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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 공부에 反하다
이범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연봉 18억. 우와 이건 정말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그 돈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무료 교육을 하겠다니 꽤나 괴짜다.
책 제목에 반대할 반이라고 하는데 자본주의 이념과 정반대로 가니 일단 호기심이 간다.
주인공은 대치동의 유명강사 였는데 많을 때 300명 강의장을 꽉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 곧 이어 2000년부터는 온라인 교육업체로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메가스터디의 대표 강사로
활동하면서 지명도를 전국으로 넓혔다.
덕분에 책의 내용은 사교육의 실체, 입시제도의 허점, 최고의 공부법 등 다양하게 오가며
꽤 풍부한 글들을 담고 있다. 그냥 이름으로 써갈겨댄 책은 아니고 하나 하나에 숙고한 흔적이 있다.
대치동 학원 시스템이 어떻게 노량진하고 다른가 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학원이 집값을 정한다면 왜 학원의 원조였던 노량진은 대치동만큼 집값이 오르지 못할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답은 그건 학원의 수준 나름이죠라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소수 정예로 명품 강의를 지향한 강남의 학원에서는 재미 보다는 정말 학생이 이해하는가를 따지는
효과를 노린다. 반면 노량진은 넓은 강의장을 채우기 위해 평균지향을 하고 졸지 않고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중간중간 재미적 요소가 매우 많다고 한다. 하긴 이건 내가 예전에 노량진 학원강의 들을 때
기억과도 일치한다.
그런 대치동의 시스템이 전국에 퍼지게 된 것은 온라인의 발달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업체에서 한국의 명강사 손주은에게 제의를 했는데 계약을 간단히 훑어본 이범이 차라리
우리가 직접하자고 반대한 통에 메가스터디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빠르게 보급된 초고속인터넷의 영향이 컸다.
GVA등 교육 프로그램이나 온스터디와 같은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했지만 기술과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승부요인은 아니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최고의 강사가 참여해서 최고의
품질을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초고속인터넷 망을 타고 이들의 강의가 흘러나가자 지방의 단과학원은 단번에 몰락해버렸다고 한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적지 않은 돈을 카드결제해야만 했는데 수강료는 대치동 가격보다는 쌌지만
그렇게 싼 것은 아니었기에 부담도 커졌다.
오프라인 학원 시장이 어느 정도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경쟁하는 할인점들의 싸움이라면
온라인 교육 시장은 유일한 승자가 모든 성과를 독점하게 된다. 이는 2,3 등 업체의 수익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 수 있고 옥션과 같이 온라인 경매 시장과도 비교된다.
막대한 돈을 기반으로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했지만 과연 메가스터디는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큰가 그렇지 않은가? 명강사 나오면 재빠르게 스카웃 비용 지불해서 자기 밑에 두려고 하면서 상대방이 크지 못하게 만들어 독점을 유지하려는 것은 옛날 미국의 카네기가 록펠러가 독점기업 만들려고 하던 모습 아닌가.
수학의 정석을 지은 홍성대는 사비를 털어 고교를 세우고 이를 다시
자립형 사립고로 발전시켜 사회에 성과를 돌리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메가는 어떤 기업인가?
이범 또한 이런 회의를 가지면서 메가스터디에서 떨어져 나오는데 그가 무료강의에 나서자 메가측에서는
계약 위반을 들어 보유주식 일부를 싼값에 회수하게 된다. 어쨌든 문제는 처음 부터 끝까지 돈이다.
명강사가 나오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고 잠자는 시간 줄이고 몸 상하는 것도 모르다가 갑자기
급사하게 되는 것은 그렇다.
거기다가 유명세 이용해서 헐값에 만든 컨텐츠 비싸게 팔아먹는 것도 그렇고
교재마다 자기 이름 저자에 넣어가지고 인세 챙기는 것이나 우송료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게 받아먹는 것도 다 꼴사나운 짓이다.
물론 명강사는 인정해줄만한 존재다. 사회에는 창조도 필요하지만 이를 소화해 보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얼마전 풀린 수학의 난제도 처음 문제를 풀어낸 저자의 논문을 일반 수학자가 이해 못해서 수년간 이를 검증하고 해설한 사람이 있어서 여기에 상금을 주었다고 한다.
아는 것을 남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이들 사교육이 이만큼 성장하기 까지 최대 기여자는 누구일까? 바로 정부다.
최근 입시제도는 수능,내신,논술,면접 4가지 요소를 모두 중시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게 아이들을 잔인하게 몰아붙이는 제도들이다.
평준화를 이야기하면서 만능을 바란다 과연 그런 만능욕구에 맞추어 아이들은 무엇을 하게 될까?
마음에도 없는 각종 봉사, 선생님에게 꾸준히 잘 보여야 하기에 고민하며 늘어나는 촌지,
한 학기 시험 망치니 우리 아이 자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는 현직 교감 선생님
이런게 바로 촌극이다.
입시제도는 간명한 것이 좋다. 아니 가난한 수재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논술이 왜 사교육의 핵심이 되는가는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압도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 한다고 변별력 없는 내신과 수능을 고집하다 보니 대학이 논술에 매달리고 이는
다시 사교육의 팽창을 불러 가난한 수재에게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평준화를 깬다고 저자는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렸지만 이 또한 정총장의 고육책이다.
정총장 자신이 가난한 수재로 고학에 가깝게 대학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렀지만 자신이 아무리 둘러보아도
요즘 대학에 그런 학생이 입학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더 나아가 외고나 과고의 파행은 어떠한가? 저자는 외고생들이 오히려 논술에 대한 시각이 협소함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유를 따져보니 이들이 내신제도의 불이익 때문에 더 치열하게 한문제
한문제 풀어가는 교육을 받았지 제대로 된 인문계의 영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과고는 어떠한가? 저자는 과고에 입학했으면서도 서울대를 가겠다고 하다가 담임선생의 고문을 받았고
나중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수준의 모욕을 받았다.
갑자기 다시 노무현의 FTA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교육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자율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경쟁력 생기라고 요구할수도 없고 노무현 이해찬 둘 다 본인들 자녀 해외유학 보내면서
강남 학부모 교육열 비난해서는 안된다.
읽다보면 몇가지 소득이 생기는데 메가스터디라는 기업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준 것,
한국 사교육의 현실, 입시제도의 허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알게 되었다.
저자의 말에 다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노력과 성의, 사회에 대한 봉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정할바가 많다고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는 많은 학부모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