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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회에서 벌어졌던 해프닝 하나.

고객사 회장님, 수행사 대표, 수행사 사업본부장 이렇게 귀빈들을 모시고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그룹 회장님을 역임하신 고객사 회장님은 확실히 귀하신 분이었다.
자리에 좌정하시고 열심히 발표회를 시작했다. 본부장이 프리젠테이션에 열을 올리고
스피드를 높이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려는 순간 갑자기 회장님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자 이 자리가 좋게좋게 이야기하고 격려말 읽어주는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그동안 이 혁신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들 논란이 많았습니다. 반대하시던 모 부장님
모 부장님도 자리에 함께 했는데 수행사에서는 이런 논란을 충분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가져오신 건가요?"

계속 이어지는 질책에 프로젝트를 주관한 부장님은 AS-IS, TO-BE라고 프로젝트 영어 용어 썼다가 말이 어렵다고 구박을 받고 본부장님은 계속 코너에 몰려버렸다.

회장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갈등을 덮는 것이 결코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다.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고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차이를 좁혀나가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러면서 양쪽의 체면을 살려나갔다. 반대하는 분들에게는 관심을 살리게 하고
정말로 반대만 고집하다가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책임도 같이 지라고 은근히 누르고
찬성하는 쪽에는 그만큼 힘을 실어주면서도 상대를 잘 직시하라고 강조해둔다.

역시 고수다. 나라에도 정당이 나뉘어 싸우듯이 회사에도 여러 파벌이 같이 존재한다.
각기 이유가 있어서 무조건 하나만 밀어버리면 반대편이 손을 놓아 버린다.
이 이야기도 들어주고 저 이야기도 들어주고 하면서 일을 풀어나가는 중재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한편의 지도자가 아니라 모두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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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에 참여해보면 열심히 날밤을 새는게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일이란 input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output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Input이 많고 output이 적으면 노력은 하였으나 무엇이(아마 자질 내지 머리가) 부족한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 받는 가장 중요한 자리는 보고회다.
최종, 중간 등 각종 보고회 자리는 수개월 혹은 수년간 일한 결과가 순간에 평가 받는 자리가 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 대표 혹은 임원 등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다.

고위층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세세한 논리나 사실에는 약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시간 같은 조직에 머무는 동안 쌓아 올린 지적인 경륜이 있다.
그 결과 일종의 탁월한 감을 가지고 있다.

컨설턴트가 내세우는 것은 논리다.
사실을 근거로 연역 혹은 귀납의 도구를 활용하여 열심히 고리를 만들고
가지를 쳐서 하나의 결론을 가져간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결론 조차 일종의 가설일 따름이라는 점이다.

가설 수준의 논리를 들고 가지만 고객의 감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상식에 맞지 않는 수준의 이야기는 한방에 날라간다.

후배 중에 매우 뛰어난 논리로 최근 승승장구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야기하면 대화시간의 80% 이상을 점하고 논리도 탁월하고 사실도 꽤 풍부하게 인용한다.
얼마전 나에게 전화해서 모 그룹 대표를 만나는데 그분이 최근 김훈의 글을 읽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주 관심사를 유추할 정도로 전방위 대비가 뛰어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뛰어난 두뇌로 낸 결론이 열우당 유모씨가 적당한 차기 대권
담당자라는 것이다. 그 자리에 모인 다른 사람들 중 아무도 설득을 못 시켰다. 입만 아플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아픈 경험 하나가 있다. 고객사 임원진이 바뀌었을 때 지난 임원 관심사 중심으로
정리된 과제를 들고 보고를 하다가 한방에 날아간 것이다.
CRM 과제였는데 우수 고객 중심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자라는 결론이었다.
설명을 시도하면서 한페이지 두페이지 넘기는 동안 임원의 눈은 빠르게 결론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쓱 훑고 나서 나의 설명을 끊으면서 결론에 동의 할 수 없고
이 설명을 듣는 시간이 아깝다고 잘라버렸다.

얼마전까지 그 아래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실장님에게서는 매우 호평을 받았던 보고였는데
한방에 날아가버렸다.

방어 할 시간은 잠시였는데 이를 놓치고 나자 아예 과제가 막혀버린다.

어떠한 논리도 고객이 충분히 동의 하지 않는다면 가설일 뿐이라는 전제하에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막히고 만다.

최근에도 가까운 분들이 고생해서 만든 자료가 날아갔다는 아픔을 전해주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다시 돌아서서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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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회사에는 일정한 문화가 있다.
그 문화는 특히 창업자의 성격과 업의 특성에 맞추어 만들어지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대의 경우 정주영씨의 과감한 추진력과 사물들간의 조합 능력이 강하고
삼성의 경우 이병철씨의 꼼꼼한 계산력과 냉정한 관리력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는 상당부분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자기 한계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프로젝트를 곰곰히 돌아보면 고객 회사는 대형 시설 발주를 많이 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 돈의 단위가 일반 회사가 넘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올라가다 보니
수행상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사업관리 역량, 감리 등 절차적 감독 기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갑은 큰 이미지를 그리고 을은 그 이미지를 세세히 맡아서 수행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요체가 된다.

