이 따라 움직였다. (한명기님의 책을 보면)
첫번째 개항된 항구인 인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식생활 등의 차이에 의해 타운을 형성했다.

이곳은 지금도 가서 직접 볼만한 풍치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규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매우 작지만 안에는 하나의 고유한 문화가 잘 들어 있다.

이들이 한국속에서 살아간 역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핍박과 차별로 채워져 있고 결국 우리 안에도 또 하나의 아파르트헤이트가 있었다는 자괴감으로 귀결된다. 한국 사람들이 최근 중국을 갔다가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에게 속아서 합작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뺐기고 억울해하며 빠져나온다고 하는데 똑 같이 당시 중국인들이 가게 명의를 한국인 주방장으로 등록했다가 통째로 빼앗겼다고 한다. (책 <차이나타운 하나 없는 나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듯이 우리가 까맣게 잃어버린 역사가 이 만화에 잘 그려져있다.

다 보고 나니 다시 한가지 생각이 든다.

짜장면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배달이 가능한 먹거리라는 점 아니었을까? 한국의 국물 있는 음식이 배달되고도 같은 수준의 맛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보인다. 짜장면은 면과 장이 따로 준비될수도 있고 배송 과정도 따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면 태국의 면요리나 일본의 면요리 중에서도 볶아 먹는 맛좋은 것들이 많은데 이런 아이템을 배달하는 가게는 많이 나올 수 없는지 궁금하다? 풀무원에서 하는 엔즐이 일종의 이런 시도인데 좀 더 낮은 가격으로 좀 더 넓게 고객층을 넓혀주면 좋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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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6 - 두부대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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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음식 자체보다는 다채로운 사람 이야기가 전권에 가득하다.
작가의 발이 여기저기 뛰어다녀 준 덕분에 평소에 직접 해보기 어려운 장소로 작가의 시선을따라다니는 즐거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꽃동네, 캐나다 로키 트래킹, 강화도 등 장소도 참 다양했고 그만큼 즐거움도 넓어지고 깊어져갔다.

먼저 꽃동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든 축에 드는 사람들과 이들을 돌 보는 봉사자들을볼 수 있었다. 레인맨에 나오는 것처럼 숫자 암기에만 강한 사람, 자신이 비밀첩보원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는 사람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어떤 사람은 독한 약에 취해 몸을 구부리고 자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 뱃속에서의 자세와 같다고 한다. 항상 외출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어머니를 기다려 같이 나가려고 안타까워하는데 실은 버려져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모습이 그냥 주어지지 않은 매우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다음 강화도 갯벌을 오르내리며 보여준 낚시의 묘미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느리게 사는 삶 또한 좋은 즐거움이라는 점을 잘 느껴볼 수 있었다.

집단 가출 편에서는 노년의 친우 모임이 확 여행을 한번 질러버린다. 돈 걱정, 집안 걱정 다 접어 놓고 한번 남자끼리 뭉쳐서 바다 건너로 뛰쳐가버렸다. 그렇게 도달한 공간은 캐나다 로키 산맥이다. 먼저 끝이 없는 듯한 자연의 광활함 속에서 다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가진다. 한국에서의 삶은 인공이 많은 공간으로 채워져 있고 옆으로 퍼져 살려해도 땅이 부족하다 보니 위아래로 포개져야만 했다. 인공 건조물도 많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갖가지 규칙들이 만들어진다. 예의범절, 에티켓, 매너 등 갖은 규칙을 머리에 담고 사는 일은 여간 피곤한 삶이 아닐 수 없다.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어떤가? 집이라는 공간을 가족에게 만들어주어야 하고 다시 의식을 제공하기 위해 천직을 수행하면서 은퇴에 이르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 모든 무게를 다 내려 놓고 나간 노년의 가장분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행의 에피소드도 간간이 나오는데 원래 노인들이란 자기 규칙이 많아져서 남들에게는 고집으로 보이지만 본인은 소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금세 다툼으로 난장판이 되어 배가 산으로 간다. 은퇴 후 유럽에 가까운 가족들끼리 자동차여행을 떠난 분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유사한 모습이 금방 나타난다.

좌충우돌 움직이다가도 이들을 한데 모으는 일에는 역시 음식이 중심에 놓인다. 미대륙까지 왔으니 역시 LA갈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금강산도 식후경, 싼 맛에 잔뜩 만들어 놓은 갈비 모습에 한국에서 가져간 팩소주의 알뜰함이 곁들여 다시 같이 먹고 같이 살자는 식구로 돌아간다. 더해서 이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들과의 관계도 한국음식의 맛으로 되돌리게 했으니 참 금상첨화다.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 사는 미국의 대도시를 보면 서로 다른 민족의 음식을 즐기러 다니는 풍경이 많이 눈에 띄게 된다. 음식의 맛은 다른 문화 속 삶을 이해시켜 준다.
인도의 매운 카레를 맛 보면서는 열대에서 재료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하우에 경의를 표함이 좋다.
이렇게 사람들을 공통의 즐거움을 맛 보게 만들어 주면서 하나로 묶어가는 기능이 맛 탐구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해외를 돌아다니는 직업이 많아질 것이다. 이런 일을 지망한다면 단순한 취업 의지 보다 실제 의지를 수행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세를 보임이 좋겠다. 자기의 특색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른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고 그 결과를 여권의 출입국 도장으로 나타내는 것도 방법이고 그만한 여유가 안되면 이태원,홍대,동대문 등 여러 나라의 색깔을 가진 맛집을 다녀봄은 어떨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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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7 - 원조 마산 아귀찜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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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굴젓

다 읽고 나니 어리굴젓 가벼이 먹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해산물을 양식이 아니라 자연에서 직접 채취하는 일은 모두 이와 같이 찬바람속에서 뻘밭을 다니며 허리숙이는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시대 제주 지사 한 명이 찬바람에 해녀들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보고 전복을 상위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가 생각났다.

