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비용 제로 사회 -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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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은 선각자다.


시대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강력한 메시지로 응축하여 발표해왔다.

그렇지만 노년에 올수록 그의 메시지가 모두를 다 만족시키는지는 의문이 들어간다.

유러피안 드림에서 3차 혁명에 이어 이번에 나온 한계비용 제로 사회까지 시리즈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회,경제적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공감의 복원에서 이제는 협업적 공유로 진화된 개념은 새롭기도 하고 오래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AirBnB,우버 등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급속도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새로움이다.

반면 협력과 공유를 통한 공존은 아담 스미스가 그의 책 국부론에서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상으로 묘사한 것이 반복되는 듯한 오래된 느낌이 든다.


자본주의 이전과 자본주의, 그리고 리프킨식의 이후를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탐욕, 그리고 이를 위한 헌신에 무게를 둔다. 멀리 사마천이 징그러운 누에를 손에 잡는 여인에게 욕망이 없다면 가능하겠는가라고 묻는다. 수많은 벤처들이 날밤을 새면서 청춘을 불태우는 것도 매한가지다.

이들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혁신해가는 경제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기업이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삶도 늘어간다.

구체적으로는 취업전, 그리고 조기퇴직 후의 삶이 그렇다.

이들에게는 공유와 협업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되는 것이 옳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주장을 한 방향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면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당장 리프킨의 찬양했던 유러피안 드림은 지금 저생산성으로 쇠퇴해가는 유럽의 모습을 보면서 빛이 바래진다. 미국이 주도하는 쉐일혁명으로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유럽에서 야심적으로 추진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 또한 실효성이 내려간다.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고 원자력을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싼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의 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책은 현실과 대비시켜가면서 읽어감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그린 산업에 종사하는 지인 한 명이 리프킨을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다. 멋진 애드벌룬을 띄우지만 막상 가보면 트렌드가 지나가면서 거품 속에서 헤매도록 만들었다는 울분이었다.


누군가 거품을 일으켜주거나 전쟁을 하지 않는 한 현재의 저성장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속에서 생존하면서 인간의 좀 더 나은 삶을 살려면 협업하면서 가진 것을 공유해보자는 생각은 꽤 괜찮은 대안이긴 하다. 그 실험은 어떻게 만들어가면 될런지라는 생각이 머리에 남으며 독서를 마쳤다. 

그리고 물음은 주변사람들과의 토론 속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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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 일반판 (2disc)
박훈정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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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영화다.

느아르. 암흑가의 어두운 면을 영상의 빛으로 조명해주는 장르다.

얼마전 김영하가 신간 <보다>에서 신촌 밤늦은 시간 삐끼를 보다가 소설 하나를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한다. 

감독은 우리를 휙 들어서 삐끼를 훨씬 넘어 뒤의 뒤로 들어가 거대한 암흑세계의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암흑가의 보스들.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 뭔가 공작을 해보고 싶어하는 경찰들.

두 세력의 사이에는 이자성이라는 경찰이기도 하고 조폭이기도 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대하는 두 세력 사이에 놓인 그의 모습은 늘 긴장을 준다.

영화의 시작이 죽음이었는데 이는 영화 내내 반복되면서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전달한다.


감독이 긴장을 주는 솜씨는 대체로 대립속에서 나온다.

중국 갔다가 사오는 짝퉁 시계의 이름은 롤레스다. 로렉스가 아님이다.

명품과 짝퉁.

주요한 대립이 경찰과 조폭이지만 갈등은 정말 다양하다.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장청과 이중구가 대립한다.

최민식과 이정재가 대립한다.

그리고 중국계 연변 깡패와 조선의 경찰이 대립한다.


2시간반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영화는 전개된다.

감독의 기획과 편집 솜씨는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배울 것들이 제법 많다.


조직의 작동원리는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문제는 

진실과 거짓이다.

이정재의 위치는 거짓과 진실이 헷갈리는 위치다.

약속은 늘 만들어지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서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다.


또 하나, 한국과 중국의 위치는 양면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지금 우리는 중국업체의 도전을 맞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도 그 도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에는 하나의 힌트는 있는 것 같다.

중국 최고의 해커들이 한국 경찰청을 털어간 덕분에 유능한 경찰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 모습은 한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보안장치를 한 문은 유리를 깨니 바로 열려버리고. 

총으로 막아보려고 하지만 달랑 6발 있는 총을 한꺼번에 달려 드니 해결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그렇게 양면을 가진 나라다.

