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것인지 헤깔렸다.
기분 좋은 이 헤깔림은 거리는 적절히 유지되지만 어색함이라곤 없는 둘의 접견 모습을 연상케도 했다.
나보다 조금 더 인생을 산 여성으로 내가 자극받을 수 있는 의식을 지닌 언니(선배)의 존재감.
그 역할을 임경선 작가가 한다는 생각을 그녀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한다.
상상 속에서 나는 듣고만 있고 언니(작가)는 열변을 토하는 중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측에게 일말의 주저함이나 의무감은 존재치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동안 그녀의 팬이었다.
글이 솔직한데다 거침이 없고 특히, 자기애가 강해서 좋다.
라디오 천국 때부터 존재를 알아 그런지 개인적인 감정의 유대감도 상당하다.
솔까 소설은 의리로 구입하기도 했고 동의할 수 없는 주장도 있으나
이런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는 확실하다.
아마도 이것은 <엄마와 연애할 때>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쯤의 많은 딸 가진 엄마들에게 핫했던 책인 만큼 나 역시 이 책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이번 <자유로울 것>을 읽고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점에서 에세이로 이 책이 넘버2가 되었다.
이 정도의 나이고 보면 크거나 작을 뿐 대체로 공감하는 바가 엇비슷하다 느끼는데
그 포인트를 저자가 잘 캐치했다는 느낌이 든다.
(계산적이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에세이가 좋은 점은 나를 빗대어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고
어떤 시각을 갖느냐하는 것은 인생의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에
나는 그녀의 글에 맞장구를 치거나 사사로운 주관을 접목해 신선한 정서를 얻기도 했다.
특히, 아래의 글귀에는 공감이 백만번!
+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 듦을 예민하게 의식하며 패닉 상태에 빠진다.
마흔 살은 보다 성숙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느냐, 혹은 평범하게 늙어가느냐의 갈림길이긴 하니까.
한 뼘 더 저 멀리 도약하느냐 혹은 지금 서 있는 그곳에 남느냐로 갈리는데
여기서 남는다는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자연도태를 의미한다.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 머무는 게 아니라, 퇴보한다.
여러 가지 것들과 싸우지 않으면 현상 유지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흔을 넘겨도 멋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말로 멋있는 사람이다.
젊었을 때 멋진 것은 어느 정도 젊음이 뒷받침해주어서 가능하지만
젊음이라는 도움 없이도 멋지다면 그것은 분명 하나의 가치 있는 성취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불평하거나 투덜대거나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무의미한 말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떼 지어 몰려다니지 않고 나대지 않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가능한 한 계속하는 것.
현재로선 이것이 내가 나이 듦에서 바라는 모든 것이다.