그러한 특성이 고스란히 다른일에도 배어 있게 된다.
반면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은 다른 사상에서 나타난다.
80년대 미국 산업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과감하게 고객의 눈으로 기업을 다시 보자고 외친
마이클 해머에서 출발한 이 흐름은 먼저 나 자신에 대한 부정이 시작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남의 장점을 배우고, 기존의 이해관계를 떨쳐버린 대폭적 업무 재배치가 나와야 한다.

반면 자신에게 별로 바꿔야 할 것이 없다고 은연 중에 고집을 부려버리면
나중에 가면 정말 바꿀만한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면 더 큰 것이 보이고 높다고 고집하면 주변의 아무것도 보지 못 하는 것이다.
자신의 문화와 앞으로 변화할 모습 이 두 가지의 기본적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제 수행을 통한 성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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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달했다.
환송회를 겸한 회식을 하면서 약간 논란이 생겼다.
고객측 팀원 하나가 그래도 내가 이 중에서 일 제일 많이 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또 팀장님 또한 은연 중에 내가 그래도 고객사 팀장 중에는 제일 평판이 좋지 않느냐 하는
답변을 기대하는 눈치다.
아쉽게도 솔직히 내가 드리고 싶은 답은 맞는 말이지만 또한 틀린말이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비교대상을 주변의 팀원 내지 같은 프로젝트로 국한시킨다면
두 사람의 기대감은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조금 확장시켜 내가 겪었던 다른 회사의 프로젝트와 비교하자면
잘 처줘야 B- 약간 내리면 C+의 수준에 머물 뿐이다.
물론 비교 대상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으로 평가 받는 국내 기업이다 보니
평가가 혹독하다고 불만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기대수준을 높게 잡아달라는 점이다.
경영혁신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비장한 느낌을 가지고 실천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회사가 생존할 바를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현장에서
그 생존의 방향을 잡기 위한게 목적이다.
이럴 때는 조직의 안의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되고 싶던 밖의 누군가를
목표로 잡아야한다. 즉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과 경쟁하라는 말이다.

왜 이렇게 기대를 높여야하는가는 앞으로의 조직은 사람을 내부에서 키우는 것 뿐 아니라
외부에서 조달도 하고 그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제일 잘 나간다는 삼성도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글로벌 컨설팅 출신 MBA 등은
과감하게 해외에서 직수입한다. 결과로 보면 국내에서 마케팅 역량 꾸준히 닦아 온 사람들의
진로가 막막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또한 지금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외부와 비교하면서 손색 없이 키워야만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너무 일찍 스스로 만족해버리는 경향이 나자신 포함해서 곳곳에 나타났던 덕분에
정말 진지한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을 때 답이 시원하게 나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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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프로젝트 할 때 경험 한 가지.
당시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S사의 B사업부의 경영혁신이었다.
B사업부는 당시에 신규 고성장 사업에 의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도약하는 단계였다. 단 사업의 성장에 비추어 인적자원과 인프라가 미진한 편이었다.
당시 S사의 A사업부에서 분사되어 나왔고 관련 인력은 A사 인력 중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력,
인프라 또한 A사업부의 내용을 고스란히 가져와 맞지 않는 면이 많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번에 도약하기 위해 종합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당시 해외 솔루션으로 I사와 S사 두 제품이 경합하였다.
A사업부와 B사업부를 총괄하던 CIO가 후원하던 제품은 I사 였지만
B사업부 사장은 실무진에게 S사 제품을 강력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의아하게 여겼지만 실무진은 사장의 후원을 받아서 강력하게 드라이브 했다.
이 때 속이 탄 사람은 CIO 였고 권위에 결정적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
막판 담판을 시도했다.
가만히 저울질 하던 사장은 계속 CIO를 압박하다가
최종적으로 CIO가 인력의 대폭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오자
그동안 후원하던 S사 제품을 철회해버렸다.
결국 바보가 된건 실무자들이었고 벤더였던 S사의 직원들이었다.
하지만 B사업부는 적지 않은 인적자원과 후원을 얻어서 한단계 이상
인프라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포커 게임의 최종 승자는 포커페이스를 한 배짱 좋은 프로 게이머다.

교훈. 적을 속이려면 내편부터 속여라.
카드는 감춘채 끝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먼저 몸이 달아 제안하도록 만들라.
이미 수년전 이야기이지만 지금 그 사업부는 놀라운 발전을 통해
세계 최상위권 회사로 발전하였다.
사장의 도박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고 비양심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경영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실무자라면 결코 윗사람의 깊은 속을 다 안다고 자신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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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rock 2008-08-2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전자의 SCM 혁신을 위해 I2와 SAP간의 패키지 비교를 했던 내용인 것 같습니다... ^^

2008-08-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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