워낙 크니 말이다.

그런 중국을 한 덩어리로만 보고 안다느니 하고 말하는 건 꽝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핵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모든 이론은 잿빛이요 오직 푸르른 것은 생명의 나무다.

노땅 이사들, 고참 경찰 간부들 다 필요 없다.

오직 움직이고 칼을 들고 목숨을 걸어서 무언가 쟁취하는 인간만이 대접 받는다.

그들에게 움직이도록 동기부여를 해내는 인간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는 그렇게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고 그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리더도 탄생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역사를 배우면서 늘 당나라에 패배한 고구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해커와 연변거지 둘 다 잘 상대해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의문이 될 것이다.


오랜 여운을 남긴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한 가지 더 이정재는 관상에서도 왕 노릇을 했다. 역시 리더로서 자격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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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14-10-2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저도 이 영화 참 좋아합니다.
설정을 홍콩영화 무간도에서 가져온 거 같아 살짝 아쉽지만
최호감독 사생결단,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할 만한 훌륭한 느와르죠.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뷰하기 앞서 김지운 악마를 보았다와 류승완 부당거래 각본도 썼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감독입니다.

참, 지금 이 순간 제1회남북영화상영전이 열리고 있어요.
제 블로그에 소개해 뒀으니 사마천님도 여건 되시면 극장나들이 해 보시길.

사마천 2014-10-2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 반갑습니다. 관심도 감사드립니다.
삶에는 이면 혹은 경계가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쉽게 못 넘기에 잘 알지 못하는 경계를 훌쩍 넘어 이면을 보여주는 이 영화들은 무척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영화제 정보도 감사합니다.
 
파우스트 1 - 한 편의 비극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수용 옮김 / 책세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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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독문학을 연구하시면서 후학을 양성하신 노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파우스트, 어려운 책이다.

지은이 괴테 자신도 이 책은 여러각도로 오랫동안 읽힐 것이라는 점을 자신했다.

그래서 죽기 1주일 전까지도 꾸준히 손보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몇 번에 걸쳐 읽었지만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아주 부분에 부분 밖에 몰랐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파우스트가 말년에 황제를 구해주고 대가로 봉토로 해안가를 받아서 간척을 하는 대목이 있다.

왜 간척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아무런 기득권 없는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고 했다 한다.

여기서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지금 멈추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바닷가에서 날마다 자연과 싸워야 하는 이들로는 네덜란드인이 눈에 들어온다. 약간 시야를 돌려 험한 산에서 추위와 싸우는 스위스인도 있다.

이 두 국가에서는 자유가 극단적으로 추구 되어 봉건권력을 일찍 물리쳤다.

괴테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이 구절을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다가 당시가 프랑스혁명을 겪었고 당대 프랑스 사람들이 싸워서 자유를 얻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인가 하는 쪽으로도 질문이 옮겨갔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근거는 법이고 그 법은 그냥 툭 던져진 것은 아니리라..

그런 점에서 파우스트 박사의 노고는 더욱 실감이 간다.


하지만 이 말 마지막의 지금 멈추라는 대목은 바로 메피스토텔레스가 듣고 싶었던 바로 계약조건이었다.

파우스트는 숭고한 목적을 추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조용히 살던 노부부의 억울한 희생을 불러왔다. 덕분에 그는 눈이 멀게 되고 이를 악용한 메피스토텔레스는 조용히 그의 무덤을 판다.


파우스트는 어려운 시대의 인물이었다.

당시는 신이 과학과 속세의 욕망에 의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과업을 달성했고 당대 특히 발달한 과학들은 이제 갈릴레오와 같은 희생자를 다시는 용납하지 않을 태도였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당대 유럽을 휩쓸면서 교회의 봉토들을 샅샅이 세속화시켜버렸다.

신이 사라진 자리를 대체해가는 것은 메피스토텔레스로 상징되는 현세적 욕망이었다.

이는 바로 산업혁명과 함께 밀려온 자본주의의 욕망이다.


이렇게 책 하나를 놓고 혼자만의 독서가 아니라 미리 깨달으셨던 노교수님의 말씀이 포개지니 미처 몰랐던 대목에서 새로운 감상이 만들어졌다.


읽고 듣다가 나의 질문은 오늘의 대학가로 이어졌다.

신촌의 원룸 주인들이 대학에 와서 데모를 한다고 한다. 

원룸도 사업인데 공공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지는 말라고 한다.

