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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면을 벗다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관한 모든 것
설도윤 지음 / 도서출판 숲 / 2005년 8월
평점 :
한국 뮤지컬사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남긴 족적은 매우 크다.
사상 유래 없는 장기공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비싼 입장료를 제시하고 공짜는 없다고 선언하면서 공연예술의 품격을 높였다.
영화 아니면 잘해야 음악 공연 보던 관객들에게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금 값을 지불하면 더 좋은 것도 볼 수 있구나 내가 알던 뮤지컬이 좁은 것이었구나 하는 등
여러 깨달음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미국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뉴욕에 와서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뮤지컬이 손에 꼽혔다.
일을 빨리 마치고 일행을 우르르 몰고 극장으로 달려가니 남은 표는 90불짜리 밖에 없더라.
눈 딱 감고 지르자 1/N로 날라온 청구서는 나중 고민하고 ....
그리고 그 선택이 절대로 후회되지 않는다는 것은 2시간 남짓한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자산에서 잔고로 빠져나간 돈 보다 나의 무뎌진 감각을 흔들어 깨우도록
공연에서 최선을 다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비극이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이룰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공감을 느끼고
몰입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그런 효과를 보여준다.
놀라운 음악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갖혀 살아야 하는 유령같은 존재, 그가 혼신의 힘을 바쳐
무명의 소녀를 키우고 더해서 사랑을 주었지만 소녀는 떠나간다.
그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 유령의 마음은 더욱 고조되고 노래 또한 격렬해진다.
아마 노틀담의 곱추가 그랬던가, 아니면 리골레토의 질다가 그랬던가, 카르멘이었나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라 더욱 주인공에게 주는 아픔 또한 컸고...
오페라의 유령을 한국에서 피어나게 만들었던 설도윤 선생의 노고가 책 곳곳에 소개되어 있다.
어려웠고 까다로왔던 공연섭외, 주변의 만류와 반대, 시행상의 착오 등 여러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기획자들 또한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자체를 만들어낸 웨버와 로저스 같은 원작자, 여러 배우들 아울러
원저자인 가스통 루르 등에 두루 거치면서 궁금증을 하나 하나 풀어나간다.
유령의 가면 벗겨진 얼굴은 끔찍했다고 이야기되지만 책 속의 가면 벗겨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땀과 노력, 정성이 깃들여진 산물만이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