이번 작품은 스토리성이 상당히 강해서 식당을 둘러싼 사람들의 상황과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나온 해프닝, 가게가 잘되자 주인이 재건축 한다고 비워달라고 해놓고 아들에게 넘겨준 일화는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설마 이런 나쁜 일이 라고 갸우뚱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건물주의 횡포에 약자인 가게 주인이 밀려나는 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서 장기적으로 음식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조끼조끼>라는 맥주집을 많이들 알고 있다. 체인의 창업자는 원래 부산에서 건물 지하를 빌려 맥주집으로 대박을 냈다. 그런데 건물주가 가게를 넘기라고 하다가 항의 하니 자기가 직접 유사한 맥주집을 같은 건물에 차렸다. 이 가게가 장사가 안되니 아예 건물 자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데 지하 맥주집이 잘 되는 이점을 이용해 큰 돈을 벌었지만 권리금은 한푼 안주었다고 한다.

유사한 일이 잘 오던 단골손님이 같은 업종을 차려버리는 사건, 권리금 받고 팔아 놓고 행정구역만 살짝 다른 인근에 또 하나 차려버리는 사건 등이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적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사람 속 모른다는 이야기는 여기서나오는데 평소에 가깝게 하더라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 태도가 변한다. 그때 너무 당황하지 않게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둠이 중요하다.

음식 장사도 일종의 사업이니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일인데 허영만 작가님이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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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0 - 국민주 탄생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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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0

한 사회의 음식문화 소개에 결코 술 이야기 빠질 수 없기에 이번 20권은 술로 빼곡 채워졌다.
다른 문화와 마찬가지로 술에서도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적인 방법과 근대화에 의해 새로 도입된 방법이 섞어져 존재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먹는 것도 늘 부족했던 시대에 술은 사치품이라 이를 만드는 일은 아무나 마음대로 할 수 있지 못했다.
그냥 가볍게 발효하는 정도는 서민들도 즐기지만 여러 단계를 거치며 도수를 높여야 하는 전통소주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서민들은 꿈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대화를 통해 희석하는 방식이 도입되어 싸게 대량으로 공급하게 되는데 이렇게 유도한 주체는 정부고 목적은 세수증대다.
근대화는 대량생산을 통한 효율을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표준화는 특색을 없애서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는 역기능을 한다.

책이나 음악과 비교해보더라도 문화는 개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양해지려는 욕구를 가졌다. 와인의 예를 보면 식사의 진행, 음식의 종류, 개개인의 상태에 맞추어 수십,수백 아니 수천의 선택을 하게 만들어 인간의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기여를 해준다.
반면 한국인의 메뉴판에는 서민을 위로하는 막걸리, 조금 더 쓰면 맥주, 독하게 하면 소주 그리고 끽 해야 위스키 문화 정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이 갭을 치고 들어온 와인과 최근의 일본 사케의 공세는 우리에게 다시 전통과 근대의 딜레마를 돌아보게 한다.

어머니의 동동주는 내 주변 지인 중에 이 이야기와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경우가 있었다. 뒷골목의 낡은 건물에서 고생고생 해가며 수십년 장사를 통해 단골도 많이 만들고 돈은 제법 벌었다. 하나 하나 키운 자식 중에 큰 아들은 맏이라고 투자해서 유학까지 갔다 오더니 좀 더 고상한 직업을 찾아 이 바닥을 떠난 뒤 돌아보지 않는다. 다른 동생들은 그만큼 받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이 있어서 첫째를 경원하지만 본인들도 제대로 장사에 몰입해 대를 이어가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답이 떠오른다.
다들 결과물인 돈은 좋아도 과정에서 들여야 하는 수고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비스 업은 대부분 유사한 과정의 반복인데 전통이라는 이름의 산물들은 규모가 작아서 기계화되지 않은 절차 덕분에 많은 수작업이 들어간다. 이름난 집은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을 작업 과정에서 다 지켜나가려면 보통 집중력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더욱 더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조금 살만하면 육체를 쓰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데 일찍 아침부터 일어나 재료를 사고 다듬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매장에서 일일이 손님의 비위를 맞추는 작업이 보통 수고가 아니다.

살만하면 하나 둘 떠나가는 골목에서 정말 장인 정신을 갖춘 집을 쉽게 찾기 어렵다.
소문난 설렁탕 맛집의 노하우를 알아보니 프림을 국물에 몰래 넣는 것이라 다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맛만 나서 장사만 잘 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는데 손님의 몸에 좋지 않은 먹거리를 내놓고 주인만 부자되는 길을 칭찬할 수는 없다.

반면 일본은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가게가 있는 이유는 자리를 잡아 먹고 살만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일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그러기에 고심고심을 하면서 방법을 찾고 한길을 가며 신용을 지킬 때 소위 노렌(문앞의 문장을 상징하는 깃발)을 걸고 수백년 이어가는 전통의 가게가 탄생하게 된다.
사무라이만 이름을 걸 수 있지 않고 장사꾼에게도 자신의 상징물을 내걸게 해주었을 때 그들이 인고의 작업을 감당할 만한 보람을 일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로 손님과 주인이 서로 대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주인의 정성과 손님의 감사가 함께 해야만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멜라닌과 광우병 고민 없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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