메피스토와 파우스트의 갈등과 게임은 먼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어려운 자리 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물론 주관한 출판사와 알라딘에게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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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사장 16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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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의 긴 여정이 끝났다.

과장에서 시작해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부장,이사 거쳐서 사장까지 올랐다.

시마가 사장이 된 건 경제신문이나 CEO 정보 사이트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의 사건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처럼 시마는 그 시대 샐러리맨의 아이콘이고 롤모델이고 추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퇴장은 쓸쓸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들은 고전 중이고 시마가 담으려고 해도 멋진 모습을 담기에는 그의 경영 실적이 너무나 안좋다.

덕분에 그의 하산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내가 주주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긴 시리즈 중에서 언제가 좋았는지 내게 묻는다면 <과장>시절을 들겠다.

과장이라는 자리는 회사를 보는 시선이 사원시절의 아래에서 위였다면 반대로 뒤집어진다.

초보적인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사람들과 보다 밀접한 갈등을 겪고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하도록 임무를 부여 받는다.

그 시절 시마는 놀라운 업적을 많이 냈는데 상당수는 여자들 덕분이었다. 페미니스트, 바람둥이 뭐라고 표현하던간에 그의 성과는 탁월했다. 옛 애인을 동원해서 예술가의 작품을 얻어내 회사 공연장에 사용한 일은 시마를 보는 회사내의 평가를 바꾸어 놓았다. 남보다 분명 무기 하나가 더 있는 존재였다.

그의 감성력은 회사 안과 밖에서 잘 발휘되었고 사내 정치에 비굴해지지 않는 꿋꿋한 태도 또한 멋있었다. 


하지만 로망은 거기까지인 듯 하다.

사장 시절의 시마의 모습은 매우 딱딱하다. 연애는 절대 없다. 회사 대표가 연애하면 좀 지나서 카메라 기자가 들이대고 신문에 나면 자동사퇴다. 이러다 보니 연애 스토리는 사절이다. 이러니 독자의 감성 흡인력은 자극 되지 못한다.

대신에 작가가 치중한 것은 스케일이다. 리더에게는 새의 눈으로 본다는 조감력이라는 역량이 있다.전체 상황을 한 눈에 보는 것이다.

시마의 해외 순시는  남미의 브라질,페루 등이나, 아시아의 중국,말레이시아 등을 오간다. 

갈 떄 마다 작가는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그 나라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을 간략 요약해준다. 이는 분명 비즈니스맨에 대한 충실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 부분만 모아도 전자업체의 세계경영이라고 괜찮은 정보가이드가 될 것이다.


감성은 사라지고 사내정치의 디테일도 사라지고 남은 것은 거대기업의 탑 경영자의 시각.

이게 현재 시마사장의 서술이었다.

지위는 점점 올라가지만 점수는 점점 내려간다.

사장은 인간적인 의무 이상으로 경영자로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 점에서 시마의 경영전략은 거의 실패로 끝나버렸다. 아니 일본 소비자 전자기업들이 하나 같이 그 꼴이다. 기껏해야 M&A로 버텨보았는데 기업의 체질을 본격 개선하는 부분에서는 성과가 없다.

그러니 기업만화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회장 시마를 그려보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나라면 대상을 바꾸어 성공한 신세대 기업을 다루면 어떨까 한다.

손정의,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세븐일레븐의 도시후미 등 일본에는 여전히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업들이 많다.

무릇 한 나라의 산업은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무역에서 제조로 다시 금융대국으로 성숙해간다. 일본의 금융,서비스 대국의 면모를 보여준 기업들이 새로 성장한 것이 소프트뱅크,유니클로 등이다. 이들의 진면목을 잘 설명하는 한국 연구가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작가의 노력은 상당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흘러간 제조업의 우위에 대한 추억을 계속 붙들거나 정치가로 변신해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은 지면 낭비 같이 보인다.


시마 오랜 여행을 한 친구지만 이제 안녕하며 새로운 길을 가도록 빌어주어야겠다. 단 극우 정치판은 사절이다. 

사요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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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J.C. 챈더 감독, 데미 무어 외 출연 / 캔들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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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세계는 뒤흔들렸다. 

돈이 확 빨려들어갔다가 다시 홍수처럼 밀려오는 쓰나미가 일어났고 거기에 휩싸인 무수한 사람들이 쓸려갔다.

그때 그 진앙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누가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인가? 아니 그 전에 기름을 뿌리거나 가스관을 열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이 영화는 이 궁금증에 대한 꽤 괜찮은 답이 될 것 같다.

딱 하루 월가의 어느 투자은행에서 벌어진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해 금융인들의 민낯을 벗겨서 보여준다.

그들의 삶, 욕망, 고뇌 하지만 그들은 돈을 쫓는 부나방이란 점을 아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해보곘다.

설리반은 젊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MIT 공학도 출신이다. 

그는 한바탕 구조조정의 광풍이 지나간 하루, 밀려간 선배 하나가 휙 던져준 파일을 살펴보다가 심각한 위험을 발견한 후 이를 보스에게 보고한다.

이어서 회사는 새파란 풋내기가 발견한 하지만 엄격한 수치에 의해서 계산된 문제를 놓고 심각한 회의를 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나는 로스차일드. 

워털루 전쟁의 결과를 남보다 빨리 알았던 그가 채권시장에서 취했던 행동은 유명하니 생략하겠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그의 얼굴은 먼저 떠올랐다.

또 한명은 주택은행장이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행장.

대우사태 때 그는 매우 발 빠르게 행동해서 회사의 자산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는 유능하지만 존경받지는 못했고 불명예 퇴진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위험은 회피했지만 시장이 더 빨리 무너지는데 일조를 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투자은행의 회장 또한 유사하게 놀라운 결단과 행동력을 보인다.

회사의 주요 자산이 위험에 빠진 것을 발견하자 그는 단호한 행동을 취한다.

책임을 아래 임원에게 묻고, 단숨에 모든 자산을 팔아치워버린다.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다.

쓰레기로 변해버릴 물건들을 삽시간에 내 가게안에서만 없애버리면 된다는 그의 결심에 대해 추호의 의심을 하지 말라고 부하들을 다독거린다.

영화에는 두 개의 명 연설이 나온다.

하나는 플로어에서 트레이드들을 독려하는 케빈 스페이시의 연설이다.

꽤 훌륭하게 그는 동기부여를 시켜주었다. 당근과 째찍으로..


그리고 나서 상실감에 빠진 그와 마주한 회장이 던져준 긴 위로가 담긴 이야기는

금융회사의 대표는 저런 멘탈로 행동하는구나 하고 감탄사가 나올할 만한 냉철함을 보여준다.


위기는 위험으로 갈수도 있지만 반대로 기회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시장의 자산이 모두 쓰레기로 변해간다면 몇몇은 무너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후의 대부자인 금융당국이 개입한다.

그리고 서서히 정상화에 이르게 되면 살아남은 자에게는 축복이 된다.

2009년 워렛 버핏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금융회사에 거액을 베팅하였다.

잔인한 듯 보이지만 이는 냉정한 분석이고 조직이 오래 오래 살아남기 위해 꼭 가져야 할 통찰을 보여준다.


금융은 필요악일까?

영화에서는 친절한 해설을 덧붙여준다. 금융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가진 것을 빼앗으려고 싸울 뿐이라고.. 미래를 믿고 더 많은 소비를 하게 해주는 것,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것 모두 금융 덕택이 아니냐고 해설해준다.

하긴 얼마전 보았던 개콘의 <렛잇비>에서 3년 된 신입사원이 자신의 월급봉투와 썸타는 이야기를 했다. 알고 보니 월급봉투에 꽃힌 현금은 곧바로 카드회사로 직행한다. 

소비를 댕겨쓴 그는 절대로 회사에서 독립할 수 없으니 오늘도 부장님의 질책에 시달려야 한다.


금융,금융인에 대한 쌩얼을 보여줌으로 영화는 진지하게 우리에게 물음을 일으킨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저 거대한 돈의 홍수는 누가 막을 것인가?


얼마전 기타로 연주하는 오래된 멋진 노래 하나를 들었다.

알고 보니 이 노래는 베트남 전에서 미국이 쏟아 붓는 제초제의 비를 보며 죄악을 그만 뿌리자는 반전가요였다.

지금 미국에서는 이렇게 남의 아픔도 끌어 안아 애절하게 담아낸 멋진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건 지금 미국 FRB가 쏟아 부은 돈의 홍수일 것이다.

월남 하늘에 뿌려지는 제초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파도를 멈출 힘이 우리에게 없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그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노아의 방주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작더라도 몇몇은 태울 수 있는..


자신들이 만든 대폭발의 위험을 맞아 내가 빠져나가면 더 심하게 터져버려라 그리고 대박을 기다려보자는 심보의 월가인들의 쌩얼은 그렇게 우리를 충격속으로 몰아가면서 어려운 숙제를 남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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